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노조, STX 컨소시엄도 "NO!", 어떤 형태든 동종업체 참여 불가 선언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일 하루 전, 현대중 인수전 참여 표명…큰 변수로 작용

산업은행, 오는 10월 우선 협상자 선정, 12월 매각 완료 계획
노조 요구사항, “단체협약·노동조합 승계, 고용보장, 회사 성장 노고 인정”

 

예상대로 포스코와 한화, GS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의향을 정식절차를 통해 표명했고, 뒤늦게 현대중공업이 가세해 대우조선해양 M&A는 결국 4파전 국면이 형성됐다. 오는 10월, 이들 4사 중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한화, GS의 참여는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의지를 천명해 오던 터였지만, 현대중공업의 출사표는 짐짓 업계를 놀라게 했다. 현대중공업은 인수의향서 제출 하루 전인 8월 26일 돌연 인수의사를 표명하고 인수전에 가세했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한 부문에 가중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조선부문인 대우조선해양이 아닌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것이라고 밝혀오던 차여서 혹여 ‘숨은 의도’가 있는지에 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재무적 측면에서 볼 때, 현대중공업의 가세는 다른 3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 포스코와 한화, GS는 재무적 투자자 물색에 보다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동종업계인 현대중공업의 참여는 대우조선해양 소속 직원들에게는 심각한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현대중공업이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일괄매각 발표 이후 지금까지 약 5개월간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했던 이유가 대우조선노동조합과의 불협때문이었다는 것은 이 문제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임을 얘기해 주는 대목이다.

 

한편, 인수희망기업 접수결과를 지켜본,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현대중공업의 인수 저지방침을 확실히 못 박았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인수희망기업 의향서 마감직후인 8월 28일 노조 홈페이지 ‘투쟁속보’를 통해 현대중공업을 부적격 업체로 규정하며 “동종업계가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정보유출에 따른 보호장치가 사라져, 이에 따른 피해는 엄청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동종업계가 인수할 경우 사업의 축소 내지 폐지는 당연시되고 노동환경과 기업윤리가 바뀌면서 이질감에서 오는 마찰과 대립은 불가피하다”며 예비입찰 적격자 발표가 난 이후 본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과 컨소시엄 구성결과에 따라 부적격업체를 선발해 투쟁력을 집중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컨소시업 형태로 짝짓기를 공식선언한 STX의 경우도 배척대상이라며,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기준의 기본원칙에 해외기업과 기존 조선업체에 대한 매각을 배제한다’는 원칙으로 동종업계가 단독 혹인 짝짓기로 들어오는 것도 철저히 배척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이렇게 발빠르게, 또 강경하게 동종업계의 참여를 전격 반대하고 나서고 있어, 이와 관련 향후 진행과정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일괄매각 발표 이후 지난 5개월 동안 대우조선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그동안의 쟁점사항을 짚어보았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일정>
▲3월 26일 -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매각계획 발표 ▲4월 21일 - 매각주간사 골드만삭스 선정 ▲5월 16일 - 골드만삭스 자격논란으로 주간사 선정 취소 ▲7월 30일 - 대우조선해양 노조 실사허용 ▲8월 22일 산업은행 매각 공고 ▲8월 27일 - 인수의향서 최종마감 ▲9월 - 최종입찰마감 ▲10월 -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1월 - 확인실사 ▲12월 - 매각 작업 완료

 

10월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윤곽’
외국인의 10% 이상 주식 취득 ‘불가’
산업은행은 8월 22일 대우조선해양의 산업은행(31.3%)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19.1%)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총 50.4%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8월 27일 인수의향이 있는 기업들에게 의향서를 받았다.


산업은행은 남은 수순의 일정을 9월 중순경 예비입찰 실시 이후 10월 초 본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1월 중 매각 본 계약을 체결한 뒤 12월에는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은 대우조선해양이 주요 방위산업체로 분리됨에 따라 외국인의 10% 이상 주식 취득 불가 등의 투자자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산은, ‘일방적’ 매각발표로 대우조선노조 투쟁 돌입
매각자문사로 골드만삭스 선정, 또 다른 쟁점 ‘점화’

7월 30일 이전까지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실사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서울본사 앞 노동조합원들과 실사팀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
7월 30일 이전까지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실사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서울본사 앞 노동조합원들과 실사팀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모습.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었던 건, 대우조선 노동조합원들의 저지 때문이었다. 산업은행이 3월 26일 맨 처음 대우조선해양의 일괄매각을 발표한 후,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조합과의 사전 공유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되는 일방적인 매각은 있을 수 없다며 총파업 돌입을 엄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 노동조합 이세종 위원장은 산업은행 총재에게 건의서를 통해 ▲매각진행과정에 노동조합의 요구 반영 및 참여보장 ▲산업은행 지분의 전략적 보유를 강력히 요청하며 ▲대우조선을 특정기업에 통째로 넘기는 일괄매각을 반대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이 매각자문사로 외국계 기업인 골드만삭스를 선정함에 따라 또 다른 문제로 부각됐다.


