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P&I Cub, 안정적 성장의 길은 있는가?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관두는 직원도 많다고 했다.

그분은 대책이 뭐냐고 물었다.

“헤어질 결심을 한 지 여러 핸데, 대책을 입에 담기엔.....” 작년 이맘때였다.

아직 작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올해는 흑자가 날까?” “아직 한 달 남았는데, 큰 사고만 없다면요.”

 

한 사고만으로도 적자로 빠질 수 있을 만큼 재보험으로 처리되지 않는 직접 보유부분이 크다는 얘기다. 재보험을 충분히 사면 적자가 확실해질 수 있으니 고정비인 재보험료를 줄이는 대신 사고는 날 수도 있고 안 날 수도 있으니 그 ‘안날 확률’을 안고 가고 있다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사고 날까 걱정으로 잠을 편히 이룰 수 없을 것은 당연하다. 재보험을 충분히 사고 편히 잠잘 수 있는 안정적인 성장의 길은 없는 것일까? 대책도 중요하지만 P&I보험이야기를 하면서 Korea P&I Club의 설립과 성장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다.

 

Korea P&I Club의 설립을 끌어낸 사람은 윤민현 박사이다. 국내에 독자적 P&I Club을 설립하자고 처음 주장한 사람도 1976년경 당시 대한해운공사 윤민현 차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Korea P&I Club의 설립과정을 조금 더 얘기해본다.

 

국내에 독자적 P&I Club을 설립하자는 주장은 국제해상화물운송에 있어서의 운송인의 책임을 헤이그비스비규칙 체제에 비해 크게 강화시킨 함부르크규칙이 논의되던 시점인 1976년도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송인의 책임이 강화되니 해운산업의 경영안정을 위하여 책임보험 가입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지게 되었고, 그 중요한 문제를 외국의 클럽에 맡겨 두고 있을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직접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국내 P&I클럽의 설립 필요성, 설립 당위성 등의 학계 주장과 논문이 이어졌고, 한국해운산업연구원(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설립방안에 관한 심도있는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지만 설립준비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해운항만청이 1996년에 해양수산부로 승격되었고, 국적선사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여 21세기에 세계 5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정책목표하에 해양수산부는 ‘해운산업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 계획은 서울해운거래소의 개장 등과 함께 국내 P&I클럽의 설립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당시 공인 해상보험전문가 윤민현 박사가 한진해운을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야인 상태에 있었다. 한국에 P&I Club을 세우자는 주장이 나온지 20년 만에 비로소 설립을 위한 정책적 분위기와 이를 주도할 인적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이후 1997년 2월 해양수산부에 ‘해운산업발전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동 위원회 산하에 보험팀이 구성되어 시장조사 등 설립 전 검토사항을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1998년 2월 ‘설립준비위원회’ 및 ‘준비단’이 발족되어 1998년 4월 ‘선주상호보험조합법’의 초안을 마련하였다. 동법은 1998년 12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법안을 통과시키고 1999년 10월 ‘P&I설립기획단’이 구성되어 실질적 설립작업에 들어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주도하면서 몇 번이나 포기하려는 것을 다시 일으켜 세워 밀고 간 사람이 윤민현 박사이다. 그는 ‘P&I설립기획단’ 부단장(단장은 한국선주협회 전무)을 맡아, 외항해운회사의 보험담당 직원 여럿(필자 포함)을 파견받아 보험계약규정의 작성, 재보험 확보, 전세계적 연락망 구축, 지급보증서 확보방안, 보험료율 산정방법 등 실무작업을 이끌었다. 전세계 P&I Club의 선대 갱신일인 2월 20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1999년 12월 30일에 창립총회를 했고, 2000년 1월 26일 설립등기가 났다. 그는 Korea P&I Club의 초대 전무이사가 된다. Korea P&I Club의 성장에 크든 작든 기여한 사람이 많지만 누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는가를 확실히 하느라 다소 설명이 길어졌다.

 

JLJ & Others(Lloyd’s Syndicate No.329)와 재보험계약을 맺은 Korea P&I Club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0만불까지는 Korea P&I가 커버하고 이를 초과하여 1억불까지는 Lloyd’s가 커버하는 구조였다. 커버한도는 선주가 선택할 수 있었다. 인수여부 및 인수조건의 결정과 보험료율 책정권, 클레임처리와 지급여부의 결정권은 모두 Korea P&I에게 주어졌다. 보험사업 전권이 주어진 것이다.. 2000년 2월 20일 기준 가입선사 24개사 가입선박 125척 155,000총톤수, 수입보험료 112만불 규모였다.

