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계약및 선박건조 계약상 제문제’

11월 20일 ‘한바다’호, 주제의 시의적절성으로 업계 주목

 

한국해법학회(회장 정완용)의 2009년도 추계 학술발표회가 11월 20일 오후 1시 한국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바다’호(부산)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세계 경기침체로  해운·조선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주제의 시의적절성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세미나 장소가 부산이어서 인지 높은 관심에 비해 해운기업 관계자들의 참석율은 저조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용선계약및 선박건조 계약상의 제문제’라는 주제아래 <제 1주제- 선박건조계약과 관련한 몇가지 법률문제> <제 2주제-건조중인 선박에 관한 법률문제> <제 3주제-선박용계약 및 도산절차 관련한 몇가지 법률문제> 등 3개 주제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발표는 서영화 변호사(법무법인 청해)와 김인유 교수(한국해양대학교 국제대학 해사법학부), 정병석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가 제1-3주제를 이어서 맡았다. 김동진 변호사(법무법인 국제), 김인현 교수(고려대학 법학전문대학원), 정 대 교수(한국해양대학 국제대학 해사법학부), 최성수 교수(동아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김창준 변호사(법무법인 세경), 박범식전무(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해양한국’ 독자제위에 지면으로 나마 전달하고자 필자와 상의하에 <선박건조계약과 관련한 몇가지 법률문제> 와 <건조중인 선박에 관한 법률문제> 내용을 발췌해 실었다.

 

 

 

선박 건조계약과 관련한 몇 가지 법률문제들 - 서영화 변호사

 

선박건조 계약 개관
1. 정형화된 계약서 사용

 

선박건조계약도 일반적인 계약의 하나이므로 당연히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며, 당사자는 자유롭게 계약내용을 협상하고 약정할 수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선박건조계약은 선박의 제원 및 성능, 선박건조 방법이나 과정, 선박건조대금의 청구, 지급방법 및 시기, 채무불이행 사유 등을 자세히 규정하는 것이 통상적인 실무인 바, 이러한 방대한 내용들을 처음부터 협상하고 논의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하여 비교적 정형화된 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주 사용되는 표준계약서에는 1974년 The Shipbuilders’ Association of Japan이 발행한 SAJ Form, The Association of European Shipbuildersand Shiprepairers가 발행한 AWES Form(1999년도 개정판), 미국의 MARAD Form등이 있으나 국내에서는 SAJ Form이 압도적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2. 선박건조방법 및 과정을 상세히 약정
선박건조계약은 표준화된 Form을 사용하는 관계로 보통 수 십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분량이 다소 방대하고, 개개 규정을 살펴 보면 그 내용도 다른 계약서에 비하여 매우 상세한 편이다. 또한 선박건조계약은 동시에 구체적인 선박건조작업 과정 및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사양서(Specification)와 함께 계약을 구성하게 된다. 다대한 분량에 따른 상세한 내용으로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적을 것 같으나 기본적으로 선박이 크고 복잡한 물건이고 공기가 보통 1-3년에 이를 정도로 길다는 점과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처럼 선박의 인도를 둘러싸고 발주자와 건조자간에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이 발생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크고 작은 의견불일치와 분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3. 선박건조대금의 분할 지급
선박건조대금의 지급시기 및 방법은 선박건조계약서의 매우 주요한 내용 중 하나인 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선박건조공정상 이벤트(예를 들어 강재절단(steel cutting) 등)의 발생에 따라 분할 지급하는 방법이다. 물론 인도시점을 기준으로 일정한 시기마다 선박대금의 일부씩 지급하는 방법을 채택하는 경우도 자주 채용되는 방법이다.
 
4. 선수금 환급보증서 등의 의무화
선박건조가격은 그 금액의 규모가 매우 커서 조선소들은 몇 척의 선박을 동시에 건조하므로 자체 자금으로 이렇게 거대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어렵고 발주자가 건조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는 것이 통상의 모습이다. 발주자의 입장에서 보면 만일 선박의 인도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등 하여 선수금을 반환받아야 할 때 건조자의 자력이 불충분하거나 혹은 도산상태에 있을 때에 대비하여 선수금지급의 전제조건으로서 납득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선수금 환급 보증서(Refund Guarantee)의 교부를 건조자의 의무로 하고 있다. 반면에 조선소도 선박건조를 위하여 지급받은 선수금 외에 자체 자금을 먼저 투입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이유로 발주자의 의무이행을 담보받을 필요가 있는 바, 이를 위하여 발주자의 금융기관이나 모회사가 조선소에 교부하는 것이 이행보증서(Performance Bond)이다.
 
