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콤파스의 강사로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금융대학원장 이기환 교수가 나와 ‘그리스 해운의 성공 요인’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중앙대를 나와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한국해양대학 해운경영학 교수와 교무처장 및 국제대학장을 역임했다. 저서는 ‘선박금융원론’, ‘그리스 해운의 해부’ 등이다. 

 

그리스 개황과 그리스 해운의 위상
그리스공화국(The Hellenic Republic)은 수도가 아테네며, 면적 13만평방킬로미터로 산지 및 구릉이 70%에 달하고, 해안선이 1만 5,000킬로미터, 섬이 6,000여개에 달한다. 기후는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엔 고온다습하고 겨울에는 온난다습하다. 그리고 인구는 1,078만명이며 종교는 그리스정교가 90%에 달하고 국민소득은 3만달러, 정부형태는 대통령제를 가미한 내각책임제다. 
그리스 해운은 2022년 기준으로 선박보유량이 4,870척에 3억 8,443만중량톤으로 세계 선복량의 17.6%를 점유하고 있다. 해상운송의 그리스 경제 기여도는 2020년 외화가득 규모가 39억 4,120만유로며, 외항해운 및 여객운송 수입은 123억유로로 GDP 구성비가 6.7%에 달한다.
그리스 해운과 우리나라 조선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72년 그리스 선주 선엔터프라이즈사의 리바노스가 2척의 유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발주함으로써 한국 조선업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최근에도 그리스는 신조건조의 70% 이상을 한국에 발주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조선회사의 수주량 중 20% 이상이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것이다. 2020년에 그리스의 신조발주량 177만CGT 중에 77.4%인 137만CGT를 한국에 발주하였고, 2016년에는 775만CGT를 발주하여 우리나라 조선소의 총 수주량의 31.6%에 달할 정도로 큰 고객이다. 

 

