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총 선박량 39만 6,000teu 규모에 해당하는 컨테이너선 20척 발주를 위해 현대상선에게 3조 1,541억원의 자금을 지원하였다. 현대상선은 태평양항로에 투입될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1만 5,000teu급 8척과 유럽항로에 투입될 2만 3,000teu급 선박 12척 등 총 20척의 선박을 국적 조선 3사에 발주하였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는 현대상선이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선사 및 선박의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기회를 제공한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덩치불리기
세계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초대형 선박의 발주와 경쟁업체의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 그 결과, 2012년 9월 기준 상위 5대 선사의 시장점유율이 45.4%에서 2017년 11월에 63.9%로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세계 최대선사인 Maersk사는 1999년 미국의 Sea-Land사를 인수하였고, 2005년 세계 3위의 선사인 P&O Nedlloyd를 인수하여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로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2017년 독일의 Hamburg Sud를 인수합병하면서 보유 선박량 403만 teu로 세계 컨테이너 선박의 19.4%를 점유한 초대형 글로벌 선사가 되었다. 세계 3위의 선사로 부상한 중국의 COSCO Group은 2016년 자국의 CSCL을 통합하였고, 2017년 홍콩의 OOCL을 인수하여 보유 선박량 281만 teu의 거대선사가 되었다. CMA CGM사는 2006년 Delmas, 2007년 모로코 국영선사 Comanav, 대만의 CNC, US line의 인수 그리고 2016년 APL을 인수하여 선박량 263만teu를 보유한 글로벌 선사가 되었다.

독일의 Hapag-Lloyd 또한 2005년 캐나다 철도회사 소유 CP Ship을, 2014년 칠레의 CSAV, 2016년 UASC를 합병하여 세계 5대 선사로 자리매김하였다. 반면에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의 MSC는 인수합병 없이 주로 신조발주를 통해 선박량을 증대시켜 세계 2위의 거대선사로 발전하였고, 대만의 Evergreen사도 1998년 Lloyd Triestino를 인수한 이후 새로운 인수합병 없이 선박확보를 통해 120만 teu를 보유한 글로벌선사로 성장했다. 한편 일본의 3대 컨테이너 선사인 NYK, MOL, K-Line은 컨테이너 부문의 자발적 통합을 통해 보유 선박량 153만teu의 합작법인 ONE(Ocean Network Express)을 2018년 4월 출범하였다. ONE의 출범이 시사하는 바는, 인수합병을 통하여 선대규모를 키우는 글로벌 선사들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자발적 통합을 통해 공동의 이익과 생존을 위한 규모의 경제와 상생협력관계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왜 선사들은 덩치를 키우는가?
컨테이너 해운시장에서 글로벌선사 간 인수합병이 보편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 간 인수합병은 경쟁적 또는 경영적 이유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컨테이너 선사 간 인수합병은 그것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비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 서비스지역의 다변화를 통해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세계 8위의 컨테이너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화주는 물론 항만 등 연계 물류업체에게 큰 손실을 끼친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생존이 확실한 거대선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은행 등 투자기업들도 대마불사의 관점에서 규모가 큰 기업을 선호하고 있고, 해운불황기에도 대형 선사가 자금을 확보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에 덩치를 키운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인수합병 대부분은 특정 간선항로 및 피더항로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CMA CGM사의 APL 인수합병, Maersk사의 P&O Nedlloyd사와 Hamburg Sud의 인수합병, 그리고 중국 COSCO와 CSCL의 합병 등은 동일시장에서 경쟁자 수를 줄이며, 선사의 몸집을 불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인수합병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IR 자료 기준으로 추정한 선사들의 teu당 비용은 Maersk사가 1,117달러, CMA CGM, Hapag-Lloyd가 각각 1,145달러, 1,153달러로 선사의 규모가 클수록 그 효과가 크다는 것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Drewry 자료에 의하면, 선박 크기에 따른 단위당 운송원가는 8,000teu급 선박의 운송원가를 1,000달러로 가정하면, 1만teu급 선박은 930달러, 1만2,000teu급 선박은 781달러, 1만 4,000teu급 선박은 500달러, 1만 8,000teu급 선박은 259달러로 선박의 크기가 커질수록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Maersk의 주력 선박인 1만 8,000teu Triple-E급은 현대상선의 주력선박인 8,000teu급에 비해 우월한 비용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초대형선박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국적 컨테이너 선사에게 남은 골든타임은?
한국 유일의 글로벌 선사인 현대상선은 보유선박량 41만teu(자사선박 13만teu, 용선선박 28만 teu)로 세계 10위권의 선사에 진입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120만teu 이상을 보유한 글로벌 선사는 7개 이다. 현대상선이 세계 5대 글로벌 선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00만teu이상의 선박량을 확보하는 것이 요구된다. 현대상선의 용선비율을 60%로 가정했을 경우, 보유선박 200만teu의 선사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 소유했거나 소유하게 될 43만teu 외에 추가적인 37만teu의 선박 발주가 요구된다. 현재 발주된 선박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2만 3,000teu급 선박은 2020년 2분기에, 현대중공업의 1만 5,000teu급 선박은 8척은 2021년 2분기 인도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들 선박이 시장에 투입되기 전에 생존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2M+HMM 얼라이언스는 2020년 3월 말로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에 현대상선은 새로운 얼라이언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현대상선과 2M간의 계약은 아시아-미서한 노선은 선복교환으로, 아시아-미동안과 아시아-유럽/지중해는 선복매입형태로 계약이 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상호 호혜적인 얼라이언스 협정이라 말하기 어렵다. 현대상선은 2020년 3월 선박공유협정(VSA: Vessel Sharing Agreement)으로 기존의 얼라이언스와 재계약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얼라이언스에 가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얼라이언스에게 매력적인 초대형 선박의 확보는 물론, 간선-피더항로 간 체계적인 물류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부언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해운연합(KSP) 선사 간 자발적인 통합이 현실화되어야 한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부문 통합 사례가 확산되어 원양 1사와 근해 1~2사의 협력체제를 갖추고, 이들 기업에 친환경 선박의 발주를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통합을 통한 운항 및 항만비용의 절감은 선박의 대형화가 주는 단위당 운송원가 절감에 상응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탈적 해운시장에서 국적 컨테이너 선사들이 발주한 경쟁력 있는 초대형 선박과 친환경 선박이 시장에 투입되기 전에 생존을 담보할 유일한 통로는 통합을 통한 비용절감과 체계적 물류네트워크의 구축이다. 국적 컨테이너 선사들에게 주어진 생존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전문가와 해운기업인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