5. 채무불이행 및 계약해제 사유의 특정
선박건조계약의 발주자 및 조선소의 채무불이행 사유를 특정하여 규정하고, 계약해제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6. 분쟁해결방법으로서 영국법에 따른 영국중재 선호
선박건조계약상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많은 경우 영국법하에서 영국중재로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정형화된 계약서에서 보통 분쟁해결방안으로서 영국법에 따른 영국중재를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중재가 신뢰성이 높다는 점,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이 되는 점도 있으나 영국중재의 고비용과 불편, 영국법상 조선계약상의 분쟁에 관한 법이론이 반드시 명확하지만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반드시 최선의 방안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선수금 환급 보증서
1. 선수금 환급 보증서의 기능

가)선수금 환급 보증서(Refund Guarantee)란 금융기관이 조선소의 의뢰에 따라 발주자에게 발행, 교부하는 증서로서 선박건조계약상 발주자가 여하한 이유로 조선소로부터 선수금을 반환받아야 할 사유가 발생할 경우 금융기관이 선수금의 환급을 약속하는 증서이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선수금 환급보증서는 발주자가 선박건조대금으로서 분할하여 지급할 금액(Installment Payments) 중 인도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전액과 이에 대한 일정한 이자의 지급을 약속하며, 조선소가 취득하여 교부하여야 할 선수금 환급보증서 초안을 선박건조계약에 첨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이다.  


나)선박건조계약상 선박의 인도전에 발주자가 조선소에게 지급하는 선박건조대금을 선지급금(Advance Payment)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이는 발주자가 선박건조를 위하여 그 비용으로서 조선소에게 선급하여 주는 금액이므로 지급 즉시 그 소유권은 조선소에게 이전되며, 발주자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이를 반환청구할 채권적인 권리만을 취득하게 될 뿐이어서 선수금반환사유 발생시 조선소가 지급불능상태에 빠지게 되면 발주자는 지급받아야 할 선수금을 반환받지 못할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제거하기 위하여 조선소의 신용을 금융기관의 신용으로 대체하기 위하여 창안된 제도가 선수금 환급 보증서이다.


다)당사자들은 통상적으로 선박건조계약에서 일정한 신용등급 이상을 가진 금융기관 혹은 예외적으로 특정한 금융기관을 명시하여 선수금 환급 보증서를 발행하도록 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 발주자들에게는 신용등급이 높은 국내 은행이나 국책금융기관으로서 수출보험공사, 수출입은행이 주로 선수금 환급보증서를 발행하고 있으며, 드물게는 국내보험회사가 직접 발주자에게 이를 발행하기도 한다.
 
2. 선수금 환급 보증서의 법적 성격
가. 금융기관의 채무는 보증채무가 아닌 주채무
선수금 환급 보증서는 (Advance Payment) Refund Guarantee를 우리 말로 번역한 것인데, 실제로 발급되는 선수금 환급 보증서에서는 “we hereby, as primary obligor, irrevocably and unconditionally undertake to pay to you, your successors and assigns, on your first written demand, all such sums due to you under the Contract?“라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문언상 발행 금융기관은 조선소의 발주자에 대한 선수금 환급 채무를 비록 용어를 ‘보증’이라고 사용하고 있다고 하여도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주채무자로서(as primary obligor) 선박건조계약상 발주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선수금을 환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선수금 환급 보증서는 신용장과 일치되는 성격을 지닌다.
 
나.건조자의 선박건조계약에 따른 채무와 금융기관의 선수금 환급 보증서에 따른 채무의 상호관계
첨부된 선수금 환급 보증서를 살펴 보면 발행 금융기관은 ‘건조자가 어떠한 측면에서 선박건조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그로 인하여 발주자는 건조자로부터 얼마의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발주자 회사의 이사 두 명이 서명한 진술서 요건이 충족되면 즉시 선수금을 환급할 것임을 확약하고 있다.