그리스의 역사와 해운발전
그리스는 오늘날 세계 1위의 해운강국으로 성장해 세계교역 발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구가 1,000만이 넘는데도 고대 그리스에 조성된 관광자원 외에는 주목할만한 산업이 별로 없고,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대로 식량의 자급자족도 어려운 척박한 환경을 지닌 지중해 연안의 나라다. 그리스는 한때 학문과 철학을 바탕으로 헬레니즘이라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으나 기원전 2세기부터 19세기 초반 독립국가로 출발하기까지 그리스 민족은 약 2,0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주권을 잃어버린 채 고난과 역경을 겪어왔다. 이처럼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척박한 영토를 가진 나라가 해상교역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해양강국이 된 비결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리스 역사를 더듬으며 그리스 해운의 연원과 그 성공요인을 살펴본다. 
그리스 해운을 개관할 때 주목할 점은 그대 그리스 시대에 시작된 페르시아와의 전쟁이다. 당시 도시국가들로 나뉘어 있던 그리스가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페르시아 제국과 싸워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아테네는 밀티아데스 장군의 지략으로 마라톤 평야에서 일전을 벌여 대승을 거두었다. 절치부심한 페르시아가 10년후 다시 전쟁을 일으켰는데, 이것이 바로 2차 페르시아 전쟁으로 그리스 해운 발달에 매우 중요한 역사적 전기가 됐다. 영국의 해운경제학자 스톱퍼드 박사는 그리스가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에 승리함으로써 해상권을 확보하여 흑해로부터의 곡물수입 등을 위한 자유로운 항해가 가능하게 되었다고 그의 저서에서 밝혔다. 피레우스대학의 고울리엘모스 교수도 살라미스 해전을 발판으로 그리스인들은 선박건조에 뛰어난 기술력을 발휘하여 그리스 선주들의 선박확보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육지에서는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 해군력을 키워 바다에서 승부를 건 아테네의 지도자 테미스토클레스의 전략이 주효했다. 테미스토클레스 장군은 은광에서 나오는 수입을 선박건조에 투입하여 전쟁 개시 무렵 이미 200척의 선박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고대 그리스의 선박건조 기술이 본격적으로 싹을 틔웠다. 이렇듯 육상이 아닌 바다에서의 승부수를 던진 아테네의 선견지명이 선박건조 기술과 함께 항해술 발전을 가져와 오늘날 그리스의 해운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오랜 식민지 생활과 국제적 네트워크
그리스의 도시국가 중 강대국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의 주도권 다툼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해상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아테네가 힘을 잃어버린 것은 그리스의 해운사에 아쉬운 점이었다. 그 후 북쪽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대왕이 등장하여 영토를 확장하며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으나 그의 사후 제국이 분열되어 있다가 로마에 모두 복속되면서 그리스는 주권을 잃게 되었다. 그러나 로마와 오스만제국 시대에도 그리스 해운의 DNA는 전승되고 발전했다. 로마는 관습상 시민이 상인이나 선주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에 그 틈새를 그리스 해상무역업자가 메꾸었다. 강력한 로마제국의 등장으로 해상무역업자와 선주들은 폭넓고 자유롭게 해상활동을 전개할 수 있었고, 특히 잘 건설된 도로와 항구로 인해 해상무역은 더욱 촉진되었다. 이러한 로마의 제도적 장치로 인해 해양민족인 그리스인들은 선박을 보유하고 바다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해양무역을 발전시켰다. 로마인들이 받아들여 오늘날까지 해상무역에서 적용되고 있는 ‘투하(jettison)의 원칙’은 그리스의 로도스인에게 배운 것이었다. 선주는 통상 한척의 배에 지휘관 2명을 지명하여 승선시켰는데, 한명은 항해를 책임지는 항해선장이고, 다른 한명은 운송계약, 운임, 선박수리, 교역품 매매를 책임지는 사업관리자였다. 그리스인들은 1453년 동로마인 비잔틴제국이 멸망한 이후에도 위상이 전혀 약해지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그리스의 선주나 상인들은 오스만제국의 밀레트제도에 의해 종교의 자유와 민족고유문화와 언어를 지킬 수 있었고 상업과 해상활동도 지속할 수 있었다. 또한 러시아와 오스만 간에 체결한 퀴축 카이나르자조약에 의해 러시아의 후원으로 지중해뿐만 아니라 흑해에서의 해상무역을 포함한 상업활동에도 상당한 자유가 주어졌다. 특히 러시아의 그리스 상선 보호장치인 피보자제도(protege system)에 의해 그리스 선박들은 러시아 국기를 달고 안전하게 항해하였다. 당시의 기록을 보면, 10개 주요항구에 드나든 그리스 소유의 선박이 짧은 기간에 100척 미만에서 349척으로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고울리엘모스 교수는 376년간 오스만의 지배를 받은 것이 오히려 그리스 해운이 오늘날 세계 1위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오스만제국이 나중에 정책을 바꾸어 그리스인들의 선박건조를 금지하며 자유를 억압하자, 많은 그리스인이 조국을 떠나 여러 나라에 흩어져 해상무역업자와 선주가 됐다. 이로 인해 그리스인들이 세계 도처에 살며 해상무역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또한, 그들의 선박을 오스만이나 러시아에 치적하여 3자교역(cross trading)에도 종사하였다. 1800년대에 런던, 마르세유 등지에서 해운업을 창업하였고, 20세기에 들어서는 미국 뉴욕이나 캐나다에서도 해운업을 시작했다. 나라를 잃은 그리스인들이 무역과 해운이 발달한 세계 여러 도시에 흩어져 살게 된 것이 그리스 해운의 국제화에도 큰 도움이 됐다. 세계 주요 도시에 거주하며 상호 정보를 주고받으며 국제 흐름을 잘 파악함으로써 그리스 소유의 해운기업들은 자연스레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국제적 네트워크는 오늘날에도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그리스가 비교우위를 유지하는 동인이 됐다.

