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떠나 뭍에 올랐던 해운계 OB팀의 외출
대양상선 계열 ‘대양조선소’ 준공식에 초대받다

9월초 대양상선 비서실에서 동사 대련수리조선소 준공식에 꼭 참여해 달라는 굿 뉴스를 보내왔다.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필자가 조직을 맡아 관계하는 해운계 학연모임으로 해서 수년 전부터 우리 업계에 자주 회자되고 있는 정유근 회장은 비교적 자주 접하는 편이지만 노년에 2박3일을 전세기로 모심을 당하는 초청자 명단에 리스트업된 자랑스런 기분에 더하여 늘 동분서주 활동하는 모임의 보스인 정 회장의 업무현장을 직접 찾아 가까이서 볼수 있다는 절호의 기회란 호기심이 앞선 게 사실이었다.


<D-데이 9월 24일>  오전중 허둥지둥 사무실 업무를 서둘러 대충 처리해서 끝내고 오후 2시경 해운계 옛 직장상사 이종순 형님의 회사 승용차에 동승할수 도 있었으나  마침 아랫층 해사문제연구소에 다시 베이스 캠프를 치고 특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역시 옛 상사 최재수 박사님도 동참하게 돼있어 여행배낭을 챙겨 둘이서 나란히 지하철을 타고 집결지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중간 공항철도로 갈아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오겠거니 생각되던 분들의 얼굴이 보여 모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모두가 일흔을 오르내리는 나이에도 초등학생들이 수학여행 버스를 기다리듯 왁자지껄 적조한 안부를 물으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평화스럽게 보였다.


이번 중국의 대련소재 대양상선 수리조선소 준공식에는 세계 30여개국에서 200여명의 해운 조선 관련 비지니스 파트너 인사들이 이미 정례행사가 된 ‘대양국제포럼’에 참가 중이라고 했고, 이날 우리 일행 170명이 참석하게 되면 자사 행사요원 50여명 그리고 현지 종업원과 내빈등 모두 6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란다.


전세기 탑승을 위해 모여든 사람들 중에는 필자가 60년대말 김신 장관 이재철 차관의 교통부 출입기자 시절부터 한국선주협회로 옮겨 해운항만청 해양수산부에 이르기까지 낯익은 박수환, 성한표, 장학범, 최장화, 권훈, 이재복, 조귀연, 장윤호, 이환범, 조병만, 신동선 등 정유근 회장 관료시절 동료 및 선후배와 고시 동기들, 그리고 전직 이상수 노동, 김성호 법무 및 국정원장, 최낙정 해양수산장관 등 정 회장 모교 법대 동창들이 대부분 이었다. 그밖에 강동석 전 건교장관 부인이 눈에 띄었고 기타 낯선 분들은 아마 고향 지인이나 다니는 교회의 친한 분들로 추측됐다.


오후 6시경 아시아나항공 OZ3013 편으로 대련공항에 도착후 샹글릴라 호텔로 가서 배정된 1인 각실의 넓은 룸에서 내다본 비약적인 발전을 한 인구 900만의 대련시 야경에 우선 놀랐고 10년전 현지 대학에서 강의차 1년간 상주를 했던 최 박사나 관광차 들른 적이 있는 필자도 대련의 발전상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만년에 모처럼 전세기 편으로 여행을 와서 전세를 낸 특급호텔에서 주위 일대가 대양상선의 축제를 향한 분위기로 술렁대며 무르익어 저절로 흥분과 더불어 신명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레스트랑과 빠의 식음비용도 룸넘버로 오케이
샹글리라 호텔 전체가 온통 대양축제 분위기에 함몰

규정 식사외에 호텔내의 레스트랑이나 클럽에서의 식음도 마음껏 취식후 룸 넘버사인으로 오케이라는 가이드의 공지에 화들짝 모두들 눈들이 휘둥그래졌다. 첫날밤부터 흥겨운 대양축제에 누구나 신명난 모습들로 삼삼오오 작반하여 그간 국내에서 나누지 못한 정담 봇따리를 풀어재키며 술잔을 기울이고 갖은 수다에 야단법석이었고 이종순 형님과 필자는 남의 잔치에 내인심을 쓸수 있는 게 흐뭇하기만 했다.


