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대법원 2001다36733 판결(원심 서울고등법원 99나14633판결)
당사자:  원고- 신촌어촌계 외 35인, 피고- 유류오염손해보상을위한국제기금

 

- 편집자 주 -
한국해법학회가 2월 1일 제 4회 판례연구회를 열었다. 이날 판례연구회에서 발표된 내용은 <운송주선인의 법적지위 및 히말라야 약관적용 범위-최세련 명지대 법학과교수, 변호사>와 <유류오염손해와 위법소득의 보상범위-송해연 세창 변호사> 등이었다. 이중 최근 발생한 태안의 유류오염사고이후 관심이 높은 송해연 변호사의 <유류오염손해.....>의 내용을 전재했다.

 

1. 사건의 내용
1993.9.27.19:12경 광양시 광양제철소로부터 남동쪽으로 수km 떨어진 해상에서 철강화물을 실은 중국선적 화물선 비지아산호와 약 2,100톤의 벙커씨유를 적재한 대한민국 선적의 유류운송용 부선 제5금동호가 충돌하여 제5금동호로부터약 1,228톤으로 추정되는 벙커씨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사고 직후인 1993.9.28.부터 1993.10.3.까지 6일간 유접착재 및 유처리제 등을 사용하여 광양항 주변에 대한 해상방제작업이 실시된 데 이어, 해안에 부착된 기름띠를 제거하기 위한 해안방제작업이 1993.11.3.까지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유흡착재 2만 5,000kg과 유처리제 12만 1,500리터가 사용되었다. 기름 회수선단은 총 240톤(해수포함)의 유출유를 회수하였으며, 이밖에 해안부착유 수거폐기물 1,513톤이 수거, 처리되었다.


어업피해보상을 위한 합동피해조사결과에 대하여 1996년까지 총 7개 수협이 국제기금측과 합의를 하였으나, 약 250억원을 청구하였음에도 ITOPF의 사정액이 약 600여만원에 불과했던 피조개수협과 약 180억원을 청구하였다가 사정액이 약 8억여원에 불과했던 여수수협은 각각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법원은 손해의 발생사실은 인정되나 그 손해액의 입증을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위자료로서 손해배상을 할 것을 판결하였다. 쌍방 항소에 의하여 항소가 진행되던 도중 항소심법원은 1심에서 인정한 위자료에 유사한 금액의 조정안을 제시하였고, 피조개수협은 이를 수용하였으나 여수수협은 조정에 응하지 아니하였고 이어 항소심 판결이 1심판결에서 인정되었던 원고별 손해의 발생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위법소득이라는 이유로 부인하고 국제기금의 정신적 손해배상의무를 부인하자 이에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하였다.


위법소득에 관하여, 원심은 새조개양식장중 일부는 보호수면에 속하므로 동 원고들이 관할관청의 관리승인을 얻어 그 곳에서 사실상 양식을 해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무면허 양식이라고 보는 한편, 수산업법 소정의 면허, 허가, 등록없는 어업행위로 인한 소득은 모두 위법소득으로서 손해배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2. 대법원 판시요지
수산업법상의 무면허어업행위에 의한 수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곧 손해액산정의 기초가 될 수 없는 위법소득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으나, 어촌계가 특별한 시설 등을 갖출 필요없이 면허를 받아 어업행위를 할 수 있었음에도 절차상의 이유 등으로 면허를 받지 못한 채 무면허 공동어업을 해 온 경우와는 달리 애초에 면허를 받을 수 없는 공단지정지역 내에서의 무면허 어업행위는 위법성의 정도가 강하므로 그로 인한 수입은 위법소득으로서 일실손해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없다.
 
