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황 더불어 연 25% 성장 ‘9조원 시장’

 

조선기자재 종류 969종, 154만 여개, 기자재업체 650사

 

 

한 척의 선박은 엔진이나 스크류와 같은 대형 부품에서 각종 볼트와 너트, 내·외부에 칠하는 페인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부품과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선박 건조에 필요한 기자재의 종류는 969종에 154만여개에 이르며, 국내에서 이를 개발·제조하는 조선기자재업체만도 650여개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조선기자재산업은 조선과 더불어 호황의 열매를 한껏 향유하면서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하 한국조합)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조선기자재산업 규모는 평균 15%의 상승세를 보이다 조선시황이 고점에 이른 2003년부터는 매년 25~30%가량의 성장을 하며 연간 9조원(2007년 예상치)에 이르고 있으며, 산업 종사자도 7만 명을 넘어섰다. 수출도 15%대의 성장세를 유지하며 2007년 9억1,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표 1,2>참조)

 

▲ <표 1> 국내조선기자재업체 생산 및 공급 실적(단위 : 억원)          자료 : 한국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

    *주 : 한국조합소속 회원사 기준 (한국조합에 따르면 회원사 매출규모가 전체의 80%이상 차지)

 

▲ <표 2> 국내조선기자재업체 수출실적(단위 : US백만$)                  자료 : 한국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

 

주문생산방식으로 대량생산 어려운 산업구조
조선기자재산업 자체는 번창하고 있지만 한국조합측은 “국내 조선기자재업체가 650여개에 이르지만 종업원 100인 이하 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이고,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종업원수 30인 이하”라며, 개별 업체들이 아직도 영세한 상황에 있음을 설명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는 조선기자재산업을 ‘선박 구성부분품 제조업’이라 칭하며, “각종 선박 또는 수상 부유구조물의 구성부분품을 제조하는 산업활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조선기자재산업을 용도별로 분류해보면 크게 선체부, 기관부, 의장부, 전기·전자부 등 4개 분야로 분류할 수 있다.


<표 3> 조선기자재 산업의 용도별 분류
<표 3> 조선기자재 산업의 용도별 분류
△선체부에는 강판, 형강을 다루는 ‘금속제품’, 페인트, 플라스틱 등의 ‘화학제품’, ‘용접재료’, ‘주단제품’ 등의 생산업체 △기관부에는 디젤기관, 프로펠러와 같은 추진장치를 취급하는 ‘추진기계’업체와 발전기, 압축기 등과 같이 운항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보조기계’ 생산업체 △전기전자부에는 ‘동력장치’, ‘배선장치’, ‘조명장치’, ‘통신장치’, ‘제어장치’, ‘계기장치’ 등의 생산업체 △의장부에는 ‘조타장치’, ‘항해기기’, ‘계선장치’, ‘하역장치’, ‘안전설비’, ‘주거설비’, ‘배관설비’, ‘어로장비’ 생산업체가 포함된다. (<표 3> 참조)


조선기자재산업의 특징으로는 △소량 다품종 생산체제 △주문생산방식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 적용에 따른 높은 진입장벽 등을 꼽을 수 있다. 선박 한 척에는 십수만종의 부품과 장비가 소요되지만 품목별 소요량은 극히 적은 편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자재업체는 다수의 조선업체와 동시거래를 하는 개방형 수급구조를 갖춰야 한다.

 

또한 선박이나 해양설비의 종류, 크기, 성능에 따라 부품과 장비에 대한 요구사항이 달라지며, 엔진, 보일러, 일부 펌프 등의 기자재는 해상에서의 안전확보, 기자재업체의 국제적 인지도, 관행 등을 고려하여 선주가 기자재 메이커를 지정하도록 되어 있어 주문에 따라 다양한 사양으로 발주할 수밖에 없다. 이로인해 대량생산이 어려워 여러 가지 제품을 소량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조선기자재는 건설이나 산업, 가정용 등 타용도로 전환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용도의 한정성’ 때문에 대부분의 조선기자재업체들이 조선분야만을 전업으로 삼고 있다.