이튿날 아침 조식후 준비된 여러대의 버스에 분승하여 30여분 후에 드디어 조선소 현장에 도착했다.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축제분위기를 드높이는 음악소리와 함께 하루 전에 도착한 포럼참가자들과 현지내빈을 비롯한 직원들이 모두 전통 행사복을 갖춰 입은 모습이 울긋불긋 가을운동회를 방불케 했다. 모두가 술렁임과 설렘으로 들떴으며 수를 놓은듯 햇볕가리개 모자까지 겹쳐 장내는 온통 형형색색 오색이 찬란한 무지개 빛깔로 행사현장을 흥분의 페스티발장으로 몰아갔다.


드디어 감격적이고도 거창한 준공식은 악단의 팡파레와 주악 속에 작은 체구의 정유근 회장의 등단으로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성대하게 예정된 순서를 마치고 700여명의 참석자들은 안내를 받으며 이번에 준공하게 된 대양선박공정유한공사 (Daeyang Shipyard) 60만평방미터 부지에 건설된 대형 수리조선소로서 30만톤급과 10만톤급등 2개의 도크와 5개의 수리선석을 보유하고 있는 생산공장과 사무동등 여러 곳을 둘러보고 모두가 그 위용에 탄성을 금치 못했으며 곧 두배 이상으로 조선소를 확장할 계획이란 설명에 입을 닫지 못했고 필자 역시 몇년새 어떻게 이같은 대역사가 진행돼 왔는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사석에서 정 회장이 자주 “대양을 세계 최대의 벌크선사로 만들겠다” “벌크분야에 있어서는 내가 최고가 되겠다” 고 하던 야심찬 목표의 피력이 해운분야에서 결실을 맺어가듯이, 신조분야가 아닌 수리조선 분야에의 혜성같은 진출은 수요와 공급에서 자주 불균형을 빚어 리스크를 흡수하는데 한계성이 있는 현재와 같은 신조분야에의 난관을 사전에 차단할수 있어 유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정 회장은 이날 기존의 해운과 이번의 조선에 이어 향후 금융부문을 추가하여 이들 3대축을 중심으로 미래의 대양그룹을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힐 때는 넓은 중국땅 보다 자그만 정 회장이 더 크게 보였다. 17만평의 조선소가 한국해운 조선업의 대외진출의 교두보를 쌓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신호탄으로 여겨져 참석자 모두가 감개무량해 했다.

 

From Adversities to Hopeful Future, 캐치프레이즈 ‘헤치고 희망찬 미래로의 전진!’
작금의 해운시장은 선복과잉으로 인한 공급초과로 반전현상, 유가를 비롯한 제반비용의 급격한 상승, 대형화주들의 자가화물운송 참여시도 등으로 해운이 도전을 넘어 협공을 당하고 있는 차제에 이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비용을 줄여 긴축성 있는 합리적 경영을 이뤄내는 길이란 주제하의 이번 대양포럼의 캐치프레이즈 ‘From Adversities to Hopeful Future’ 즉’역경을 헤치고 희망찬 미래로의 전진’ 은 우리 해운의 새로운 도약의 의지를 적절히 표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정유근식 비전 제시’ 란 걸맞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CEO가 일선을 직접 뛰며 챙기고 발빠르게 산적한 장애를 제거하고 대처해나간 결과가 오늘의 대양상선 그룹의 신화를 창조한 밑거름이 됐다. IB(투자은행) 등 금융업 진출도 해운과 조선, 물류와 해양이라는 완성된 두 개의 축에 금융이란 또하나의 축을 접목하여 트라이앵글을 정착시키는 일은 이미 상당한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안다는 게 준공식 동행한 한국해운신문 이철원 발행인의 귀띔이기도 하다.


