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실시해도 지원인력 800명으로 한정
실습과 해기사면허 취득 문제는 ‘2+1제도’의 시행으로 해결

 

부산해사고등학교는 인천해사고, 양대 해양대 등과 함께 주요 해기인력 양성기관이다
부산해사고등학교는 인천해사고, 양대 해양대 등과 함께 주요 해기인력 양성기관이다

 

해기사가 부족하다. 세계적인 해운호황은 자연스럽게 선대확충으로 이어졌다. 선박은 조선소에 주문하고 대금을 치르면 정해진 기한 내에 건조되지만, 선박을 운항할 해기인력은 그렇게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해운호황과 함께 찾아온 해기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지만, 뾰족이 모범답안이라고 부를만한 방법은 나오고 있지 않다.


부산과 인천의 해사고등학교는 한국·목포 해양대학교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주요 해기사 양성기관이다. 담당 주무부처의 변경, 국가 교육정책의 변화, 해기인력 수급을 위한 선사들의 노력 등 다양한 변화의 파도가 해사고에 밀려들고 있다. 새롭게 변모하는 해기인력 양성 방향을 알기위해 부산해사고등학교를 찾았다.


이번에 만나본 부산해사고의 구대서 교장과 부산해사고 동창회 김태향 부회장, 그리고 해사고 학생들은 모두 해사고의 해기인력 승선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역특례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해사고등학교의 주변상황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해사고는 ‘해운계 특수목적 고등학교’로 ‘기초 해기인력 양성’을 그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예산은 해양수산부, 인사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맡고 있었다. 하지만 MB정부의 정부부처 통폐합 작업에 따라 예산은 국토해양부, 인사는 교육과학기술부로 이관되었다. 또한 ‘지방교육 자치의 내실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교육부문의 많은 권한과 책임, 기능이 중앙부처에서 각 지역의 교육청으로 모두 옮겨갈 예정이다.

 

인천해사고 “변화로 인해 어려운 상황”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천해사고등학교 측은 해사고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인천해사고 관계자는 “본래 실업계 학교들은 취업을 중심으로 한 교육을 하는 기관이었으나, 사회 분위기상 대학진학에 대한 열망이 높아 그 실효성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나온 광주상고, 노무현 대통령이 나온 부산상고, 이명박 대통령이 나온 동지상고 모두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없어지고 말았다”며,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학진학만을 원하고, 새로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의 의견 조율도 어려우며, 새로운 교육정책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해사고측은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는 해기인력 양성에 대한 정확한 계획을 밝히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국토해양부와 부산해사고는 모든 일이 원활하게 잘 추진되고 있으며, 해사고등학교의 미래는 아주 밝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최근 해사고 실습에 대한 실태점검을 마치고 그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실태점검은 2+1제도에 대한 것으로 실제 승선실습이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 지에 대해 운영위원회가 점검한다는 취지로 시행된다”고 말한 뒤

 

“1년에 2번 시행하는 실태점검은 사실 선사들이 자사에 취업시키고 싶은 우수 학생들을 한번 살펴보라고 마련한 자리이지, 해사고의 교육 방향이나 방법에 대해 제약을 가하거나 경고를 주기 위함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국토해양부와 협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인천해사고의 의견을 일축했다.

 

