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과 ‘다단계’ 해결이 중대 과제
총 파업 7일만에 종결, 그러나 응어리는 ‘여전’
표준요금제 둘러싼 ‘동상이몽’ 또 도화선 될 수도

 

지난 6월 7일간 ‘흘러야 할’ 물류가 멈춰버렸다.
천정부지로 오른 유가로 모든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던 중 화물차 운송자들이 제일 먼저 두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특히 이번 물류파업은 ‘화물연대’라는 이름으로 결집된 일부 운송자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운송업자들이 운송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생계형 파업’이었다는 점에서 그 본질이 여느 때와는 달랐다.


6월 13일 화물연대를 비롯해 비화물연대 소속 화물차량들도 전격 파업에 돌입한 지 7일만에 가까스로 협상이 타결됐고, 지금은 제 모습을 찾았지만 물류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불합리한 체계로 인한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정상화는 급한 불을 끈 것에 불과할 뿐, 문제의 본질은 물류현장 저변에 여전히 응어리되어 남아 있는 것이다.


고유가로 촉발됐던 화물차 운송자들의 연대 파업을 겪은 지난 6월의 1주일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이고, 아직 풀어야 할 문제들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국제유가 급등 속 정부, 대책마련에 미흡
연초비 17% 오른 경유가, 운송업자에 ‘직격탄’
문제의 발단은 한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무섭게 올른 유류가에 있었다.
최근 유가가 급등세를 보인 것은 국제시세에 따른 것인데 원유를 둘러싸고 현재 세계시장은 산유국들의 원유생산이 제한돼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 둔화세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 중심으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되는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유 등 상품시장에 투기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데다, 산유국을 둘러싼 고질적인 정세불안까지 더해져 하루가 다르게 폭등의 폭등을 거듭한 것이다. 특히 경유에 대한 세계적 수요는 석유에 비해 더욱 급증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석유보다 경유가 더욱 높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휘발유는 수송용으로만 사용되지만 경유는 발전용과 산업용, 농업용 등 수요가 다양하기 때문.


정부는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휘발유가에 육박하게 오른 경유가는 어쩔 수 없는 시세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휘발유가와 경유가를 100:85로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있었던 만큼, 좀 더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은 것이 이번 총 파업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연초 대비 17%가량 오른 경유가는 유류비가 실질운송단가의 66.5%를 차지하고 있는 영업용화물 운전자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경유가 인상폭이 가뜩이나 화물차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아주 박하게 남기고 있는 영업마진율을 뚫고 올라가버린 것이다. 운행을 하면 할수록 적자폭이 깊어지는 현실에서 결국 국내 모든 화물차들은 ‘올 스톱’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컨운송사업자 협의회가 협상타결의 ‘단초’역할
정부, 화물차 감차지원 등 관련 대책 제시
천정부지로 오른 경유가로 촉발된 화물연대 파업은 긴박한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마무리됐다. 이번 타결의 단초로 작용했던 것은 국내 대형 물류사들로 구성된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 정부는 화물연대와의 교섭과는 별도로 문제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화주와 화주의 물량을 수주해 처리하고 있는 대형 운송업체들의 협의체인 CTCA에 직접 교섭을 독려했고, 화물운송업자와의 실질적 위·수탁 계약관계에 있는 CTCA의 사업자들이 직접 교섭테이블로 나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맨 처음 숨통이 트인 것은 CTCA 소속 14개사가 위·수탁한 2만1,000여대의 운송차량 중 1만5,000대의 비화물연대 소속의 운전자들과의 협상이 타결되면서부터이다. 이들은 6월 19일 0시를 기해 사업장으로의 복귀약속을 얻어냈고 그날 오후에 있었던 화물연대와의 5차 교섭을 통해서 운송료 19% 인상이라는 합의점을 도출해 냈다. 결국 6월 19일을 기해 총파업 상태는 종결짓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화물자동차 감차 지원, LNG 차량 전환,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대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정부는 화물자동차의 영업권과 차량을 정부에서 구매해 화물차 수를 단기간에 줄이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총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경유화물차보다 연료비가 30~40% 저렴한 LNG 화물차를 보급하고, 고속도로 통행료를 할인해 화물차주의 비용부담을 완화시켜 주기로 했다. 화물연대에서 강력하게 요구했던 사항 중 하나인 표준운임제는 화물운임관리위원회를 총리실에 구성하고 세비시행방안에 대해서는 연구용역을 착수, 시범운영을 거친 후 관련법령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운송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다단계 거래구조와 지입제 개선 등 화물운송 시장구조의 선진화를 위해 근본적인 제도개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 소속 운송사(14개사)>
△국보 △국제통운 △DTC △동방 △동부익스프레스 △대한통운 △삼익물류 △세방 △양양운수 △천경 △천일정기화물자동차 △한진 △현대택배 △KCTC

 

