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대우조선=폐열활용과 날개 이용 ‘닮은 꼴’
삼성중=‘지느러미’형과 최적항로 도출 시스템 적용

 

‘연료 절감에 총력을 기울여라!’ 최근 세계 전방위 산업에 선포된 지령이다.
고유가시대를 넘어 ‘초고유가시대’로 불리고 있는 요즘, 전 세계의 트렌드는 ‘에너지 절감’에 쏠리고 있다. 특히 에너지절감 대책은 모든 국가가 지구 온난화 대책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의 의무자로 적극 나서고 있는 최근의 동향과도 맞물려,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해운선사들도 중심에 서 있다. 유류비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큰 만큼, 관련 대책을 모색하는데 상당히 분주한 모습이다.


해운선사들의 이러한 고민은 연료절감형 선박에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머스크 라인이 컨테이너선 18척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하면서 연료절감형 기술을 적용시킨 것은 최근 이런 트렌드의 대표격. 실제로 최근 선박발주에 선주들의 최대 고려사항은 여전히 중요하게 여기는 인도시기에 연료절감 효율성이 더해졌다.


선주들의 새로운 니즈로 조선사들은 연료절감형 신기술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 그에 따른 경쟁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경쟁은 세계조선시장의 선두를 이끌고 있는 국내 빅3사의 경쟁으로 집약되고 있기도 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공히 폐열활용 방안을 꾀한 것과 선박 외부에 날개를 이용한 것 등 관련기술이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고, 때문에 최적항로 시스템 등 조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관련기술은 이채롭게 비쳐진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6월 머스크라인으로부터 주문받은 연료절감형 신기술은 ‘폐열재활용시스템(Waste Heat Recovery System)’이다.

 

“엔진에서 새어나오는 폐열을 잡아라!”
현대중+대우조선, 폐열활용 기술 개발

현대중공업의 날개달린 선박.
현대중공업의 날개달린 선박.
이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선박 엔진의 연료가 에너지의 약 50%만 추진력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폐기가스와 열 등으로 버려지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폐기가스를 모아 다시 엔진의 추진력으로 활용하거나 또 다른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마디로 폐열로 날아가 버리는 것을 끌어 모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 이 시스템은 약 10%의 연료 효율을 얻고 있다.


폐열을 재활용하는 기술은 대우조선해양에서도 개발해 놓은 상태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선박의 추진엔진으로부터 발생되는 고온의 폐열을 재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이를 회수해 증기터빈으로 활용하거나 보일러 가동 등 온열시스템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이러한 폐열재활용 기술은 이산화탄소(Co2), 산화질소(NOx), 황산화물(SOx) 등의 유해물질의 양을 줄여주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 친환경 기술로도 탁월한 효과가 발휘되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은 폐열을 활용해 보일러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Gas Air Hearter System’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주로 LNG에 적용되고 있으며 기존의 Steam Air Heater System에 비해 보일러 효율이 1.5%정도, 연료 절감효과도 약 3.6% 정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단위 용적당 전열면적이 크고 전열면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도 이 기술의 장점으로 꼽히고 한다.

 

현대중 날개, 비행기의 양력 원리 적용
기술 적용 첫 선박 선주, 추가 발주로 이어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관련 신기술의 닮은 꼴은 ‘날개’로 이어졌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기술이 모두 날개를 이용한 것. 우선 현대중공업의 ‘날개 달린 선박’은 비행기가 뜨는 데 필요한 양력의 원리를 선박에 적용했다. 양력은 공기(물) 흐름의 속도가 달라 생기는 압력의 차이로 인해 물체가 위로 들리는 힘을 말하는 것으로, 비행기는 날개의 윗부분을 곡선 처리해 양력을 발생시킴으로써 하늘로 뜨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이 ‘날개’를 선박 프로펠러 뒤 방향타에 장착해, 프로펠러 회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회전류를 추진력으로 활용하는 것.