즉, 건조자가 선박 건조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였고 그로 인하여 발주자는 선수금을 환급받을 권리가 있다는 ‘발주자의 진술서’만 제출되면 금융기관은 선수금을 환급할 의무를 부담함을 규정하고 있으며, 수익자인 발주자는 건조자의 채무불이행 사유 혹은 선수금 환급 사유를 입증하거나 혹은 이에 관한 법원 판결, 중재판정을 미리 취득할 책임을 전혀 부담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발주자가 선수금 환급 보증서상의 책임을 묻기 위하여 단지 지급요구(demand)만으로 족할 것인지 아니면 중재판정이나 법원의 판결을 전제로 할 것인지 여부는 당사자가 협상으로 정할 문제인데, 당연히 발주자는 전자를, 건조자는 후자를 선호할 것이다.


문제는 발주자와 건조자간에 선수금 환급 사유가 발생하였는 지 여부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건조자가 선수금 반환의무를 적극적으로 다투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발행은행은 선수금 환급 보증서의 문구에 따라 선수금을 반환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지 혹은 발주자와 건조자간에 선수금 반환의무에 관한 다툼이 있음을 이유로 선수금 반환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지 여부이다. 이는 선수금 환급 보증서의 추상성, 독립성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영국법원의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영국법원의 판례를 살펴 보면 Refund Guarantee에 관한 것이 별로 없는 반면

Performance Bond에 관하여 같은 이슈를 다루는 판례는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아마도 Refund Guarantee가 조선업, 건설업 등 비교적 한정된 분야에서만 사용되는 데 반하여 Performance Bond는 조선업뿐만 아니라 매매계약 등 물품공급 계약, 건설 계약과 같은 도급 계약 등 국제계약상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그 결과 법정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더 잦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된다.


나)Refund Guarantee와 금전지급의무의 이행을 확약하는 Performance Bond(예컨대 발주자가 건조자에 제공하는 것)를 비교하면 이들은 근거계약(underlying contract)상 금전지급 의무의 원인이 다를 뿐이지(즉, Refund Guarantee는 지급받은 선수금의 환급을 약속하는 것인 반면, Performance Bond는 발주자의 선박건조대금 지급의무의 이행을 확약) 그 법적 성격 면에서는 구별을 하여야 할 하등의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따라서 그 내용상 이들 양자를 달리 취급하여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법적 성격을 동일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아마도 이러한 견지에서 영국의 판례들은 양자를 구별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다)이에 관한 영국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은 당해 증서 외부의 사정을 이유로 Refund Guarantee나 Performance Bond의 기능 수행을 방해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소위, Non-interventionist Approach). 즉 Refund Guarantee 등은 근거 계약(underlying contract)과 독립된 것으로서 보아야 한다는 소위 ‘autonomy principle’을 반영한 것으로서, Refund Guarantee에 기한 채무는 발주자와 건조자간의 계약에 기한 채권, 채무 관계와는 별개로서 상호 독립된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설사 건조자가 선박건조계약에 기하여 발주자에게 선수금 환급 의무가 없음을 다투고 있는 경우라도 금융기관은 자신이 발행한 Refund Guarantee상 요건(즉 근거계약인 선박건조계약상 선수금 환급 사유가 발생하였고, 조선소가 이의 환급을 지체하고 있음을 기재한 진술서 제출)을 충족하기만 하면 선수금을 환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며, 근거계약상 발주자가 선수금 환급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입증토록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신용장의 추상성, 독립성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라)건조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발주자와 분쟁이 발생하여 선수금 지급의무 여부가 다투어지고 있는 데 선수금 환급 보증서를 발행한 금융기관이 보증서의 문구에 따라 발주자에게 선수금을 지급하여 버리면 발주자와의 분쟁이 무의미해지거나 추후 재판에서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선수금 환급에 따른 궁극적인 책임을 부담하여야 할 수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하여서는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선수금 환급을 방지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바, 금융기관은 어떠한 상황하에서 선수금 환급의 거절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관한 영국 법원의 입장은 신용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사기의 경우만으로 예외가 한정되어 왔다. 즉, 영국 법원은 은행이나 수익자의 보호를 위하여 신용장이나 보증서에 기하여 채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을 때 이러한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영국 판례의 표현을 빌리면 ‘보증서에 기재된 서류요건만 충족되면 보증서는 현금과 같이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어느 단계에서 수익자의 일정한 사기가 개재되어 있더라도 금융기관이 수익자에게 금원을 지급하기 전까지 수익자가 사기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고 할 정도로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서 금융기관은 수익자의 사기를 이유로 보증서에 기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다.


