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부산항 出 → 익일 오전 7시 모지항 着
정오 12시 모지항 出 → 저녁 7시 부산항 着
3-400명 수용의 대형 리셉션실 등 부대시설 다양

 

일본 모지항에 정박해 있는 C&크루즈의 '케이씨브릿지'호
일본 모지항에 정박해 있는 C&크루즈의 '케이씨브릿지'호
해외로 떠나는 여행길에, 배를 이동수단으로 택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색다른 여정이 된다. 내륙지역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특히나 색다른 경험이 되는 여객선에서의 시간은, 망망대해 한 가운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야릇하다. 더구나 배위에서 바라보는 뭍의 광경은 모든걸 새삼스럽고 신기하게 해, 그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묘미를 더해 준다.
6월 30일부터 7월 2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과 일본의 모지항을 오가는 C&크루즈의 여객선을 탈 기회가 있었다. 무더워진 날씨 때문에 좀처럼 활력을 찾기 힘든 일상에 잠깐이나마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C&크루즈는 부산-모지구간에 여름 시즌을 앞두고 6월 19일 취항기념식을 갖고 주 6항차 운항을 개시했다. 기자가 다녀온 때는 아직은 사업초기여서 화물과 여객 모두 한산한 모습이었지만 그 덕분에(?) 여유롭게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6월 30일 여행 첫날 -케이씨 브릿지호 탑승

 

부산역-국제부두간 셔틀 버스 운행 중 ‘편리’
여객 5등급 84실 600명 ·화물 20’ 컨 110개 적재

케이씨브릿지호의 특별실 내부 모습.
케이씨브릿지호의 특별실 내부 모습.
부산국제부두에서 밤 11시에 출항하는 C&크루즈의 모지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했다. 사실 부산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이용해 여행길에 오르는 것은 일부러 부산까지 내려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다. 만만치 않은 KTX비용이 그 부담을 더해주기도 한다. C&크루즈는 이러한 점들을 십분 고려해 현재 코레일과 업무협약 중이다. 모지행 C&크루즈를 타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갈 경우 KTX 비용 50%을 감면하고, 승선티켓도 KTX 창구에서 구매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수도권과 중부권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유인책인데 계획대로만 성사된다면 여러모로 충분한 메리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래간만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KTX에 몸을 싣고,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는 동안 부산역에 도착했다. 부산역에서 국제여객부두까지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오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아 좋다. 또 최근에는 부산역과 국제여객부두간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어서 더욱 편리해졌다. 기자는 부산역과 국제여객부두 사이에 들를 곳이 있어서, 도보로 다녔는데 역시 여행 짐을 들고 다니기엔 다소 번거로웠다. 하지만 출항시간까지 넉넉하게 남은 시간 덕에 부산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며, 여유롭게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터미널로 향했다.
모지항행 C&크루즈의 늦은 출항시간은 타지인들에게는 오래간만에 내려간 부산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부산 또는 인근지역민들은 일과를 마치고 승선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출국수속은 다른 항편과 겹치지 않아 여유로우면서도 빠르게 진행돼, C&크루즈의 ‘KC BRIDGE’호(케이씨 브릿지호)는 예정시각보다 1시간 빠른 저녁 10시에 출항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빨리 출항한 것은 무엇보다 여행객들이 많지 않았던 덕(?)이었지만 요즘 무섭게 오른 유가 때문에 경제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했다.  부산과 모지를 오가는 C&크루즈의 선박은 1만6,000톤급의 ‘KC BRIDGE’호(케이씨 브릿지호)로 최대 600명의 여객이 수용가능하고, 20피트 컨테이너 110개의 적재가 가능하다.


객실 등급은 △특별실(2인) △특등실A(2인) △특등실B(2~3인) △1등실(4명/8명) △2등실A(8~10인) △2등실B(11, 20, 29, 60인) △2등실C(62인) 등 5등급 84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요금은 최고 34만2,000원(왕복기준)부터 최저 15만2,000원이다. C&크루즈는 취항 기념으로 한달간(7월 중순까지) 요금의 50%를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실시해 이날 승선하는 여행객들은 이 할인가를 적용받는 행운아들이었다.


승선 직후, 곧바로 선내를 둘러보는데 이날 파고가 높아, 다니기 불편할 정도로 롤링이 다소 심했다. 때문에 속이 불편하기도 하고 서울에서부터의 하루 일정이 피곤하기도 해, 선내의 부대시설은 돌아오는 길에 더 살펴보기로 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몇 번 여객선을 승선해본 경험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 배의 롤링은 참기 힘들다. 이런 상태로 잠은 제대로 잘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푹 쉰 후에 편안하게 다음날 아침을 맞이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7월 1일 여행 둘째날 - 모지와 코쿠라 관광

 

C&크루즈 추천코스1 : 모지 레트로~코쿠라
추천코스2 : 모지레트로~코쿠라~벳부~유후인
모지항에서의 하선시간은 배 안에서 아침식사를 비롯해 하루 일정을 시작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 끝내고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는 8시경에 시작된다. 모지항의 터미널은 동 사업을 개시하며 C&크루즈의 전용 터미널을 건설한 것이어서, 깨끗했고 무엇보다 빠른 수속이 맘에 들었다.


수속을 마치고 드디어 일본 영토에 첫발을 내딛는 기분은, 쾌청한 날씨와 깨끗한 거리광경이 더해져 상쾌했다. 일본의 7월초는 우리와 비슷하게 장마시즌이어서 잦은 비가 내린다. 다행히 딱 하루, 하루 종일 야외 일정이 잡혀 있는 이날은 2박 3일의 여정 중 유일하게 비가 내리지 않은 아주 다행스런 날이었다.


