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말하다
새해 새아침이 밝았다.
지난해엔 해양수산계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여수엑스포 유치로 축제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으나 이어 터진 태안 해양오염사고로 환호가 한순간에  탄식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불황, 부실, 통폐합으로 국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주었던 해사산업이 최근의 호황을 타고 성장산업으로서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사고로 비판과 질책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아픔을 맛보았다.

 

순항하던 해양수산부도 암초에 걸려 안간힘을 다하는 어려운 때를 맞았다. 요즘 TV 뉴스 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망연자실하고 있는 현지 어민들을 생각하면 죄인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다. 그러나 이젠 희망을 말하고 싶다. 은근과 끈기의 우리민족은 이번 재난도 능히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태안 주민들은 반드시 황폐해진 삶의 터전을 다시 일구고 가꿀 것이다. 대형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한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가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찾았다. 어촌과 해수욕장, 양식장이 함께 있는 신두리는 가슴에 큰 상처를 지녔지만 외모는 평화롭게 그대로 있었다.

 

드넓은 백사장의 기름은 일단 제거되었으나 조수를 타고 다시 밀려들 것이다. 해안가의 바위와 자갈에 기름끼가 남아 있고 방파제 표면과 틈새, 외진 바위에는 기름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들을 제거하기 전에는 굴도 물고기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자갈과 바위들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방파제 옹벽과 틈새의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이 쉽게 끝날 수 없는 까마득한 일로 보였다.

 

그러나 우리들이 수고한 만큼 기름이 줄어들고 그 만큼 바다도 깨끗해져 굴과 물고기도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으로 기름을 닦아냈다. 옹벽과 바위틈의 기름제거는 마치 치과에서의 스켈링 같았다. 잇 사이의 치석을 제거하면 치주염이 치료되고 이도 튼튼해지듯이 기름이 제거되면 바다가 깨끗해져 어패류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어민들의 희망도 살아날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누굴까? 희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과거가 어둡고 힘들었을지라도 추억으로 돌리고 이젠 현재를 생각하자, 미래를 설계하며 희망을 그리자. 현재의 고난은 미래에 느낄 기쁨으로 족히 보상될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이던 스웨덴 함마슐드의 아들을 위한 기도가 감동을 일으킨 적이 있다.

 

“아들아 너는 울면서 태어났지만 우리 가족은 웃으며 너를 맞았단다. 죽을 때는 웃으며 죽거라. 그러면 세상은 너를 위해 슬퍼할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를 누비며 냉전의 동서문제와 빈부인 남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아프리카 방문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함마슐드 사무총장을 세계가 애도했다. 자신에게 후회없고 타인에게는 존경받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 보면 후회가 남고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너나 없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희망을 말하고 싶다. 어제에 잡혀있지 말고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자. 작더라도 더디더라도 하나씩 조금씩 만들어 가자. 어제를 후회할 시간에 내일을 설계하자. 2008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우리의 희망과 가능성도 시작되었다.

 

희망과 성공은 계획하고 실천하는 사람의 몫이다. 꿈이 있는 민족은 망하지 않는다. 사명이 있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2차대전때 빅터 프랭클이라는 사람은 나치수용소에서 아내와 자식을 잃으면서도 끝까지 삶의 목표를 잃지 않아 살아남았다고 한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삶의 의미와 희망을 놓지 않아 살아남은 것이다. 해기지 김동규 편집인의 투병 편집후기가 가슴에 오래 남는다. 요즘 매우 좋아졌다고 하니 다행이다.

 

해학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던 콤파스 회원 오세영 동덕여대 교수가 지병으로 갑자기 별세했다. 할 일을 다 했단 말인가, 너무 안타깝고 허망하다. 병상의 환자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아침에 일어나 가족과 함께 밥먹고 출근하고 저녁에 식구들과 얘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늘상 해오던 것을 더 하고 싶은 것이다. 인간의 소망이란 이렇듯 평범하고 소박하다. 오교수와 나누고 싶은 말이 더 있었는데...... 멋진 삶을 산 오교수의 명복을 빈다. 아무쪼록 김 편집인의 건강이 완쾌되어 늘 해오던 얘기를 또 나누고 싶다. 
 
젊은 피 그리고 선원양성
콤파스가 나날이 젊어지고 있다. 이달에도 젊은 피가 수혈됐다. (주)티피씨코리아의 정신종 사장이 그다. 정사장은 43살의 자칭 약관이지만 젊은CEO 모임에서는 노장으로 불린다고 한다. 티피씨는 Trans Pacific Carriers의 약자로 태평양을 횡단하는 선대라는 뜻이다. 무역의 날 2억불탑을 수상하였고, 2007년 매출이 4,000억원, 2008년에는 1조가 목표라고 하니 놀라운 성장이다. 티피씨코리아가 믿음의 종(信鍾)을 울리며 태평양 뿐 아니라 오대양을 누비는 선사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는 정사장에게서 이미 그 단계에 와 있다는 믿음을 받았다.