이 결정에 대해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즉각적으로 “산업은행이 매각자문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한 것은 대우조선이 보유한 조선해양 기술과 방위산업의 군사기밀이 필연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어 국부유출과 한국 조선 산업의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며 매각주간사 선정 반대 성명서를 제출했다. 


결국 골드만삭스는 중국 조선업체에 투자한 사실과 관련, 골드만삭스가 산업은행이 제시한 자문계약 내용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매각자문사 선정이 취소됐다.
이후 5월 20일 산업은행은 산업은행 M&A실이 단독으로 매각자문 업무를 수행키로 결정했다며, 이유에 대해 차순위인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의 계약협상도 동사가 잠재매수자와의 자문계약 체결 등의 사유로 매각자문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통보해 옴에 따라 매각일정의 차질 최소화, 이행상충 우려의 근본적인 해소 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 인정하의 대우조선 ‘노사공동 확약서’ 서명
7월 30일 기해, 대우조선노조 실사 불허 방침 철회

산업은행이 위임한 대우조선 남상태 사장과 노동조합 이세종 위원장이 서명한 '노사공동 확약서' 원문
산업은행이 위임한 대우조선 남상태 사장과 노동조합 이세종 위원장이 서명한 '노사공동 확약서' 원문
결국 매각자문사로 골드만삭스를 취소한 것으로 외국계 매각주간사 선정과 관련된 첨예한 갈등은 한풀 꺾였다. 하지만 대우조선노동조합은 매각에 있어 ‘단체협약 승계, 노동조합 승계, 전 구성원들의 고용보장, 회사 성장의 노고 인정’ 등의 사항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지난 수개월 동안 상경투쟁과 함께 매도자 실사저지를 해 왔다.
이후 본격적인 매각작업이 시작된 것은 7월 30일을 기해 대우조선노동조합이 실사 허용의 뜻을 밝히고 난 이후부터다. 


대우조선노동조합 이세종 위원장은 7월 3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7월 4일 산업은행 정인성 본부장과의 협의가 있었고, 그 이후 산업은행 실무자와 노동조합 실무자간에 심도 있는 논의절차가 진행되어 왔으며, 노동조합이 요구한 조건에 대해 합의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다”며 매도자 실사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산업은행이 선임한 회사대표가 노동조합이 요구한 4대 방침에 대에 대해 확약함으로써 ‘지분매각관련 노사공동위원회 확약서’에 서명했으며, 매도자 실사를 허용하되, 어디까지나 약속한 확약서의 내용을 성실히 준수하는 범위에서 허용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매각진행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객관성을 유지시기기 위해 입찰참여 업체에 대한 적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물론 외압에 의한 졸속매각 방지를 위해 노동조합을 포함한 회사와 산업은행 3자 실무협의를 지속적으로 운영시키는 동시에 약속이행여부에 따라서 허용범위를 재결정해 나가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일부 강경 노동조합원들은 산업은행 총재나 관계자의 서명이 없는 확약서는 무효라며, 그나마 물꼬를 튼 집행부의 실사허용 방침을 저지하고 나서는 등 노동조합 내에서도 약간의 혼선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이후 산업은행 M&A실은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와 중국 산둥성 블록공장에 대한 현장실사를 진행했고 8월 19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한 거제도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끝으로 모든 실사를 마무리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 세계 3위 기업으로 성장
올 상반기 매출만 4조7,500억, 영업익 3,572억 달성
대우조선해양은 대우그룹의 구조조정으로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2000년 10월 계열에서 독립한 이후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세계 랭킹 3위의 대우조선해양, 이 회사의 세계적 역량은 세계경제 약화로 인한 전체 조선시장에 대한 우려는 물론 매각을 둘러싸고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큰 영향 없이 지속적으로 수주고를 올리고 있는 모습에서 다시 한번 증명되고 있다. 


8월 26일 현재까지 모두 59척, 약 116억 1,000만 달러를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올해 목표 175억 달러의 약 66.3%를 채운 상태. 특히 8월 21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초대형원유운반선 4척은 지금까지 계약된 가격 중 가장 높은 금액으로 성사시키는 쾌거까지 거두었다.  


올 상반기 매출만 4조7,500억원, 영업이익 3,572억원 달성으로 이미 지난 한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가는 어느 수준에서 체결될까. 오랜 진통 끝에 이제 막이 오른 대우조선해양의 M&A에 대한 관심은 동 사의 몸값에 쏠려 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대상 지분 50.4%는 총 9,639만3,000주에 해당된다. 8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약 3조 3,448억원. 여기에 수주잔량 등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매각가격은 7조~8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수전이 가열될 경우 최대 9조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는 일각의 시선도 있지만 최근 국내외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다, 앞서 진행된 M&A 성사 기업들이 이후 자금유동성 등에서 위기 국면을 맞으며 오히려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사례가 생기면서, 인수 후의 재무건전성도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높은 몸값은 그동안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던 두산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요인으로 작용했고, 이후 증권가에서의 두산의 가치는 재무부담 우려를 털어낸 것을 반색하며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은 확실한 투자처로서, 새로운 기업의 동력으로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객관적 기준과 합당한 예측으로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대우조선해양의 명성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기업으로 안착되는데 힘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