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급증이 해운호황으로 이어졌지만 세계 항만에서 발생한 병목현상은 공급망의 정체를 발생시켰다. 

로스엔젤레스와 롱비치항만의 과도한 화물적체로 대표되는 항만병목현상은 세계적인 컨테이너 대란을 낳았고 사용자인 화주들의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지고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부산항과 같은 다른 글로벌 허브항만에서의 지연으로 연결되었다. 

부산항 이용자들도 평소보다 길어진 물류 리드타임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 끝이 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코로나 팬데믹도 종식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당시의 나쁜 기억을 갖고 있는 화주들은 두 번 다시 같은 경험을 반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프렌트쇼어링, 니어쇼어링, 리쇼어링과 같은 단어로 대표되는 공급망 재구축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부산항과 같이 환적화물 의존이 과다한 항만은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까? 

글로벌 허브항만의 지위를 갖고 있는 항만은 상하이, LA/LB, 뉴욕, 로테르담, 함부르크와 같은 대륙의 관문항이거나 싱가포르와 같이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지리적 요충을 점하고 있다. 
부산항의 글로벌 허브항만의 지위는 대륙의 관문항도 아니다. 
더구나 이들 항만이 주위의 항만들과 경쟁에 거의 노출되어 있지 않은데 반하여 인근 국가 항만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지위를 확보해 나가야 하는 것이 부산항이다. 

이러한 숙명을 안고 글로벌 허브항만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 포트세일즈이다.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항만경영자들 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 나서서 포트세일즈를 위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가 있었는지 제대로 평가해 보지 않은 채 과거에 했던 단체방문, 우리가 얼마나 크고 자동화된 항만인지 과시하는 과시형 세일즈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부산항으로 이야기를 좁히면 포스트코로나가 되면서 문제는 명확해지고 있다. 부산항의 경쟁력은 거대한 터미널 시설도 중요하지만 부산항을 중심으로 일본의 52개 지방항만, 북중국지역항만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한 허브 앤 스포크 네트워크에 있다. 

부산항 중심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상해나 요코하마를 이용하는 것보다 리드타임 단축이 가능하고 보다 다양한 다른 지역으로 손쉽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2년간 물동량 추이를 보면 부산항 중심 네트워크에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항이 부산항으로부터 이탈하려는 움직임이다. 

통계로 확인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서일본지역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니이가타항의 사례를 들어보자.
국적 10개 선사가 운송한 니이가타와 부산간 피더 물동량은 2021년 대비 2022년은 86%에 지나지 않고 2023년은 9월까지의 통계이지만 2021년 기준 26%에 불과할 정도로 급감하고 있다.
양 항만간의 피더물동량은 부산항을 허브로 이용하여 세계와 교역하는 지표가 된다. 일본이 역대 사상 최저의 엔저로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문제가 두드러진다. 

일본 지방항과 부산항과의 물동량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다른 항만들도 니이가타와 유사하다. 상대적으로 물동량이 많은 일본 지방항의 수입물량에서 부산항을 이용하는 물동량 감소 두드러진다. 여기에는 일본정부의 자국 내항해운 활성화 지원도 한몫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큰 원인은 코로나 시기 부산항 경유로 컨테이너 수송시 경험했던 트러블의 기억이 크다고 필자가 인터뷰한 일본항만 관계자는 전해 주었다. 

일본의 항만관계자도 그 트러블이 부산항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러한 문제가 재연될 가능성과 해결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었다. 
화주는 일본정부의 공급망 안정정책에 따른 국내 내항해운 지원사업, 그리고 일본내 운송업체의 적극적인 영업에 부산을 이용하던 것을 요코하마나 고베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일부나마 일어나고 있다. 
장기안정계약을 선호하는 일본기업의 거래 특성상,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된 최근에야 그러한 움직임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서 항만당국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요란한 보여주기식의 포트세일즈가 아니라 선사와 합동으로 개별화주 맞춤형 세일즈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해결이 이루어진 화주들의 입소문으로 부산항을 이용하는 메리트가 전해지도록 부산항 기항선사, 특히 한일, 한중간 운항선사들과 화주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는 잘하고 있고 잘 준비되어 있지만 상대는 과거의 불편한 기억 때문에 또 그런 일이 발생할까 두려워한다.

부산항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이고 그 중심은 한·일·중을 연결하는 컨테이너 네트워크이다. 그 네트워크에서 변화의 징조가 보일 때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찾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부산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다른 항만들의 포트세일즈도 마찬가지이다. 국적선사와 팀을 이루어 개별화주를 발굴하고 해당 화주에 맞는 세일즈 전략을 제시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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