 

대를 잇는 해운전통
해운업은 일시에 많은 자금이 필요한 선박을 확보하여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거친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오가며 안전하게 운항해야 하는 특수한 산업이다. 19세기초 증기선이 등장하기 전까지 범선이 주류를 이루었으므로 장기승선으로 선박운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선원들이 자금을 확보하여 선주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체득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운기업을 창업한 선주들은 자녀들이 노하우를 전수하여 해운업에 종사하기를 바라고, 해운기업경영을 전공을 통해 배우도록 하거나 자신의 곁 현장에서 익히도록 하였다. 그리스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적어도 2대에 걸쳐 해운기업을 경영해야 전통해운으로 간주하는데, 일부는 5세대 이상 이어오는 기업들도 있다. 가정의 식탁에서 가족과 친척들이 해운업에 관해 얘기하고 토론하는 밥상머리 교육이 그리스 해운의 강점 중의 하나다. 이러한 전통적인 학습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나아가 원가우위를 실현할 수 있어 그리스의 선대가 꾸준히 성장하는데 기여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리스는 전통적 해운기업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다. 1945년부터 2000년까지 그리스 해운기업 상위 144개 기업 중에 45%인 65개 기업이 2세대 이상 이어오는 전통 해운기업으로 밝혀졌다. 그리스가 국가적으로 경제위기에 처할 때도 유독 불황을 잘 이겨내는 것은 전통을 통해 배운 해운 노하우 때문이다.

 

지정학적 요소
그리스는 동서문명이 만나는 지중해와 에게해에 걸쳐 영토를 확보하고 있다. 기원전 1,200년부터 이곳에서 왕성한 해상활동을 펼친 페니키아의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선박건조와 항해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였다. 해양활동은 초기에 크레타섬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가 두 번에 걸쳐 페르시아와 전쟁을 치르면서 아테네가 부각됐고, 아테네는 델로스 동맹을 통해 해양력을 더욱 키워나갔다. 그리스엔 많은 섬이 에게해, 지중해, 이오니아해 등에 위치하여 섬들 사이의 교류를 위해 선박이 필요했고, 선박운항에 필요한 기술습득도 이루어져 해운발달을 가져왔다. 그리스에는 섬이 6,000개가 넘고 그중에 227개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특히 키오스는 그리스 해운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유력 선주를 가장 많이 배출한 섬이다. 그리스 선대의 절반을 키오스섬 출신의 선주가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섬에서 유명 선주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섬은 땅이 척박하여 삶이 고단하므로 섬사람들이 바다에서 활로를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선주가 배출됐다. 같은 섬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서로를 잘 알고 나중에 성장하여 선박을 소유하거나 선원으로 활동하면서 유대관계를 다지고 있다. 나아가 혈연관계로 맺어지면서 선박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공동으로 조달하며 선박투자도 쉽게 수행할 수 있었다.

 

우수한 해운인력 양성 및 활용
에게해대학의 타노포울로우 교수는 그리스에는 유능하고 창의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 해운계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해운은 그리스 인재들이 그들이 가진 역량과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되고 있다. 이렇듯 인재들이 해운업에 종사하다 보니 변동이 심한 해운시장의 흐름을 잘 읽어내고 미리 대처하는 위기관리 능력이 다른 나라보다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그리스 선주들은 전술하였듯, 자녀들이 해외의 유수 대학에서 경영학이나 경제학 또는 해운경영학 등을 배우도록 권유하고 있다. 지난날 1세대들은 주로 장기승선한 경험을 살려 창업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기업의 가치 제고나 인수합병 등이 주요 과제로 등장하여 재무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등 다른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들이 경영학 교육과정이 잘 돼 있는 나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급변하는 해운시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이끌었다.

