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대항만 샤히드 라자이항
 이란 최대항만 샤히드 라자이항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발판으로 우리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의 이란 진출의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20년만에 한-이란 해운협정이 체결됐으며, 양국 선주협회는 미니 얼라이언스 구성을 논의했다. 낙후된 이란 항만산업 개발에 국내 항만업계가 진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선박 수주를 기대했던 조선분야의 경우, 중국의 막대한 선박금융에 밀려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1일~3일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기간에 우리 해운산업의 이란 진출의 발판이 마련됐다. 해양수산부는 5월 2일 이란과 해운협정을 체결했고 이와 함께 항만개발협력 및 해양수산협력 양해각서MOU도 각각 체결했다.

지난 1996년 협의를 시작한 양국간 해운협정은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로 20년간 중단된 바 있다. 5월 1일 체결된 해운협정에 따라 우리나라 해운기업들은 이란 항만에 자유롭게 입항할 수 있고, 지사 설립, 해외송금 보장, 선박·선원 관련 문서 상호 인정 등 이란에서의 안정적인 영업이 보장된다.

96년 중단 올 5월 2일 정식 서명
항만개발 MOU, 이란 최대 컨 항만 개발사업 참여
이란과의 해운협정은 지난 1996년 8월, 이란측에서 우리에게 해운협정 체결을 제안하며 논의되기 시작했다. 98년 11월 양국간 제1차 해운실무회담을 개최했고 2004년 9월 제3차 실무회담을 거쳐 2006년 해업협정 수정안을 협의했으나 국제사회의 이란재제를 감안해 정식서명은 실시되지 않았다. 지난해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며 12월 해운협정안 문안 협의가 재개됐으며 올 2월 가서명에 이어 5월 2일 정식 서명에 이르게 됐다.

한-이란 해운협정의 주요내용은 크게 △선박의 자유로운 운송 △내국인 대우 △선박문서 인정 △협력채널 마련 등으로 요약된다. 양국 해운기업이 소유하거나 제3국적 용선 선박에 대한 양국 항만간 자유로운 운송이 보장되고, 항만 내에서 체약 당사국 선박과 제3국적 용선 선박에 대한 내국인 대우 및 해운기업들의 지점 설립이 보장된다. 양국은 상대국의 권한있는 당국이 발급한 선박문서 및 선원 신분증명서를 상호 인정하고 양국간 해운정책 공유 및 현안 논의를 위해 공동위원회가 구성·운영될 예정이다.

항만개발협력 양해각서MOU도 서명돼 우리 기업의 이란 항만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이란의 인프라 건설, 교역확대로 항만물동량 증가가 예상되지만 항만시설과 운영시스템은 낙후되어 있는 상황이다. MOU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이란의 항만 마스터플랜 수립과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지원하고, 항만분야의 기술·경험 공유, 항만개발 정보를 교환한다. 양국간 프로젝트 공동 참여가 가능해지고 항만전문가 인적교류 및 이란 항만 관계자의 교육훈련도 진행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이번 항만개발협력 MOU를 통해 후속사업으로 사업타당성조사 지원, 이란 공무원 초청 연수 등을 통해 항만개발사업의 협력기반 확보와 우리 기업의 이란시장 진출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란 최대 컨테이너 항만인 샤히드 라자이항 2단계 컨테이너부두 크레인 12기 수주를 추진하고 있으며, 민자사업으로 계획 중인 3단계 컨테이너 부두 개발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최대 무역항인 샤히드 라자이항은 페르시아만을 통해 세계로 수송되는 이란-주변 내륙국가들의 물류 거점항으로 2011년 276만teu를 기록했으나 이후 12년 232만teu, 13년 176만teu, 14년 184만teu를 기록하며 물동량이 정체돼 있는 상황이다. 현재 2단계 터미널 공사가 진행중이며 3단계 개발 종료시 연간 800만teu가 처리되는 대형 항만으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전반적인 항만시설과 운영시스템은 우리나라 80~90년대 수준으로 낙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이란 선주협회, 미니 얼라이언스 구성 합의
KR-ICS, 플랜트 및 엔지니어링 합작회사 설립... 내년 본격 운영
민간차원의 교류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와 이란선주협회가 상호발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미니 얼라이언스 구성에 합의했으며, 한국선급과 이란선급은 교육·해양플랜트 설비 인증, 엔지니어링 서비스 사업 진출을 위해 합작회사JV 설립 협정을 체결했다.

우선 양측 선주협회는 미니 얼라이언스 구성을 위해 양 협회 회원사들로 얼라이언스를 구성하고 아시아-중동항로 서비스를 구축하는 방안을 토의하기 위해 공동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란해운은 약 521척(1,801만dwt)의 선대를 갖추고 있으며, 국영선사인 IRISL해운은 컨테이너, 탱커, 벌크선 등을 보유한 중동의 리딩 기업이다.

