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제재(Sanction)문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하였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은 2월 21일 행정명령을 통하여 러시아 정권의 주요 관련기관을 제재대상 목록(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List)에 올리고, 해당 제재대상자에게 경제적, 물질적, 기술적인 도움을 주거나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이후 러시아 침공 수위가 높아지자 미국은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고, 러시아 에너지(석유, 천연가스, 석탄) 수입을 금지시켰으며, 러시아 최혜국 대우(Most Favored Nation Treatment) 중단을 결정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른 개별국가, European Union(국가연합), United Nations(국제기구) 등도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제재문제로 선사에게 요구되는 몇 가지 유의점이 있다. 현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용선계약조항은 BIMCO Sanction Clause이며, 해당 조항의 편입과 이해가 중요한 시기이다. 해당 조항이 적용될 경우 용선자가 제재를 위반하면 선주는 해당 계약의 수행을 거부하고 운송 중이라도 해당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만약 선사가 제재와 연관되는 경우 해당 P&I Club으로부터 관련 손해를 담보받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선사는 제재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적절한 Due Diligence를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제재문제를 제재 일반론, 용선계약과 제재, P&I Club과 제재, 제재위반 예방조치 순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제재 일반론>
1. 제재의 정의

제재는 핵무기, 대량살상무기 개발 등 전쟁위험행위와 인신매매, 폭행, 살해 등 인권유린행위, 그리고 테러행위, 마약밀수 등 중대범죄행위 등 국제법이나 자국법을 위반한 특정국가, 지역, 정부, 법인, 조직, 개인에 대하여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기 위하여 미국 등 개별국가, EU, UN 등이 무역, 상업, 금융 제재조치들을 포함하는 외교적, 경제적 제한조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제재는 제재대상자(개인, 법인, 단체)에 대한 제재와 제재대상행위에 대한 제재로 구분할 수 있다. 제재대상자에 대한 제재는 미국, EU, UN 등 제재부과국이 제재대상자에 대한 목록을 작성하여 목록에 포함된 개인, 단체, 선박, 항공기에 대한 자산동결행위 및 제재부과국의 영내로 입국, 경유, 착륙, 입항을 금지한다. 한편 제재대상행위에 대한 제재는 특정한 행위를 제재대상으로 규정하고 제재대상행위임을 ‘알면서(Knowingly)’ 범한 경우 제재대상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한다. 설령 제재대상행위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제재대상행위를 하려고 시도하거나, 제재대상행위를 은닉할 목적으로 한 행위도 제재행위로 간주되어 처벌될 수 있다. 제재대상자의 동결된 자산을 대신하여 소유하거나, 제재대상자의 권한을 대리하여 행사하는 행위를 하거나, 제재대상자에 대한 기부행위도 제재대상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제재의 주체
(1) 미국제재

미국은 대통령(행정부)과 미국 의회가 제재를 부과할 권한을 각각 가진다. 행정부의 제재는 국제긴급경제권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1977)에 따라 미국 대통령이 ‘특별한’ 외국의 위협에 대하여 국가긴급조치를 선언하는 행정명령을 통해 부과된다. 의회는 제재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현존하는 제재를 재고하거나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
제재는 직접제재(Primary Sanction)와 2차제재(Secondary Sanction)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제재는 미국 국내법이 적용되는 미국 관할권이나 미국 관련 거래에 대하여 금지하는 것이다. 미국 관련 거래는 미국인, 미국산 제품, 미 달러로의 결제 등과 관련이 있다. 2차제재는 미국인이 아닌 자에 대하여 미국 관련 거래가 없는 거래(마약밀매, 테러, 인권침해, 특정개인과 기업거래 등)에 부과하는 제재를 총칭한다. 직접제재는 제재대상자와의 거래제한을 미국인으로 한정하나, 2차제재는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미국제재의 수단은 제재대상 목록에 등재된 제재대상자의 자산동결과 개인, 단체, 선박, 항공기 등에 대한 이익을 차단하는 자산동결, 제재지역에서 미국으로 또는 미국에서 제재지역으로 물품, 서비스, 기술을 수출하거나 수입을 금지하는 금수조치, 제재대상자로 지정된 자에 대하여 미국 입국이 거절되는 여행금지조치 등이 있다.

