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원 공급실태와 정책적 시사점

 

최근 선원 부족의 원인
선원의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세계 최대 선원 공급국인 필리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그 동안 필리핀에서 세계 상선대에 많은 선원을 공급해왔고 향후에도 이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선원의 부족은 선원을 필요로 하는 선박에 비해 선원의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에 발생한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10만 척의 선박이 세계 각국에서 운항하고 있고, 이 중 상선은 약 5만 척에 달한다(로이드 통계 참조). 이는 10년 전인 1996년에 비해 전체 선박은 약 1만 척, 상선은 5,000 척이 증가한 것이다. 외항선 1척당 승선 선원을 약 20명으로 볼 때, 최근의 선박량 증가로 전세계적으로는 약 20만명의 선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고, 화물선에만 10만명의 선원수요가 신규로 발생했다.
그러나 선원의 공급은 이에 맞춰 늘어나지는 않았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자국내 선원양성 시스템이 무너졌고, 동남아 국가에서의 선원양성도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해기사를 포함하여 선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 교수진, 실습선, 교육훈련장비 등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자국 선박의 승선을 위해 선원의 해외 송출을 제한하고 있어 선원 공급이 계속 부족한 실정이다.
  또 그 동안 전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지속되면서 국민소득이 상승하여 전통적인 3D 업종으로 인식되는 선원직에 대해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자원자가 감소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선진 해운기업들은 선원인력 확보를 위해 예전과는 다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 동안 해운기업은 저임금의 외국인 선원을 송출업체로부터 받아 승선을 시켰지만, 이제는 선원 공급국의 선원양성기관에 시설을 투자하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선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해운기업들이 선원 확보와 관련하여 관심을 갖는 가장 대표적인 국가는 필리핀이다.
현재 우리나라 해운기업도 국내 선원 자원자 부족으로 외국인 선원의 확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국적선대의 급격한 증가와 노사 합의에 따라 외국인 선원의 고용이 확대될 예정이지만 선원 공급국 현지 사정을 고려할 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 상선대 보유량도 세계 8위에서 6위로 급부상했다. 우리나라 선사가 관리하는 실질 지배선대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선원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 선원복지센터로 들어 온 선사들의 선원구인요청 규모도 폭증하고 있다. 즉 지난 2006년 1월에는 124개 업체에서 578명을 요청했고, 2007년 같은 기간에 139개 업체가 896명을 요청했으나, 2008년 1월에는 151개 업체가 1,619명을 요청했다. 이렇게 늘어나는 선원 수요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
이 글은 선원 공급국으로 우리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필리핀의 선원 양성과 해외송출 동향, 그리고 필리핀의 선원을 채용하기 위한 외국 해운기업이 노력 등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기 위한 것이다.

 

필리핀의 선원양성과 송출 실태


1) 필리핀의 선원 송출 규모와 승선 실태
필리핀은 7,100여개의 섬에서 약 1000만 명의 국민이 살고 있다. 그리고 전체 국민의 10%에 해당하는 약 100만명이 해외로 송출되어 외화를 획득하고 있다. 필리핀 국민이 해외송출을 통해 자국으로 송금하는 돈은 연간 144억 달러(US$)에 달한다. 송출 근로자 개개인은 해외 노동을 통해 1인당 평균 1,400만원을 자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이는 필리핀 국가 GDP 1,169억불(2006년)의 약 1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이다(<표-1>참조).
필리핀에서 송출한 선원인력은 현재 27만명 정도이고, 이 중 승선 중인 선원은 23만 명이다. 그리고 이들 송출 선원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연간 22억 달러에 달한다(해외 송금액 기준). 선원들이 송출되는 국가는 표면적으로 파나마, 버뮤다, 라이베리아 등 편의치적국이 대부분이다. 즉 필리핀 선원의 대부분은 편의치적선박에 승선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표-2>참조). 이에 따라 필리핀 선원의 대부분은 편의치적국이 아닌 선주국(일본, 홍콩, 미국, 영국, 독일 등)으로부터 급여를 받고 있다(<표-3>참조).
필리핀 선원들이 승선하는 선박의 종류를 보면, 여객선이 4만6,752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벌크선 4만5,697명, 컨테이너선 3만2,156명, 탱크 2만8,377명 등으로 다양한 선종에 승선하고 있다. 그리고 직급은 Ratinge이 13만6,5798명, 사관급이 52,757명 등이다. 직책은 Able Seaman이 32,483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오일러 2만명 등이다. 송출 선원 중 여자 선원은 6,436명으로 전체 승선원의 2.8%를 차지한다.
그러나 필리핀도 선원이 무한대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 선원 중에서는 해기사가 부족하다. 해기사 중에서 경험많고 실력있는 1기사는 육상으로 전직을 많이 하여 가장 부족한 직책이다. 그리고 1항사도 부족하고, 3항사는 갑판수(AB)에서 진급 추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많지 않다. 또 선장과 기관장도 풍부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부원 중에서는 조기장(No.1 오일러), 기관원(와이퍼), 갑판장(Bosun) 등이 부족한 직급이다.