수리조선소의 향후 사업전망은 신설 조선소들이 앞다퉈 사업계획을 변경할 정도로 밝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유로는 IMO(세계해사기구)가 규정하는 각종 선박안전에 관한 규정에서 전세계 모든 선박은 5년에 두 번이상의 정기수리를 의무화하고 있고 근년들어서는 선박용도 변경을 위한 개조사업도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실례를 들고 있다.


한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세계경기 침체로 인해 수주가뭄에 목말라 하던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도 올 4분기 부터는 해갈 분위기가 돌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부동의 세계1위 신조선 권좌를 계속 유지하게 되면 해외에 진출한 수리 조선소들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국내외에서 ‘신조’와 ‘수리’의 쌍끌이 토대가 마련될 것이란 낙관론이 예측된다.

 

혜성같이 나타난 해운계의 리틀자이언트 정유근
한국해운의 작은 거인으로 우뚝선 모습은 참으로 뿌듯했다. 나라가 넓으면 넓을수록 좋겠지만 이번 행사 참가를 통해서 이렇게 타국의 넓고 큰 땅에 자국의 영토처럼 국민경제의 젖줄인 해운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선시설을 마련하여 내 땅으로 활용하는 정유근 회장의 위용은 가히 감격적이었으며 앞으론 나라가 좁다는 불평을 할 필요가 없겠다는, 아니 해서는 안되겠다는 발상전환의 모티브를 발견한 같았다.


참가자 누구나 공통된 심정이었겠지만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사업적으로 성공한다면 학연으로 얽힌 동창생들, 동업종의 평생동지 선후배들 그리고 일가친지와 이웃들을 전세기로 해외의 자기 사업장에 초청하여 오래 추억에 남을 축제의 장이나 잔치상을 마련한다는 건 얼마나 유쾌하고 보람된 일일까를 상상해 봤다.


국내 지상파 TV방송들의 연예행사를 방불케 하는 대양상선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의 웅장한 버라이어티쇼를 비롯하여 해마다 신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벌이는 성탄연말 고객축제등 대양이 개최하는 각종 잔치의 단골 손님이 된 필자는 대양의 핵심요원들의 경우는 거의가 동시통역에 준하는 외국어 실력을 구사한다는 한 간부의 전언에 다시 한번 놀랐다.

 

준공식 당일밤 초특급 샹글릴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화려한 대규모 축하파티에서도 이번 행사를 고객만족도를 절정에 달하게 한 요인 중의 하나도 역시 30여개국에서 참석한 200여명의 외국 파트너들에게 원어민에 가까운 안내와 진행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대양 50명 현지 파견 직원들의 외국어 능력에 힘입은 바가 큰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정 회장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분야에는 빅배팅을 결행하는 통큰 해운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로스쿨 개설을 앞둔 모교에 수십억원을 쾌척하여 법대전용 도서관을 건립한 일이나 고향땅 경남 남해에 ‘해송원’이란 대양연수원을 건립하여 지역사회에도 크게 봉사하는 큼직한 실례에서 그 면모를 엿볼 수 있겠다.


마지막날 귀국 전세기가 기다리는 공항으로 향하는 수시간은 대련일원을 돌며 인상깊은 중국의 풍물을 구경했다. 특히 의거 100주년을 맞는 안중근 의사와 신채호 선생이 고초를 겪은 옛 감옥에 들러서는 모두가 숙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필자는 혼자 마음 속으로 다시 한번 밀려오는 흥분을 진정하며 국가나 업계가 힘들어 할 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스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선수, 청소년축구의 홍명보 감독 그리고 중국의 대련에서 큰 나라 중국보다 더 커 보였던 우리 해운계에 희망의 가스펠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유근 회장, 그들이 있기에 초로의 필자도 아직 더 자라야 하겠다는 의욕으로 짧은 2박3일을 통해 새로운 삶의 비전을 벤치마케팅 해본다.

 

서 대 남
Ben Line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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