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이면, 북극항로 항해일수 100일 가능

북극해 항로가 완전히 개통된 지 2년째다. 올해 9월에는 일반화물선이 쇄빙선의 도움 없이 북극해 북동항로를 이용해 화물을 운송한 사례까지 생겨났다. 북극해 얼음의 감소로 시작된 북극항로 항해일수는 2009년 현재 연간 20-30일 가량 된다. 그러나 20여년 뒤인 2030년경이면 북극해 항로는 연간 100일 정도 운항 가능기간이 연장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옴으로써 북극해의 변화와 해상항로의 개설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언제까지나 꽁꽁 얼어붙어있을 것만 같았던 북극해가 ‘대륙간 이동의 경로’가 되는 현실과 북극해가 품고 있는 ‘자원의 개발및 이용가능’ 현실에 대해 세계인들은 지구의 온난화를 우려하면서도 기회의 환경이 될 북극해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북극해의 변화와 해상항로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의해 지난해 착수되어 북극해의 현황과 변화에 대한 정보가 각종 세미나와 자료를 통해 알려지고, 북극해 변화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과 대책마련의 필요성이 부각하고 있다.

 

KMI 황진회 ‘콤파스 클럽’서 북극해 강연
북극해 해상항로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KMI의 황진회 팀장이 11월 6일 해운계 오피니언리더들의 조찬 모임인 ‘콤파스 클럽’에서 1년 반여기간동안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북극해 변화와 해상항로 가능성’에 대해 강연했다. 그동안 북극해의 변화에 대한 자연과학 측면에서의 연구는 있었지만 북극해의 경제적인 가치, 특히 북극해항로의 개발등 해운물류 분야의 연구는 처음있는 일이다.     


북극해의 급격한 기온변화는 지구 온난화의 척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날 발표자료에 따르

면, 2007년과 2008년 지구의 평균온도는 1961년-1990년 기간에 비해 0.4도 상승했으며, 한국의 경우 0.7도가 올라 온난화가 최근들어 가속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극해의 얼음변화는 6년이상 얼음인 다년빙의 두께와 면적 등이 기준이 되는데, 최근 다년빙의 얼음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07년 9월에는 북극얼음 관찰이후 최소면적(4,300만㎢)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동절기 얼음면적은 1억 4,400만㎢-1억 5,200㎢였음에 비하면 解氷의 정도를 가름할 수 있다. 북극해의 해수면 온도는 1965년까지 0.5도 미만을 유지해오다 65년-95년까지 부분적으로 온난화가 발생했다. 이후 2000년부터 전반적인 온도상승이 나타나더니 2007년 얼음이 없는 지역은 5도까지 상승함으로서 지구 온난화에 경종을 울렸다.

 

위기와 기회의 ‘북극해’ 영유권 분쟁 가속
2004년 연구자료에 의하면 북극해의 얼음감소로 북극항로의 항해일수가 100일이 되는 시기는 2080년으로 예측이 되어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2007년에 발생한 상황이 2050년으로 예상한 얼음해빙 수준이어서 북극해 변화는 당시 예측보다 43년이나 단축되어 현실로 다가왔다고 설명하고, 북극항로의 100일간 항해일수는 2030년이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을 전면 수정해놓았다.  


지구 온난화의 척도라는 측면에서 북극해의 변화가 위기로 인식되지만 한편에서는 북극해의 解氷으로 그곳에 보존되어온 에너지 자원의 개발과 이용, 북극항로의 개발과 이용의 현실화가 미래사회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북극해 인접국인 러시아, 미국, 캐나다, 북유럽 국가들간에는 국제해협 해양관할권, 해양경계, 대륙붕, 영토, 해사관할권 등 관련 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최근 새로 발견된 섬의 도서영유권 분쟁까지 더해져 있어 북극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와 경제적인 기회로 잡으려는 행보들이 빨라지고 있다.


북극해 보전과 개발의 갈등문제도 적지 않다. 각국과 관련 산업계는 북극해의 상업적인 개발이용을 적극 연구하는데 반해 환경단체들은 북극해의 개발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북극해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의 잠재적 온실가스(Greenhouse Gas)를 유발하는 수백톤 이상의 메탄가스가 북극 해저에서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북극해저에서 방출되는 메탄가스는 북극 대기의 온도상승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영구 凍土층이 녹고, 더 많은 메탄가스가 방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섬뜩한 보고내용이 나와 있다.