 

경영전략과 선박매매
그리스 해운산업 성장에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기여한 주체는 해운기업이다. 선박을 이용한 양질의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운기업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스 해운은 선박의 고정비나 변동비 등을 포함한 총원가의 절감을 통해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있다. 이는 원가우위 전략으로 본원적 전략 중의 하나다. 이런 원가우위 전략을 위해 해운은 규모, 범위 그리고 학습경제의 이점을 얻기 위해 비용절감을 가져오는 여러 기회들을 찾아내야 한다. 
해운기업은 서비스 창출수단인 선박을 신조에 의해 확보하는 경우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어 많은 자본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스 해운은 S&P 시장에서 중고선 매매에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여 중고선 확보전략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해운침체기에 중고선박을 값싸게 구입하는 전략으로 고정비를 낮추고 규모를 늘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다. 나아가 낮은 선령으로 경제적 이점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20세기 후반에 들어 급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스 선박확보의 3가지 이점은 값싸게 구매하고, 보다 대형의 선박을 확보하며, 선령이 낮은 선박을 구매했다는 점이다. 그리스 해운기업은 불황기에 중고선 매입을 통해 선대를 유지하는 반면, 호황기에는 신조프로그램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전략으로 선대를 늘려 오늘날 세계 1위의 선복량 보유국가로 발돋움했다. 그리스 선주들은 화물운송 수입으로 이익을 올리고 있으나 선박매매차익거래로도 많은 수익을 올리며 재무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선박매매차익거래는 우선 선박을 최저가격에서 보다 싸고 크고 최신의 배를 구입하고, 오래되고 작은 배는 매각하거나 폐선하고 있다. 새로운 선박을 구입하기 위해 호황기에 축적한 자금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필요한 선대를 유지, 확대한다. 이렇듯 시기를 잘 맞춘 선박매각으로 얻은 이익은 3년 동안 운항으로 얻는 수익을 능가한다는 것이 시장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스 선주들은 운임변동이 큰 해운시장에 대한 보다 정확한 예측으로 과열된 현물시장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특히 위기때에 이들은 원가절감이라는 오랜 비법을 구사한다. 

 

기업가정신과 분사
자본주의 사회에는 기업을 창업하고 경영하는 기업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해운업도 기업 형태를 갖추어 선박을 통해 해상운송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윤을 창출하고 있어, 혁신적 사고와 위험을 감수하며 창업하는 기업가정신이 요구된다. 창업과 경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가는 경영자와 구별된다.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며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는 것은 기존의 기업에 취업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위험과 제약이 따른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창업자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사업을 시작하였기에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기업가정신을 “생산요소의 새로운 조합을 발견하고 촉진하는 창조적 파괴 과정”으로 정의하며, 기업가를 혁신가라고 불렀다. 스티븐슨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구애받지 않고 기회를 추구하는 것을 기업가정신이라고 주장했다. 
테오토카스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선박을 도입하며 위험을 감수하고 해운 혁신을 주도한 사례로 작은 벌크선을 도입한 리바노스의 경영판단을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초대형 탱커를 건조한 오나시스나 이중선체의 VLCC를 처음 건조한 리키아르도물로스도 그리스의 대표적인 선주라고 소개했다. 그리스 해운은 전통적으로 벌크와 탱커 위주의 선대로 구성하는데 비해 자신의 자원과 능력을 활용하여 컨테이너 선대를 구축하여 정기선 시장에 진입한 콘스탄타코푸올로스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했다고 보았다. 
최근 오랫동안 가족기업으로 경영해 오던 해운기업 경영을 두고 가족 구성원 간에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선대의 경영방식에 따르지 않고 기존의 안전한 길도 버리고 과감히 분사(set-off)하여 새로운 기업체를 설립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인들은 개성이 강해 다른 사람과 같은 의견을 갖는 일이 드물고, 심지어 아버지와도 견해를 달리하며 소신껏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그리스인의 기질이 기존 해운기업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해운업 창업을 주도하며, 그리스 해운의 성장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이렇게 분사해 나간 기업이 모기업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한 사례도 많다.