한편 부품의 품질은 안전한 운항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IMO 등의 국제적인 검사기준에 의한 엄격한 품질관리 기준이 적용된다. 이러한 신뢰성과 내구성에 대한 까다로운 요구로 인해 업계의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하락이 채산성 악화 주범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많은 조선기자재업체들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조합과 ‘부산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하 부산조합), 한국무역협회 부산지부가 진행한 국내 조선기자재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중소규모 이하 기업이 다수 차지 △공장가동율 등 생산능력은 고조 △생산인력 부족상태 지속 △낮은 채산성 △가격경쟁력은 중국에, 품질·기술은 일본에 열세 △기업인지도 면에서 해외기업에 열세 △해외시장 정보 부족 등의 특성을 띠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4> 국내 조선기자재산업 관련단체 회원사 현황
<표 4> 국내 조선기자재산업 관련단체 회원사 현황


현재 우리나라 조선기자재업체 중 매출액 100억 이하의 기업이 65%가량이며, 매출액 1,000억 초과 기업은 불과 약 4% 선에 머물고 있다. 반면 공장가동률은 조선경기 호황에 힘입어 절반이상의 업체가 9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공급난으로 인해 가동률이 떨어지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으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하락 등으로 채산성도 좋지 않은 실정이다.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에서 열세에 놓인 것도 원자재가격 상승과 환율하락에 기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연혁이 10년 이상인 기업이 업계의 약 65%를 점유하고 있으나, 80% 이상이 종업원수 100인 이하의 중소기업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기술경쟁력 측면에서는 업계 전반에 “일본보다 약간 열위에 있거나 거의 동등. 일정 부분은 우세. 중국에 비해서는 월등히 앞서고 있음”이라는 의식이 퍼져있어 국내 업체들의 기술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한편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해외마케팅 수단과 판매망, 해외시장 정보의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주요 해외마케팅 창구는 ‘유명전시회 참가’를 중심으로 ‘카탈로그 배포’와 ‘현지 마케팅 에이전트 활용’이었으며, 해외 전시회 참가와 현지시장 수요동향 확보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전시회·원자재 공동구매 등 관련단체 지원 활발
조선기자재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은 △개별 기업의 영세성 △원자재 확보의 어려움 △해외시장 진출 어려움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조선기자재업 관련 단체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기자재산업 관련 단체에는 전국조직인 한국조합과 지역조합인 부산조합, ‘경남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하 경남조합) 등 크게 3개 단체가 있으며, 조선업 활황에 따라 기자재업체들이 모여 있는 여러 지역에서 지역조합 결성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한국조합은 현재 161개 업체가 가입해 있으며, 부산조합은 07년 회원사가 큰 폭으로 늘어 222개 업체가 가입되어 있다. 또 올해 2월 28일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한 경남조합에는 38개 업체가 가입되어 있다. 한국조합측은 각 조합의 성격에 대해 “일단 한국조합은 전국조합으로서 전체 기자재산업에 대한 연구와 통계, 정책 등의 업무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으며, 지역조합들은 사업조합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역할 분담이 선명하지는 못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홀수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조선기자재 및 해양장비전(Kormarine)'은 국내외 업체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코마린2007 행사장 전경
홀수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조선기자재 및 해양장비전(Kormarine)'은 국내외 업체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코마린2007 행사장 전경

 

한국조합이 회원사들을 위해 중점 추진하는 사업에는 △강판 공동구매 △‘국제조선기자재 및 해양장비전’(Kormarine)·‘국제조선해양산업전’(Marine Tech Korea) 등 각종 전시회 개최 △해외 공동 마케팅 실시 등이 있다. 특히 전시회 개최는 국내 기자재업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5회를 맞은 코마린 전시회는 부산시에서 주관하는 마린위크(Marine week)의 부속 행사로 홀수년마다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고 있다. 코마린 2007에는 380개의 해외업체가 참가하고, 51개국 3만6,883명의 참관객이 방문하는 등 대성황을 이룬 바 있다.

 

또 경상남도와 창원시 등 경남지역 지자체가 주최하고 한국조합이 주관하는 국제조선해양산업전은 짝수년도에 개최되며 올해 2회를 맞는다. 한국조합측은 “이러한 전시회들의 목적은 국내 조선기자재를 국내외 조선소와 선주에게 홍보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코마린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마린 테크 차이나와 더불어 2대 전시회로 꼽히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업체들이 거두는 성과도 상당하다”며 “대부분의 전시회들이 참가기업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코마린은 참가신청 개시 3~4일만에 마감을 해야할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조선기자재 전시회들은 우리나라가 조선 강국이라는 강점 덕분에 전 세계 기자재 업체와 바이어들의 참가 욕구가 높다.

