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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교수의 일본해상법 교실(2)
일본 2018년 개정해상법 하에서의 정기용선계약
[555호] 2019년 12월 02일 (월) 13:59:31 김인현 captainihkim@korea.ac.kr

김인현 교수의  일본해상법 교실(2)
고려대, 동경대 법대 객원연구원
 

   

김인현 교수

고려대, 동경대 법대 객원연구원
 

김인현 교수는 2004년과 2005년 미국 텍사스대학 유학시절에는 ‘미국해상법교실’을, 2013년 싱가포르 국립대학에서 연구할 때에는‘싱가포르 해상법교실’을 열어 해양한국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번에도 안식학기를 맞아 일본 동경대학교 법과대학에서 객원연구원(visiting researcher)으로 있는 김 교수는 ‘일본 해상법교실’을 개설하여 6개월간 일본 해상법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전해주기로 했다.                     -편집자 주-

 

정기용선만큼 중요한 선박운용 방법도 없다. 선박을 운항하는 해상기업은 반드시 자신이 선박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서 영업을 해도 된다. 빌리는 방법에는 나용선(선체용선)계약과 정기용선계약이 대표적이다. 정기용선계약은 선장이 갖추어진 상태의 선박을 정기용선자가 선박소유자로부터 빌려서 자신의 영업에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용선한 선박을 이용하여 정기용선자는 운송인이 될 수 있다. 또 다시 선박을 제3자에게 용선하여 주기도 한다. 그는 운송인이 되기 때문에 계약상 혹은 상법상 운송물에 대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포장당 책임제한을 주장할 수도 있고, 선박소유자책임제한을 주장할 수도 있다.

 

내부관계
정기용선계약의 내부관계는 용선계약의 내용에 따라 처리된다. 외항해운에서의 정기용선계약에는 NYPE라는 표준계약서가 사용되는 것이 대체적이다. 일본에서도 이와 같다. 정기용선계약에는 몇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1) (i) 해기(海技)사항은 선박소유자가 (ii) 상사(商事)사항은 정기용선자가 책임과 비용을 부담한다. (2) 정기용선자는 선박을 자신의 목적으로 이용해야하는데, 선장이 자신이 고용 감독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정기용선자의 지시에 선장이 따르도록 되어있다. 이를 위반하여 정기용선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선박소유자는 손해를 배상해주어야 한다.
이런 내용은 약정으로 정해져있지만, 약정이 없는 정기용선계약이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비하여 상법에 위의 규정을 넣으면 더 효과적이다. 상법이 적용되는 사항이면 이제는 NYPE의 해당 약정을 넣지 않아도 상법이 적용되므로 편리함을 제공하게 된다.
우리 나라 상법 해상편은 (1)에 대하여는 규정을 가지지 않지만, (2)에 대하여는 1991년 상법 개정시에 규정을 두게 되었다. 일본은 이번 개정에서 정기용선에 대한 정의규정을 두면서(제704조 이하) (1)과 (2)에 대하여도 규정을 두게 되었다(제706조 및 제705조).


(1)의 상사사항과 해기사항에 대하여 구체적인 언급을 한 것도 개정 일본해상법의 특징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와 관련 고등법원의 판결(Ocean Victory호 사건)이 나왔다(동경고등법원 2014.7.17.판결 평성 25 제4290호)(최고재판소에서 2015.3.6. 상고불수리가 되었다). 일본 가시마 항에서 황천에 출항을 하던 선박이 항내에서 좌초한 사건에서 선장의 피항조치가 늦은 점이 문제가 되었다. 항내에 접안중 태풍이 온 경우 피항을 해야 하는바 그 결정은 정기용선자 혹은 선박소유자 중 누구의 권한이고 의무인지가 문제되었다.
선박소유자는 정기용선자가 잘못이므로 좌초된 선박의 수리비 등을 지급하라고 주장하였다. 정기용선자는 이를 부인하였다. 이는 해기사항으로서 자신이 선장에게 지시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동경고등법원은 정기용선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판결에 대하여 고바야시 교수는 “NYPE 약관상 사용약관(employment clause)에서 정기용선자의 선장지휘권의 범위안에 해기사항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한다.


참고로, 영국 귀족원의 Hill Harmony호 사건(영국 귀족원 2000.12.7.)(김인현 해상법, 2018, 195면)은 이와 조금 다르다. 미국에서 일본을 오는 과정에서 항로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이에 대하여 영국 귀족원은 이는 항해시간의 길고 짧음에 관계되고 용선료의 문제이고 영업의 문제 즉, 상사사항으로 보았다. 따라서 정기용선자의 항로에 대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선장의 과실에 대하여 선박소유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
정기용선계약의 내부관계를 다룬 판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데, 영국과 일본에서 이렇게 좋은 판례가 형성되었다. 황천피항을 하는 결정은 해기사항으로 선박소유자가 권한과 의무를 부담한다. 한편, 항로선정을 위한 결정은 상사사항으로 정기용선자가 권한과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선장은 정기용선자의 지시에 따라야한다.    