3. 대상판결 검토
가. 위법소득의 의미와 일반적 판단기준
범법행위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는 우리 대법원에 의하여 72다 468판결(무면허/무등록 측량행위로 인한 소득), 77다1650판결(무면허중기운전으로 인한 소득), 80다 1892판결(무허가 오물처리업으로 인한 소득), 92다34582판결(국가공무원법이 준용되어 이중직업을 가질 수 없는 사립학교교원의 밴드 전속출연료수입)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유지되어 왔으나, 한편 대법원은 1986.3.11.선고 85다카718판결에서 “위법소득은 손해액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는 없으나, 위법소득인지 여부는 법이 금하고 있다고 하여 일률적으로 이를 위법소득으로 볼 것이 아니고 그 법규의 입법취지와 법률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의 정도 특히, 그 위반행위가 가지는 위법성의 강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염관리법상 허가없이는 염제조업을 할 수 없지만, 염제조자의 지위를 승계한 자의 경우 승계신고만 하면 당연히 염제조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여져 승계신고인에 해당하는 자가 당국에 승계신고를 하지 않고 염제조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소득을 위법소득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래, 단순히 법에 위반한 행위로 얻은 소득이라고 하여 “위법소득”으로서 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판시를 하여 오고 있으며, 또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위법소득인지 여부를 가리는 일반적 기준으로서 법규의 입법취지와 비난가능성의 정도(위법성의 강도)를 일관적으로 설시하여 오고 있다.


따라서 위법소득이란 본래 “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의미하였으나, 현재는 “위법행위를 계속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소득중 일실수입손해산정의 기초로 할 수 없는 소득”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나. 위법소득의 구체적 판단기준
위 85다카718판결에서는 입법취지와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위법소득의 일반적인 판단기준으로 제시하는 한편, “신고절차만 거쳤으면 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가”를 구체적인 기준으로 제시하였으며, 이러한 기준은 이후의 다른 무면허/무허가어업소득에 관한 판결에서도 실질적 자격이 있었는가 및/또는 특별한 시설을 할 필요가 없었는가라는 문구로서 설시되어 왔다.
 
1) 무허가 어업소득
대법원 94다9368판결: 연안유자망어업 또는 연안채낚기어업에 대한 어업허가를 받을 자격이 있고 실제로 사후에 어업허가를 받은 어업종사자가 수산업법 및 어업자원보호법 소정의 허가를 받기 전에 수산자원보호령이 정하는 판매장소 이외의 장소에서 잡어를 잡아 판매하여 얻은 소득에 관한 손해도 일실수입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
  
2) 무면허 어업소득
대법원 94다55323판결: 일정한 수면을 구획하여 그 수면의 바닥을 이용 또는 기타시설을 하여 패류, 해조류 등 수산동식물을 인위적으로 증식하는 양식어업과 정치어업에 관하여는 관행어업권이 성립할 수 없다.


대상판결: 어촌계가 특별한 시설 등을 갖출 필요없이 면허를 받아 어업행위를 할 수 있었음에도 절차상의 이유등으로 면허를 받지 못한 채 무면허공동어업을 해온 경우와는 달리 애초에 면허를 받을 수 없는 공단지정지역내에서의 무면허어업행위는 위법성의 정도가 강하므로 그로 인한 수입은 위법소득이다.
 
다. 어업소득과 위법소득
1) 대상판결의 의미
대상판결에 대하여는 이것이 대법원의 위법소득에 대한 종래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즉, 대상판결에서 위법행위로 인한 소득이 위법소득인지는 입법취지와 비난가능성을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것과 무면허/무허가 어업소득의 경우 특별한 시설등이 없이 면허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절차상의 이유로 면허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위법소득이 아니라는 판시부분은 85다카718판결이나, 94다9368판결에서 이미 판시되어 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85다카718판결, 94다9368판결 그리고 대상판결의 판시내용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무면허/무허가 어업소득이 위법소득인지 아닌지는 결국 당해 어업행위자가 절차적인 문제만 없었다면 면허와 허가를 취득할 수 있는 실질적 자격을 갖추고 있었는지로 결정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볼 경우 실질적 자격의 구비여부는 위법소득인지여부를 판단하는 일반적 기준인 입법취지와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판가름하는 척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 면허어업과 허가어업중 특정한 시설을 갖추지 않고 영위할 수 있는 어업은 마을어업외에는 없는데다가, 어업면허에 대하여는 기존의 어업권자를 1순위로 하는 내용으로 우선순위가 법정되어 있으며 어업권은 상속도 가능하므로 실제로 어업권자의 지위는 독점적이고 반영구적인 성격을 가지므로 마을어업외에 절차만 거치면 면허를 받을 수 있는 면허어업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또한 허가어업의 경우 법정의 우선순위는 없으나, 근해어업/연안어업/구획 어업의 경우 허가의 정수가 정하여져 있기 때문에, 아무리 법령이 요구하는 장비나 시설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절차만 거치면 허가를 받을 수 있는 허가어업이란 대규모 또는 상당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원양어업과 육상해수양식어업 또는 해상종묘생산어업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을 무면허/무허가어업소득의 경우 당해 수익자가 절차적 문제만 없으면 당해 면허/허가를 취득할 수 있는 실질적 자격을 가진 경우의 소득만이 위법소득이 아니하는 의미로 해석한다는 것은 무면허마을어업소득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무면허/무허가어업소득은 위법소득이라고 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또는 이렇게 해석할 수 밖에 없다면 대법원 판시내용이 합리적인 것인지를 대법원이 위법소득의 일반적 판단기준으로 설시하고 있는 법규의 입법취지와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2) 수산업법의 입법취지  
현행 수산업법상 면허를 받아야 하는 어업은 정치망어업과 각종 양식어업, 그리고 마을어업이다(수산업법 제8조 제1항). 이 제8조에 따라 면허를 받아 어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어업권이며(제2조 제8호), 어업권을 취득하지 않고 어업을 경영한 자 또는 허가없이 근해어업, 연안어업, 육상해수양식어업, 종묘생산어업, 구획어업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94조 1항 1호).


