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비 후판가, 포스코 38%, 동국제강 73.8% 인상
7월 초 기준, VLCC 신조가 작년말 比 1,400만불 상승
유럽조선소, “강재가 변동 선가에 포함한다”

 

올해 들어 실생활에 필요한 밀가루를 비롯한 곡물가, 유가 등 거의 모든 원자재가가 급등했다. 원자재가의 급등은 시장전반에 걸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 나가보면 오르지 않은 물건을 찾기가 힘들 정도인데다 상승 폭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렇게 거의 모든 원자재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와중에 최근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조선용 후판가를 큰 폭으로 올려 다시 한번 최근의 원자재가 상승세를 실감케 했다.
특히 이번 후판가 상승은 올 들어 이미 한 두차례 가격상승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또다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어서, 조선업체들의 채산성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포스코 13만5,000원·동국제강 25만원 인상
“철광석 등 원자재가 상승으로 후판가 인상 불가피” 
포스코가 조선용 후판가를 7월 1일 제조 투입 분부터 톤당 13만5,000원 인상했다.
포스코는 이번 후판가 상승에 대해 철광석 등 원료가격 추가 상승분을 반영한 것이고, 타사와 수입재와의 가격차이로 인한 시장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가격인상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도 6월 30일 주문량부터 톤당 25만원을 올리며, 후판 원재료인 슬래브 수입 가격이 올해 4월 850달러 수준에서 3분기부터 1,200달러(브라질산 도착 기준)까지 치솟게 되는 등 국제적인 원자재가 상승이 발생해 제품 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포스코와 동국제강의 조선용 후판가는 톤당 각각 92만원과 126만원. 이는 이번 인상을 포함해 포스코는 올 들어 두 번째, 동국제강은 세 번째 인상하면서 형성된 가격이다.
게다가 후판가 상승은 국내 주요 생산처인 포스코와 동국제강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산 가격도 톤당 120만원을 넘어서는 대폭 인상이 예상되고 있고, 중국산도 이미 100만원을 넘어선 가운데 추후 단계적 인상이 예고되고 있어 후판가 상승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 대비 인상율, 포스코 38%·동국제강 73.8%
“후판 이외 다른 특수강 상승폭도 만만치 않아”
국내 조선소의 주요 후판 공급체인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계속해서 후판가를 인상하면서 국내 조선소들의 채산성 급감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포스코와 동국제강의 후판가 상승폭은 포스코가 연초 가(價) 66만5,000원에서 지난 4월 12만원, 최근 13만5,000원을 인상하면서 총 25만5,000원을 인상해 38%가 올랐다.


동국제강의 상승폭은 더욱 급격하다. 올 초 72만5,000원에서 2월에 9만5,000원, 4월에 19만원을 인상한데 이어 최근 25만원 인상까지 올해 들어서만 53만5,000원이 올랐다. 연초와 비교하면 73.8%가 급등한 것이다.   


‘선주문 후생산’ 체계로 약 2년의 차가 있는 조선시장의 특성상 현재 건조되고 있는 대부분의 선박은 이미 계약가가 책정돼 있는 만큼, 원자재가의 급등락에 대한 부담 혹은 수혜는 조선사의 몫. 때문에 현재의 오름세는 조선사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조선용 후판의 최대 수요처인 현대중공업(계열사 포함)의 경우를 예로 따져보면, 현대중공업의 연간 후판 사용량은 390만 톤. 그나마 오름폭이 낮은 포스코에서 전량을 공급받는다고 치고, 390만톤을 12개월로 나눠 정확히 한 달에 32만5,000톤씩을 사용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연초 가(價) 대비 후판을 사들이는데만 6,143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선박 건조에 드는 생산원가 중 후판은 10~15%만을 차지하는 것일 뿐, 이밖에도 더 많은 원자재와 그에 따른 오름세를 고려한다면, 올 한해 조선사들이 챙길 수 있는 척당 이익금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원자재가의 상승은 후판뿐만 아니라 니켈 등 특수강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상승폭은 특수강에서 더 높게 일어나고 있다. 단지 다른 특수강들보다 후판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후판의 가격상승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다. 후판 이외 다른 원자재까지도 고려해보면, 올 한해의 원자재가 상승률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경부, 후판 안정화 대책 마련
신증설 설비 조기 완공과 안정화 유도
조선시장 원자재의 대표격인 후판가를 올 들어 벌써 두 세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는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그런대로 매출증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절대적 수요처인 조선업체들은 ‘벙어리 냉가슴’이다. 국내 후판 소비량이 워낙 많아진 탓에 가격보다도 안정적인 공급원 해소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포스코와 동국제강의 후판공급량은 국내 수요분의 약 60% 수준에 미치고 있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7월 10일 ‘산업용원자재 안정화 대책’을 통해 장기적 수급불안을 해결하는데 적극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대책으로는 후판 수출물량 감축, 대체 원자재(열연강판) 공급 확대와 공동 구매를 통해 국내 부족분을 충당하고 현재 진행 중인 설비 신증설의 조기 완공과 안정화 유도 등이 모색됐다.