 마)최근 영국법원은 위의 원칙에서 조금 더 나아가 청구인(the account party)이 자신이 제기한 수익자의 신뢰 위반 주장(예컨대, 근거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을 구성하고 이를 이유로 보증서가 발급되었으나 수익자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수익자가 비 양심적인 외적인 동기로 보증서 이행을 위협하는 경우 등)을 명백한 증거로서 입증하고, 수익자의 그러한 이행청구가 추후 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있을 때에는 수익자의 이행청구를 금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보증서의 내용상 수익자가 이행청구를 하려면 일정한 전제조건을 충족하여야 하지만(소위 a see to it bond) 그러한 충족이 불투명할 때 이행청구의 유효성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증서 문언상 이행청구에 일정한 요건이나 제한이 첨부되어 있지 않다면 이를 이유로 이행청구의 유효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3. 준거법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조선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선박건조계약서들은 영국법 준거규정과 영국 중재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발주자와 건조자가 모두 한국 회사인 경우에도 이러한 경향은 상당하며, 외국 발주자인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라고 하여도 무방할 정도로 관찰된다. 사실 이에 관한 준거법을 한국법으로 약정하더라도 이에 관한 법률이나 판례가 전무한 상황이므로 예측가능성이 현격히 떨어져 편의 등을 고려하더라도 한국법을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입장이 못됨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부적인 측면에서 선수금 환급 보증서에 관한 영국법의 입장이 반드시 명확하거나 확실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으며, 또한 분쟁해결을 위하여 영국법의 조사와 연구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그 성과는 반드시 이에 비례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국제상업회의서(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는 1992년 청구보증통일규칙(Uniform Rules for Demand Guarantees; URDG)을 제정하여 이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Performance Bond나 Refund Guarantee는 URDG에서 규율대상으로 정하고 있는 전형적인 Demand Guarantee로서 이의 적용이 필요한 것들이다. 특히나 우리 나라는 주로 발주자가 아니라 건조자의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에 양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조정하여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URDG를 준거법으로 정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 개진되고 있기도 하다.
 
건조자의 선박건조계약상 의무 위반(breach of contract)시 발주자가 건조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범위
1. 문제의 제기

건조자의 선박건조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으면 그로 인하여 발주자에게 일련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배상이 요구될 것임은 당연한바, 선박건조계약에서는 그 사유에 따라 발주자에게 선박건조계약을 해지 혹은 종료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선박건조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발주자가 그 사유로 인하여 입은 혹은 입게 될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함과 동시에 일정한 사유에 대하여는 발주자에게 선박건조계약 자체를 해지(해제) 혹은 종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이 경우 발주자는 자신이 건조자에게 이미 지급한 선수금(installment)과 그 수령일로부터 발생된 이자 등을 가산하여 반환 받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전자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이른바 liquidated damage라고 명기하여 그 방식과 내용에 대하여만 살피면 될 것이나, 후자의 경우는 발주자 자신이 이미 지급한 선수금을 회수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는 차원에서 선수금 원금 반환 시 가산되는 이자가 발주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손해 배상을 갈음할 수 있는지 혹은 위 추가적인 손해를 별도로 배상청구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아래에서는 위 경우를 구분하여 논의한다.
 
2. 선박건조계약이 해지(해제) 혹은 종료되지 않은 경우
가.선박건조계약상의 손해배상의 예정 (Liquidated Damage)
선박건조계약에서 선박건조계약상 건조자의 의무 위반이 있더라도 발주자에게 선박건조계약의 해지(해제) 혹은 종료를 인정하지 않고 일련의 손해만을 배상하도록 되어 있는 사유들은 선박건조계약에서 그 연장이 허용된 기한까지의 선박인도의 지연(delay in delivery),


선박 속력의 부족(insufficiency of speed), 과도한 연료 소모(excessive fuel consumption), 부적당한 적재중량(inadequate deadweight capacity) 등 대상 선박 성능 혹은 품질의 미달(deficiency in capacity or performance)로 구분될 수 있다. 물론 위 사유들이 발생하면 언제나 발주자에게 선박건조계약을 해지 혹은 종료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에 따라 위 해지(해제) 혹은 종료권이 부여될 수 있다.


위 사유들로 인하여 발주자가 입거나 입게 될 손해를 처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를 상정할 수 있으나 선박건조계약에서는 통상 ‘계약금액의 조정’ (adjustment of contract price) 항목에서 최초 계약 당시 약정된 계약금액을 감액하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고 그 서두에서 liquidated damage라고 명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 liquidated damage는 계약당사자 사이에 일종의 합의된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 법률적으로 이해된다.