 

기업문화
현대사회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은 다양한 인재를 고용하여 재화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목적으로 구성원들이 한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레 어떤 특색을 갖게 되고, 기업의 고유한 특성으로 자리잡게 된다. 기업문화의 개념을 “어떤 조직이나 기업을 다른 조직과 구별하게 만드는 구성원의 태도, 가치관, 행동기준의 집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기업창업의 동기, 리더들의 종교, 업종, 사회적 관습, 법률과 규제 등도 기업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한 기업문화는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 등에도 파급되어 기업의 경영성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리스 해운기업에 대한 연구를 많이 수행한 테오토카스는 기업의 구조와 문화에 대한 기업가의 장기 의사결정을 기업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보았다. 그는 기업의 구조와 문화를 결정하는 기업가의 철학이 그리스 해운기업 발전에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리스 선주는 전에 선원이나 해운기업의 종업원으로 일한 직업적 배경에서 비롯된 기업가적 철학이 독특한 기업문화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테오토카스는 그리스 해운기업의 핵심가치로 일에 대한 열정, 신뢰, 불굴의 인내력, 충성심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가치는 선원이나 해운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선주들이 창업한 해운기업의 문화 형성에 기반이 됐을 뿐만 아니라 경영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스 해운기업의 기업가적 철학과 해운기업의 핵심가치는 유연성, 적기의 의사결정, 기회 내지 도전에 대한 빠른 적응으로 특징되는 중앙집권적 경영스타일이다. 신조계약이나 중고선 매매계약 심지어 전체 선대의 매매계약이 즉각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신속한 중앙집권적 힘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문화가 그리스 해운기업의 경영스타일의 한 사례가 되고 있다. 유연성과 시기선택 능력은 지금까지 그리스인들이 변화하는 해운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하였고, 그리스 소유 선대의 확대와 발전도 가능하게 했다. 그리스 선주들은 핵심역량과 경쟁우위의 원천인 선박의 기술적 관리에는 외부자원을 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그리스에 제3자 선박관리 분야가 발달하지 않았으며, 독립적 선박관리기업과 계약하는 경우에도 주로 선원관리에 국한되고 있다. 오늘날 그리스 해운은 자국의 경제 위상에 비해 뛰어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해운시장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그리스 해운의 우수성은 그리스 해운기업 소유자들이 풍부한 승선경험에서 체득한 현장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급변하는 해운환경에 신속히 대응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조발주하든 중고선을 매입하든 선박확보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신속히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중앙집권적 기업문화가 작동하였다.

 

