’10~’15년간 300건 이상 출입국 사고

 

 
 


올초 인천공항 검색대를 아무런 제재없이 유유히 빠져나가는 중국인과 베트남인의 밀입국 현장 화면이 뉴스에 보도돼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세계적인 공항이라고 자부하는 인천국제공항 보안체계의 허술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우리 항만보안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2010~2015년간 300명 이상의 밀입국자가 발생하는 등 최근 외국인 선원 무단이탈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정부와 각 항만공사들은 선박입출항법과 항만보안법 개정, 관련장비 및 인력확충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항만보안 제고에 나서고 있다.

항만내 밀입국 사건 등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 감천항에서 베트남 선원 등 8명의 외국인 선원이 무단이탈했고, 올 1월에는 인천 북항·내항에서 중국 선원 3명이 무단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장 최근인 3월 30일에는 국적선사 선박이 광양항 정박 중 갑판원 1명이 상륙허가증 없이 보안구역내 무단 상륙했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2010~2015년간 어선, 화물선, 기타 고속보트 등 해상을 통해 밀입국자는 310명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0년 이후 감소추세를 보였던 밀입국자수는 지난해 크게 늘어났는데, 2010년 16건·106명, 11년 24건·79명, 12년 6건·32명, 13년 5건·42명, 14년 1건·8명, 15년 10건·43명이다.

작년 해상 밀입국자 43명, 밀입국 방식 다양화·조직화
밀입국 시도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대규모 밀입국자가 공해상에서 어선으로 환승해 해안가로 밀입국을 시도했으나, 최근에는 주로 우리나라에 입항하는 화물선이나 어획물운반선에 몰래 숨어 들어오거나, 소형어선을 이용해 도서지역으로 직접 상륙하는 방식, 혹은 제주도로 무사증 입국후 본국으로 밀입국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밀입국 시도는 보다 조직화되고 있다. 종전에는 중국인 등 개발도상국 밀입국자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개별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한·중 알선조직이 상호 연계해 유효한 선원수첩 등을 발급받아 입국하거나, 친·인척 위장, 국내에 허위로 초청하는 수법도 나타나고 있다.


밀입국 사건을 포함한 보안사고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박민수 국회의원(제19대)이 인천항만공사IPA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인천항에서 5년간 발생한 보안 사고는 총 966건으로, 연 평균 190여건의 보안사고가 발생했다.


총 966개 사건 중 외환 등 관세법 위반이 522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무단하선 등 출입국 관리법 위반(353건),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77건) 순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0년 87건을 시작으로 11년 210건, 12년 223건, 13년 173건, 14년 273건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10년 대비 약 213% 증가한 수치이다.

보안사고 발생불구 보안시설심사 ‘전무’
항만보안 체계 느슨, 관련시설 노후화가 원인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항만 보안사고는 항만 보안체계의 느슨함과 관련시설 노후화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된다. 박민수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항만에서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지방해양수산청들은 지금껏 단 한 차례의 ‘특별항만시설보안심사(특별보안심사)’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안장비의 개선도 필요하다. 밀입국을 막기위한 보안장비는 보안 울타리(철조망)와 CCTV에 불과한 실정으로 이 마저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올 1월 인천북항에서 발생한 밀입국 사고의 경우 베트남인 화물선 선원이 2.7m 짜리 보안 울타리를 자른뒤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달 17일에는 중국인 선원이 보안 울타리를 넘어 밀입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가 발생했던 인천 북항에는 총 167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야간에는 CCTV의 역할이 제한돼 있으며, 40여대 이상은 고장이나 장비가 낡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보안공사 특수경찰 기간제 고용, 임금 최저수준
민간부두는 보안업체에 위탁

인천항과 부산항은 인천항보안공사, 부산항보안공사가 항만보안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 보안공사 직원들 대부분이 기간제로 고용된 특수경찰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의 보수나 처우가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인천항 관계자는 “항만보안 특경들이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직업의식과 사명감이 저하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민자부두의 경우 개별적으로 민간경비업체와 계약을 맺고 항만보안 업무를 이들에게 위탁하고 있다. 민간경비업체를 이용하는 부두운영사의 경우에도 대부분 최저금액을 제시한 업체와 계약하기 때문에 보안업무의 질이 낮이질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천항만공사는 최근 항만보안업무를 사법경찰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의 법 개정 필요성을 법무부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경찰과 특수 경비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항만보안 업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밀입국, 밀항, 밀수 등 범죄행위 가능성이 있는 선박에 대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만큼 사법경찰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나마 항만공사가 운영하거나 항만보안공사가 설립된 무역항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국내 31개 무역항 중 부산항과 인천항은 항만보안공사가 항내 보안을 전담하고 다른 항들은 정부와 부두운영사TOC가 공동으로 보안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항의 경우 모든 부두를 부두운영사가 관리함에 따라 민간업체에 보안업무가 모두 위탁돼 있는 실정이다. 인천항 보안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평택항의 경우 밀입국자가 부두 정문을 통해 버젓이 도주할 정도로 보안 경비가 허술한 수준이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민간업체의 경우 고용인력도 대부분 고령에 저임금이고 근무여건도 열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선박입출항허가제·항만보안법 개정 추진
사고선박 입항 정지·3번 위반시 영구 입항 금지