손해배상의 예정이라 함은 계약 당사자 일방에게 계약 위반 혹은 의무불이행이 있을 경우 그 일방 계약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 미리 정하여 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방 당사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여 그에 대한 입증의 곤란을 배제하고 다툼을 예방하여 손해배상의 법률관계를 간이화하며, 그러함으로써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손해배상의 예정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나.영국법에서의 손해배상의 예정에 대한 법적 취급
선박건조계약의 준거법이 대부분 영국법으로 지정된다는 점에서 영국계약법상 손해배상의 예정에 대한 법적 취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국계약법에 있어 계약 위반에 기하여 받을 수 있는 손해액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하여 계약 당사자 사이에 지급될 손해액에 대하여 약정을 하고 그 약정된 금액이 향후 일어날 개연성이 있는 손해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액일 경우 이러한 양 당사자 사이의 약정을 손해배상의 예정조항(liquidated damage clause)이라고 하고 이는 원칙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Unfair Terms In Consumer Contracts Regulation 1999 등에 의하여 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손해배상의 예정 조항에 의하여 실손해액은 고려되지 않고 약정된 손해배상액에 대한 감액이나 증액이 허용되지 않는다.


한편, 손해배상의 예정과 구분해야 하는 것으로서 위약벌 약정이 있다. 즉, 계약 당사자들간의 약정의 목적이 손해에 대한 진정한 사전 평가(a genuine pre-estimate of loss)가 아니라 당사 일방에게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하여 계약당사자들이 약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약정을 위약벌 조항(penalty clause)라고 하고 영미계약법상 무효로 취급된다. 이 경우 피해당사자는 손해배상의 일반원칙에 따라 타당당사자에게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을 뿐이다.


계약 위반 시 일방 당사자가 타당 당사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동일한 형식으로 약정된다는 점에서 양자의 구별이 요구되고 위 규정례와 같이 서두에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 명시하였다고 하여도 기본적으로는 당사자의 약정을 존중하기는 하지만 법원은 대상의 실질적인 본질에 따라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에 영국법원(House of Lords)는 손해배상의 예정과 위약벌 양자의 구별에 대하여 Dunlop Ltd v. New Garage Ltd에서 ①약정된 금액이 계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된 것으로 가정적으로 입증될 수 있는 최대의 손해와 비교하여 터무니 없는지(extravagant) 혹은 비양심적인지(unconscionable) 여부, ②위반의 결과가 정확한 사전평가가 불가능한 경우로서 약정된 금액이 발생개연성이 있는 위반의 결과와 합리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 ③손해액을 달리 야기할 여러 개의 위반사유들에 대하여 동일한 금액을 약정하고 있는지 여부, ④확정금 지급의무 위반에 대하여 약정된 금액이 위 확정금보다 지나치게 많은지 여부 등을 구별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한국법에서의 손해배상의 예정에 대한 법적 취급
민법 제398조에서는 손해배상의 예정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위약벌에 대하여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나, 대법원은 위약벌 개념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1998.12.23.선고 97다40131 판결 등).


손해배상의 예정이 있는 경우 영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실손해와 상관없이 예정액만을 청구하거나 지급해야 한다(대법원도 같은 입장에 있다). 다만 민법 제398조 제2항에서는 그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실제 재판 실무에서도 이 규정을 토대로 예정액의 감액이 이루어지고 있다(대법원 1998.12.23.선고 98다43175판결 등 참조).


