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클러스터 갖추고 있는 부산에 해사법원 설립 타당”
9월 20일 ‘국회, 해사법원 설립입법 촉구 토론회’ 개최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이지만 해양 및 선박 사고관련 소송을 전담하는 해사법원이 없는데 대한 상황 인식과 추진시 세계적 해양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해운항만산업의 중심지에 설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토론의 장이 국회에서 마련됐다.

9월 20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국회, 해사법원 설립입법 촉구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세계적인 항만을 보유하고 있고 해양금융과 해양교육 및 연구기관 등 해사클러스터를 갖추고 있는 한 부산시에 해사법원이 설립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양자치권추진협의회와 안병길·박재호 의원, 부울경 해사법원 설치추진협의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주최 측 관계자와 함께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박형준 부산시장(영상) 등이 참석했으며, ‘해사법원 설립 장애요인과 왜 부산인가?’ 발제는 정영석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가, 관련 토론에는 김병기 부산시 해양농수산국장, 박상흠 부산지방변호사회 변호사, 이창민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장, 김종태 한국해기사협회장, 허윤수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해사법원의 설립에 대한 공론화는 10여년이 넘은 해묵은 이슈로 해사산업계와 법조계 일각에서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설립시 설치지역에 대한 첨예한 이견과 재판수요 부족 등 환경으로 인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부산지역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부산지역내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재점화되어 이날 국회에서 4번째 토론의 자리가 마련됐다.


“지역이기주의 유치경쟁 아닌 국가경쟁력 확보차원 선택과 집중을..”

개회사를 통해 박재율 해양자치권추진협의회 의장은 국내에 해사법원이 설립돼야 하는 타당성을 설명하고 “국내에 해사법원 설립이 이루어진다면 그 장소는 부산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간 동 협의회가 정치권에 해사법원 설립을 적극 요청해온 활동내용을 밝히며 “이번 토론회가 지역 이기주의에 따른 유치 경쟁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사법원 부산설립이 필요한 당위성을 따져보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안병길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21대 국회 시작이후 2020년, 2021년, 2022년에 이은 올해까지 매년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왔다”라며 해사법원의 필요성과 부산에 설립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의가 충분히 쌓여있다고 설명하고 “이제 결단만이 남았다. 해사법원 설립이 또다시 지연되는 일은 막대한 혈세가 누수되는 문제이자 해양강국으로서 국가비전을 지연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호 의원도 축사에서 “해사전문법원이 없어 대부분의 해사법률 관련분쟁 해결을 영국과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의 재판과 중재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소송비용도 매년 2,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국부유출 상황을 지적하고 국내 법원에서 해사사건 전담재판부가 설치돼 있지만 기능적 한계가 있는 만큼 독립된 전문해사법원의 설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왔음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해양수도인 부산이 국내 해양산업의 중심지에서 글로벌 중추 해양도시로 도약하려면 해양분야의 중추기능과 권한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라며 “그러한 점에서 민·관·정이 마련한 이번 정책토론회 개최가 시의적절하다”라면서 “부산이 해사법원 유치에 가장 먼저 나섰던 만큼, 분야와 계층을 아우르는 세밀한 전략과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라며 이날 토론회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주문했다.


“21대 국회종료 전 해사법원 부산설립 방안 통과시켜 주기를...”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격려사를 통해 주요항만 소재지에 설치된 해외의 해사법원 사례를 들어 “부산이 해사법원 설치의 적임지라 생각한다. 해사법원 설치를 위한 입법적 토대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형준 부산광역시장도 축사에서 “해사법원을 빨리 설립해야 한다는 당위성 만큼이나 중요한 사실은 해사법원이 들어서는 도시가 부산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내 제1의 해양도시, 세계 2위 환적항, 세계 7위 항만도시인 부산을 두고 다른 어느 곳에 해사법원을 설립할 수 있겠냐?”고 강조하며 “부산지법이 대신 맡고 있는 해사사건 처리건수도 전국에서 압도적이며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 강조했다. 박 시장은 또한 “국회가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에 해사법원 부산설립 법안을 통과시켜 주기 바란다” 라고 밝혔다.