수산업법이 무면허/무허가 어업행위에 대하여 형사벌까지 과하면서 어업에 종사하려는 자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취지는, “수산자원을 조성·보호하며 수면을 종합적으로 이용·관리하여 수산업의 생산성을 높임”에 있다. 즉, 수산자원의 보전과 생산성의 향상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어업의 자유권(직업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수산업법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령인 “어업면허의관리등에관한규칙”과 “어업허가및신고등에관한규칙”의 각종 면허/허가어업의 시설기준등에 의하면 어업자원의보호, 면허/허가어업자의 보호와 일정한 생산성의 보장, 수질오염방지, 어업종사자의 안전확보가시설기준이추구하는목표임을추정할수있다.
 
가) 양식어업 관련
양식어업면허를 받기 위하여는 각각의 시설기준에 따라서 수질오염방지시설 및 적조·고수온방지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이에 더하여 월동시설등을 갖추어야 한다. 이중 필수시설인 수질오염방지시설 및 적조/고수온방지시설은 어업종사자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필수적인 시설임이 명백하며, 이러한 시설이 없는 무면허양식어업행위는 어업종사자 공동의 이익, 즉 공공복리를 저해하는 행위임이 또한 명백하다.
따라서 양식어업면허를 받기 위한 자격의 하나로서 시설을 갖추었는지의 여부는 수산업법상의 입법취지와 직접 관련되는 징표로 생각된다.
 
나) 정치망 어업
정치망어업은 일정한 수면을 구획하여 어구를 설치하고 수산동물을 포획하는 어업이다. 정치망어업면허는 따라서 어구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인 어장구역을 정하여 면허가 부여되며, 어장구역을 둘러싼 보호구역이 설정된다. 연혁적으로 정치망어업은 왕족이나 관리 등 지배계급이 전통적으로 행사하던 독점적 어업권을 구한말시대부터 법제화한 것이라고 한다. 정치망어업에서 설치하는 어구는 일정한 종류의 수산동물을 포획하기 위한 수단이고, 어장구역과 보호구역은 면허정치망어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즉, 정치망어업면허를 받기 위하여 요구되는 시설은 공공복리와는 직접 관계가 없고, 정치망어업면허를 받은 자가 일정한 수익을 얻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치망어업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시설이나 자격은 수산업법의 입법취지 달성을 위한 징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 허가어업 
허가어업에 있어서의 시설기준은 어선의 규모(근해어업/원양어업/연안어업/구획어업), 어장간의 거리(해상종묘생산어업), 수질오염방지시설등(육상해수양식어업)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으며, 이밖에 연안어업과 구획어업/근해어업의 경우 따로 해양수산부령이나 도의 조례에 의하여 도별로 허가의 정수(허가될 수 있는 최대수)가 있다.


