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해운계 - 2~3년내 5,000여명 선원 일자리 창출 대비위해 해기사 양성교육 다양화, 해외선원 투자방안 모색
연안해운계 - 4·5급 해기사와 외국인 부원 500명 양성에 나서

 

선원과 선박, 화물은 해운의 3대 요소로 꼽힌다. 중국경제의 급성장을 계기로 세계경제의 중심축이 변하는 가운데 국제교역의 패턴이 변하고 교역량은 급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해상화물과 선박도 급증현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해운업계의 선원 부족현상은 심화일로에 있다.


한국 해운업계 역시 올해 1월 선복량 기준 세계 6위(1,063척·3,676만DWT)국에 랭크하며 선복확충을 실현했지만 심각한 선원의 확보난에 봉착해 있다. 이에 정부는 물론 민간에서도 선원 수급문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분위기이다. 이제까지 국가가 양성한 선원에 의존해왔던 해운산업계는 우수한 선원의 확보에 직접 나서야 할 시점임을 절감하면서 선원확보의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 연안에서 여객과 화물을 수송하는 내항해운업계의 선원 확보난은 외항해운업계보다 휠씬 심각하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외항선박과의 임금격차, 외항해운의 호황 등의 환경에 의해 선원들이 내항선보다 외항선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다. 따라서 내항해운업계의 선원부족 상황은 선원의 고령화를 급격하게 진행시켜 60대-70대의 선원의 비율이 13%까지 올라있다.

 

젊은 선원을 구하기 힘든 선사들이 승선경험이 있는 고령의 선원을 대거 확보하고 있기 때문. 선원의 고령화는 선원의 재해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선사의 비용부담 요인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업계는 단체를 중심으로 젊고 우수한 선원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며, 일부방안은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다.


해운조합은 2008년을 ‘내항선원 수급 안정의 원년’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선원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노동부 실업자 훈련프로그램을 도입, 5급 해기사 양성과정 교육비용 지원을 이끌어내고, 조합예산으로 훈련수당을 지원해 교육후 이탈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해사교육기관에 대한 장학금 지급과 실습후 취업알선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선주협회는 5월중순 있었던 회장단 회의에서 해기사양성을 위한 ‘교육창구 다양화 방안’과 ‘우수 외국선원 선원확보방안’의 방향을 제시했으며, 추후 보다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선원수급문제 해법을 찾아나가기로 했다. 이에앞서 선주협회는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등 해외선원양성의 실태를 파악하고 돌아왔고, 현재 ‘해운산업발전을 위한 선원정책 연구’ 연구용역을 통해 선원양성은 물론 기존 선원의 복지증진 등을 통한 선원매력화 방안을 도출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본지 5월호 심층기획 <선원의 고령화와 선원재해 해부>에 이은 후속기사로 선원수급난 해소책을 강구하는 외항해운업계와 내항해운업계의 동향을 짚어봄으로써 국내 해운산업계가 가고 있는 선원수급의 현실적인 해법찾기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교역량 급증과 더불어 해상화물과 선박도 급증하고 있으나, 세계 해운업계의 선원 부족현상은 심화일로에 있는 상황이다. 한국 해운업계도 선원부족문제의 해법 모색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교역량 급증과 더불어 해상화물과 선박도 급증하고 있으나, 세계 해운업계의 선원 부족현상은 심화일로에 있는 상황이다. 한국 해운업계도 선원부족문제의 해법 모색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  내항해운업계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우리네 속담이 있다. 내항해운업계는 해운조합을 통해 내항선원의 고령화와 수급난의 해소책을 적극 강구하고 있다.
2004년부터 도입된 외국인 승선제도에 의해 현재 340여명의 외국인 선원이 승선하고 있다. 내항선원의 약 4%를 점하고 있는 외국인 선원은 선원의 고령화 해소와 수급난 해소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문제는 내항해운이 비상시 국가의 물류자원을 긴급 수송할 수 있는 교통수단임을 고려할 때,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이에따라 업계는 내항해운에 적합한 선원양성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현실적인 방안의 시행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특히 국내 해양계열 출신의 고급 해기사 대부분이 외항선박에 승선해 있는 현실은 현재의 해기사 양성체제가 내항해운의 선원수급난 해소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내항선원 육성정책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는 “고령 선원은 직무외적인 재해(지병)의 잦은 발생은 물론 재해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미숙해 사고의 대형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선박의 입출항이 잦고 도서지역에 여객과 생활필수품을 수송하는 여객선의 분포가 높은 내항해운의 안전관리 측면에서 선원의 고령화는 심각한 문제이며, 영세한 내항해운기업에 보험료 인상 등의 피해는 큰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내항해운업계는 젊은 해기사의 내항해운 기피현상에 대비한 내항만의 선원양성 체제의 필요성 인식에서 나아가 실행단계로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한 ‘내항선원 수급 안정화 대책’에 근거해 내항선원의 안정적 공급기반을 마련하고 복지제도 향상을 통한 선원직의 매력화를 체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를 내항선원 수급안정을 위한 원년으로 정하고 내항선박에서 가장 필요한 4·5급 해기사와 외국인 부원 선원 등 약 500여명을 양성, 도입해 현장에서 공급한다는 목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4월 7일 한국해양수산연수원과 내항해기사 양성을 위한 상호협약(MOU)를 체결했고, 올해부터 시행 중인 해사고등학교의 ‘2+1’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정착과 중장년층 5급 해기사의 양성과정 수료자들의 내항선박 승선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아울러 해양수산연수원에서 승선 실습 중인 해사고등학생들에게 장학금 9,000만원을 지원하는 한편 원활한 승선실습을 위해 승선실습 선박과 취업알선을 추진키로 했다. 또한 노동부 실업자 훈련프로그램을 도입해 5급 해기사 양성과정 교육생의 교육비용 전액을 지원받기로 했다. 교육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조합예산 1억원을 투입해 매월 교육생에게 훈련수당도 지원한다.