이렇듯 항만을 통한 밀입국 및 보안사고 발생이 계속되자 정부는 최근 선박입출항 허가제를 실시하고 항만보안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항만보안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정부는 총리 주재 관계부처 합동으로 ‘항만보안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외국인 선원 이탈사고(무단 상륙 포함) 발생 선박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입항을 제한해 선사의 선원관리 책임을 대폭 강화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고 1회 선박은 6개월간 입항이 금지되며, 2회는 1년, 3회는 영구 입항금지하는 등의 삼진아웃제를 도입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올 하반기 중 선박입출항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입출항허가대상 선박의 입항시 입항 3일전까지 ‘출입허가 신청서’ 및 ‘선원 무단이탈 방지대책’을 제출받아 확인하도록 했다.


이에 해수부는 3월 29일 ‘외국인 선원 무단이탈 사고 관련 입출항 대상 선박’을 지정하고 대상선박에 통보했다. 동 자료에 따르면, 대상선박은 총 6척으로 대만국적의 ‘AN FONG 156’호, ‘AN FONG 136’호, 벨리제 국적의 ‘XIN HAI 78’호, 시에라이온 국적의 ‘BRIGHT’호, 마샬군도 국적의 ‘FU QUAN’호, 중국 국적의 ‘HAI RUI DA’호 이다.


또한 선사, 부두운영사, 항만보안공사 등 현장 보안담당 기관의 보안 책임을 제고해 보안관리 강화와 함께 보안시설·인력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다. 선박입출항법 개정을 통한 선사 책임부과와 함께 보안사고가 발생한 부두 운영사를 대상으로 항만시설 보안심사를 실시해 보안상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조치하고, 인천과 부산에서 운영되는 항만보안공사 관할 내 보안사고 발생시 경영평가에 반영해 성과급 등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보안공사 경영평가 반영, 보안장비·경비업체 기준 강화
선원 이탈 경력이 있는 국가의 어선 등 요주의 선박은 입항시 별도의 구역에 접안하도록 해 보안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며, 보안사고가 빈번한 취약구역의 보안인력 배치 기준과 보안장비 설치기준을 강화해 CCTV 사각지대 해소 등 현장의 보안기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항만 보안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보안경비 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근무여건 개선도 추진된다. 잦은 이직에 따른 전문성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적정 인건비 수준 등이 포함된 ‘항만 특수경비원 채용기준’을 올 하반기내로 마련하고, 보안인력에 대한 근무수칙, 보안담당자 교육 내실화 등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항만 보안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민간 경비업체의 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자본금 3억원, 인력 20여명 이상이면 허가되는 특수경비업 허가 기준을 항만에 한해 별도로 자본금과 인력요건을 상향 조정한다.


이는 항만보안법 개정을 통해 진행될 예정인데, 최근 해수부는 ‘국제항해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에 관한 법률’ 개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동 계획에 따르면, 그간 국제항해여객선에 승선하는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을 대한민국 국적은 물론 외국적 승객도 대상이 되도록 명확하게 관련 조문을 정비하고, 해수부 장관이 지정한 일정규모 이상의 경비업체에 대해서만 항만보안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경비업체의 수준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IPA 57억원 예산투입 인력·CCTV 확충
평택해수청, 평탁항 12개 부두 보안업무 통합

각 항만공사와 지방청도 보안강화를 위한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인천항 보안강화와 관련 5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보안울타리 강화와 경비인력 확충, CCTV 추가 설치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도 올해부터 평택항 동·서부두내 12개 부두를 대상으로 항만보안 및 경비업무를 통합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평택항은 개항 이래 부두운영사별로 제각각 민간경비업체와 개별 경비도급계약을 체결 및 운영해 왔다. 그로인해 경비업무 종사자의 급여가 법정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함은 물론 경비업체간 과당경쟁 등으로 보안 전문인력 채용이 쉽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올해부터는 제각각 운영돼 오던 평택항 동·서부두내 12개 부두 항만보안 및 경비업무를 일원화해 보다 통합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항만보안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와 각 항만공사들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보안은 곧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철저한 대책마련과 대응을 통해 안전한 항만을 만들어야 한다. 일련의 계획들을 통해 지난해 급증했던 항만보안 관련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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