 

같은 해 4월 동경해상화재보험(Tokio Marine; 현재 상호는 Tokio Marine & Nichido Fire(東京海上日動火災保險))은 Standard P&I Club을 공동보험자로 하여 P&I보험사업 ‘TS21’을 시작하였다. 30만불까지는 Tokio Marine이 커버하고 그 초과분은 Standard Club이 커버하면서 Standard Club의 설비(담보한도, 클레임서비스, 지급보증서 등)와 지명도를 활용하는 구조였다. Tokio Marine의 자율성은 크게 제약되지만 안정적인 마켓팅이 가능한 방식이다. 이미 1984년에 설립된 China P&I Club이 Steamship Mutual, Liverpool and London, UK, West of England의 IG Club을 공동보험자로 하여 40만불까지는 China Club이 커버하고 그 초과분은 해당 IG Club이 커버하면서 그 Club의 설비와 지명도를 활용하는 구조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IG Club을 공동보험자로 한 이들과 Lloyd’s를 재보험자로 한 Korea Club은 향후 상당히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Korea P&I Club이 처음부터 IG Club을 배제하고 Lloyd’s와 재보험계약을 맺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행정지도를 통해 한국의 대다수 선대가 Korea P&I로의 이동하면 어쩌나 걱정한 Steamship Mutual 등이 초기에는 Korea P&I와의 제휴에 관심을 가졌으나, 국내 해운업계를 통해 강력한 행정지도는 없을 것이라고 알려지게 되자 오히려 Korea P&I와 경쟁하기로 입장을 전환하였던 것이다. Korea P&I에게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1년 후 JLJ syndicate의 사업이 모두 British Marine(BMM)으로 넘어가면서 2001년에는 재보험계약도 BMM과 하게 되었다. 2002년에는 BM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면서 Korea P&I와의 재보험계약에서도 철수하였다. Korea P&I의 재보험계약은 2002년부터 다시 Lloyd’s와 하게 되었다. Lloyd’s는 재보험 Capa.를 제공하긴 하지만 P&I보험 전문서비스(예, 보험요율 산정, 클레임서비스 등)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Korea P&I는 IG Club과의 어떤 형태로든 제휴없이는 대형선사를 유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5년, 한진해운이 Steamship Mutual에 가입해 있던 대형 벌커 10척에 대해 Deductible을 50만불로 설정하고, 그 50만불을 Korea P&I에 가입하기로 하였다. 이를 ‘Insured Deductible’방식이라 불렀다. Steamship Mutual과 Korea P&I와는 계약상은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지만, IG Club과의 묵시적 제휴를 통해 Korea P&I가 한진해운 대형선박을 10척이나 인수하게 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준공동인수방식의 도입인 셈이었다. 그러나 결국 IG는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Steamship Mutual이 Korea P&I의 재보험자 기능을 한 셈이고 이는 IG Pool협정의 정신을 위배한 것이라면서 IG가 Steamship Mutual에게 이 방식의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한국선주협회와 한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IG의 요구가 부당함을 지적하였지만 Steamship Mutual은 결국 다음 해에 이를 중단하였다.

 

대형선박의 인수를 고민하던 Korea P&I는 2006년에 Crew Risk pick-up 방식을 고안하였다. Steamship Mutual과의 Insured Deductible방식에 제공되었던 한진해운의 대형벌커 10척이 동 방식으로 가입하였고, Britannia Club에 가입해있던 현대상선의 대형벌커 10척도 동 방식으로 가입하였다. 이후 대한해운, H Line 등의 대형선박이 이 방식으로 대거 가입하였다. Crew Risk pick-up 방식은 대형선사의 대형선박이 대거 가입함으로써 외관상 Korea P&I이 살찌게 보이는 후광역할을 크게 하였지만, 적정보험료율 적용에 실패함으로써 오래 동안 Korea P&I의 수익성 악화의 짐이 된 방식이었다. 선사는 Crew Risk를 제외하는 조건으로 IG Club에 가입할 때 감액되는 만큼만 Korea P&I에 보험료로 지급하기를 원했고, Korea P&I는 척수와 톤수를 얻기 위해 선사와의 마찰을 피한 체 부족한 요율을 수용하였기 때문이다. 동 방식선대의 이재율은 한 번도 (+)를 보이지 못하였는데, 가입규모가 커지면서 손해부담도 그 만큼 커졌다. 2019년 기준 최근 4년간의 누적 손해율은 200%를 넘었다. 2017년도 SD호 대형사고를 제외하더라도 평균 손해율은 136%였다. 손해율에 걸맞는 보험료율 부과가 어렵다면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방식이었다. 2020년에는 184척, 1,668만톤, 193만불의 규모였다. Korea P&I는 척수와 톤수 대형선사 이름 등이 주는 후광을 포기하기로 하고 동 방식을 2023년도에 전면 폐기한다.