어선의 규모에 관한 시설기준에 의하면, 구획어업의 경우 어선은 무동력선 또는 5톤 미만의 동력선이어야 하고, 연안어업의 경우 무동력선 또는 8톤이나 10톤 미만의 동력선이어야 하는데 반하여, 근해어업의 경우 최저 8톤 이상 최대 140톤 미만이어야 하며(잠수기어업 제외), 원양어업의 경우 최저 60톤 이상에서 350톤 이상의 대형어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어선규모에 대한 제한은 해안에서 먼 곳에서 조업하는 어업일수록 큰 규모의 어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아 어업종사자의 안전과 관련된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으나, 선박의 안전도는 단순히 선박의 크기를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므로 실제적으로는 어업종사자의 안전을 위한 시설기준은 아니고, 연안에서의 남획을 어선의 규모 제한으로서 간접적으로 방지하거나 허가어업자간의 이익조정이나 분쟁을 방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추정된다. 허가의 정수가 정해져 있는 허가어업의 경우, 허가의 정수 역시 연안에서의 남획을 방지하고 각 허가어업자에게 최소한의 포획량을 보장하여 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보인다(현행 수산업법 제55조 제1항은 허가의 정수를 정함에 있어서 수산자원의 상태, 현재 그 어업을 경영하는 자의 수, 그 밖의 자연적,사회적 조건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근해어업/연안어업/구획어업에 대한 시설기준 또는 자격은 연근해수산자원을 보호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실제로 허가의 정수를 현재와 같이 유지하는 것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고, 수산업법의 입법취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육상해수양식어업의 경우 허가를 받기 위하여는 면허양식어업과 마찬가지로 수질오염방지시설 및 적조·고수온 방지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시설은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수산업법이 추구하는 공공복리와 관계가 있다.


한편 해상종묘생산어업의 경우 어장간의 거리를 최소 50미터에서 최대 300미터까지 두도록 제한하는 외에 채묘시설에 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는데, 이러한 거리 제한은 당해 어업자의 밀식으로 인한 수익저하를 예방하는데 있을 뿐, 수산업법의 입법취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3) 비난 가능성의 정도
비난가능성의 정도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은 공단지정지역에서는 면허를 받을 수가 없으므로 동 지역내에서의 무면허 어업행위는 그 위법성이 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부분은 단순히 면허의 부여가 금지된 수역에서의 어업행위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강하다(또는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으로 이해하여서는 아니되고, 면허의 부여가 금지되는 구역에서의 어업행위의 경우 항로의 인근이나 공단구역내로서 안전사고(해상교통사고)의 발생가능성이 높고 수산물의 품질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공서양속에 반하고 따라서 비난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위 94다4다9368판결에서도 “어업허가 등을 받지 아니하고 꽃게나 잡어 등을 잡은 것이 공서약속에 위반하거나 반도덕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라고 판시하여 비난가능성의여부를 공서양속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공서양속이란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지만, 어업행위가 공서양속에 위반하는가 또는 그래서 비난가능성이 높은가는 일반적인 직업영위행위와는 다른 어업행위 고유의 특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즉, 어업의 자유권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기본권중에서도 농업행위와 함께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천부적이고 핵심적인 자유권이므로, 법에 의하여 권리로서 인정되는 면허나 허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기 고장의 바다에서 배를 타고 고기를 낚아 생계를 유지하는 행위는 그 행위가 비록 위법행위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비난가능성이 높은 행위라고 볼 수 없고, 실제로 생계형의 무면허/무허가 어업행위는 단속관청의 감시를 피해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그 수확량 또는 어획량이 면허/허가어업자의 어업권이나 허가어업자로서의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어업행위와 성격이 비슷한 농업행위에 관하여는, 비록 경작자가 남의 토지위에 무단으로 농작물을 경작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농작물은 경작자의 선의, 악의를 불문하고 경작자의 소유물이 되는데(대법원 68다613,614판결, 70도82판결, 77다1745판결), 이 경작물 소유권에 대한 판례는 토지에의 부합의 문제로서 다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그 근저에는 영세농민 또는 소작농등이 생계를 위하여 권원없이 농작물을 경작하는 행위는 비난하여야 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앞서 언급하였듯이 현행 수산업법상 어업면허나 어업허가는 사실상 기득권자에게만 부여되고 있으며, 면허어업이나 허가어업의 영위를 위하여는 그 시설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자본금의 투여가 선행되어야만 하므로, 영세 어민의 경우 어업의 면허나 허가를 취득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무면허/무허가어업행위자가 면허나 허가를 받을 실제적 자격이 있었는가는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4) 결론
위에서 살펴 본 것과 같이 면허/허가어업을 받기 위한 자격의 구비(또는 자격으로서의 시설의 구비)는 어업의 종류에 따라 공공복리를 위하여 요구되는 경우도 있고(양식어업 등), 단순히 기존의 면허/허가어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경우도 있으므로(정치망어업, 해상종묘양식어업), 시설이나 자격의 구비여부는 어업의 종류에 따라 수산업법의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한 어업행위의 천부적 인권성이나 면허/허가를 취득할 수 있는 실제적인 곤란을 고려하면, 시설이나 자격의 구비여부는 소규모 무면허/무허가어업행위의 비난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렇다면 수산업법상의 면허나 허가를 받을 자격을 갖추었는지(및/또는 특별한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는지)의 여부만을 가지고 대법원의 위법소득에 관한 일반적 판단기준인 법규의 입법취지와 비난가능성의 정도를 판단해서는 안되고, 자격의 구비여부는 단지 구체적 판단기준중의 하나라고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자격의 구비여부만으로는 당해 위법어업행위가 수산업법의 입법취지에 반한다거나 비난가능성이 강한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론은, 위법행위를 하고 있는 무면허/무허가 어업행위자가 면허/허가어업행위와 동등한 법적보호를 받아야 한다거나 또는 권리의 일종으로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유류오염손해와 같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서까지 위법행위로 인한 소득임을 이유로 가해자를 면책시킴으로써 피해자를 아예 법의 보호테두리 밖으로 방출함에 있어서는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만 할 것이다.  
 
