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회원가입  |  PDF보기
최종편집 2018.8.17 금 14:32 시작페이지로설정즐겨찾기추가
> 뉴스 > 칼럼/오피니언 > 칼럼
     
조타실의 경제학(7)
해운의 중요성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발전 방향
[539호] 2018년 07월 26일 (목) 11:26:55 고병욱 komares@chol.com
   
고병욱
경제학 박사(http://blog.daum.net/valiance)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벌써 한진해운이 역사 속에 사라진 지 만 2년이 지나고,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쉬움 속에서 지난 7월 5일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출범했다. 여기서 한진해운 사태의 교훈을 짚어보고, 이러한 아픔을 극복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한국 해운 산업생태계의 재도약을 위해 나아갈 바를 제안하고자 한다.
 

해운의 중요성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으로는 북한에 막혀 있어, 사실상 섬나라이다. 따라서 해운과 항공을 통하지 않으면 해외 국가들과 교류할 수 없다. 5,000만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철광석, 석탄 등의 원자재들은 사실상 100% 해운으로 수송되고 있다. 우리에게 이 같은 사실보다 해운의 중요성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없다. 그러나 2016년 8월 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당시에 구조조정 당국은 세계 7위의 우리나라 최대 컨테이너 선사가 없어지더라도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수출입 물류서비스를 원만히 제공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이 같은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진해운 사태를 미래의 해운산업정책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해운산업의 국민경제적 중요성을 국민과 정부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해운산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예’라고 답변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국제무역의 경제적 중요성과 수출입 물류 기간산업으로서의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국가는 국제무역을 통해서만 필요한 에너지 및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국제무역은 비교우위의 원리에 따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왜 우리나라가 우리 보다 생산성이 낮은 국가와도 무역을 하는가? 바로 특정 국가가 모든 산업에서 절대 우위를 갖고 있더라도, 교역 국가 상대방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더 생산성이 높은 산업에 전문화할 때 양 국가 모두 생산성 향상과 소비재 확대라는 무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국제무역을 통해 양 국가가 시장을 개방하면 경제규모가 커져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상품에는 더 많이 팔수록 단위 원가가 떨어지는 소위 ‘규모의 경제(scale economy)’ 효과가 발생한다. 따라서 시장개방을 통해 서로의 판매시장이 커지면, 기업들은 보다 큰 시장에서 영업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에 따라 보다 싼 비용으로 이들 상품을 시장에 제공할 수 있다. 바로 중국이 전대미문의 고도성장을 이어나가는 것은 중국 자체적으로 13억 명의 시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5,000만 명의 시장이 아닌 13억 명의 시장에서 투자와 혁신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은 자명하다.
 

   
[그림1] 아시아-북미 항로에서의 한국 프리미엄       (단위:달러/FFU)

위와 같이 국제무역을 통해 에너지 및 원자재를 확보하고, 비교우위의 원리에 따라 생산성 향상과 소비재 확대를 추구하고, 시장 확장을 통해 투자와 혁신을 견인하는 일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안정과 발전을 위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를 줄여서 우리는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이라고 부른다. 경제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이 같은 대외 의존적 경제운영에 대해 내수 진작의 보완성을 지적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같은 비판적 견해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국제무역을 통한 경제 발전 전략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될 것이다.
 

바로 이 같은 대외 개방 전략의 맥락 속에서 해운산업이 국민경제적으로 수행하는 기능이 올바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처음에 언급했던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육성하는 해운산업이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경험과 직관은 남북이 대치하는 정치․군사적 상황에서는 유사시에 필요한 수송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국적 선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아가서 필자는 한진해운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해운시장의 변화 속에서 이 같은 국적 해운산업의 존재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림-1]은 한진해운사태로 인해 아시아-북미 항로에서 우리나라 컨테이너 운임이 일본 운임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더 오른 소위 ‘한국 프리미엄’을 보여주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1년 이상 꾸준히 ‘한국 프리미엄’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올해 1월 중국의 춘절 전(前) 물량 밀어내기로 선복이 부족했던 시기에 ‘한국 프리미엄’이 높게 나타난 것은, 선사들의 공급조절로 인해 선복이 부족해지면 우리나라 수출입 화주의 추가 운임부담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림 1] 아시아-북미 항로에서의 한국 프리미엄(단위 : 달러/FEU)


필자는 바로 이러한 ‘한국 프리미엄’이 국적 선사, 즉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필요한 이유를 글로벌 시장에서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프리미엄’은 한진해운이 있었다면 우리 수출입 화주들이 지불하지 않았을 운임이다. 따라서 화주들은 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운임인하효과를 향유할 수 있었다. 경제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금전적 외부효과’(pecuniary externality)라고 한다. 문제는 수출입 화주들이 너무 많아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업체 중 해운을 통한 수출업체는 69,767개, 수입업체는 112,596개이다(한국무역통계진흥원).