“해운업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국제 브랜드화와 거래중심지 가능한 부산이 우선 고려돼야”

정영석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는 ‘해사법원 설립의 장애요인과 왜 부산인가?’ 주제의 발표를 통해 해사법원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후 10여년간 성과가 없는 이유를 짚고, 우리나라 해양산업의 비전과 해사법원 설치 필요성을 통해 “해사법원 설립의 궁극적인 목적이 우리나라가 해운산업의 국제적 중심지로 도약하고 우리 해운산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로 본다면 해사법원의 위치도 해양도시를 중심으로 고려해야 한다”라며 “해운조선산업의 세계적 중심지로 국제적 브랜드화와 생산현장을 거래중심으로 전환 가능한 부산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영석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정영석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정 교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해사법원 설립 제안을 위한 연구는 2011년부터 ’17년, ’21년, ’22년 네차례 이루어졌으며 국회에서도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 모두 논의됐다. 20대 국회에서는 김영춘의원과 유기준의원, 정유섭의원, 안상수의원이 4개 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됐으며, 현재 21대 국회에서도 윤상현의원, 안병길의원, 배준영의원, 이수진의원이 6개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관련 논의가 없는 상태이다.


20대 국회에서 해사법원의 설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장애요인으로는 △재판수요 부족 △심급 위반 △설치지역·관할문제 △정치적 장애요인 등이 지적됐다. 이중에서도 특정지역에 설치한 전국 관할은 국민의 사법서비스 접근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되는데다 부산과 인천, 서울의 지역간 경쟁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할 필요성 제기가 해사법원의 설립 논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장애요인 중 재판수요 부족에 대해서는 “해사민사사건의 범위를 아태해사중재센터의 중재대상 분쟁 수준으로 확대가 필요하고, 마리나·해양레저분야로 확대할 경우 해사민사사건만으로 연간 911건 이상의 사건확보가 가능하다”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설치지역 및 관할문제에 대해서는 “해사소송은 소송대리인을 통한 소송진행이 아닌 경우를 찾기 어려우므로 전속관할로 인한 당사자의 어려움은 없으며 사법 접근성 문제는 전사소송제도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코멘트했다. 지역간 갈등에 대해서는 “부산, 인천, 서울, 세종의 치열한 경합으로 국회에서 합의가 어렵고 타지역 설립에 대한 비토 분위기”라며 “사건수가 기존 지방법원급에 비해 현저히 적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우리 해운·조선산업을 거래중심의 해양비즈니스산업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해양서비스산업의 활성화 여건이 갖추어진 국제적 해양도시에 순차적 설치 원칙에 대한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사법원 유치경쟁으로 해사법원 설립 본질이 망각되는 것은 아닌지..”

이어진 토론에서 김병기 부산시 해양농수산국장은 “해사법원 설립 이슈가 인천지역에서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핫이슈가 됐다”라며 해사법원의 역할과 필요성을 짚고 부산에서는 10년전부터 연구용역을 해왔고 국회 토론회도 4번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운동이 전개되며 국민에게 해사법원의 설립이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라며 “ 해사법원 유치를 위한 경쟁으로 해사법원 설립이라는 본질이 망각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하고 “국내 수출입 국제화물의 75%가 부산항을 통해 드나들고 있으며 배에 관한 분쟁과 소송은 대부분 부산항에 근거한다”라며 “부산항에 해사법원이 설립돼야 타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상흠 부산지방변호사회 변호사는 “조선강국인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이 집중돼 있고 조선사고가 발생하는 곳에 해사법원을 설립하는 것은 의뢰인의 입장에서 효율적이고 법률 접근도가 높다”라며 “이는 핌피현상도 아니고 지역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체의 국익을 위한 것”이라는 견해를 개진했다. 아울러 박 변호사는 부산지방법원의 해상법 전문성 강화를 지적하고 “재판은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측면에서 부산지역에 해사법원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창민 한국선박관리산업협회장은 “선주가 많이 위치하고 있는 곳에 해사법원을 설립하는 것이 마땅하고 하셨는데, 우리 회원사의 80%가 부산지역에 소재해 있다. 선원관련 분쟁이 다수이며 법정으로 가는 분쟁의 경우 협회 담당자(책임자)가 함께 대응하고 있다”라며 선박관리산업협회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관리회사가 대부분 소재한 부산이 해사법원 설립에 적격지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태 한국해기사협회장은 “바다와 배, 그리고 사람에 관해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는 것이 해사법원이다. 선박으로 이동하는 화물의 중심이 부산이며 해사관련 종사자 대부분이 부울경에 소재하고 있다”라고 부산이 해운항만산업의 중심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며 우리나라에서 선원직이 매력을 상실함에 따라 앞으로 외국인 선원은 더 많아질 것”이라며 “서울에서는 민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고 해사사건은 항만현장에서 다뤄져야 한다”라며 “우리나라의 중심항은 부산이다. 대통령도 지방시대를 선언한 만큼 부산에 해사법원이 유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해사법원의 설립을 논의하는 공론화 장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했다. 하지만 논의에 참여한 패널과 국회 관계자 대부분이 부산지역과 연관이 돼있다는 측면에서 지역간 유치경쟁에 따른 갈등해소라는 과정은 여전히 빠져 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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