* 무신고어업소득과 위법소득
신고어업(즉,맨손어업,나잠어업,투망어업)은 개인의 생계유지형 어업인데다가, 어획량에 물리적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으므로 공공복리를 위하여 규제할 필요성이 매우 적다. 이에 따라 수산업법도 무신고어업행위를 과태료 처분 대상행위로 규제하고 있을 뿐이다(제99조 제1항 제9호). 또한, 어업면허의 금지가 공고된 수역에서의 어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신고가 불수리될 가능성도 사실상 거의 없으므로, 신고어업에 해당하는 어업행위를 신고없이 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수익은 판례의 일반적 기준(입법취지,위법성의 강도)이나 구체적 기준(자격의 구비, 시설의 불요)을 모두 고려하여 보아도 위법소득으로 보아야 할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되며, 이렇게 무신고어업행위로 인한 소득에 대하여는 위법소득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수산자원보호령에 의하여 포획/채취 금지된 수산동물의 포획/채취로 인한 소득은 그 행위에 대하여 징역 또는 벌금형등의 형사벌이 과해진다는 점, 포획/채취의 금지가 수산동물자원의 고갈을 막는 신고어업자 공동의 결과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 비추어 법률의 입법취지에 반하고 신고어업자들 상호간의 비난가능성도 높으므로 위법소득으로 보아야 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되며, 무면허/무허가 어업행위로 인한 소득 역시 이런 행위로 인한 소득에 대하여는 마찬가지로 생각된다.
 
라) 무신고공중위생영업 소득 등
공중위생영업(숙박업, 목욕장업 등)을 하기 위하여는 먼저 일정한 시설 및 설비를 갖추어 신고하여야 하고, 미신고공중위생영업행위는 형사처벌을 받는 행위이다. 한편, 공중위생관리법은 공중위생영업시설의 위생관리, 즉 시설이용자의 건강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이러한 업종 역시 대개 영세한 규모로 이루어지는 생계형 영업인 경우가 많으나, 이러한 업종을 영위할 직업의 자유는 어업의 자유만큼 강하게 보호할 필요는 없고, 공중위생관리법은 불특정 이용자의 건강, 즉 인간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에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정한 위생관리기준에 미달하는 공중위생영업행위는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반하고 그 비난가능성도 매우 높으므로, 그로 인한 소득은 원칙적으로 위법소득으로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관광진흥법이 규율하는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객이용시설업, 국제회의업등은 상당한 규모의 자본금을 투입한 후 용역대가를 가득하기 위하여 하는 영업들이므로 이러한 영업을 무등록상태에서 영위하여 얻는 소득에 대하여까지 법이 보호해 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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