 

해운조합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과 내항해기사 양성을 위한 상호협약을 체결하는 등 내항해운 선원 양성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운조합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과 내항해기사 양성을 위한 상호협약을 체결하는 등 내항해운 선원 양성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5급 해기사 양성과정 교육생 모집을 위해 홍보전단 3,000부를 제작해 전국의 지방노동청과 서울, 인천 지하철역에 모집 공고문을 게시했다. 그 결과 100여명의 지원자중 상반기 교육생 50명을 선발해 지난 5월 7일 해양수산연구원에서 입교식을 가졌다.
이에앞서 4월 29일에는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과 ‘내항상선선원중앙정책협의회’를 개최, 외국인 부원선원의 척당 혼승인원을 현행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키로 합의하는 등 내항선원수급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조합은 향후에도 연간 3-4회 부원 선원의 5급 해기사 면허시험 대비 교육을 실시해 부원선원이 해기사로 전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5급 해기사 양성과정 수료생의 전원취업을 위해 채용박람회를 통한 교육생 사전취업계약 체결 추진과 장학금 지원, 승선근무예비역 편입인원 확대, 외국인 선원 도입규모 확대 등을 정보와 관련기관, 단체, 업계가 함께 적극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 외항해운업계
외항해운업계는 내항보다는 선원수급의 현실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회사의 규모나 선박의 규모가 크고 선박의 현대화가 내항보다 앞서있기 때문에 선원의 근로여건이 양호한데다가 최근 외항해운업계의 호황 등으로 선원을 희망하는 자들에게 우선순위의 선택을 받고 있다.


초급 해기사 공급문제는 지난해 승선예비역제도 도입을 실현함으로써, 어느정도 안정적인 수급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2009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승선예비역제도의 실행을 위해 선주협회는 오는 6월말까지 소요인원을 파악해 병무청과의 협의를 거쳐 7월 말까지 각 선사에 통보할 계획아래, 업체별 소요인원을 파악 중이다. 지금까지는 산업기능요원제도를 통해 초급 해기사의 공급문제를 해결해오다 올해로 산업기능요원제도가 철폐됨에 따른 후속대안을 마련한 것.


