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배 한국해양대 교수
최홍배 한국해양대 교수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이경숙은 ‘영어 공교육 강화’에 대한 교육정책을 설명하면서 “자기가 미국에 가서 Orange를 ‘오렌지’라고 발음을 했는데, 못 알아들어서 ‘아린지’라고 했더니 알아듣더라”는 이야기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고유영토인 독도는 Dokdo로 표시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과연 Dokdo를 어떻게 발음할까?

 

필자는 미국인들이 Dokdo발음을 ‘둑두 또는 툭두’로 하는 것처럼 들었다. 언어음성학에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왜 그들이 이런 식으로 발음하는 지 설명하기 어렵다. 다만, Dokdo가 한국 동해에 있는 섬의 고유명사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Dok’(독) ‘do’(도)의 철자 ‘Do, do’를 영어 (조)동사 ‘do(두)’로 발음한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How do you do?”를 ‘하우 도(do) 유 도(do)’로 발음하지 않기 때문이다. 급기야 대통령직 인수위가 한국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영어로 말하고 쓰는 것에 불편함이 없는 공교육을 실시하여, 기러기 아빠들의 슬픔을 치유하겠다’라고 발표를 했다. 그러자 어느 가수가 “‘대한민국 5천만 중에는 영어를 하지 않고 편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도 많다.

 

국무회의, 국회토론도 영어로 해서 표결에 부쳐라,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가든지 자진해서 식민지가 되어라”는 등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그의 발언은 자녀의 영어 사교육비와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직장인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필자가 미국에서 한-일간의 독도 분쟁을 홍보하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영어 실력이었다. 한국에 나와 있는 외국인을 상대로 발음할 때는 악센트와 발음이 다소 틀려도 잘 알아듣는 것 같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어느 골프장을 찾아 가다 길을 잃어 외국인에게 길을 물었다.

 

그때 한국식 발음으로 골프(Golf), 골프(Golf)라고 아무리 말해도 잘 못 알아들어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그래서 몸동작을 보이면서 골프(Golf)라고 하니, 그는 거의 ‘GoF’(곱)와 같은 발음을 하면서 길을 가리켜 주어 황당한 적이 있었다. 고향이 경상도인 필자는 언어 발음이 결코 장애자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음악을 어막, 증권을 정껀’으로 발음하여 때때로 서울 토박이들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거나 핀잔을 들은 경험이 있다. 이런 필자가 2006년 5월, 미국 워싱턴대학 잭슨(Jackson)스쿨 한국학에서 주최하는 독도강연을 영어로 하게 되었다. 그때 일본학 소속의 미국인 교수가 이 강연에 참가하여 일본의 입장으로 참가하겠다고 했다.

 

미국 명문 하버드대학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일본 정치학이 전공인 미국인 교수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와 사진도 함께 찍어 홈페이지에 올려놓을 정도이었다. 필자의 영어 실력은 하나님보다도 자신이 더 잘 알고 있고, 통역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왜 벌어져야 하는가 싶어 암담한 심정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영어 실력이 없어 독도특강을 취소하겠다고 말할 수는 더욱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강연 첫머리에 “제가 미국에 와서 3가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첫째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10살 난 딸이 어느 날 자기 엄마를 보고 왜 엄마는 저렇게 어글리(Ugly)한 아빠와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이었다. 둘째는 그 딸이 아빠는 영어로 말하지 말라. 왜냐하면 아빠의 영어 발음이 좋지 않아 자기 친구들이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독도문제로 일부 한국인들이 분신을 하는 소식을 본 것이다.”

 

이때 미국인 교수를 비롯해 참석한 청중들이 웃기 시작하였다. 어쨌든 1시간 30분의 독도특강을 정신없이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오늘 누가 이겼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승패는 모르겠고, 내가 1시간 10분정도, 미국인 교수가 15분 정도 말했으니 축구경기로 치면 볼 점유율에서 내가 이겼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아내는 그 영어 실력에 정말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한민족의 슬픔은 세계 공용어가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한글이 아니라 영어라는 것이다. 유창한 영어 발음과 해박한 지식(Knowledge)을 가지고 독도특강을 한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언젠가 서울의 어느 부모가 영어 “알(R)” 발음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0대 어린 자식의 혀를 수술했다는 소식은 한민족의 참담한 서글픈 이야기이다. 2008년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 하나 보존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행여나 누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대한민국은 영어공화국이다”라고 개정하자고 주장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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