이와 더불어 2012년 이후 국내 기항을 중단했던 이란 국영선사 IRISL 해운도 4년만에 국내항 기항을 재개했다. IRISL은 5월 20일부터 부산항과 광양항에 주1회 정기선 서비스를 개시하며 동 서비스에 6,000teu급 선박 7척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우리나라 선사들 가운데서는 한진해운, 현대상선, 고려해운이 이란 반다르 압바스항에 각각 주1회 기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선급KR과 이란선급ICS은 플랜트 설비 인증 및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한 양자 간 합작회사JV 설립 계약을 맺었다. ‘Iran-Korea Technoloy Assurance Company’로 명명된 합작회사는 유한회사로 한국선급과 이란선급이 50대 50 비율로 자본금을 출자해 설립하여 내년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이란의 플랜트 시장은 총 223기로 고정식 플랫폼이 140기, 공급선 등 지원선박은 83척에 달한다. 프로젝트 발주 규모는 향후 5년간 1,8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산업안전 검사비용은 약 0.5%인 9억 2,500만달러로 추정된다. 또한 경제제재 해제를 계기로 원유 증산을 위해 플랜트 설비에 대한 대규모 개·보수가 예상되는 등 이란의 플랜트 산업은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한국선급은 현지 합작회사 설립을 계기로 이란 플랜트 설비에 대한 제3자 검사 및 인증 산업 시장 진출에 대한 동력을 마련하고, 향후에는 ‘개별 프로젝트 수행△전체 프로젝트의 안전검사 총괄△산업 안전 검사 종합서비스 제공’이라는 3단계 업무확장 로드맵을 수립했다.

한편 KR은 지난 2월 이란 경제제재 해제 후 약 200만톤의 현존선을 입급 유치했다. 지난 5월 1일 대통령 국빈방문 경제사절단으로 테헤란을 방문한 KR은 이란 선박의 추가 등록과 더불어 향후 5년 간 선급유지 계약도 체결했다.

이란 선사 대규모 선박발주 예상
올초부터 국내 조선사 물밑협상 진행 중
이란 선사들의 선박 발주가 기대되며 수주부진에 빠진 우리 조선업계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원유수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탱커선, LNG선을 위주로 발주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강승균 연구원은 “아직 이란 선사들이 구체적인 발주 계획을 내놓지 않았지만 원유수출 본격화와 제재 해제로 탱커(유조선), 컨테이너,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순서로 점차 발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대신증권 전재천 연구원은 “이란은 유조선·LNG선 등에 대한 발주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장기 발주물량으로 9조원 가량을 추정되는데 2016년 발주 가능 물량은 3조원 가량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이 물량은 한국과 중국 조선업체들이 경쟁을 통해 나눠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의 원유 증산량이 2020년 하루 100만 배럴에 도달한다고 가정할 때 올해부터 2018년까지 연 평균 약 1조원씩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발주가 예상된다. LNG선 역시 연 평균 약 1조원대의 발주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3년간 이란의 발주 규모는 연 평균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국내 조선업계는 이란 선사들과 물밑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리 조선업계는 과거 이란 경제제재 이전 이란 선사들과의 거래실적을 바탕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05년까지 탱커선 9척, 컨선 10척, 벌크선 6척 등을 수주했으며, 대우조선도 30여척 이상의 이란선박을 건조한 실적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8년 이란 국영선사 NITC의 초대형 유조선VLCC 3척을 인도하는 등 유조선 건조 실적이 풍부하다.

현대중공업은 이란 IRISL로부터 1만 4,500teu급 컨선 3척 수주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미포조선은 정유운반선 10척, 벌크선 6척 등 총 12억불 규모의 상선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중국 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이란 선사와의 수주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격적 선박금융 등에 업은 中 조선사와 경쟁
“컨선, 벌크선은 중국에 다 빼앗길 판”
이처럼 수주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조선사들이 이란의 신조 물량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계약된 선박은 전무하다. 오히려 대규모 선박금융을 등에 업은 중국 조선사들의 공격적인 영업이 계속되고 있어 대부분의 물량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박금융 지원이다. 이란 선주사들은 선박 발주의 기본 조건으로 선박금융 지원을 내걸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이란 영업을 위해 중국 선박금융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선박금융을 등에 업고 이란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일부 업체는 원유 개발권을 넘기면 선박을 무료로 건조하는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하는 등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신조선박 발주에서 중국이 탱커와 컨테이너선을 싹쓸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이란은 선박 현대화를 위해 오는 2022년까지 80억~120억달러 규모를 투자할 전망이다. 탱커와 컨테이너, LNG 운반선의 순으로 발주가 예상된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DSIC(다롄조선중공)은 최근 이란 국영해운회사인 IRISL과 1만 4,5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건조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계약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DSIC가 수주를 확정할 경우 컨테이너선 실적만 7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DSIC는 이란 국영선사들의 대규모 발주에 대비해 올해에만 이란에 영업팀을 3번이나 파견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동 컨선은 올 3월초부터 현대중공업이 협상을 벌이고 있던 선박으로, DSIC가 수주에 성공한다면 국내 조선업계에 미치는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0%대 금리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그에 반해 한국의 선박금융은 검토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고 금리도 여전히 3%대로 경쟁력이 없다”고 밝혔다.

탱커와 컨테이너선의 경우 중국과 국내 조선소 간의 기술력이 비슷한 데 반해 가격 면에서는 중국이 앞선다는 평가여서, 중국보다 기술력이 앞선 LNG 운반선만 겨우 수주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조선은 친환경 설비를 장착하지 않으면 중국도 상당한 경쟁력을 지녔다”면서 “국내 조선소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LNG운반선 수주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는 이란 선주들과 협상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란 선사들이 선박건조에 필요한 금융지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최근 수년간의 실적 악화로 자금 조달 사정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조선업계의 이란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사그라진 가운데서도 업계 차원에서 개별적인 이란 진출 시도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란 국영조선소를 기술지도하고 위탁 경영에 나선다. 성장 잠재력이 큰 이란 조선 시장을 한국 기업이 주도해 기술적 토대를 놓게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대우조선은 이란 정부 측과 이란 국영조선사인 ISOICO 운영·기술지도 등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도 이란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협력 확대를 희망하고 있어 한·이란 조선업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이란이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산업 위기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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