 

북극해저 방출 메탄가스 온난화에 영향
해운물류 분야의 관심사인 북극항로도 국제항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관련국간 국제항로의 적용문제가 산재해 있다. 북동항로의 경우, 러시아와 미국이 관계되어 있다. 러시아는 이미 북극해항로 운항 규칙을 마련하고 외국선박의 동항로 사용에 따른 허가절차와 기타 규제조항을 신설해 놓고 있는 반면, 미국은 북극항로 항행의 자유원칙을 표명하고 있다. 북서항로는 캐나다와 미국, 북유럽과 연계되어 있다. 캐나다는 ‘북극 도서 근해의 직선기선의 설치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 북서항로 수역 권리를 재천명했으며 2008년 8월에는 자국의 북극 영토를 19만 3,000㎢ 확대, 캐나다 북극 수역에 들어오는 모든 선박의 신고를 현재의 권장사항에서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반해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북서항로는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 국제수역이며 북극 섬들의 해협은 국제해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캐나다가 어업권과 환경규제, 재산, 항해안전권은 가지나 수로항행을 금할 권리는 없다는 주장이다.


아직 북극해 운항에 적합한 경제선형 내지 표준선형은 아직 건조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북극해 환경에 적합한 선박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북극해의 영유권을 둘러싼 인접국가들간의 갈등과 정치적인 분쟁이 북극해의 상업성의 진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극항로 북극자원 운송에 우선 이용 가능
북극해 인접국가들의 영유권 분쟁과 별개로 북극해항로의 화물수송 수요를 연구한 KMI 자료를 토대로 살펴보면, 북극항로는 북극의 자원운송이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 원유(900억배럴)와 천연가스(1.669조 입방피트), 액성 천연가스(440억 배럴)의 매장량이 있다. 전세계 매장량의 원유는 13%, 천연가스 30%, 액성 천연가스 20% 규모이다. 북극권의 자원중 이미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캐나다와 러시아, 미국 알라스카 유전은 400여개 이상이며 주로 해안에 인접해 있다. 이들 유전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2,400억배럴로 전세계 매장량의 10%에 달한다. 자원을 가진 국가가 강국이 되는 ‘자원전쟁시대’의 도래는 북극권이 분쟁 지역화하는 이유이다.


러시아의 북극해 항만은 총 72개. 이중 무르만스크항이 연간 1,000만톤을 처리하고 있으며, 아루한겔스크. 암델마, 딕슨, 듀딘카, 이가루카, 카탄가, 틱시, 페백, 프로비데비야 등이 주요항이다.


인력 측면에서 러시아와 캐나다는 북극해 선박운항을 위해 전문자격을 갖춘 선원의 승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전문교육및 훈련을 통해 북극해 전문선원을 배출하고 있다. 제도와 규정 측면에서는 캐나다가 일정한 자격을 갖춘 Ice Navigator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극항로 쇄빙선 도선규정과 북극항로 운항선박 구조와 장비, 용품의 규칙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규정이 규제 위주로 운영되어 비즈니스 측면의 유전은 부족하다.


부대산업 측면에서 북극해 운항선박은 30% 정도의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지만, 항로를 이용하는 물동량이 증가하면 부대산업은 함께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극해 전문선원 인력의 훈련개발 필요
북극항로의 경제성은 어떠할까? KMI 황진회 팀장은 항로와 운항속도, 연료소모율, 보험료, 투입선박 등의 변수에 가상의 숫자(업계의 의견, 조사결과 등 참조)를 활용해 북극항로의 경제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부산-로테르담간의 항해거리는 북극해를 통과할 경우 운항일수 14일에 운항거리 1만 270만km로 인도양을 거쳐 유럽으로 항해하는 기존 해상항로(24일 운항·2만 100km)에 비해 운항기일과 거리가 단축되어 연료비는 물론 용선료 등 제비용의 절감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북극해 천연가스의 LNG 수송의 경우, LNG 가격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소요시간은 7.5일 거리 3,589nm으로 중동산(12일·5,709nm)에 비해 운송거리와 시간 모두 경제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러시아 폐백-삼척항 간은 얼음의 영향 없이 운항이 가능한 항로이다.