콤파스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박찬조 원장이 상경했다. 그리고 ‘선진해운국가 건설과 해기인력’이라는 제하로  발표하였다.


3D현상은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y) 위험한(dangerous) 것을 말하는데, 요즘은 이혼(divorce)까지 포함하여 4D라고 부른다고 한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것은 참겠지만 이혼당하는 것만은 견디기 힘들 것이다. 선원들은 결혼하기 어렵거니와 어렵사리 결혼해도 이내 이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때는 해양대학을 나와 외항선을 타면 1년만 승선해도 집 한 채 값을 벌어 가족과 가까운 친척까지 먹여 살리기도 하였다. 그래서 너도나도 해양대학과 선원학교에 들어가던 좋은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다음은 박원장의 발표를 요약한 것이다.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지향하며 21세기에 5위 해양국가로의 진입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는 이를 운용할 수 있는 해운물류인력의 확충이 긴요하다. 특히 선원인력은 해양력을 좌우하는 인적 인프라로 해운뿐만 아니라 물류, 항만, 조선, 보험 등에 필요한 핵심이다.

 

또한 유사시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제4군의 역할을 맡는 중요한 인력이다. 우리나라 국적 외항상선대는 60년대에 10만총톤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현재는 1,743만총톤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선원은 2006년말 현재 국적선에 3만4,667명, 외국적선 4,154명 모두 3만8,821명에 달하고 있다. 취업 해기사는 외항선 7,445명, 내항선 7,801명, 해외취업선 3,889명 모두 1만9,135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선원정책의 근간은 인력의 양적 확보에 두고 있으나 공급시장의 경직화로 어려움이 있고 선원교육도 다수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교육대상을 내국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선원복지는 승선기간에 중점을 두고 있고 선주에게 선원복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선원들의 직업관은 생업수단이다. 선원병역제도는 해군예비원령, 산업기능요원를 거쳐 2008년부터 승선예비역제도를 시행한다.

 

국가필수선대제도를 실시하여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0척을, 2009년~2011년 50척, 2012년 이후에는 99척을 운영하며, 선원교육기관 18개교와 해양수산연수원 등 총 10개소에서 맞춤형 해기사를 2006년에 연간 2,276명 배출하였다. 또한 해사고교를 2년 이론교육 1년 실습으로 개편하여 실습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기인력 양성현황을 보면 해양계 학교 1,210명, 수산계 학교 1,016명, 한국해양수산연수원 50명 등 총 2,276명의 4급 이상 해기사를 배출하고 있다. 해양대학과 연수원, 연구소에 흩어져 있는 실습선들을 통합하여 한 기관에서 운용하면 경제적이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자유토론이 이뤄졌다. 해운이 발전하려면 해기인력이 필요하다. 해운업의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선원의 역할이 지대하다. Japan P&I가 잘되는 이유는 우수한 해기인력이 있어 이재율(loss ratio)이 낮아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해운이 발전하려면 우수한 해기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해운항만청 시절에는 선원선박국이 있었으나 해양수산부가 생긴 후엔 해운물류본부 아래 선원노정팀으로 격하되어 있을 뿐이다. 행여 해운국이 없어지더라도 선원국은 있어야 한다. 일본은 국토건설성에 선원선박국을 두고 있다. 사람이 희망이다. 한국해운의 미래는 선원에 달려 있다.

 

선원양성과 보수교육에 당국이 힘써야 한다. “배가 부르면 배를 안탄다”는 말이 있다. 소득이 올라가면 해상직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원 구하기기 매우 어렵다. 인적 요인에 의한 대형사고를 내도 구인난으로 인해 재고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얼마전 대만해역에서 천만불짜리 그라운딩 사고가 있었는데, 해당 해기사를 징계는커녕 계속 고용하였다. 외국선원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는데, 500억원 이상 되는 선박을 외국인들에게만 맡기기가 어렵다. 선원인력을 제때 충원하기가 너무 힘들다. 승선하던 1항사가 갑자기 조선소로 가버리기도 한다.

 

선원들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심지어 2~30년 전에 떠난 사람이 취업하기 위해 해양수산연수원에 와서 재교육을 받기도 한다. 해양대학이 해기교육 보다 일반교육을 더 시킨다. 우리나라는 IMO Model case의 절반밖에 안된다. 일본만 해도 4년6개월간 해기교육을 시키고 그중 승선교육을 6개월 시킨다. 선원들의 모랄이 떨어져 있다. 당직을 서며 입사공부를 하고 있다. 국민의 의무인 군대에 안가려고 배를 타는 사람은 좋은 선원이 될 수 없다. 요즘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입사경쟁이 수백 대 일을 넘는 게 보통이다. 실업수당제도를 실시하여 반년 승선, 반년 육상 근무를 시키면 좋겠다. 에버그린의 장영발 회장이 육해상 교대근무로 효과를 보았다. 해기사인센티브로 모범해기사를 계열 항공회사의 파일러트로 취업시키기도 하였다. 우리나라는 해기전문직인 해난심판원장도 일반직이 맡고 있다. 뱃사람은 장가도 못가고 선원처럼 밤일 하는 사람은 경비밖에 없다.

