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항만 견학 수준에서 항만 마케팅으로 변모
물류 네트워크 구축으로 물동량 확보 노력

 

부산항은 올해 들어서만 중국항만 3곳과 포트 얼라이언스를 체결했다. 사진은 중국 다펑항과 맺은 MOU
부산항은 올해 들어서만 중국항만 3곳과 포트 얼라이언스를 체결했다. 사진은 중국 다펑항과 맺은 MOU

 

항만간 국제교류협력이 늘고 있다. 시사용어 가운데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사용량이 늘어난 단어로 MOU(Memorandom of Understanding : 양해 각서)가 있다. 양해각서는 본 계약 전후에 양해된 사항을 확인·기록하는 것으로 법적인 강제성을 가지지는 못한다. 이렇게 법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는 특성 때문에 국내 주요 항만들도 이런 MOU의 바람을 타고 세계 각 항만들과 ‘교류협력(Port Alliance)’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비교적 손쉽게 체결되는 만큼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각 항만들이 교류협력을 통해 실리를 얻으려는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그 현황을 점검해 보았다.

 

PA설립 후 ‘포트 얼라이언스’
부산 9개, 인천 6개, 광양 1개

  최근 국내항만과 외국항만과의 교류협력 체결이 활발해지고 있다. 부산항은 올해에만 잇달아 3개의 중국항만과 협정을 맺은 것을 비롯하여 BPA 설립 이후 해외 9개의 항만과 교류협력을 약속했으며, 인천항은 르아브르 항을 시작으로 과거 인천해양항만청과 자매결연 협정을 맺었던 해외항만들과 재조인식을 통해 관계강화를 도모하면서 IPA 설립 이후 6개의 항만과 자매결연 조인·재조인식을 가졌다. 광양항도 지난해 중국의 타이창항과 포트 얼라이언스를 맺고 신규항로 개설 등 물동량 창출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게 교류협력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국제화 시대를 맞이하여 항만 네트워크 구축으로 물동량 증가와 포트 세일즈 등 실리를 추구하는 차원도 있지만, MOU라는 부담 적은 협의 방식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는 점도 일조하고 있다.

 

국내 주요항만의 해외 교류협력 현황
국내 주요항만의 해외 교류협력 현황

 

부담 적은 MOU통해 교류협력 늘여
항만 간 교류협력 MOU 문서는 ‘양항만이 우호협의를 통해 자매결연을 체결하기로 합의하였다’는 내용과 △양측 대표단 상호 방문을 통한 항만 발전 방향 논의 △상호직원 파견근무를 통한 인적교류 △항만운영에 필요한 정보 교환 및 신기술 도입 △기타 추후 합의한 교류 사업 등과 같은 광범위한 교류협력 사항 등이 담긴 1장 내외의 서류이다.

 

대부분의 교류협력 MOU내용이 이와 대동소이하지만, 중국과의 협의에는 간단한 협력 방식만을 담는 것으로 충분한 반면 미주와 유럽 쪽 항만들은 비교적 세부적인 교류협력 실천 방안까지 명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또 교류협력에도 ‘자매항’, ‘우호협력’, ‘협력의향’ 등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실무자들은 “내용상으론 큰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IPA 관계자는 “자매항이 형식상 가장 친밀한 형태지만, 한 국가에서 하나의 항만하고만 자매항 체결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미국 LA항이 이미 우리나라에선 부산항과 자매항을 맺었기 때문에 인천항과는 우호협력항만으로 조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해외항만과의 교류협력이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협력 체결활동의 실효성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실적위주의 행정’이라거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치인들의 해외연수처럼 예산만 낭비하는 ‘형식상의 행사’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마케팅·홍보 강화로 교류협력 실리 챙겨
각 항만의 실무자들은 “항만간의 교류협력도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교환근무자의 역할 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초기 교환근무자의 역할은 ‘선진항만 시찰과 우호 증진’이었다. 이것이 ‘현지 항만·기업정보 수집과 현황 보고’로 발전하고 이어서 ‘현지 기업과 국내 기업 간의 연계창구 역할 및 기업 연결을 통한 물동량 유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견문을 넓히는 수준이었던 것이 이제는 전문적인 마케팅으로 발전해가는 것이다. 또 교류협력을 체결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많은 혜택을 주고받을 수 있다.

