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이나 물류에 종사하다 보면 커먼 캐리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이 용어는 지금 그렇게 실용적으로 많이 사용되지 않으나, 해운업의 발전과정에서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운송 특히 해상운송의 사회적 기능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커먼 캐리어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송인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대로 운송인이라고 해도 될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옛날에 선박을 이용하여 원격지와 무역을 할 때에는 오늘날과 달리 무역업자인 상인이 운송수단인 선박도 마련하여야 하였다. 자기 소유의 선박이든 다른 사람의 선박을 용선 하든 따지지 아니하였으나, 자기가 수행하는 무역만을 위하여 자기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선박을 동원하거나 다른 사람의 선박을 동원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인 여러 사람이 한척의 선박을 동원하여 공동으로 무역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운송형태를 Merchant Carrier라고 하였고, 상인운송인이라고 우리말로 번역한다. 이 용어가 의미하는 것은 상인이 수행하는 무역과 무역상품을 운송하는 업무가 분업화되지 못하고, 동일인에 의하여 수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Merchant Carrier를 Private Carrier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후 선박이 대형화되고, 무역이 빈번히 이루어지게 되면서 특정한 한 항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하여 운송대상인 여객이나 화물을 모집하여 그들과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용역을 제공하는 제도가 출현하여 정착되었다. 대체로 볼 때 오늘날의 정기선에 상응하는 선박운항 형태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송인을 Common Carrier라고 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 커먼 캐리어를 구분하는 실익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공성을 강조하여, 고객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사회를 뒷받침하는 법적 장치의 제1조격이 “계약자유의 원칙”이다. 계약자유의 원칙의 가장 핵심은 어떤 내용의 계약을 어떤 당사자와 체결하든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맡긴다는 것이다.

 

이 경우의 자유속에는 계약체결의 자유외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까지 내포하는 것이다. 물론 그 중간에 누구와 계약할 것인가의 자유도 포함된다. 이 “누구와 계약할 것인가”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사회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평등의 개념일 것이다. 다만 평등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자유스러운 경쟁이 제한되기 때문에 평등은 결과적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으로 그치는 것을 시장경제는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전술한 머천트 캐리어 내지는 프라이베트 캐리어에서는 운송계약이 필요한 당사자간의 계약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사적인 계약이기 때문에 선의의 제삼자에게까지는 기회가 주어지지 아니한다.

 

그러나, 스케쥴을 신문지상 등에 공고하고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의 판매를 약속하는 형태의 운송업이 일반화되면서 기회균등이라는 문제가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봉건적인 계급사회에서 만민 편등의 산업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때로는 이런 문제가 자주 문제가 된다.


커먼 캐리어라는 개념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운송기관의 공공성을 강조하여 고객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할 것을 의무화하는 공공적인 의무를 강조한 것이다. 즉, “일정한 조건으로 제시한 운송조건을 수락하는 모든 사람에게 운송능력의 여유가 있는한 운송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운송인에게 있다”는 원칙이다. 최근에는 그런 사례가 해상운송에는 많지 아니하나 육상의 운송에서는 존재할 수도 한다. 예를 들어 철도가 여객을 운송하면서 이러 이러한 사람만 이 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예 인도의 간디가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1등칸 기차의 승차를 거부당한 사례)는 규정은 현재로서는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특정한 사람은 시내버스를 탈 수 없다는 규칙을 만들 수 없는 것이 시내버스의 운송약관이다.

 

그러므로 커먼 캐리어라는 개념은 오늘날의 해운업에서는 주로 정기선사업을 영위하는 운송인에서 문제가 되고, 특정인과의 개별적인 계약에 의하여 운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정기선 영업이나 인더스트리얼 캐리어는 커먼 캐리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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