그리고 손해배상의 예정이 현저히 부당하다면 민법 제103조와 민법 제104조에 의하여 무효로 판단될 수도 있고 당해 손해배상의 예정이 약관의 내용이라면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제한이 이루어질 수 있어 실정법에 의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은 영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2. 선박건조계약이 해지(해제) 혹은 종료된 경우
가.선수금 반환과 발주자의 추가적 손해배상 청구의 관계
건조자의 계약 위반 혹은 의무 위반(breach of contract or default)을 이유로 발주자가 해지(해제)권 등을 행사하여 선박건조계약이 종료된 경우 선박건조계약상 건조자는 발주자에게 발주자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선수금(installment)과 각 선수금에 대하여 각 받은 날로부터 선수금이 반환될 때까지 기간에 대하여 약정된 이율에 따라 산정된 이자(interest)를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건조자의 계약 위반 혹은 의무 위반으로 선박건조계약이 해지 혹은 종료된 경우 발주자는 자신이 지급한 선수금과 그에 대한 이자를 반환받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위와 같이 지급받은 이자로는 충당이 되지 않는 ①선박건조계약 체결과 완결을 염두에 두고 지출한 비용 손실, ②화주 혹은 용선자와의 계약 지연에 따른 손해, ③본선을 운항하지 못하여 올리지 못하는 수익의 상실 혹은 ④제3자에게 선박을 매각하였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차익 손실(loss of bargain) 등과 같은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에 발주자에게 반환되는 선수금에 가산되는 이자와 발주자에게 발생할 수도 있는 손해 사이의 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고 그 결과에 따라 발주자가 가산되는 이자를 넘는 손해에 대하여 건조자에게 청구를 할 수 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다만 선박건조계약에서 명시적으로 건조자가 발주자에 발생한 위와 같은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법의 대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 혹은 계약 자유의 원칙상 이러한 규정은 유효할 것이다. 이에 아래에서는 건조자의 면책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다고 하여도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 검토하기로 한다.
 
나.선수금에 가산되는 이자의 성격

(1)손해배상의 예정으로 이해하는 경우
선수금과 함께 지급되는 이자의 성격과 관련하여 양 당사자가 계약의 해지(해제) 혹은 종료시 발주자에게 일련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는 있으나 선박건조계약의 장기성과 경제상황에 의한 선박가격의 변동에 의하여 발생할 수 있는 손해액 산정이 불확실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를 일종의 손해배상의 예정(liquidated damage)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면 위에서 이미 살펴 본 바와 같이 손해배상의 예정의 경우 발주자에게 위 가산되는 이자에 비하여 더 많은 손해가 실제 발생한다고 하여도 발주자는 이를 건조자에게 청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선박건조계약서 중에는 “If the buyer rescinds this contract for any reason whatsoever, the buyer shall not entitled to any liquidated damages”라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 만약 선수금에 가산되는 이자를 손해배상의 예정이라고 이해한다면 위와 같은 규정으로 인하여 그 이자 자체를 지급받지 못한다는 해석론이 제기될 수도 있고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건조자의 이행거절(repudiation)을 이유로 하여 영국 일반법(common law)에 따른 권리로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고 할 경우 모순이 발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2)원상회복의 내용으로 이해하는 경우
한편, 발주자가 계약상의 의무 이행으로 선수금을 지급함으로써 건조자에게 이득을 주었다는 점에 선수금에 가산되는 이자의 성격을 계약의 종료에 따른 원상회복(restitution)의 한 내용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민법 제548조에서도 계약해제의 효과로서의 원상회복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제2항에서는 반환해야 할 목적물이 금전일 경우는 그 받을 날로부터 이자를 가산하도록 되어 있다. 대법원도 1996.4.12.선고 95다28892호 판결에서 수령한 금전의 반환에 있어 가산되는 이자는 원상회복의 범위에 속하고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진다고 하면서 그에는 법정이율에 따라 산정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약정된 이율이 합리적으로 추산되는 이득의 범위를 넘는다면 그 넘는 부분에 대하여 법리적으로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는 남게 된다.


이렇게 가산되는 이자를 원상회복의 내용으로 이해한다면 법리적으로는 발주자에게 발생되는 손해와 중복되지 않기에 그 발생되는 손해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3)양자 중 어느 것에 해당되는가는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의 의사 해석을 통하여 확인되어야 하겠으나, 당사자 의사가 명확하지 않다면 약정 당시의 상황이나 이자율의 정도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건조자가 계약상 의무 이행 거절(repudiation)의 상태에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1)영국계약법상 계약 해제(해지)권의 발생과 이행거절(repudiation)
일방 당사자가 계약상 의무 이행을 거절(repudiation)하는 것으로 인정된다면 현재에도 계약 이행이 존재하지 않고 향후에도 계약 이행을 기대하기 곤란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계약 불이행(seriousness of the failure in performance)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영국계약법상 이러한 심각한 계약 불이행이 있으면 타방 당사자에게 계약 해제(해지) 혹은 종료권이 인정되는데, 여기에서의 계약 불이행의 심각성은 통상 그러한 불이행이 타방 당사자로부터 계약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이익 전체를 실질적으로 빼앗는가(deprive the other party of substantially the whole benefit) 혹은 불이행의 결과가 계약의 근간을 흔드는가(go to the very root of the original contract) 로 판단된다.