선박금융 및 자금조달
그리스의 선박금융은 역사적으로 에게해 섬출신의 유력 선주 가문들이 선박확보에 필요한 자금을 자신들의 개별자금을 활용하면서 시작됐다. 유력 선주들은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경우 선장이나 다른 가문과 협력하여 공동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다가 그리스 독립후 축적된 국내 자본이 미약하자, 많은 자금이 필요한 증기선의 경우 해외에 거주하는 그리스 사업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였다. 예를들어 남러시아와 다뉴브 지역, 콘스탄티노플의 그리스 상인들로부터 조달했고, 16% 정도는 국내 아테네은행으로부터 조달하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은행들이 해운업에 대한 여신을 기피하자 그리스 해운기업들은 비상장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비중을 늘리는 한편, 중국의 리스금융도 활용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그리스 해운기업들이 벌크선 등을 중국 조선소에 많이 발주하면서 그에 소요되는 자금을 중국 금융권을 통해 조달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비드 팬데믹으로 인해 정기선해운시장이 호전되었고 벌크선시장도 좋아져 해운대출을 기피했던 상업은행들이 다시 해운기업에 대한 자금제공을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그리스 해운기업의 자금조달원도 은행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운기업의 취약한 자본구조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기자본 조달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기업이 기업공개나 화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은행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운기업의 자본구조 건실화를 위해서는 특히 주식시장을 통한 자기자본 조달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해운기업이 선박확보 및 기업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대출이나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해 왔으나 앞으로는 주식발행을 통한 자기자본 형태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 그리스 해운기업의 자금조달 구성비는 은행대출이 60%가 넘고 주식발행 비중은 10% 미만으로 저조한 편이다. 해운기업의 자본구조 건실화를 통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공개,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 비중을 늘려야 한다. 그리스 해운기업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거래규모가 작은 자국의 증권거래소 ASE보다 거대시장인 미국의 뉴욕증권시장과 런던증권거래소, 오슬로거래소에 상장하고 있으며,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한편, 중국의 리스금융을 자금조달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정책
오늘날 그리스 해운업계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는 입장이 아니지만, 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그리스 정부는 미국이 군수물자 수송을 위해 전시 중에 대량으로 건조한 전시표준선박(Liberty)을 구입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리스 해운업계는 당시 이들 선박을 구입할 자금이 부족하여 정부가 보증하는 조건으로 많은 선박을 인수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그리스는 전후 세계경제 복구에 맞춰 해상운송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해상운송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기반으로 선복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게 되었다. 
그리스는 연합국 편에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쟁 중에 연합군의 군수물자 수송에 동원된 그리스 선주의 많은 선박이 나치독일 함대의 포격을 받고 큰 피해를 입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군수물자수송을 위해 표준화선박 대량건조계획을 수립하여 같은 해 9월 최초의 리버티선 패트릭 헨리호를 필두로 1945년 전쟁 종식까지 2,710척을 건조하여 전선에 투입하였다. 2차대전이 끝나자 미국은 전쟁기간에 대량건조하여 군수물자 수송에 동원했던 선박을 매각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그리스 선주들은 정부의 지급보증으로 100척이 넘는 전시표준선을 인수할 수 있었다. 그후에도 그리스 선주들은 지속적으로 선박을 매입하여 모두 500척이 넘었다. 2차 세계대전후 그리스 해운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미국의 전시표준선 매각때 상당한 선복량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해운법과 톤세제도
그리스가 국제사회에서 독립국가로 인정받은 것은 1821년 독립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0년 후인 1832년 5월이었다. 그러나 독립한 직후에는 정부당국이 해운에 대한 정책을 수립할 여력이 없었다. 그리스의 해운성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그리스의 법적제도는 1953년에 제정된 법률 제2687호다. 이법은 그리스의 선박치적에 대한 행정에 관한 법규정을 담고 있다. 즉, 1,500총톤 이상의 선박은 그리스 치적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법이 그리스 국적선의 선대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스 정부는 1953년 법률 제2687호를 통해 외국에 치적하던 그리스 선박을 국내에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외국인의 선박투자를 장려했다. 또한, 정부는 1957년부터 톤세제도를 도입하여 그리스 해운의 성장과 발전을 도왔다. 해운기업에 대한 과세를 기업경영 결과 창출된 이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한 선복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였다. 1975년부터 법률 제27호에 근거하여 톤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과세기준이 선복량뿐만 아니라 선령과 인플레 및 통화의 평가절하를 고려하여 세금을 결정했다. 그리스 해운기업에 유리하게 적용되는 과세제도 톤세는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자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이 제도를 채택하여 그리스 해운의 경쟁우위가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는 이미 오래전에 자국 해운업에 유리한 제도를 도입하여 그리스 해운의 자본축적과 이를 통한 선대 확충에 기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주었다.
결론적으로 초기 선주들은 오랜 승선경험에서 습득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여 값싼 중고선 구입과 선대 구성 그리고 적절한 선박매매로 이익을 실현하여 그리스 해운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아울러 자국 경제활동에서 생성되는 해상물동량이 부족함을 극복하기 위해 3자교역에 특화한 화물확보을 모색했는데, 이것이 그리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복량을 보유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그리고 미국의 전시표준선 리버티선을 다수 확보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스가 오랜 세월 세계 각 항구를 거점으로 해운업을 영위해 오며 형성된 국제 네트워크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가족경영, 원가우위 확보, 해운친화적 정부정책, 우수한 해운인재 확보, 벌크 및 탱커 같은 특수한 분야에 특화한 것도 주요 성공요인이었다. 
질의 응답이다. 그리스 해운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선박매매(S&P), 가족경영, 선박금융을 들었는데, 핵심을 무엇이라 보는가? 해운DNA, 정보수집, 국제네트워크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해운의 주요 해외금융처는 어디인가? 유럽과 중국으로 70~80%를 차지한다. 그리스의 선원교육과 양성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번에 선원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해안선이 길고 섬이 많은 나라의 특성상 그리스 국민들은 해양친화적이다. 그리고 승선 선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단합할 수 있는 기업의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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