 

(2) 유럽연합(European Union) 제재
EU제재의 수단은 제재대상국과의 외교관계 중단 등 외교적 제재, 무기금수조치, 제재대상자 여행금지조치, 제재대상자의 자산동결, 그 이외에 특정 물품의 수출입과 투자금지, 특정 서비스 제공금지, 특정분야의 경제활동 제한 등이 포함된다.

 

(3) 국제연합(United Union) 제재
UN안정보장이사회는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UN헌장(United Nations Charter) 제7장 제41조에 따라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UN안전보장이사회 제재수단은 무기금수조치, 여행금지, 경제와 무역제재 등 다양하고, 제재의 주요 목적은 핵무기 확산방지, 분쟁의 정치적 해결, 반 테러리즘 등에 초점을 둔다.

 

 
 

3.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제재 현황1)
다음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행과정과 러시아에 대한 주요 제재현황을 표를 통하여 살펴보도록 한다.2)


<용선계약과 제재>
1. BIMCO Sanctions Clause

용선계약에서 거래상대방이 제재를 위반하여 처벌받게 되는 경우 해당계약의 수행에 지장이 있으며, 이에 따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용선계약 체결 시 보호조항을 삽입하여 활용하는 것이 안전할 것인데,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용선계약조항으로 BIMCO에서 발표한 BIMCO Sanctions Clause for Time(or Voyage) Charter Parties 2020을 둘 수 있다. 해당 조항은 정기용선과 항해용선에 따라 상이한 부분이 있으나,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선주는 자신뿐만 아니라 해당선박, 등록선주, 용선체인의 모든 당사자의 제재위반이 없음을 보증하고, 용선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송하인, 수하인 등 하위계약자의 제재위반이 없음을 보증한다. 해당 보증 위반 시 거래상대방은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보증위반에 따른 모든 손해를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선박이 제재와 관련된 항차를 수행 중이라면, 선주는 항차 수행을 거절할 수 있고, 용선자는 그로 인하여 선주가 제3자로부터 받는 클레임을 보상하고 대체항차를 48시간 내에 제공해야 한다. 용선자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선주는 이미 선적된 화물을 임의의 항에 양하할 수 있고, 관련 비용을 용선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단, 해당 조항은 선주와 용선주 사이게 적용될 뿐 미국을 포함한 국가제재로부터 선사를 완전히 보호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2. 이행불능(Frustration) 적용 여부
거래상대방이 제재위반을 하였으나 용선계약에 BIMCO
Sanctions Clause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 영국법리 Frustration을 통하여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영국법상 Frustration 법리는 양자의 과실 없이 계약의 근간을 훼손시키는 예상 밖의 심각한 상황 변화로 계약수행이 불가해지는 경우 적용되는데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이때 정기용선의 경우 통상 특정 항구를 전제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며, 용선기간 동안 대체 운송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Frustration 주장은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정기용선과 달리 특정지역으로의 특정 화물운송이 목적인 항해용선계약이라면 선주 혹은 용선자의 Frustration 주장이 상대적으로 쉽게 인정될 수 있다.

 

3. 불가항력(Force Majeure) 조항의 적용 여부
Force Majeure 조항은 Force Majeure 상황이 발생하여 이로 인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내용이다. 이는 영국법리에 의하여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Force Majeure 조항이 용선계약에 편입되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적용 여부가 결정되고, 해당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그 효과도 달라질 수 있다. Force Majeure 조항의 일반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Force Majeure를 주장하는 자가 ① Force Majeure 조항에 부합함을 증명해야 하고 ② Force Majeure 사유가 당사자의 통제 혹은 귀책으로 인한 것이 아니어야 하고 ③ 발생된 사건을 회피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였음을 밝혀야 한다. 최근 BIMCO에서 발표한 Force Majeure Clause 2022는 Force Majeure 사유를 ‘실제로 발생한 전쟁 혹은 전쟁과 유사한 행위’로 규정하므로 해당 조항이 적용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는 Force Majeure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P&I Club과 제재>
만약 가입선박이 P&I Club을 어느 국가 또는 국제기구로부터의 제재, 금지, 제약 또는 불이익조치를 당하게 할 위험에 노출시킬 운송, 무역 또는 항해에 투입되면, 보험계약은 해지될 수 있다(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보험계약규정 제11조 제1항 (7)호). 또한 선사가 제재를 위반한 경우, 해지 이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P&I Club의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도 유념해야 한다. 만약 선사가 제재대상자로 지정된다면, ‘제재대상자를 위하여 대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될 수 있으며, 재보험자는 제재를 위반한 선사의 클레임에 대하여 P&I Club에 재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고(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보험계약규정 제37조 10호), 이에 따라 P&I Club 또한 선사에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