 

Deductible Insured 방식에 관해 Korea P&I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IG는 지역 Club에게 어떤 형태로든 재보험효과가 있는 방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IG 회원클럽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는 지침을 만들어 재보험제공불가원칙을 천명한다.

 

2011년에 Korea P&I의 수입보험료가 3천만불을 돌파하였다. 2012년에는 담보한도를 10억불로 인상하고 시도상선의 대형 벌커를 대거 인수하였다. 하이브리드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전위험을 인수하는 순수한 방식을 통한 대형선박의 인수였다. 큰 사고라도 나면 재보험료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를 수 있다는 심적으로도 보험경영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계약이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IG Club과의 제휴확대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2016년 Korea P&I는 Standard Club과 공동인수협정을 맺는데 성공하였다. Standard Club은 모든 IG 회원클럽의 동의를 받는 형식을 취하였다. 2019년에는 Britannia Club과도 공동인수협정을 맺었다. 50만불까지는 Korea P&I가 커버하고 그 초과부분은 당해 IG Club이 커버하는 방식이다. 선사입장에서는 추가부담없이 IG와 Korea P&I 모두의 설비와 지명도 및 서비스를 향유할 수 있었다. 지급보증서는 IG 커버 부분은 IG가, Korea P&I가 커버하는 부분은 Korea P&I가 제공하기로 하였다. 보험료율은 IG가 결정한 후 Korea P&I 부분을 배분받는 방식이지만 배분의 공평성은 시간을 두고 조정해나가기로 하였다.

 

2013년도를 정점으로 보험수익률이 급감하기 시작하였다. 2019년도 톤당 보험료는 2011년도 대비 48% 밖에 안되었다. IG Club이 2010년 이후에도 2016년까지 일괄인상을 계속하는 동안 Korea P&I는 2014년도 한 해를 제외하고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8년 연속 보험료율을 동결한 영향이 컸다. 부과 보험료율을 동결하면 실제 적용 요율은 더 낮아지기 마련이다. 상호보험인 P&I보험은 타보험에 비해 이윤추구노력이 적고 보험가입자의 저항도 거세지만 여전히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클럽의 지급능력과 지급여력은 P&I클레임의 장기성, 클럽 지급보증서의 국제적 신뢰성, 경쟁의 국제성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P&I보험에 있어서도 이윤추구는 중요하다. 보험료율 동결을 자랑하는 동안 보험수익성은 급락하면서 지급여력에 타격을 입게 된다.

 

불행은 예고없이 연이어서 찾아왔다. 2017년에 SD호 침몰사고로 인한 보험금 청구액이 1천만불을 넘었다. 같은 해에 MD호 해저케이블 사고로 미지급보험금으로 1천만불을 적립하여야 했다. 다음 해 갱신 때 재보험 조건이 크게 악화되었다. 재보험료율도 오르고 자기부담금도 올랐다. 2018년도에도 2백만불을 지급하는 인명사고가 났고, 같은 해에 난파선을 제거하는 비용으로 2백만불을 지급하였다. 재보험조건이 또 한 번 나빠졌다. 게다가 재보험시장은 재보험자가 갑인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Lloyd’s Syndicate 여럿이 해상보험에서 손을 뗐다. Lloyd’s는 Syndicate가 해상보험을 계속 인수하려거든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 계획서를 내라고 다그치는 시절이었다. 2019년에는 ST호가 좌초하자 지급해야 할 금액이 무려 35백만불이나 되었다. 같은 해에 K호 화재로 750만불을 지급해야 했다. 자기부담금이 이미 크게 증가한 상태였기 때문에 Korea P&I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상당했다. 2009년부터 실질적으로 보험수익을 낸 지 10년만에 대형 적자가 발생했다. 2020년 갱신 때는 재보험자가 원하는대로 재보험구조를 완전히 불리하게 바꿔야 했다.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까딱만 잘못돼도 적자가 날 형편이 되었다.

 

담보한도가 10억불이나 되는 P&I 재보험은 Lloyd’s 말고는 구할 곳이 없다. 새로운 Capa가 대거 유입되지 않는 한 재보험자가 완전 갑이다. 이 상황은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가? 재보험을 덜 사야 할까? 그러면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인데.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다음 이야기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이야기해본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