실제로 현재 포스코가 2010년 200만톤 연간생산량 확충, 동국제강 2010년 150만톤, 현대제철 2011년 150만톤 등을 목표로 공장 신증설을 진행 중이어서 이 공장들이 정상 가동되는 2011년에는 현재 겪고 있는 후판 수급의 불균형이 상당부분 해소돼 후판가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VLCC 신조가 작년말 比 1,400만불 상승
교체 수요와 최대 후판소요 선종으로 추가상승 예상
후판가를 비롯해 현재 오르고 있는 원자재가는 신조선가 시장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신조선가 상승이다. 클락슨 자료를 통해본 신조선가(미화기준) 동향은 7월 둘째 주 현재, 탱커 VLCC 1억 5,700만불, 벌크 케이프 9,650만불, 컨테이너선(3,500teu) 6,600만불 등으로 작년 12월에 비해 VLCC의 경우 1,150만불, 컨테이너선(3,500teu) 300만불이 오른 것이고, 벌크 케이프사이즈는 작년 12월에 비하면 50만불 떨어졌지만, 올 1월 거래가격이 9,500만불로 다른 선종과는 달리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작년 12월 급등 이후 올 1월 안정세를 찾고 난후 현재까지 지속상승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클락슨 자료가 제시되는 선가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집계해 표준을 산출하는 것으로 약 1~2달 정도 차이가 있다.

 

실제로 7월 3일 대우조선해양은 VLCC 3척을 4,806억원(기준환율 1,033.40)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척당 1억6,000만불인 셈으로 클락슨의 자료보다 300만불이 상승된 가격으로 거래된 것이다.


원자재가 상승 이후 계약가에 포함시키는 조선시장의 특성상 선가 상승은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VLCC는 올해 들어 다른 선종의 선가가 조금 주춤하고 있는 반면, 단일선체 교체수요에 따라 발주량이 많아지면서 선가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다 현대중공업에 의하면 30만톤기준 유조선에 드는 후판은 약 4만톤. 2만5,000톤이 드는 컨테이너선(7,800teu)과 2만톤이 필요한 LNG선에 비하면 2배 정도 더 많이 소요되는 선종인 만큼 이번 후판가의 상승으로 인한 하반기 추가상승이 예상되면서 신조선가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조선소 강재가 변동 선가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 신조계약에 채택
최근 급격히 오른 원자재가로 조선업체는 채산성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지만, 그나마 오른 달러환율이 효자노릇을 해 주고 있다. 특히 대형조선소들의 경우 세계 최고 조선사라는 네임 밸류와 앞서가는 기술력 덕에 선가에 이미 프리미엄이 붙어 있어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원자재가 상승은 향후 세계 조선시장을 어떤 형태로 바꾸어 놓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유럽조선소에서부터 건조코스트에 따라 선가를 인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신조계약에 포함하는 등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톤당 강재가격을 지표로 해 시황에 맞춰 선가를 상하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유럽이 세계에서 최초로 신조 계약에 동 조항을 채용한 것. 이 에스컬레이션 조항은 강재가격이 인상되면 선가에 반영하고 인하되면 선가도 내리는 것으로 강재가격의 변동을 선가에 최대한 반영시킨다는 데 목적이 있다.


아직 국내 조선사들은 이와 같은 조항을 채택하는 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유럽시장에서 시작된 새로운 계약문화가 향후 어떤 영향으로 전개될 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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