 

▲ <표-1> 필리핀의 해외송출 인력 및 자국송금 현황 <자료:필리핀 해외고용청>

 

 ▲<표-2> 핀리핀 해외송출 선원의 선박 국적 분포(2006년)

 

 

 

 

 

 

 

 

 

 

 

 

 

 

 

 

 

 

 

 

 

 

 

 

 

 

 

2) 필리핀 선원의 특징과 임금수준
현재 필리핀 선원들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임금 수준에 비해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영어 구사능력도 좋아 업무 이해력이 높고 선내에서 생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는 필리핀인 특유의 낙천적 성격도 연관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리핀 선원들이 높게 평가되는 것은 자국내 선원 송출경험이 많은 숙련된 교육기관과 업체가 많다는 점이다.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해상 근로에 대비하여 안전교육도 체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동안 필리핀은 미국으로부터 안전관리 우수국가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해 항만국통제(PSC) 등에서 불편함이 있었는데 선원분야는 교육을 통해 이런 부분을 극복하고 있다.

필리핀 선원들은 동양의 국가 중에서 가장 서구적인 사고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  이로 인해 필리핀 선원은 공사 관계가 분명하고, 일과 외 시간의 상급자의 업무지시나 사적인 부탁은 거부하거나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선원의 임금은 개도국 선원 중에서는 높은 편이다. 벌크선의 경우 선장이 5,300불 수준에서 7,000불로 상승했다. 1항기사는 4,000불, 2항기사는 2,200불, 3항기사 1,900~2,000불 수준이다. 그러나 3항사는 현재 케미컬 선박에서 2,800불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부원의 경우 ITF 협약 대상 선박은 ITF와의 협약과 같이 지급되나, 국가별로 약간 상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TF 협약대상이 아닌 일반 선박의 경우 수직급은 800-750불, 부원직은 400-500불(평균 450불)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2) 그러나 부원 선원은 임금 인상이 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현재 부원이 과잉 상태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만약 일부 선사에서 기존의 낮은 임금을 제시하는 경우 선원 송출업체에서는 선원들의 자질을 보증하지 못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일부 선사에서 매우 낮음 임금(예, 1항기사 2,000불) 제시할 경우 문제있는 선원만 송출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은 선사도 감수한다고 한다.
현재 필리핀을 비롯한 전세계 선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선사도 어려움에 처했지만 필리핀의 선원 송출업체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사에서는 기존의 임금으로 선원을 공급받길 원하고 선원들은 오른 임금을 기대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필리핀에서는 선원을 공급하지 못해 도산하는 맨닝회사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신조선을 인수할 수 있는 선원을 구하지 못해 육상 감독들이 일시 승선하는 사태도 발생한다고 현지 업체들이 전했다. 
최근 필리핀에서는 선원 송출업체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기존 송출업체는 선원인력의 송출과 단순관리만 했다. 즉 선주사가 맨닝사에 선원을 요청하면 맨닝사는 선원을 확보하여 계약 조건 등을 설명하고 승선의사가 있는 선원들의 리스트를 선주사에 통보하고 수락되면 선원을 공급한다. 그런데 최근 송출업체는 송출업무와 더불어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다. 인력 송출업체는 자기들이 추천한 선원들이 선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하기 위해 운항, 안전, 조리, 해사법규 등 선원의 직책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송출업체가 많아지고 선원 자질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워지면서 선원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3) 필리핀 정부의 선원 정책
필리핀 정부의 정책은 필리핀 선원의 명성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현재 필리핀 선원에 대한 정부 정책은 선원 자격과 송출인력에 대한 통계를 관리하는 수준이다. 필리핀 현지 선원들은 선원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정부는 오로지 외화획득에만 관심이 있을 뿐 선원의 복지향상이나 교육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선원도 있다. 현재 필리핀에서는 해기사 시험을 연간 3회 실시하는데, 시험 전에는 2개월 과정의 Review 센터(일종의 해기학원) 등록을 요구하고 있어 선원 지원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필리핀의 해기사 자격시험 취득율이 매우 낮은 이유도 의혹을 갖고 있다. 해기사 시험이 매우 어려워 시험 합격률이 낮은데, 현지 선원들은 해기사 시험을 주관하는 관청과 학원이 결탁한 결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선원 송출과 관련하여 관공서 서류도    매우 많고 처리 속도도 늦은 편이다. 단적으로 여권 발급에 최소 1개월이 필요하지만, 긴급처리를 신청하고 5,000페소를 지불할 경우에는 1주일내 처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항 출국장에서 송출 선원들이 서류 미비로 출국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도 허다하게 발생한다.
그러나 외국선사의 필리핀 선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대처한다. 현재 외국선사에서 필리핀 선원에 대해 하선 등 징계를 줄 경우에는 공식적인 기록서(당시 사항 기록 후 해당 선원의 날인 있는 문서를 요구)를 요구하고 만약 기록서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하선 요구도 동일 사유의 잘못이 3회 이상 있어야 가능하고 없을 경우 선주측 과실로 인정하고 있다.3)