부산해사고 “해사고 전망 아주 밝다”
1978년 개교한 부산해사고등학교는 2007년 동삼동의 신축 캠퍼스로 이전한 이후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부산해사고의 구대서 교장은 주무부처와 교육정책의 변화가 오히려 부산해사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구 교장은 “새로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예전 해양수산부보다 규모면에서 훨씬 커졌으므로 해사고에 대한 예산도 좀 더 증액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 교육부가 미래형 직업분야 전문계 고등학교인 ‘마이스터(meister) 고교’를 지정 시행한다는데, 이미 우리는 마이스터 고교로서의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해사고는 정부로 부터 '국가 기간 산업인력 양성' 이라는 목적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자분야 실습 중인 부산해사고 학생들
부산해사고는 정부로 부터 '국가 기간 산업인력 양성' 이라는 목적을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전자분야 실습 중인 부산해사고 학생들
현재 정부의 교육정책은 지방 교육 자치를 강화·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해사고는 ‘국가 기간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이를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도 국토해양부의 지원관리를 받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교육과학기술부가 가지고 있던 해사고 교사 인사권까지도 국토해양부가 인수하여 통합 관리하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구 교장은 “교육부도 부산해사고를 전문계 고등학교 경영관리의 모범사례로 지정하고 있어, 타 전문계 고교로부터 여러 번 벤치마킹을 받기도 했다”며 해기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서 해사고의 입지가 공고함을 밝혔다. 그는 또 “부산해사고가 자리잡은 동삼동 일대에는 향후 해양연구원, 해양박물관, 해양경찰청 등 해양관련 연구기관과 관공서 등이 들어서 ‘해양 클러스터’가 구성될 예정이다. 또한 인근에 해양대학교가 있고, 영도구에는 수많은 해운관련 기업들이 있다. 이렇게 주변 환경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아짐에 따라 부산해사고도 앞으로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2+1제도’와 ‘산·학·관 협약’ 통해 승선률 증대
부산해사고는 2007년부터 국토해양부와 함께 ‘2+1제도’를 중심으로 ‘해사고등학교 혁신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사고 학생들의 승선취업률이 저하되고 있는 주요원인 중 하나는 3년간 해기사 양성교육을 이수함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졸업과 동시에 면허 취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기존에는 3학년 1학기까지 수업을 마친 뒤 실습을 나가도록 되어 있어서 해기사 면허 취득을 위한 1년의 경력을 쌓기 위해 졸업 후에도 저임금과 부적절한 환경 속에서 장기간 실습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이탈률이 높아 해사고 졸업생의 면허시험 합격률이 80~90%인 반면, 실제 면허 취득율은 42%밖에 되지 않았다. 구 교장은 이에 대해 “3학년 1학기 수업을 아무리 빨리 마쳐도 5월 말에나 실습을 나갈 수 있었다. 따라서 승선경험 1년 중 절반만을 채운 시점에서 학생들이 졸업을 하게 되므로 학교의 관리감독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졸업과 취업이 바로 이어지지 않아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2+1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학년 교육과정을 이론 중심으로 개편하고 3학년 교육과정은 산업현장 적응능력 향상을 위한 ‘승선실습교육’을 중점적으로 한다는 것을 기본골자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1~2학년 교육은 △전문 교과 과목의 이론 중점 실시 △해기사면허시험 준비를 위한 별도교육 폐지 △생활영어 및 해사영어 교육 비중 확대 △인문교과 과정의 균형적 편성을 시행할 예정이며, 3학년 교육은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의 승선실습 1년 과정 △각 학교별로 40명 규모의 동일계 대학 진학반 운영 △육상취업 희망학생 대항 특별취업반 운영 등의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실습교육을 현실화하고자 하는 취지의 ‘2+1제도’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해사고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과 협약을 체결하고 자체보유 실습선 2척과 승선원, 교원으로 구성된 ‘승선실습센터’를 설립하여 3학년에 대한 실습교육을 전담하게 했다.

 

승선교육 실습프로그램은 △1단계 선박친숙과정 1개월 코스 △2단계 해기능력 적응과정 4개월 코스 △3단계 실무적용과정 5개월 코스로 구성되며, 2단계 평가 부적격시 2.5개월의 반복교육을 실시하고 3단계 중간평가 우수자는 3개월 과정만을 이후한 후 선사 위탁실습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실습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승선훈련 관련 실습생 부담경비·학교운영경비 등 전액 면제 △선원수첩·선원건강진단·여권 등 개인비용도 전액 지원 △해기사면서 필기시험 면제(면접시험으로 대체) △승선실습 평가결과 우수자에 대한 장학금 지급 및 취업희망 선사 취업 우선 알선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부산해사고는 학생들의 실습환경과 취업여건의 개선, 선사의 우수인재 수급을 위해 선사들과 꾸준히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있다
부산해사고는 학생들의 실습환경과 취업여건의 개선, 선사의 우수인재 수급을 위해 선사들과 꾸준히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있다
한편 부산해사고는 산·학·관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선사의 적극적인 승선실습 교육과정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해사고는 해운업체들과 △협약업체 승선실습 및 연계 취업 추진 △산학겸임교사 지원 △산학협동 활동 추진 △산학장학금 지원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협약을 체결하여 우수학생과 선사를 연결시켜 주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 교장은 “2+1제도를 올해부터 처음 실시하여 3학년 학생들은 지난 2월부터 실습을 시작했다. 선사들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장학금을 받으면서 선사에서 실습을 하는 학생들도 60~70명가량 된다. 이러한 혁신방안에 따라 학생들도 거의 탈락자 없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가능하며, 선사들도 우수학생들을 미리 점찍어 둘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 말한 뒤

 

“집중화를 통해 학생 개개인에게 투자를 확대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학생수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향후 학교교육 내실화와 승선실습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해사고는 학급당 정원을 30명에서 20명으로 축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09학년도부터 신입생 입학 정원이 부산해사고는 240명에서 160명으로, 인천해사고는 180명에서 120명으로 감축될 전망이다.