 

교류항만끼리는 서로의 홈페이지에 무료로 링크와 배너(Banner)광고를 올려주는 것부터 해당항만을 이용하는 화주와 선사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상대항만을 소개하게 되므로 실질적인 홍보와 물동량 유치, 항로개설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인천항 우수기업 인센티브 시상식에서 인천의 자매항 CEO들이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이를 통해 인천항은 행사의 격을 높이고 자매항들은 인천항 이용자들에게 자기 항만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예산 낭비 아닌 실질적 비용절감 효과
또 ‘예산낭비’라는 우려와 달리 해외항만과의 MOU 체결과 이후 교류협력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 규모는 크지 않다. 교류협력 체결에 드는 비용은 해외항만 현지에서 체결할 경우에는 출장비가, 국내에서 체결할 경우에는 행사 비용이 지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MOU체결만을 목적으로 출국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개 현지에서 국제 세미나 혹은 전시회 등 포트 세일즈를 위해 필히 참석해야 하는 행사가 열리는 때에 맞춰 협약식을 가지므로 출장비용에 대한 부담은 적은 편이다. 국내 행사비용도 플래카드 제작과 만찬 제공 외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전술한 마케팅이나 홍보효과를 통해 절감되는 비용을 계산하면 해외항만과의 교류협력은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민영화 이후 항만공사들이 예산 절감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관계로 해외항만과의 교류협력에도 효율적으로 비용을 집행하고 최대한의 실리를 얻으려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항만 부산항
부산항은 마케팅적 측면 외에도 세계 상위권 항만인 만큼 한국 대표항만의 성격을 띠고 교류협력을 체결하기도 한다. 부산항 교류협력 현황의 성격을 거리별로 분석하자면 △인근 중국과 일본 서안은 물류 네트워크 구축이 목표 △LA항과 로테르담항 같이 부산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선진항만들은 이들의 앞서가는 부분들에 대한 벤치마킹이 목표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와 같은 항만은 정부의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 양성책에 따라 향후 투자·개발을 위한 사전 포석 마련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3월에 MOU를 맺은 다펑항과는 4월에 정기항로가 개설되어 22일 첫 선박 '베가소냐'호가 부산항에 입항는 성과를 거뒀다.
3월에 MOU를 맺은 다펑항과는 4월에 정기항로가 개설되어 22일 첫 선박 '베가소냐'호가 부산항에 입항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3월과 4월 다펑(大豊), 대련(大蓮), 수분하시 등 인근 중국지역 항만 3곳과 교류협력을 체결한 부산항은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22일 다펑항과의 신규항로가 개설되어 가시적인 성과를 얻게 되었다. 현재 부산항 환적화물의 25%가 중국에서 나오고 있으며, 중국 랴오닝성 최대 항만인 대련항은 부산과의 5위 교역항만으로 연간 컨테이너 교역량은 35만teu로 이중 23만teu가 환적화물이다.

 

BPA관계자는 “부산항이 보다 많은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인근 항만과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요구 된다”면서 “중국 동북 3성의 화물 중 상당수가 대련을 통해 나가서 상해에서 환적을 한다. 교류협력을 통해 이 환적물량을 부산항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다펑항과 같이 배후에 대규모 제조업체를 가지고 있는 신생항만, 수분하시와 같이 큰 항만이 없는 중국지역의 물량도 부산으로 오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란 판단으로 MOU를 체결하게 된 것”이라 밝혔다. BPA는 또 일본의 니가타항과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이 지역에서 미주로 수출되는 화물을 부산항으로 유치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인근 항만과의 교류협력이 가시적인 물동량 증가 효과를 보인다면, 먼 항만들과의 교류협력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LA항과의 교류는 최근 선진항만들이 지향하는 ‘친환경 항만’ 추진 방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LA항은 세계적으로도 환경보호 분야에서 앞서가는 항만이다.

 

여기에서 개최한 ‘환태평양 대기 오염 방지 정책 및 전략회의’ 등에 부산항도 참석하여 선진 친환경 항만의 동향과 LA항이 시행중인 환경정책의 장·단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항만은 향후 국제 터미널 운영사(GTO)정책에 따른 투자대상이므로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중계하면 실질적인 교류협력협약은 국내 대표항만 자격으로 부산항이 전면에 나서서 체결한 것이라고 한다.
부산항은 이러한 교류활동을 통해 동북아 중심항으로의 발전과 세계적인 선진항만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광양항, 낮은 물동량으로 교류협력도 어려움
부산이 국가대표 항만으로, 인천이 대중국대표 항만으로 물동량과 교류협력항을 늘려나가는 반면 물동량 증대에 난항을 겪고 있는 광양항은 교류협력 MOU를 체결한 항만도 중국 쑤저우의 타이창항 하나뿐이다. 광양항은 포트 얼라이언스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타이창항을 통한 신규 물동량 창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타이창항은 상하이항의

보조항 역할에서 벗어나 광양항과의 제휴를 통해 항만활성화를 이루기 위해 07년 12월 MOU를 체결했다.