 

<표-4> 필리핀 해외송출 선원의 승선 선박 선종(2006)
<표-4> 필리핀 해외송출 선원의 승선 선박 선종(2006)

4) 필리핀 국립해양대학 -

    필리핀 해기사의 산실
필리핀에서 해기사는 4년제 대학인 국립 필리핀 해양대학(PMMA: Philippine Merchant Maritime Academy)에서 배출되고 있다. 필리핀 해양대학은 전국의 고등학생 중 성적이 상위 5% 이내인 우수한 학생만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필리핀에는 해군사관학교가 없어 이 대학에서 해군 교육도 병행하는데, 선원 교육시 군사교육과 승선 교육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대학은 해군식의 엄격한 규율에 의한 교육을 특징이자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대학의 총장도 2성 장군(소장)이 맡고 있다. 학생들은 해양대학을 졸업하면 해기사 면허를 취득하는데, 장교로 임관하여 군 복무를 하거나 승선을 하게 된다. 현재는 대부분 해기사로 진출하고 있어 정부에서 필요한 인력은 차출을 하고 있다.
필리핀 해양대학의 교육 과정은 2년 좌학-1년 실습-1년 좌학/시험 등으로 구성되는데, 실습 기간에 따라 좌학시간이 달라진다. 이 대학은 각종 시뮬레이터 장비와 실습선 등 우수한 실습시설을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4)
필리핀해양대학의 수업은 전부 영어로 진행하면서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다. 그 결과 PMAA 졸업생은 주로 유럽선사들이 고용을 하고 있으며, 일본도 미리 정해진 비율의 학생만 채용을 하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에서 자국 선원의 송출을 제한한 이후 유럽 선사들은 필리핀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유럽 선사들은 고임금으로 필리핀 선원들을 확보하는데, 1항사 임금을 과거 2,600불 수준에서 현재는 4,000~4,500불까지 올려서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과 한국 선사도 1항사는 최소 4,000불까지 지급해야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5) 필리핀 선원 확보를 위한 외국선사의 동향
외국의 선사들은 필리핀에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선사들인데, MOL과 NYK는 1980년대부터 필리핀에 투자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마닐라에 선원송출회사를 설립하고 훈련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먼저 MOL은 일본 선사 중에서 해외선원학교를 설립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MOL 선박 중에서 일본인 선원이 승선하는 선박은 약 30척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20여개국의 외국인 선원이 승선하고 있다. 현재 MOL이 고용하고 있는 선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필리핀 선원으로 약 70%, 인도 9%, 유럽 6%, 인도네시아 4% 등이고, 이 밖에 러시아, 중국, 미얀마 선원도 승선하고 있다. 현재 MOL 그룹은 선박 500척에 1만 6백여명의 필리핀 선원을 승선시키고 있는데 향후 선박을 750척으로 확충할 경우 필리핀 선원 15,7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 MOL은 선박 증가와 더불어 급격히 수요가 늘어나는 선원 확보를 위해 전세계 7개소에 선원 연수소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1993년에 개설된 필리핀 현지 선원양성소(Magsaysay Institute of Shipping, MIS)는 일본 선사가 해외에 설립된 최초의 선원 교육기관이다. 그 후 MOL은 교육대상인원을 약 2배이상 증가시키기로 하고 2005년에 약 2억엔을 투입하여 MIS의 교육시설을 확장하였다.
MIS는 단기대학 졸업자를 중심으로 3개월간의 교육과정을 거쳐 MOL 소유선박 및 관계선박에 간부 후보생으로 승선을 시킨다. MIS 졸업자는 1993년 이후 약 2,000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약 1,000명이 취업중이고 300여명이 간부 선원이다.
NYK는 필리핀 현지에 교육부의 학력인증을 받는 NYK 상선대학을 설립했다. 이 학교의 정식이름은 “NYK-TDG Maritime Academy”5) 이고, 학교 설립에 20억엑을 투자했다. 2007년 6월에 개교 행사에는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도 참석할 정도로 현지의 관심이 높았다.6) 이 학교는 마닐라 중심가에서 1시간 반 정도 거리인 카멜타운에 위치하고 있는데, 900 Ha의 규모에 사무동, 아카데미(강의동), 기숙사, 마리너스빌딩(실습실), 체육관 및 수영장, 강의동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학생은 매년 120명을 선발하는데 30명을 한반으로 4개반을 운영한다. 특히 올해에는 4,000명이 지원하여 33대 1의 응시율을 기록했다.