 

병역특례 받는 해사고 학생 ‘10% 수준’
해사고 학생들의 승선률을 높일 일련의 혁신방안들이 추진 중이지만, 아직도 승선을 어렵게 만드는 난제가 몇 가지 남아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사안은 ‘병역특례 문제’이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2012년까지 산업기능요원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위기를 맞았던 해기인력의 병역특례 문제는 ‘승선근무예비역제도’를 통해 계속 유지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산업기능요원제도나 승선근무예비역제도 모두 실질적으로 해사고 학생들의 병역문제 해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해사고 동창회의 김태향 부회장은 “지금까지 병무청이 지정한 연간 특례 인원이 800~900명 수준이었다. 해대, 해사고, 수고 등 전체 해기사 양성기관의 연간 배출인원이 1,200명이므로 400명 가량은 항상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선사 입장에서는 특례인원으로 고교생보다 대학생을 선호하므로 모든 손해는 해사고 학생들이 받아왔다”고 말했다. 구 교장도 이에 덧붙여 “산업기능요원제도를 시행할 때, 해사고 졸업생 중 병역특례를 받는 학생은 겨우 10~20% 수준이었다.

 

더 큰 문제는 병무청이 통보해온 승선근무예비역제도 운영관련 회의 결과에 따르면, 이 제도 역시 지원인력 규모를 800명으로 제한한다는 점”이라 밝혔다. 승선근무예비역제도의 본래 운영의도에 따르면 승선을 하는 초급해기인력에 대해서는 전원 병역을 면제해주고자 했으나, 6월 중순에 있었던 관련회의 결과에 따르면 2009년 1월 1일부터 제도를 실시하며 지원인력 규모는 800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해사고측은 병무청에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나, 병무청은 50명 내외의 인원확대만을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밝히고 있다.


구 교장은 또 “인원제한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시행까지 쌓인 난제도 많다. 승선 전 필수코스인 4주간 기초 군사훈련을 위한 계획과 훈련을 맡아줄 해군 측과의 협의 절차도 남아 있다.

 

대졸 선호 사회적 분위기도 승선률 저하 원인
또 다른 문제는 ‘대학 중심의 사회적 분위기’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진학을 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실제로 승선실습을 나가거나 선사에 취업한 해사고 학생들은 해대 출신과 해사고 출신에 대한 차별대우를 느낀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동창회 김 부회장은 “대형선사에서는 학력에 따른 급여나 인센티브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해기사 구인에 애를 먹고 있는 중소선사에서 차별대우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소선사에서는 기존 직원을 잡기 위해 1년에 급여를 3차례나 인상할 정도다. 차별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구 교장은 “그래도 앞으로는 학력보다는 실력을 중심으로 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부산해사고를 들어서다보면 ‘내 일생 내 힘으로 개척하리라!’라는 해사고 교가의 일부가 새겨진 바위가 있다. 과도한 교육열로 대학진학률이 90%에 육박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젊은 시절을 산업현장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해사고 학생들에게 더 없이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들의 승선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병역제도의 개선과 실업계 고교 출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향 동창회 부회장
김태향 동창회 부회장

1983년 3월 창립하여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부산해사고등학교 동창회는 부산 본부와 각 시도의 13개 지부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6,500여명이 정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이 가운데 승선하고 있는 동문이 약 1,350명, 육상근무와 조선 등 해양관련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동문이 900명 정도이다.

 

동창회에서는 부산해사고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재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업계 정보 제공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해사고 동문은 연령대가 젊어 CEO는 배출하지 못했으나 해운업계의 허리를 이루는 주요 보직에 골고루 포진해 있으며,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선장과 기관장도 다수 있다.