현대중공업의 날개 달린 선박은 지난 2006년 독일 하팍로이드사로부터 수주한 8,600TEU급 컨테이너선에 처음으로 이를 적용해 올 4월 인도했는데 날개 달린 선박의 첫 선주사인 하팍로이드사가 실제 운항에서 ‘날개’의 효과가 입증되자 기존 발주한 동급 컨테이너선 6척에도 이 설계를 요청해오면서, 다른 선주사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날개 달린 선박’의 연료절감 효과는 4~6%로 하루에 300톤 이상의 연료를 소비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요즘과 같은 톤당 600달러에 달하는 고유가 시대에는 연간 약 240만불, 25년 운항기준 6,000만 불의 연료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추력날개에 대해 이미 국내특허 등록을 완료하였고 현재 미국과 독일 등 전 세계 10개국에도 특허 출원을 해 놓은 상태이다. 향후 현대중공업은 추력날개 양산 시스템을 구축하여 제작기간을 단축하고 연간 30대 이상의 가공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민계식 부회장은 “추력날개는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이라며 “앞으로도 신선형 설계, 독자엔진 개발 등 끊임없는 신기술 개발로 세계시장에서 기술우위를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날개, 전류 고정에 활용
“시운전 결과 5% 연료절감 효과”

대우조선해양의 날개 부착 모습.
대우조선해양의 날개 부착 모습.

대우조선해양의 날개는 전류를 고정하는 데에 활용된다. 프로펠러의 바로 앞부분에 4개의 고정날개를 부착해 선미부분에서 프로펠러로 유입되는 물의 흐름을 균일하게 해주는 전류고정 날개(前流固定날개, Pre-Swirl Stator)인 것. 


대우조선해양은 이 전류고정 날개를 그리스의 크리스텐社로부터 수주한 32만톤급 초대형유조선 ‘아스트로 카프리콘(Astro Capricorn)’호에 처음으로 장착해 시운전 해본 결과 기존 선박에 비해 약 5%가량의 연료 절감 효과를 보였으며, 같은 연료를 사용할 경우 약 0.24노트 정도의 속도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의 전류고정 날개 장치는 그리스에서 열렸던 ‘포시도니아’ 선박 박람회에서도 크게 호평을 받았고, 실제 이러한 사양으로 2척의 선박을 수주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러한 선주들의 반응과 시운전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건조 중인 초대형유조선 12척과 컨테이너선 12척에도 이 장치를 탑재할 계획이다.


특히 대형 엔진이 설치되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엔진 배기가스가 온도가 높고 배출량도 많아  소형 엔진이 설치되는 선박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절감효과가 더욱 커, 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이 많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기술본부장 이영만 전무는 “기술이나 가격면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리스 선주들이 이 장치에 대해서 호평을 했다”며 “현재 많은 선주사가 초기 선박 계약 시 이 장치 탑재를 검토하고 있어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 지느러미 형태의 ‘세이버 핀’
“양력 활용과 선박 흔들림 잡는다”

삼성중공업의 세이버 핀
삼성중공업의 세이버 핀
삼성중공업의 신기술은 지느러미를 연상케 하는 ‘세이버 핀(SAVER Fin)'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초부터 선체 외판에 가로 2.5m, 세로 0.5m 크기의 홑겹 철판인 '세이버 핀(SAVER Fin)'이라는 구조물을 부착하고 있다. 지느러미 형태로 부착되는 '세이버 핀'은 선박이 운항할 때 발생하는 양력을 활용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동시에 파도의 영향을 분산시켜 선박의 흔들림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이로써 연료가 3~5% 절감되고, 선체 진동도 50% 이상 감소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VLCC 기준으로 연간 5억~10억원 정도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지난 6개월간 20여척의 선박에 세이버 핀을 장착해 왔다고 밝혔다.


여기다 삼성중공업은 SORAS(Samsung Optimum Routing Assessment System)라 불리는 최적항로 계획/평가 시스템을 내놓았다. 이 기술은 선박의 성능과 파도·바람과 같은 기상환경 등 해역의 특징에 맞는 최적의 항로를 자동으로 찾아줌으로써 안전운항, 연료절감, 운항시간 단축 등의 효과를 낸다. 즉 주기적으로 인공위성을 통해 파도, 해류, 바람 등의 기상정보를 수신해 시스템에 내장된 선박의 운동 특성, 연료 소모량, 엔진 회전수 등의 데이터와 결합해 최적의 항로를 자동으로 도출해 주는 것.


운항거리가 길어지기도 하지만 저항이 적은 항로를 찾아가기 때문에 연료 소모는 오히려 줄어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삼성중공업 자체적으로 11만 3,000톤급 원유 운반선에 이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일본 도쿄에서 미국 LA까지 운항시간이 3시간 단축됐으며 연료 소모량도 15톤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는 지금, 최근 신조선 시장에도 도래한 연비경쟁 시대에 신기술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결국 연료절감형 선박에 대한 선주들의 새로운 니즈가 조선사들의 신기술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이제 관련기술을 적용한 선박들이 인도되기 시작한 만큼, 각 사의 기술력은 이제 검증무대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각 기술들이 어떤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에 대한 두드러지는 평가는 추가 수주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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