정책적 시사점 

<표-5> 필리핀 해외송출 선원의 남녀 비율(2006)
<표-5> 필리핀 해외송출 선원의 남녀 비율(2006)
우리나라에는 필리핀 선원을 포함하여 8,899명의 외국인 선원이 고용되어 있다(2006년말 기준). 지난 1991년 58명의 외국인 선원을 처음 고용한 이후 매년 약 40%씩 증가한 결과이다. 반면 우리나라 국적선원은 198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감소하여 약 4만명수준이다. 즉 국적선원은 계속 감소하고 외국인 선원은 계속 증
<표-6> 필리핀 해외송출 선원의 직급 분포(2006)
<표-6> 필리핀 해외송출 선원의 직급 분포(2006)
가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선사들이 필요로 하는 선원을 외국에서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저렴한 임금의 외국인 선원이 계속 공급될 것으로 믿었다. 특히 선사에서는 국내 선원의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선원수급을 둘러싼 여건은 급격히 변했다. 선박은 엄청나게 증가했으나 선원 양
<표-7> 필리핀 해외송출 선원의 직책별 분포(2006)
<표-7> 필리핀 해외송출 선원의 직책별 분포(2006)
성시스템은 정체를 면하지 못해 자질이 보장된 선원 확보를 위해 선사들이 입도선매를 하는 상황이다. 선원 확보를 위해 선투자를 못한 선사들은 고임금을 무기로 양성된 선원을 확보해가고 있다. 저임금의 선원을 송출회사로부터 공급받든 시대가 변하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선원 공급국은 투자없는 선사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선원들은 저임금 선사들을 기피하고 있다.
필리핀의 해양대학 출신을 한국선사가 고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투자와 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필리핀 해양대학에서는 학생을 추가로 받기 위해서는 기숙사 등의 시설도 필요하지만 선원교육의 자질 유지를 위해 계속적으로 인원을 증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양성되는 학생은 대부분 유럽과 일본의 선사 지원에 의해 양성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선사가 충분히 채용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선사가 필리핀 선원의 고용을 위해서는 별도의 반(Korean Class)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설 등의 투자가 필요하고 장학금도 지급해야 한다. 다른 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제 우수한 선원을 확보하기 위한 선사들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의 대상지는 국내이든 외국이든 투자 효과가 높은 곳으로 결정하면 될 것이다. 다만 선원 인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연하고 회피하여 선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선원 확보를 위한 투자는 NYK와 MOL 같은 세계 유수한 선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세계 일류 선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한편 우리나라 선사들이 외국 선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 선원들에 대한 홍보와 선원들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필리핀을 비롯한 현지에서 한국 선사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 선사 임금이 높지 않다는데 주요 원인이 있다. 필리핀 현지에서는 중국선사가 한국선사보다 임금이 높은 경우도 많다. 현실적으로 대형 및 중형급에서 중국 선사가 한국 선사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선박의 선내 분위기도 유럽식 사고를 하는 필리핀 선원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한국선원은 공사의 구분이 안 되고 당직시간과 휴식시간의 개념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좋은 선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선박량에 비해 선원 인력은 매우 부족하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잘 양성된 선원 인력은 특히 부족하다. 일본이나 유럽의 선사들은 일찍이 이 점을 간파했다고 볼 수 있다. 저임금 선원으로는 양질의 해운 서비스 공급도 곤란하다. 선박에 대한 투자가 빛을 보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선원인력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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