 

외부관계
정기용선계약에서 외부관계란 선박소유자와 정기용선자 사이의 내부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와의 관계를 말한다. 정기용선된 선박에서 선박충돌이 발생한 경우 누가 책임의 주체가 될 것인가? 선박소유자 혹은 정기용선자 중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가의 문제는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다투어져 온 사안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정기용선된 선박의 제3자에 대한 책임의 문제를 규율하는 규정이 없다. 다만, 나용선(선체용선)의 경우는 하나의 규정을 두고 있다(상법 제850조, 일본 상법 제703조). 이에 의하면 나용선자도 선박소유자와 같은 권리와 책임을 부담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나용선된 선박이 선박충돌에 책임이 있다면 나용선자가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나용선계약과 정기용선 계약의 법적성질이 유사하다면 우리 상법 제850조 혹은 일본 상법 제703조를 유추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일본과 우리나라의 주류적인 입장이고 대법원의 판례였다. 선박충돌에 대하여 일본은 위와 같은 논리전개로 정기용선자가 책임의 주체가 되었다(최고재판소 1992.4.28.판결). 우리나라에서는 선하증권상의 책임에 대하여 정기용선자가 책임의 주체가 되었다(대법원 1992.2.25.선고 91다14215판결). 그 후 실무의 입장을 반영하는 판결들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정기용선계약하에서 선박소유자가 선하증권상의 책임을 부담한다는 판결이 나왔다(최고재판소 1998.3.27. 쟈스민호 판결). 우리나라에서는 선박충돌의 경우 이는 해기사항으로 선박소유자가 불법행위상 사용자책임을 부담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다(대법원 2003.8.22.선고 2001다65977판결). 이렇게 해서 양국에서 모두 계약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상 주체가 서로 다르게 분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번 개정과정을 통해서 일본에서도 외부관계에서 책임의 주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사안별로 책임의 주체를 정하기로 했다. 특히, 불법행위책임주체에 대하여는 기존의 판례의 변경이 논해져서 우리나라와 같이 선박소유자가 책임의 주체로 될 여지도 남겨두게 되었다.
정기용선된 선박이 선박우선특권의 강제집행 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정기용선계약하에서 큰 쟁점이었다. 일본은 특히 정기용선된 선박이 많다. 시코쿠 등 선주사는 바로 정기용선을 운항사에게 준다. 우리나라 같으면 나용선(선체용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형태를 취한다.
일본 해상법에 의하면 우리나라와 달리 선박연료유를 공급한 자도 선박우선특권을 가진다. 선박연료유 공급자가 선박소유자에게 공급한 경우와 나용선자에게 공급한 경우는 우선특권의 행사가 가능하였다(제703조 제2항). 정기용선에는 규정이 없어서 논란이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이번에 가능하도록 조문을 두게 되었다(제707조). 이렇게 하여 선박연료유공급자를 보호하게 되었다고 일본에서는 설명된다.
이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를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은 없다. 마침 2019년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져 개정 일본상법과 동일한 결과가 되었다.


인천항에서 정기용선자에게 예선서비스를 제공한 예선회사가 예선료를 받지 못하자 상법 제777조와 제850조 제2항(선박이 선체용선된 경우에 선체용선자가 부담하는 채무에 대하여 선체용선된 선박에 대하여 선박우선특권에 기한 임의경매신청이 가능하다)을 근거로 정기용선된 선박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였다. 이에 1심법원은 이를 인정했지만 2심법원은 이를 부정하였다. 대법원은 다시 임의경매를 인정해주었다. 대법원은 두가지 논리로 정기용선된 선박에 대하여도 우선특권을 인정해주었다(대법원 2019.7.24.선고 2017마142결정). (i) 정기용선계약의 법적 성질이 선체용선계약과 유사하여 선체용선계약에 적용되는 상법 제850조 제2항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ii) 다른 하나는 선박입출항법에 의하면, 예선업자는 무조건 예선서비스를 제공해야하므로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ii)가 없는 경우 예컨대, 항비채권의 경우는 이것이 부인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일본과 같이 규정을 두는 것이 좋다(자세한 내용은 한국해운신문 2019.8.7.자, 상사법연구 제37권 제2호, 2018).
 

정기용선의 법적 성질에 의한 책임주체 확정의 방법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기능을 다하였는가? 그렇지는 않다. 일본과 한국은 모두 정기용선의 법적 성질은 임대차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임차인에 해당하는 정기용선자가 상법 제850조 제1항을 유추하여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해난구조를 한 경우에 구조비를 누가 가질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선박의 항해와 관련된다고 볼 수도 있고 상사와 관련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 용선계약서에는 사이좋게 1/2씩 나누어가지도록 하고 있다. 선박우선특권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로 설명이 되었는데, 이번 대법원에서 이를 잘 활용해주었다.

 

기타
일본에서는 이번 개정작업 중 정기용선자가 안전항을 지정할 의무와 책임이 법정되어야 할 것인지 논의가 있었다. 용선계약서에는 안전항 제공의무가 용선자에게 부과되어있다. 이를 입법화하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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