 

광양항은 지난해 12월 중국 쑤저우의 타이창항과 포트 얼라이언스를 체결하고 신규 정기항로 개설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광양항은 지난해 12월 중국 쑤저우의 타이창항과 포트 얼라이언스를 체결하고 신규 정기항로 개설을 위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양 항만은 MOU를 통해 △주기적인 정보 교환 △항만·물류인프라 건설·운송 부문의 협력 증진 △민간의 화물집하 지원 △운송 서비스망의 확대 지원 △인적 교류 등의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양 항만은 운송 서비스망의 확대를 위해 정기항로 개설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현재 주당 2~3항차 수준의 정기항로를 개설하기 위해 선사와 교섭 중인 단계지만, 광양항의 낮은 물동량 창출 능력 등의 여러가지 난제로 인해 추진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타이창항에는 삼성과 LG의 공장이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최대의 제지회사인 ‘구룡 제지’가 위치하고 있어 원료와 제품 양쪽을 모두 보낼 수 있으나, 배후단지 활성화도 이제 초기단계에 접어든 광양항에서는 타이창항으로 보내줄 화물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광양항 관계자는 “현재 항로 개설을 검토 중인 선사와 손실보전 방안과 규모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측면도 있으므로 일단은 최선을 다해서 항로 구축에 집중할 예정”이라 말했다. 

 

인천항, 교류협력 통한 마케팅활동 강화
IPA는 해외항만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IPA 는 지난 3월 교류협력을 맺은 연태항과 함께 연태와 인천지역의 주요 물류기업들 간의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인천의 대우로지스틱스가 연태항 보세물류원구에 투자하겠다는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10월에 개최될 인천국제물류포럼에도 자매결연항인 포트클랑과 함께 말레이시아 기업이 방문하여 국내기업과의 교류도 강화할 예정이다.

 

항만간 교류협력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교환 근무자의 성격도 '선진항만 시찰'에서 '전문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교환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중국측 직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IPA의 서정호 사장
항만간 교류협력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교환 근무자의 성격도 '선진항만 시찰'에서 '전문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교환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중국측 직원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IPA의 서정호 사장


IPA관계자는 “항만끼리 MOU를 맺었다고 해서 항만끼리만 교류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항만간의 교류협력이 매개가 되어 지역 기업들 간의 교류의 폭도 늘려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발생하게 하고, 이는 결국 항만들의 물동량 증가로 이어진다”며 교류를 통한 마케팅 강화를 강조했다.


이러한 기업 간의 비즈니스 매칭에는 IPA와 연태항의 교환근무자들이 큰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IPA에서 파견된 교환 근무자는 연태 현지의 주요 화주 기업과 물류기업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얻은 자료를 국내에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천지역기업의 정보도 현지에 제공하여 기업 간의 교류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하며, 기업 간의 협의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연태에 위치한 SONY의 협력사와도 파견 근무자가 Sea&Air 국제 복합물류 마케팅과 선복량 확보에 대한 협의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또 연태측의 교환 근무자도 지난 대우로지스틱스의 투자 결정에 크게 기여했으며, 인천에서 중국 선사의 대리점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IPA관계자는 “인천과 연태의 기업들이 교류를 맺게 되면, 파견 근무자들이 지속적으로 현지 기업과 미팅을 하면서 작은 문제들도 계속 본토에 연락을 해주므로 기업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출장비용 등 비용절감의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IPA는 마케팅 측면에서의 교류협력 강화와 포트세일즈를 위해 청도와 광저우 등 중국연안의 항만들과 새로운 교류협력을 시작했으며 천진 등 이미 수교를 맺고 있는 항만들과도 재조인식을 갖고 해외 항만과의 관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과거 국제 항만교류 활동은 실질적인 이익이 없는 ‘우호관계 유지’ 혹은 명목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서로간의 물동량 확대와 선진항만의 개발도상항만 투자 등 연계와 네트워크를 통한 wini-win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국내 주요항만들의 국제 교류협력 MOU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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