 이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이 같이 일상생활에서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편익에 대해 대가(代價)를 지불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즉 조정실패(coordination failure)가 발생하는 것이다.
해운산업은 이 같은 운임인하 효과 뿐 아니라,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서 국민의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기능을 한다. 한진해운의 연간 매출이 약 7조 원 규모였으니, 10%가 순수한 부가가치라고 하더라도 7,000억 원의 소득이 사라진 것이다. 이를 단순히 평균 연봉 7,000만 원의 일자리로 환산하면 연간 1만 개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바로 이 같은 국적 해운산업의 국민경제적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중국, 독일, 대만, 일본 등은 자국 해운 산업생태계를 위해 금융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해운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강조해야 하는 사실은 해운은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을 통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형적인 글로벌 전략 산업이라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전략적이라는 말은 군사적으로 중요하거나 경제정책 상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국제무역이론에서는 ‘전략적’이라는 표현을 게임 상대방의 전략에 따라 자신의 이해관계가 변화하는 경우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인터넷에서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이라는 키워드로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발전 방향
지난 7월 5일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공사’로 칭한다)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법정 자본금 5조 원 규모의 해운에 특화된 금융지원 기관이 설립된 것이다. 해운과 항만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및 보증을 통해 우리나라 해운의 양적 성장 에너지를 충전한 것이다. 또한 공사는 해운거래 지원, 친환경선박 대체․국가필수해운제도․한국해운연합 지원 등의 종합적인 지원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는 공사가 부여받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재도약의 미션을 수행함에 있어 추가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는 발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해운투자의 수익성 및 시장위험 관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대선전문기관 자회사의 설립이 필요하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공사의 신조 선박 투자 방식은 해운회사의 자사선 건조에 후순위 보증 등을 통해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다.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약 200 척의 신조선 투자에 지원하는 것으로 규모가 매우 크다. 그러나 이렇게 개별 해운회사에 선박 운영에 따른 수익과 시장위험 관리를 모두 맡기는 것보다, 대선전문기관을 설립하여 운영 선대를 대규모화하는 것이 수익과 시장위험 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다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선사들의 자사선 투자방식은 불가피하게 부채비율 증가라는 재무구조 악화를 수반한다. 이보다는 공사와 국책은행, 민간은행이 대선전문기관의 신조선 금융을 지원하고, 대선전문기관이 기간용선 형태로 선사에게 선박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해운산업의 시황 변동성을 반영한 원리금 상환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즉 시황연계(cycle-linked) 원리금 상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일반 금융기관은 차입자들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대출 포트폴리오가 경제 전반의 성장률을 따르도록 하는 소위 ‘대수의 법칙’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와 같이 해운금융에 특화된 경우에는 이 같은 차입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시간 축(軸)을 따라 해운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활용하는 일종의 변형된 ‘대수의 법칙’을 활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운시황의 호불황에 관계없이 원리금을 회수하게 되면, 차입 선사는 호황기에는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지만, 불황기에는 유동성 부족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흑자 부도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호황기에는 보다 많은 원리금을 상환받고, 불황기에는 보다 적은 원리금을 상환받는 시황연계 원리금 상환 프로그램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첫 번째로 언급한 대선전문기관이 설립된다면, 이 기관의 대선료 또한 이 같이 시황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국적 선사의 신흥 해운시장 파트너쉽 강화와 연계한 공사의 투자 대상 확대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UNCTAD의 Liner Code에서 수출, 수입, 3국 화물 적취율을 40:40:20로 설정한 것과 같이, 신흥 해운국가들은 유럽, 동북아시아 선도 선사들의 자국 해운시장 진출에 대해 국수(國粹)적인 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경쟁국이 취하지 않는 새로운 시장진출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신흥 해운국가와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여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운송 영업을 하고, 신흥국가는 해운산업 노하우 획득과 안정적인 수출입 물류서비스 확보라는 편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신흥 시장에 진출하는 국적선사와 협력하여 공사는 이들 시장에서 신규로 창출되는 컨테이너선, LNG선 등의 고부가가치 선박의 발주 수요를 우리나라 조선소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사가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의 대상에 이들 신흥 시장의 발주기관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앞서 제안한 대선전문기관이 선대 운영의 노하우를 축적한다면 이들 신흥시장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볼틱운임지수 기반의 해운금융 융합 투자상품을 조기 도입하여 해상운임선도거래(FFA) 시장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FFA 시장이 국내에서 활성화되면 다양한 부가적인 편익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FFA 거래에는 시황정보의 생산이 필수적인 바, 이들 시황정보를 취급하는 전문 해운중개업자의 사업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이다. 이들이 거래 중개에 필요로 하는 시황정보 시장이 조성되고, 국내에서도 FFA 시장을 중심으로 이러한 시황정보가 활발히 유통될 수 있다. 따라서 해운중개의 당사자인 선사와 화주도 이렇게 생산된 시황정보를 활용하여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제고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FFA 시장이 활성화되면, 우리나라에서 역점적으로 개발해 오고 있는 한국형(또는 동아시아형) 운임지수에 기반한 FFA 거래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국내 해운시황 정보의 생산능력이 부족하고 관련 시장의 규모도 작은 상황에서는 한국형 운임지수에 기반한 FFA 거래의 전면적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단계적인 FFA 시장기반 조성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해운이 우리의 일상적 생활공간이 아닌 바다에서 이루어지지만, 바다를 통한 국제무역에 의해 우리의 일상생활이 영위되고 있음을 국민 모두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우리 국민들이 해운산업에 대한 질책과 함께 보다 큰 응원을 보내주시길 기대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고병욱의 다른기사 보기  
ⓒ 해양한국(http://www.monthlymaritime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  |  기사제보  |  광고ㆍ제휴문의  |  정기구독신청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23길 54, 세종빌딩 10층  | 전화번호 02-776-9153/4  | FAX 02-752-9582
등록번호 : 서울라-10561호  | 등록일 : 1973년 7월28일  | 발행처 : (재)한국해사문제연구소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현규
Copyright 2010 해양한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onthlymaritim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