 

이러한 전시회를 통한 지속적인 브랜드 노출은 국내 기자제업체가 선주들의 위시 리스트(Wish list)에 포함되어 선박부품 선택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해준다. 또 한국조합은 6월 2일부터 개최된 ‘포시도니아 2008’등 해외 주요 전시회에 참가를 원하는 국내 기자재 업체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해외공동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한편 회원사 원자재 수급 원활화를 위한 방안 중 하나인 ‘강판 공동구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별업체의 규모가 작은 기자재업계의 특성상 공동구매를 통해 교섭력을 갖자는 취지이다. 한국조합은 POSCO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기자재업계에 대한 안정적이고 저렴한 강판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간 협동화·협업화 사업으로 비용절감
지난해 부산조합은 회원사가 대폭 증가했다. 이는 조선 산업 상승 분위기와 함께 조선기자재산업에도 많은 기업들이 새로 진입하면서 정보공유와 취득, 영업망 확보를 위해 조합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부산조합은 사업조합의 성격으로 출발하여 협동화·협업화 사업 관리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부산조합은 △공장집단화 △시설공동화 △경영 협업화를 목표로 ‘협동화 단지’와 ‘공동물류센터’ 등의 사업을 추진하여 부산일대에 조선기자재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남조선기자재협동조합 창립총회 전경
경남조선기자재협동조합 창립총회 전경


녹산공단 내에 자리잡은 협동화 단지에는 현재 54개사가 참가하고 있으며, 녹산공단의 11개 인접 블록을 집단 분양하여 공장집단을 형성하고 강재표면처리와 도장공정, 정밀부품 가공 공정 등의 ‘시설공동화’, 원자재 공동구매와 공동물류사업 등의 ‘경영협업화’를 통해 △원가절감 △대외경쟁력강화 △환경문제 해결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부산조합에서는 공동공장 외에도 근로자 공동식당과 교육훈련센터, 공동주차장 등을 운영하여 개별업체의 직원교육과 복지를 위한 비용도 줄여주고 있다. 부산조합측은 조합의 주요역할에 대해 “부산조합은 업체와의 높은 접근성을 가지고 업종이 유사한 업체 간의 유기적 협조체제를 구성하여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경남지역에서도 조선 산업의 활황을 바탕으로 경남을 국내 조선의 중심지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남조합도 부산조합과 유사한 사업조합적 성격을 가질 예정이며, 경남지역에 산재한 기자재업체들을 대상으로 협동화·협업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남조합측은 “경남지역에 위치한 조선기자재업체가 약 300~4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이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없어 경남조합을 설립하게 됐다”며 “경남도 내의 조선산업 비중은 국내와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므로 조합설립을 통해 경쟁력을 재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과 경남, 조선기자재산업 중심지 놓고 경쟁예상
업계에서는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향후 부산지역과 경남지역의 경쟁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조합의 설립에 이어 지난 5월 21일에는 ‘21세기 조선’등 경남지역 중소조선사들을 주축으로 ‘한국중소형조선협회’가 창립되었으며, 올해 2회째를 맞는 ‘국제조선해양산업전’(Marine Tech Korea)도 경남의 지자체들을 주축으로 하는 행사이다.

 

<표 5> 국내주요 조선기자재 기업 현황(상장사)
<표 5> 국내주요 조선기자재 기업 현황(상장사)

 

경상남도의 국내 조선 메카를 향한 이러한 움직임은 부산·경남권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부산조합과 부산에서 개최되는 ‘국제조선기자재 및 해양장비전’(Kormarine)과 기능적으로 중복되는 측면이 많아 경쟁구도 발생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기능적인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복수의 조합이 있는 것은 업계에 약간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각 조합에 중복 가입이 되어 있는 업체들은 가입비와 회비 등의 비용이 증가된다며, 한 번의 가입절차만으로도 양쪽 조합의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향후 각 조합간의 조화로운 발전을 위한 협력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을 이루는 각종 기계와 부품의 성능·품질은 선박과 해양설비의 성능과 직결되므로, 조선기자재산업은 조선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또한 일반상선 건조시 자국산 기자재 탑재율은 일본 98%, 한국이 80~90%, 중국이 30~40% 수준이다. 국내 건조선박 부품의 90%가 자국산이란 사실은 국내 조선기자재산업이 조선산업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선기자재업계측은 기자재의 국산화 수준이 높을수록 조선소의 경쟁력과 외화가득율이 높아지므로 한국조선업의 발전에는 국내 기자재업체의 역할이 크다고 역설하고 있다. 조선과 조선기자재 모두 한국이 최고가 되는 날을 향한 조선기자재업계와 관련단체들의 노력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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