선박건조계약과 관련하여 건조자에게 이행거절(repudiation)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는 ①선박조선공정을 그냥 포기하는 경우(simply abandon the shipbuilding project) 혹은 ②의도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선박건조공정을 진행하지 않아 선박인도가 심각하게 지연될 수 밖에 없는 경우(deliberately and without the justification of force majeure circumstances, fail to progress the vessel’s construction such that her delivery is bound to be significantly delayed) 등이 상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건조자에게 이행거절(repudiation)의 상태가 인정되는 경우 발주자는 선박건조계약 자체 뿐만 아니라 영국의 일반계약법상에 의하여도 계약을 해지(해제) 혹은 종료하고 그에 수반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는데, 발주자가 이러한 권리에 기하여 제3자에의 대상 매각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차익손실 등 발주자에게 발생하는 손해의 배상을 건조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2)영국 법원의 입장
최근 영국법원이 Stocznia Gdynia SA V. Gearbulk Holdings Ltd [2009] EWCA Civ 75 사건에서 참고할만한 중요한 판단을 내린 바 있어 위 판결을 살펴보기로 한다.
 
(3)위 판결에 대한 분석
먼저 항소법원은 “in the absence of any agreement to the contrary”라는 판시를통하여 당사자 자치 혹은 계약 자유의 원칙에 충실하여 계약 당사자가 권리를 스스로 포기(waive)하거나 배제(exclusion)에 동의하는 것에 대하여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항소법원은 계약상의 배제조항(exclusion clause)을 이해함에 있어 계약 당사자의 진정한 의도가 계약 문언상으로 명백히 표시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배제조항은 통상 계약 일방의 계약상 혹은 일반법상의 권리를 제한 혹은 배제함으로써 그 일방이 불리한 지위에 있게 된다는 점에서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들이 과연 어떠한 내용을 배제조항에 적용시키고자 의도하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게 되고 이러한 확인에 있어 가장 직접적인 기준 혹은 수단은 당해 배제조항 자체의 문언이 될 수 밖에 없기에 배제조항 자체에서 충분히 명확하게(sufficiently clear) 배제되는 내용이 명기될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항소법원의 입장은 “the more valuable the right, the clearer the language will need to be.”라는 기재내용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항소법원은 선수금 반환을 구하는 권리를 원상회복(restitution)이라고 하면서 이는 loss of bargain을 구할 권리와 구분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항소법원은 “what he had paid”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해석 여하에 따라서는 선수금 원금만으로 한정되고 가산되는 이자에 대하여는 다른 해석의 여지도 있으나, 사실관계에서 지급보증은행으로부터 발주자가 선수금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반환 받았다는 사정과 금전에 대하여는 당연히 금융수익이라는 과실이 발생되어 조선소가 그로 인한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자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원상회복의 대상으로 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이해가 정확하다면 손해배상청구를 배제한다는 별도의 조항이 없다면 선수금과 이자를 지급받는 것과는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할 수 있다.


결국 위 판결에 의하여 건조자든 발주자든 계약 당사자로서는 선박건조계약 체결시 배제조항 혹은 면책조항 삽입을 위하여 계약서 초안 작성시 그 적용대상을 명시적으로 표기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선박건조계약 표준문안의 조항에 대하여도 수정할 필요성도 제기될 것이다.

 

다.한국법에 의한 접근
한국법에 의할 때 발주자가 추가적인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가는 영국법에서와 같이 발주자의 위와 같은 청구를 배제하는 계약 조항이 있는지 여부가 선결된 뒤 만약 그러한 조항이 없다면 선수금에 가산되는 이자의 성격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만약 선수금에 가산되는 이자에 관한 내용이 계약의 해지(해제) 혹은 종료에 따라 발주자가 입게 될 손해배상에 대한 약정 이라고 한다면 원칙적으로 발주자의 추가 청구는 불가할 것인 반면, 원상회복의 내용이라고 한다면 소송물 이론에 비추어 발주자의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자에 관한 내용이 양자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가는 당사자 의사해석에 의할 것이지만 명확하지 않다면 계약 체결 당시의 사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해석을 통하여 확정될 것이다.