C&크루즈는 모지항을 일본의 기항지로 삼고, 여행객을 위한 추천코스로 2가지를 내놓고 있다. 비교적 짧은 여정에 속하는 1코스는 모지항 인근의 레트로와 코쿠라시를 둘러보는 일정이고 2코스는 1코스에 온천지역으로 유명한 벳부와 유후인 지역을 더한 것이다.


기자는 일본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1코스를 선택했다. 첫 관광지로 찾아간 곳은 모지항 인근에 있는 해협드라마쉽. 해협드라마쉽은 칸몬해협에 얽힌 역사를 인형을 이용해 재현한 ‘해협 역사회랑’, 해협의 배와 조류를 관찰하는 ‘리얼타임 칸몬해협’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관람 전 안내데스크에 비치된 한국어 안내 녹음기를 마련해 주어, 역사회랑의 관람을 도와주었다.


또한 1층에는 모지항이 번성하던 시절인 타이쇼 시대의 건축물과 거리를 실존크기로 재현해 두어 충분한 관광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특히 이 거리는 조명을 이용해 낮과 밤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해 놓는 세심함까지 더하고 있었다.


모지항 부근의 관광지는 터미널에서부터 시작되는 모지코 레트로가 하나의 관광거리이다. 1914년에 건축된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모지코 레트로지구는 일찍이 국제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모지항의 당시의 풍경을 회상한다는 뜻에서 영어의 ‘RETROSPECTIVE  (회고적)’의 약어를 사용해 ‘RETRO’라고 명명됐다. 일대에 구)모지세관과 구)오사카 상선, 구)모지 미츠이클럽 등 옛 건물들 하나하나가 모두 옛 정취를 뽐내고 있고, 곳곳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인력거가 구시대의 풍취를 한껏 더해주고 있었다.


일본은 어디를 가나 상점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게 특징이다. 건물의 1층은 대부분 상점으로 구성해 놓고 있는 모습인데, 관광객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이곳도 오밀조밀 모여 있는 건물의 각 1층에는 다양한 물품을 파는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레트로 관광에서의 으뜸은 31층 건물의 레트로 전망대를 꼽을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칸몬해협을 끼고 형성된 시가지인 모지와 시모노세끼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비교적 넒은 해협위에 모지와 시모노세끼를 잇고 있는 칸몬대교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레트로 지구에서 버스로 약 30분을 달려 키타큐슈시의 도심, 코쿠라에 도착했다. 코쿠라는 조금은 한적한 모지와는 또 다른 분위기로, 곳곳에 보이는 번화가가 생기있는 시가지를 연출하고 있었다.


코쿠라에서는 우선, 코쿠라 성시의 모습을 상징하는 코쿠라성과 코쿠라성 정원에 들렸다.  에도시대 영주들의 호화로움과 함께 일본 특유의 목조로 지어진 서원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서원 바로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연못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정원을 바라보며 잠깐의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모지코 레트로와 코쿠라만을 관광하는 것도 하루가 어찌갔는지 모를 정도로, 볼거리는 풍성했다. 하지만 온천으로 유명한 나라, 일본에 와서 인근에 유명한 온천지역을 둘러보지 못하고 떠나오는 심경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하루를 더 머물면서 벳부와 유후인을 함께 둘러보는 일정은 어느 여행지 못지않게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구나 모지항역이 JR노선의 기·종점이라는 점이 이 여정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7월 2일 여행 셋째날 - 정오 12시 부산행 승선

 

배에서의 낮 시간, 다양한 부대시설 이용하기에 ‘딱’
한일, 양국 토산품 코너 완비로 상호 욕구 충족

C&크루즈의 모지항 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승선수속을 받고 있다.
C&크루즈의 모지항 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승선수속을 받고 있다.
부산으로 가기 위해 12시에 출발하는 케이씨 브릿지에 다시 오른 시각은 오전 11시경. 운행시간이 낮 시간이이서, 배안에 갖추어져 있는 부대시설을 이것저것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케이씨 브릿지호는 동 노선에 투입하기 위해 약 3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됐다. 그래서인지 1980년에 건조된 배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쾌적했다. 우선 식당은 전문 외식사업자인 CJ푸드빌이 맡아, 맛과 영양 모두 손색이 없도록 했고 저녁에는 간단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


편의 시설로는 GS25가 입점돼 있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생활용품이나 간단한 간식거리를 다양하게 살 수 있고, 맞은편으로 술과 담배,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을 면세가로 살 수 있는 면세점이 있다. 특히 면세점에는 한국토산품이 입점돼 있어,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살거리를 제공하고 있었고, 일본 토산품 코너도 오픈 준비 중이어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케이씨 브릿지호 최대 부대시설로는 300-400명 정도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대형 리셉션실을 꼽고 싶다. 1, 2층으로 극장식으로 구성된 이 대형리셉션실에는 조명과 음향시설은 물론, 영상물을 상영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일 여객선에 수학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도 높은 공간이 될 것 같다.


아침부터 내린 일본 비를 몰고 온 듯, 저녁무렵 도착한 부산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렇듯 같은 기상권역에 속해 있는 모습에 일본과 우리나라는 참 가까운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며, 다시 서울역으로 향하는 길, 가족과 함께 이 일정을 다시 한번 다녀와야 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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