그밖에도 해기사교육 과정의 개편을 통해 해기사 면허취득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인천 해사고등학교 학생이 졸업전 승선실습 기간을 1년 시행함에 따라 해기사 면허 취득율이 증가(올해 기준 280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초 졸업후 6개월 승선실습후 면허를 취득했으나 이를 졸업전 승선실습으로 졸업과 면허취득 ‘2년(이론)+1년(실습)’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1)수산계 고등학교의 해기사면허 취득완화와 (2)퇴역해군의 해기사면허 취득과정 신설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은 승선실습 프로그램 이수자에 대해 필기시험을 면제하고 면접시험만으로 면허취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고, (2)는 승선실습 프로그램 이수자에 대해 필기시험을 면제하고 면접시험만으로 면허취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외항해운업계는 외국인 고용의 허용폭도 내항보다는 넓다. 그러나 증대하는 선복의 규모로 볼 때, 현재도 선원이 크게 부족한데다, 국적선사들이 신조 발주해 놓은 선박들이 대거 시장에 유입되는 시점에서 턱없이 부족할 선원공급문제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대란이 예상된다. 이에 내국 해기사 양성을 통해 해기전승을 이어간다는 ‘고용탄력’과 ‘해기전승’을 함께 풀기 위한 노사정 기본합의를 지난해 이루어냈다.


이에따라 외항해운업계의 한국선원은 향후 필수선박 300척에 5,000명으로 총원을 정해놓고 외국인 선원고용의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국가필수선박의 경우 올해부터 척당 부원 6명이내, 지정선박은 척당 8명 이내로 원칙을 정하고 노조의 합의에 따라서는 해기사도 외국인을 1명 고용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일반선박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외국인 선원 비율을 늘려 2010년에는 선·기관장을 제외한 경우 자유화한다는 것이 향후 방향이다. 그러나 이의 구체적인 시행상황은 노사간 협의결과에 따라 시행시기나 내용이 다소 다를 수 있다.     


내항해운업계에 비해 정책적으로 선원수급의 원활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이미 강구되어 있지만 올들어 선복보유량에서 세계 6위를 차지한 국내 외항해운업계의 지속적인 선복확충에 선원의 수급난은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부각되었다. 국적선사가 신조발주해놓은 선복 규모로 볼때, 향후 2-3년이내 250-300척 가량의 선박이 추가된다. 이들 선박에 척당 승선인원 20명을 기준하면 줄잡아 5,000-6,000명 선원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된다. 외항해운업계는 기존 해기인력의 유지관리와는 별개로 수천명 많게는 만여명에 달하는 선원확보 대란이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는 다급한 상황이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외항해운업계도 내국인 선원양성의 다양화와 민간차원에서의 해외 선원양성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항업계처럼 구체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와 해사교육계, 정부간에 내외국인 해기사 양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적선사들이 외국인 고용과 함께 내국 선원 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 할만 하다.


국내 선원양성과 관련, 해양대학교내 해사대학 뿐만 아니라 일반대학 학생도 해기사가 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일반학과 학생들중 해기사에 관심이 있으면 틈틈이 일정한 학점을 이수하면 승선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 그밖에 한국해양대학교내 ‘해기사 단기양성소’를 설립하자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정기간 교육을 실시해 해기사를 양성하는데, 교육이후 특정 회사가 채용한다는 계약을 맺고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운기업과의 사전 협의와 정부의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선결과제가 있다.


해외에서 선원을 양성하는 방안도 장차 선원수급문제를 푸는 현실적인 해법으로 지적된다. 한국해양대학에서는 캄보디아 등의 해외분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선원확보 대란이 목전으로 예고돼 있는 상황이기에 업계는 좀더 현실적인 행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해양대학의 해외분교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현실적인 대안으로 업계는 외국(아시아)계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우리해운기업들의 선박에서 승선실습을 시킨 뒤 취업과 연계하는 방안과 함께, 외국 현지의 해양대학교에 한국과(class)를 신설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취업과 연계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었다. 해운업계의 의지 여하에 따라서는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방안들이다.


최근 터키에서 한국해양대학에 3개월간 승선실습을 요청해온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해양대학 자체의 실습선 스케줄이 이미 확정돼 있는 상태여서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선주협회를 통해 선사에서 실습시킴으로써 인연을 맺도록 유도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선원수급 문제의 해법찾기는 전세계가 고민하는 과제이지만 이렇다할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 나라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해사고등학교와 해양대학교라는 좋은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아직은 내국 선원의 비율이 타국 선사들에 비해 많은 만큼 업계와 정부, 교육계가 의기투합해 선원부족 대란 예방책을 세운다면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올해초 세계 6위의 해운국에 올라앉은 한국 해운산업 해운 5대 강국의 진입을 앞둔 길목에서 선원의 수급문제는 우리 해운산업계가 반드시 풀어야할 중차대한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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