 

부산해사고 7회 졸업생으로 동창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유진해운의 김태향 부장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억대 연봉을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사고를 졸업한 뒤 꾸준히 승선해온 동문은 대부분 선장 또는 기관장이 됐다”며 해사고를 나와 승선하는 학생들의 앞날이 밝음을 강조했다. 해사고 동창회에서는 현재 18기 졸업생까지 선장을 배출하고 있다.


또 많은 동문들이 해운산업의 비전과 해사고의 높아진 위상을 보고 자녀를 해사고에 입학시키고 있다고 한다. 김 부장도 “딸밖에 없지만, 아들이 있었으면 당연히 입학을 권유했을 것”이라 말한 뒤, 재학생들에게 “자부심을 갖고 지속적인 전공 공부와 주어진 업무를 소중히 할 것”이라 당부했다.

 

 

구대서 부산해사고등학교 교장
구대서 부산해사고등학교 교장
구대서 부산해사고등학교 교장은 2+1제도가 시행된 올해부터 1~2년간은 학생들의 승선취업률이 거의 100%에 육박할 것이며, 그 이후로도 승선률이 현격이 높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구 교장은 이러한 승선률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지원과 병역특례문제의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해기사 양성기관으로서 해양대, 해양수산연수원과의 차이는
“해양계 대학출신은 3급 해기사, 해사고는 4급 해기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며, 해양수산연수원은 선원의 재교육기관으로 3~4급의 해기사를 단기과정으로 배출하고 있다. 출발선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지만, 성실히만 임한다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에 해사고 출신 해기사가 충분히 3급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한편 해운 업·단체에서 단기양성을 맡는 연수원에게만 해기인력의 빠른 양성을 당부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해사고 등에서 장기간의 교육을 받은 해기인력을 많이 배출하는 게 옳다고 본다. 단기교육은 해기사의 빠른 수급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교육 부족으로 인한 해난사고 등의 우려도 있다. 실제 부산항에서 있었던 충돌사고 중에도 당직사관의 함량 미달로 인한 사고가 있었다.”

 

△해사고등학교 혁신방안에 따른 정부의 지원계획은
“동삼동 신축 캠퍼스 준공식 당시 참석한 해수부 차관이 축사를 통해 해사고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여 해사고 학생이 선장이나 1급 해기사가 될 때까지 교육을 받을 때는 모든 비용과 월급을 지급하고 1년 승선 후 6개월 유급 휴가를 주는 등 놀라운 혜택들을 제시했었다. 일단 내년에 입학하는 학생들부터 집중투자를 위해 정원을 줄이게 된다. 이러한 비전 제시도 좋지만 현재 우리 학생들 한 끼 식사비용이 1,300원이다. 올해 들어 물가상승으로 인해 같은 비용으로 풍족한 식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선 이러한 측면의 예산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사고 학생의 병역특례 문제에 대해
“승선예비역제도를 실시해도 인원제한이 있으면, 해사고에게 혜택이 돌아오기가 힘들어진다. 국토해양부 선원노정과는 선사와 협의를 통해 수요를 적정히 조절하거나 인원제한이 없도록 한다는 방향이었는데, 정원 800명은 너무 부족한 숫자다. 이러한 문제로 국가가 3년간 국비를 들여 양성한 재원들이 승선을 하지 않게 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한국해양대학교와의 협력관계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오거돈 한국해대 총장이 부산해사고를 부속고등학교 형식으로 편입하겠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부속고등학교는 사범대학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해대에는 사대가 없어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은 제도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직까지 한국해대와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한 바도 없다.”

 

△부산해사고의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해운호황과 함께 국내 모든 선사들이 사람 구하는 게 화물 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부산해사고는 선사들과 협정을 맺어 우수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과 실습기회, 보장된 취업경로를 열어주며, 선사들에게는 양질의 해기인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10여개사와 이러한 협약을 맺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최근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해사고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늘어 재학생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맞춤식 교육과 학생들의 역량 강화, 향후 동삼동 해양클러스터의 구성으로 인한 주변환경 개선 등의 요인을 통해 앞으로 부산해사고의 전망이 아주 밝을 것이다.

 

 

인터뷰 / 부산해사고 학생회장·부회장

 

“해사고 입학만 해도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

 

부산해사고등학교 학생회장 김덕근 군(좌측)과 부회장 백승현 군(우측)
부산해사고등학교 학생회장 김덕근 군(좌측)과 부회장 백승현 군(우측)

부산해사고 기숙사는 남학생들만 모여 있는 곳 특유의 열기가 느껴진다. 해사고를 찾은 날은 마침 방학식 전날이라, 학생들 모두 들뜬 모습으로 귀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1학년 학생들은 아직 앳된 얼굴에 제복이 어색했지만, 2학년만 되도 늠름한 바다 사나이의 풍모가 흐르는 듯했다.