다만 민법 제548조 제2항에서 계약 해제의 경우 명시적으로 이자를 가산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 민법 제379조에서는 이자채권의 이율은 기본적으로 당사자 약정에 의한 약정이율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548조 제2항에서 약정이자나 법정이자 구분 없이 단순히‘이자’라고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박건조계약상 약정된 이자율이 현저히 부당하지 않다면 원상회복의 한 내용으로 법률적으로 취급할 여지가 높다고 생각된다.
 

 <사실관계>
조선소는 2000년과 2001년 발주자와 선박 3척에 대하여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계약 내용 중 Article 10. 1. (c)에서는 특정의 일자까지 인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발주자는 계약을 해지(해제) 혹은 종료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Article 10. 7. 전문에서는 발주자가 선박건조계약을 해지(해제) 혹은 종료하는 경우 건조자는 발주자에게 기지급된 선수금과 약정 이자 등을 가산한 금액을 반환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Article 10.의 서두 부분에는 “발주자는 이 조항(Article 10)에서 열거된 사유 및/또는 그 사유에 수반된 직접적인 결과로 인하여 입게 된 손해에 대하여는 이 조항(Article 10)에서 특정된 손해배상의 예정액(liquidated damage) 외에는 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조선소도 배상할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고 Article 10. 7. 후문에는 “본 조항(Article)에 따라 발주자가 선박건조계약을 해지(종료)한 경우 발주자는 Article 10.1. 10.2. 10.3 or 10.4에 따른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지급받을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조선소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지게 되어 계약 이행을 못하게 되었는바, 첫번째 선박의 경우는 강재절단(steel cutting)만이 행하여진 후 2003년 1월 경 아예 작업이 중단되었고 나머지 2척의 선박의 경우는 건조 공정 자체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발주자는 2003년 11월경 첫번째 선박에 대하여 선박건조계약 해지(해제) 혹은 종료(termination)를 한다는 통지를 조선소에 보낸 후 그에 수반하여 선박건조계약 Article 10에 따라 선수금반환보증은행으로부터 계약 체결시 지급한 제1차 분할선수금 및 이자 지급을 청구하여 반환 받았다. 그리고 발주자는 두번째 및 세번째 선박에 대하여도 2004년 8월과 11월에는 동일한 절차에 따라 선박건조계약을 해지(해제) 혹은 종료한 후 선수금과 이자를 반환 받았다. 
선박건조계약의 해지(종료)에 수반하여 발주자는 건조자에게 대상 선박 매각 차익 손실을 청구하였고 이에 대하여 조선소는 발주자가 계약조건에 따라 계약을 해지(종료)한 이상 발주자가 지급받을 수 있는 금원은 선박건조계약상 선수금과 가산 이자에 한정된다고 반박하여 양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게 되었다.

 

 <항소 법원의 판단> -- 발주자 승소
1. Article 10이 발주자가 건조자의 이행거절의 경우 일반법에 따라 계약을 종료시키는 권리를 배제하는지
Article10은 건조자의 계약 위반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계약의 근간을 흔들 정도는 아닌 경우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예정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그 정도가 심각한 경우(serious)의 경우 계약에서 명백히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한 일반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해제) 혹은 종료하는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즉, 이 계약에는 일반법상의 권리를 배제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2. Article 10이 loss of bargain을 청구할 권리를 배제하는지
일반법상 중요한 권리를 계약에서 배제하기 위하여는 그 의도가 계약에서 충분하게 명백히(sufficiently clear) 나타나야 하는데, 본 계약 조항에는 명백하게 나타나지 않아 발주자는 일반법상 권리에 기하여 loss of bargain을 구할 수 있는 권리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3. 발주자가 계약에 따라 계약 해지(해제) 혹은 종료 통지를 보낸 것이 일반법에 따라 계약을 종료시킬 권리를 배제시키는지
발주자가 Article 10에 기하여 계약을 해지(해제) 혹은 종료하였다는 사정이 조선소의 이행거절로 인하여 계약이 일반법에 따라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발주자는 조선소의 이행거절을 수락하였을 뿐(acceptance of repudiation) 계약을 유지하기로 승인(affirm)한 바 없다. 그리고 계약의 해지(해제) 혹은 종료의 결과로 이루어진 원상회복(restitution)으로서 Article 10에 기한 선수금 반환과 일반법에 따른 loss of bargain에 대한 배상청구는 모순되지 않고 따라서 발주자는 조선소의 이행거절에 따른 계약 해지(해제) 또는 종료를 이유로 일반법에 따라 loss of bargain을 구할 수 있다.

 

서 영 화
변호사(법무법인 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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