 

승선을 유도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선원수급도 경제원리에 맞게 시장기능에 맡겨야 한다. 국내 선원을 쓰든 외국 선원을 쓰든 선주에게 시장권을 주어야 한다. 해외취업선원도 시장기능에 의해 조절된다. 그러나 시장기능에만 맡겼다가 해기전승이 안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해운의 장래를 위해 선원정책은 필요하다. 인력을 양성하고 수급을 조절한다는 것은 참 어렵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직종에는 일반직 종사자(generalist)와 특수직 종사자(specialist)가 있다. 공무원도 일반직과 특수직이 있는데, 특수직은 기술 또는 기능직이라고도 부른다. 해양수산부에는 특히 해운, 항만, 수산을 다루는 부서이기에 특수직이 타 부서에 비해 많은 편이다. 요즘과 같이 전문적으로 깊이 들어가야만 해결책이 나오는 시대에서는 전문지식이 있어야 그 업무를 잘 시행할 수 있다. 해난과 해양오염과 같은 업무는 이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특정되어 있다. 유사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은 초동대처를 제대로 못해 우왕좌왕하여 실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태안오염사고가 그 예이다. 가장 중요한 초기대응에 실패했고 무슨 연유인지 대형사고가 났음에도 해당 기관의 담당자 대신 다른 부서의 사람이 나와 설명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전문부서에는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가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2의 태안사고 방지를 위해서도 그러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점차 저하되고 있다고 한다. 땅은 좁고 지하자원은 없고 사람은 많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희망은 인력인데 걱정스럽다. OECD가 실시한 학업성취도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순위가 자꾸 내려가고 있다. 특히 10위권 밖으로 떨어진 과학 부문의 저하가 눈에 띈다. 반면에 북구의 핀란드는 2003년 이래 줄곧 1위를 차지하여 세인의 눈길을 끌었다.

 

핀란드 교육의 특징은 우수한 교사, 양질의 무상교육, 폭넓은 독서를 통한 창의성 개발, 학생의 수준에 맞는 맞춤교육이라고 한다. 특히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읽기로서 학교수업도 독서와 토론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학생들은 도서관 이용이 생활화 되어 있다고 한다. 영국 브라운 총리가 교육청사진 10년 계획을 발표했다.

 

그 골자는 교사수준 향상, 교사연수 확대, 과학 기술교육 증편, 학교재량권 확대, 학교와 학부모와의 협력, 중등학교와 기업 및 대학과의 파트너십 구축, 대안학교 운영 등이다. 선진각국은 국가의 성장동력을 인력 나아가 교육에서 찾으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의 교육현실은 학교에서는 졸고 학원가서 공부하는 딱한 실정이다. 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교육부터 바뀌고 새로워져야 한다. 머뭇거리며 주저할 시간이 없다. 우리 뒤를 좇던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공교육, 재교육, 평생교육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세계 속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대선과 지도자의 덕목
12월 19일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어 대통령으로서 5년동안 국정을 이끌게 됐다. 10년만에 정권을 다시 찾아왔다고 한나라당원들은 흥분하고 있고 지지자들은 경제발전의 꿈에 부풀어 있다. 득표율 48.7%에다 2위를 차지한 집권당 후보 보다 530만여표 이상 압승하여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집중공격을 받고 이명박 후보가 BBK, 도곡동, 위장거주 등 많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실망감이라는 반사이익을 보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불로소득인 셈이다.

 

개인적인 비리의혹 보다 힘 못쓰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 더 급하다는 국민의 주문을 제대로 읽고 땀흘려 일해야 한다. 참여정부의 결점을 과감히 버리고 장점은 살려 실용적이고 생산적인 국정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선진화로 나가며 경제발전의 과실이 서민과 중산층으로 흘러가도록 신경제체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애정어린 비판을 하겠다고 말해 기존 정책과는 선을 긋는 차별화가 엿보이고 계층별로 분산된 사회를 통합하는데 힘쓰겠다고도 말했다. 경제발전이라는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고 청년실업을 해결하여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 우리민족 만큼 국난을 당했을 때 힘을 발휘하는 민족도 드물다.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한 IMF 외환위기가 그 실례이다. 국가발전을 위해 지도자가 먼저 솔선하고 국민들에게 겸허하게 다가서고 진솔하게 설득하면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특성이 우리에게 있다. 이 저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 지도자의 능력이요 덕목이다. 잃어버린 5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을 먼저 살피는 성찰과 목표를 제시하고 분발하는 것만이 그동안 시끄러웠던 각종 루머와 특검에서 벗어나 자신있게 국정을 펼칠 수 있는 길이다. 낮은 자세로 국민들을 섬기겠다는 대통령 당선자의 말을 5년 후에도 다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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