북극해 원유와 석탄의 수송도 경제성은 마찬가지로 좋다. 원유의 경우 파이프라인 수송이 불가하기 때문에 선박의 수송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북극해의 인프라가 개선되고 수출이 본격화되면 중동산 원유 수입(12.4일·5,950nm)보다 북극해 원유는 폐백-여수 운항기간 7.8일·3,755nm 틱시-여수 운항기간 9.4일·4,528nm로 경제성이 있다. 석탄은 선박과 철도가 수송경쟁 관계에 있으나, 북극해 주변은 철도망이 미비되어 있으므로 북극해 항만과 항로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북극해의 폐백과 틱시-여수 간의 석탄수송에는 각각 운항기간 7.9일과 9.5일에 운항거리 3,772nm과 4,545nm로 호주 뉴캐슬과 남아공의 더반에서-하동 간의 운항거리 9.3일과 15일, 운항거리 4,473nm과 7,202nm에 비해 경제성이 높다.

 

원유, 석탄, LNG, LPG 북극항로 이용 경제성
아직 북극해 항로의 개척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본격적인 북극해 항로 시대가 개막되면 선점국가와 기업들이 북극해의 경제적 가치를 누리게 될 것이다. 북극해 항로의 상업성 선점은 ▲운항선박 ▲기술 ▲전문인력의 유무가 결정지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KMI외에 최근 한국해양대학교 내에 ‘북극해 연구센터’가 생겨 앞으로 북극해의 변화와 이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좀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KMI 측은 북극해 항로는 정치, 환경, 제도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북극해 주변에서 생산되는 유류와 천연가스, 석탄 등의 수송에 활용할 수 있으며, 이들 자원수송은 대체운송 수단이 없기 때문에 경제성은 확보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컨테이너의 경우 아시아-유럽간 화물을 대체하기에는 항로의 안정성과 운항속도 등 개선해야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온도 등 외부환경에 둔감하고 납기가 여유로운 화물 중심으로 수송이 시도될 가능성이 있고 이러한 경험이 북극항로를 새로운 국제항로로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황진회 팀장은 북극해의 변화가 북극권 자원의 수송항로 개발은 물론 아시아-유럽 컨항로의 점진적 개발, 북극해 항만의 발전, 북극항로 관련 서비스 개발 등 향후 10-20년내 국제 상업항로로 활용될 가능성을 들어 국제 해운물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장차 북극해 운항능력의 여부가 선사의 발전 가능성을 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극해 운항선사’와 ‘그렇지 않은 선사’로 대별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예측은 지구촌의 중요자원의 대부분이 북극해에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조선 분야에서는 극한지역에 적합한 선박은 물론 각종 장비 개발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미 연구에 들어간 조선사도 있다.


적격선박 개발, 북극선원 훈련개발, 국제협력강화
이처럼 미래성이 있는 북극항로가 해운물류기업들에게 또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미래의 북극항로를 선점하기 위해 선사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선점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북극항로는 앞으로 운항환경과 노동조건, 운항계획 등 항로 이용기준이 생겨날 것이다. 따라서 해운물류기업들은 북극해항로의 상업적 이용대책을 미리 수립하고 적격선박을 개발하는 한편 전문 선원 훈련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성 분석과 운항 시뮬레이션 개발, 한·러 협력체제 구축, 북극해 항만개발을 위한 투자 타당성 분석과 선화주 협력및 선사 경쟁력 제고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황 팀장은 가이드한다.


정부에서도 지구 온난화 대책 수립에 기여하면서 서둘러 북극해 관련 기초연구를 강화하고 전담부서를 운영, 북극해 항로개발 및 운항인력교육훈련센터의 설립 등 북극해 변화에 대비한 종합대책 수립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구의 환경변화가 가장 빨리 가장 민감하게 반영되고, 가장 빨리 포착되는 곳, 북극. 북극해의 변화와 이를 이용기회로 삼으려는 세계인들의 북극해 활용 연구와 상업적 이용의 ‘선점경쟁’에 합류할 시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북극해 항로와 관련한 움직임을 주시하며 적극적으로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실기(失機)하지 않고 북극해 항로의 개발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이며, 북극해가 열어주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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