 

<제재위반 예방조치>
1. 선사의 Due Diligence 조치

일반적으로 Due Diligence는 거래 시 거래상대방의 경영상태, 자산상태, 재무적, 영업적 활동 등 전반적인 상황에 대하여 조사 및 검토하는 활동을 말한다. 선사의 대표적인 Due Diligence 조치로 거래상대방이 제재대상자 목록에(Specially Designated Nationals List)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거래상대방이 제재대상자 목록에 등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제재대상자 목록에 포함된 개인, 기업, 단체에 의하여 50%를 초과하는 지분이 소유 또는 통제되는 경우에는 제재대상자로 포함하고 있으므로 거래상대방의 지배구조까지 검토하여야 한다. 제재대상행위에 대해서는 단지 제재대상물품을 판매하는 행위 뿐만 아니라 제재대상자(개인, 단체, 기업, 선박, 항공기)에 대한 유, 무형의 서비스(보험, 재보험, 수출신용장, 보증장 제공 등)를 제공하는 행위도 제재대상행위로 규정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fice of Foreign Asset Control)의 제재 준수를 위한 가이드라인
미국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선주, 선박대리점, 용선자, 운항자 등 사업주체들에게 적절한 제재 준수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 관련하여 2020년 5월 발표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선박이 SOLAS 규정을 준수하여 AIS장치를 작동하였는지 혹은 중지하거나 조작하였는지 여부 확인하기 ② 제재회피수단으로 사용되는 Ship to Ship 화물 환적이 가능한 선박 감시하기 ③ 거래상대방이 제재 준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④ 화물정보, 선적서류, 선박에 관한 정보(명세, 등록국가 등)가 허위로 작성된 내용이 없는지 조사하기 등이 있다.


미국은 인공위성, 정찰기 등 자국의 감시자산을 동원하여 제재대상 국가를 주야간으로 감시하고, 만일 제재대상 선박이 확인되면 외교경로로 해당 국가에 통지하고 있다. 이 경우 제재대상으로 확인된 선박은 자국 국가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 있고, 선박운항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사업주체들은 이에 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개별 선사들은 OFAC의 권고사항을 참고하여 각자에게 맞는 자체적인 제재 준수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면 제재위반을 예방하는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3. 제재위반 확인 시 조치사항
선사가 거래상대방, 이해관계자가 제재대상자에게 소유,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다음의 조치가 요구된다. ① 회사, 개인을 제재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미국의 OFAC 등 관련 제재당국에 신고하기 ② 제재대상자로 확인된 거래상대방, 이해관계자와의 거래 중단하기 ③ 만약 제재당국이 거래상대방, 이해관계자의 자산을 동결한다면 그 행위에 협조하기 등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제재는 급변하는 전쟁 상황에 따라 그 범위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선사는 항차 수행 중 제재위반을 하지 않도록 적절한 Due Dilligence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 특정 계약이 제재대상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실무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보다 구체적인 사안은 별도의 변호사 자문을 구하거나 해당 P&I Club과 협의가 필요하다. 일부 P&I Club이 제재검토를 도와주기는 하나 이에 관한 궁극적인 책임과 의무는 각 선사에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선사는 용선계약 체결 시 반드시 BIMCO Sanction Clause 등 최신 조항들을 편입하고, OFAC가 권고하는 가이드라인 내용을 참고하여 자체적으로 제재 준수 프로그램을 수립 및 이행하면 제재위반을 예방하는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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