 

이날 만난 학생회장 김덕근 군과 학생부회장 백승현 군은 각각 ‘동일계 대학 진학’과 ‘승선’이라는 비전을 굳게 가지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학생 모두 누나가 둘씩 있는 가정의 귀한 막내아들임에도 불구하고 해사고를 다니고 있어, 많은 학부모님에게 해사고가 상당히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학생의 학교생활과 장래 희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학교생활은 어떤가. 다른 고교생보다 자유롭지 못한 생활이 힘들진 않은지
학생회장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면 편하게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다. 학교와 기숙사 일정에 맞춘 생활을 하다보면 개인적인 시간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잘 활용하면 공부와 취미와 재량을 넓히는 데에는 충분하다.”

 

△한창 성장할 시기인데, 식사는 입맛에 맞는지
학생회장
“점심은 아주 잘 나오는데, 아침과 저녁식사가 조금 부실한 느낌이다.”
부회장 “아침에 김치, 김, 밥, 국 등 딱 기본 메뉴만 나올 때가 있어서 학생들 입맛에 안 맞을 때도 있지만, 아침이 유난히 적게 나오는 날은 점심이 아주 풍족하게 나와서 좋다.”

 

△학과시간 외에 쉬는 시간에는 뭐 하는가. 연애를 하는 학생도 있나
학생회장
“컴퓨터, 운동, 자격증 준비 등을 하면서 보낸다. 학교에서 랜선을 제공해서 인터넷은 할 수 있지만, 온라인 게임은 차단되어 있어서 게임은 못 한다. 교내에 실제 있는 위락시설은 탁구대와 탁구채뿐이다. 예전 청학동 캠퍼스에는 당구장과 노래방등도 있었다는데, 신축교사에도 설치해 주면 좋겠다.
적지만 연애를 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개 이성친구와 멀리 떨어져 있고, 학교생활, 기숙사 생활이 바빠 연애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 것 같다.”

 

△선후배간 위계질서는 어떠한가. 그런 것 때문에 힘들지는 않은가
부회장
“물론 단체생활인데 위계질서가 있고 이를 잘 잡기위해 노력 중이다. 위계질서가 안 잡히면 단체생활이 힘들어 진다. 또 해사고는 복장이 중요해서 복장적인 측면에서 군기를 잡기도 한다. 간단하게 기합을 주긴 하지만 폭력은 절대 금물이다. 이런 위계질서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은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약간만 참으면 다른 모든 점이 편하고 좋기 때문에 견딜만 하다.”

 

△해사고학생으로서 힘든 점이나 어려운 점은 없는지
학생회장 “사람들이 예전에 해사고가 싸움만 하고 사고만 치는 걸로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 시각으로 우리를 보는 것 같아 조금 섭섭하다. 아무래도 일반 고등학교와 복장이 다르니까 구별이 되고 행동 하나라도 잘못하면 유난히 밉보이는 게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향후 진로문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학생회장
“해양대학교에 진학하려고 한다. 선배들의 입소문 때문에 대학진학을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 승선하면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덜 힘들 것 같은 대학진학을 고려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일단 대학은 나와야 뭔가 차별 안 받고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해대를 나온 뒤에는 3년 병역특례 승선을 한 뒤에 해운관련 육상근무를 하려고 한다.”
부회장 “대학을 안 나오면 차별받는다는 사회분위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해사고를 나오든 해대를 나오든 똑같이 배를 타야 하는데, 승선이란 것이 경력직이니까 빨리 타서 경력을 쌓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선장도 해보고 싶고 제복이 멋진 해양경찰도 꿈꾸고 있지만, 일단은 승선경험을 쌓으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해사고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학생회장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들은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보다 해사고에 와서 자기 실력만 발휘하면 과열 경쟁 없이 동일계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다.”
부회장 “해사고는 입학만 해도 부모님께 효도하는 거다. 일반 고등학교 다니면서 말썽피우는 것 보다 해사고의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게 좋다. 다른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면 취업 때문에 고생인데, 취업도 빨리 할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는데, 오대양 육대주를 누빌 수 있다는 사실도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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