차주에겐 생존권인 영업권 환매 난항 예상
‘동상이몽’의 표준요금제 도입, 험로 될 듯
이번 파업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얼마만큼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과 운송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데 종사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화물차 감차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공급과잉 대수는 2만1,000대 가량. 이번 정책으로 이 모든 공급과잉 대수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의 효과가 발휘되려면 개인사업자인 화물운송차주들이 현업을 포기할 만큼의 매리트가 제시돼야 한다. 즉 영업권과 차량에 대해 정부가 제시하는 책정가가 이 제도의 실효성과 직결되는데, 과감히 전업을 선택할 만큼 정부가 제시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표준운임제를 두고는 우려되는 부분들이 더 많다. 결국 이 제도를 통해서 화물연대는 최저운임을 보장해 달라는 것인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화물연대는 강제조항까지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용역 등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해 본 이후 도입하겠다는 방침으로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화물연대와 정부에만 이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직접적인 위수탁 거래관계에 있는 물류사들 또한 화물연대와 다른 입장인 것. 여전히 화주들이 물류비용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 상황이 유지되는 한, 운송업자들에게 최저운임을 준수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얽힌 3자가 모두 ‘동상이몽’으로 표준운임제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은 표면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화물연대의 바람대로 표준운임제가 정착되기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정부는 현실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다단계 거래구조 등 운송업계의 고질적인 문제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하기로 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은 제시되어 있지 않아, ‘실체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주선업체, 운수업체보다 2배 이상 현존
2자 물류, 물류업 다단계 구조의 1차 ‘파생지’
그렇다면 국내 운송업계의 체제는 어떤 형태이기에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일까.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87년 화물운송료에 적용되던 제도로서 인가제가 신고제로 전환된다. 즉 지금의 버스요금처럼 구간별 요금이 정형화돼 있던 종전의 화물운송료 체계가 자율요금제로 바뀐 것이다. 이때부터 물류업체는 체질개선에 들어갔다. 타사보다 낮은 금액으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물류업체의 경쟁력으로 요구된 것이다.
이 체질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물류업체들은 자차비율 축소를 선택했다. 기사와 차량 등에 드는 비용을 고정비가 아닌 유동비로 전환함으로써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 이 작업을 통해 물류업체들은 자사 기사를 개별사업자로 전환시키고 자사퇴직 기사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발생되는 물량을 우선적으로 맡기고 처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모든 물류업체들이 운송차량을 위·수탁하기 시작하면서 그 틈새시장을 노린 개별차주들이 늘어났고 이들 개별차주와 기업간 다리역할을 하는 용차사업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여기에 97년부터 신규 화물자동차 운송업 진출에 대해 자율성을 보장해 준 정책이 더해지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허가제를 통해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영위할 수 있는 운송업을 정부가 제시한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영위할 수 있는 등록제로 전환된 것. 이러면서 화물자동차 운송업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부랴부랴 2004년부터 다시 허가제로 전환한 후, 현재까지 더 이상 화물운전 사업자면허를 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미 2만 여대의 공급과잉 상태가 빚어진 후였다.


현재 운송업을 둘러싼 다단계 구조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는, 5,947개사의 운수업체 수에 비해 2배에 상당하는 1만1,586개 주선업체가 존립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다단계는 운송업에 그치지 않는다. 대형화주사들이 계열사로 세워놓은 2자 물류기업이 바로 1차적인 다단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형화주사인 삼성이나 LG, 그리고 현대자동차 등은 자사 물류를 담당하기 위한 계열 물류사에 모든 물량을 전담한다. 하지만 물류인프라가 부족한 이들 2자 물류사들이 이미 한 단계 마진을 챙기고 입찰 등을 통해 전문물류사에게 물량을 아웃소싱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 실제로 CTCA 소속 회원사들이 처리하고 있는 많은 물량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과당경쟁 속 물류업체 자기반성 필요
운송업체 대형화 통해 효율성 제고해야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물류업체들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제살 깎아 먹기 식’이라도 일단 물량을 수주해 놓고 보자는 식의 영업활동은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물류업체들의 고충도 섞여 있다. 서비스는 차치하고 비용을 최우선 조건으로 여기고 있는 화주들의 현 사고방식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자칫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문제로 비쳐지는데, 확실한건 사태가 더 심각하게 되기 전에 물류업체들의 자기반성과 함께 화주들의 의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에도 물류업계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종사자는 표준요율제를 준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적중수준을 담고 있는 구간별 화물운송 태리프가 있다. 이 태리프는 쉽게 말해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버스나 전철같은 대중교통에 구간당 얼마라고 명시돼 있는 금액을 의미하는데, 이 요금을 화주와 물류업체가 서로 존중하고 준수하는 대신 물류업체의 경쟁력은 서비스에 맞춰진다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일례로 현재 물류업체가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태리프 상의 요금에서 얼마만큼의 할인가를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수탁업체에게 많은 운송료를 지불해 주기는 힘든게 현실이다.”


개별차주들을 집단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개별차주들은 한번 짐을 싣고 가면 돌아오는 길에는 기름 값에 밥값 정도만 더한 요금이 주어지면 무조건 화물을 수탁하고 있다. 바로 덤핑요금으로 거래되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이 상존하는 한, 화물운송 요금의 현실화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 이런 문제를 타개하는 동시에 더 좋은 서비스가 거래되기 위해서는 운송 전문업체들을 대형화·집단화해 복화율을 높여 효율화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대형화주들이 현재 취하고 있는 2자 물류비율을 현저히 낮춰 전문물류기업들의 성장과 육성에 일정정도 공헌해야 한다는 의견도 모아졌다.


2003년 이후 또다시 재현된 화물연대 파업은, 결국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지 않는 한, 그들의 요구를 귀 기울이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종결된 지금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면 이제는 그 내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더 이상의 물류차질을 막는 ‘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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