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해법학회 초안보다 진보된 규정담아 반대 거세

선협·KP&I “한국상법 강제적용 거래관행의 대혼란”우려

1차의견 수렴결과, 압류/가압류건 업계건의 수용처리

법무부가 마련한 ‘해상법 개정안’이 선주책임을 지나치게 강화하고 화주와 선박채권자에  편향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해운업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논란의 파장이 크다. 
해운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상법 제5 편(해상법)’의 현대화 틀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3-4년간 준비해온 해상법 개정작업의 마무리단계에서 법무부가 9월 26일 공청회를 통해 발표한 해상법 개정안에 대해 ‘책임이 강화되는 선주’와 ‘보호가 강화되는 화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이전보다 책임부담이 증폭되는 해운업계의 반발로 인해 입법추진에 진통이 예상된다.


쟁점이 된 사항은 선박에 대한 압류 가압류를 용이하게 하고 , 운송인의 중량책임제한 제도를 도입하며 개품운송의 경우 한국상법의 강제적용을 규정하는 등 새로 도입되는 제도들. 이들 조항은 거래관행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돼 관련단체와 학회에서 개정시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개선을 요구했다.


1차 의견수렴을 통해 쟁점사안이던 ‘압류/가압류 조항은 해운업계의 의견이 전면 수용되었으나 대부분의 타 쟁점사안은 그대로 유지되는 내용을 담은 해상법개정안에 대한 수정제안서가 10월 21일 관련업 단체와 관련부처에 보내졌다. 법무부는 이 제안내용에 대해 10월 31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개정안을 확정하고 올해안에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해상법 개정내용과 개정이유’는 본지 10월호에 이미 실었기에, 이번 호에서는 해상법 개정안의 내용중 쟁점이 되고 있는 관련규정에 대한 논란만을 점검했다. 쟁점사안별 관련업계 단체들의 입장을 담았다.

 

1962년 제정이래 두 번째로 추진되는 해상법의 개정추진은 현행 해상법이 19세기에 형성된 해상운송질서에 뿌리를 두고 있어 현재의 해상운송 관행과 차이가 있고 일부 내용과 용어가 난해해 실제 적용에 혼란이 일고 있으며, 선사의 책임한도가 낮아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구제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또한 개정을 준비하는 동안 인터넷시대에 걸맞는 전자선하증권(e-B/L)관련 규정과 복합운송을 규율하는 규정 등에 대한 신설의 필요성이 높아져 관련규정도 신설되었다.


동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2001년부터 한국해법학회가 민간단체 차원에서 법률개정 작업을 지원해 왔다. 법무부가 내놓은 동법 개정안도 해법학회가 3년이상 실무작업반의 수십차례 회의와 관련토론회 등을 통해 이해당사자들간의 이견을 어느정도 조율해 마련한 초안을 바탕으로 해서 완성된 것이다.


선협, KP&I, 해법학회 일부규정 반대
그러나 9월 공청회에 선보인 법무부의 개정안은 해법학회가 마련한 초안과 많은 부분이 달라 해법학회는 물론 이해당사자중 한쪽인 해운업계 측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법무부의 개정시안 중에 논란의 대상이 되는 규정은 △제 744조 선박의 압류(押留) 가압류(假押留) △제 777조 선박우선특권 있는 채권(債權) △제 797조 책임의 한도 △제 803조 운송물의 공탁(운송물 인도간주(引渡看做)) △제 809조 재운송계약(再運送契約)과 선박소유자의 책임 △제 816조 복합운송인의 책임 △제 817조 한국법 강행적용 △제 852조 운송물 등의 손해에 관한 우선특권(優先特權) 등이다.


개정시안에 들어있는 이 규정 내용에 대해 화주 측은 특별한 코멘트 없이 찬성하는 입장을 표시하고 있는데 반해 개정초안을 마련한 한국해법학회를 비롯해 한국선주협회와 K P&I 등은 여러 규정들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법무부에 제출했다.

 

선협 “UNCITRAL 운송법 합의 뒤 2007년경 추진 바람직” 건의
한국선주협회는 법무부에 제출한 ‘해상법 개정시안에 대한 의견’을 통해 “현행 해상법 체제를 개정해야 할 시급한 사안이 없다”고 전제하고 “UNCITRAL에서 운송법 제정을 위한 국제회의를 계속해 왔고, 2006년말 조약을 채택하기 위한 외교회의가 예정돼 있으니 만큼, 국제조약의 추이를 검토한 뒤 우리 해상법의 개정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2007년경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진 후 해상법 개정을 추진하자고 건의했다.


또한 K P&I는 “이번 개정안이 의욕적인 노력을 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러한 의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시대적 조류에 반할 뿐만 아니라 해운산업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 반영된 규정들이 산재해 있어 지지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히고 규정별 반대근거와 그에 따른 제안내용을 덧붙였다.


한국해법학회의 ‘해상법개정 실무위원회’도 동법 개정위원회와 관련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회의를 갖고 의견을 수렴해 12개 규정내용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법무부에 제출했다. 
쟁점이 되는 규정별로 업/단체의 의견을 점검할 때, 업계의 반대가 가장 거센 규정은 ‘출항준비를 끝낸 선박의 압류’에 대해 규정한 △제 744조 선박의 압류(押留) 가압류(假押留)와 국내 해상법의 강제적용에 관해 신설된 △제 817조 한국법 강행적용, 포장당 선주책임금액 증액/중량 책임도입을 담고 있는 △제 797조 책임의 한도 부분이다.

 

 

선박의 압류 가압류

 

해운업계 반대속 삭제건의 잇달아

법무부 업계의견 수용해 내용변경
제 744조 선박의 압류(押留) 가압류(假押留)에 대해 해운업계는 이 규정을 삭제해야한다는 반대 입장에 뜻을 같이한 결과, ‘항해의 준비를 완료한 선박과 그 속구는 압류 또는 가압류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항해를 준비하기 위해 생긴 채무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원 개정안은 출항준비가 완료된 선박이라도 항구에 있는 동안은 언제나 압류 또는 가압류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관련업계가 異口同聲으로 이 규정의 불합리함을 주장하자, 법무부는 “보증의 제공에 의한 선박의 압류나 가압류의 해제와 관련된 규정은 상법 해상편에 두기보다는 민사집행법의 관련규정의 개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용했다.


법무부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선주협회는 이 규정이 입법화될 경우 “압류 또는 가압류 신청이 남용될 우려가 있고 잘못된 가압류의 경우 선주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면서 “선박 관련업무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은 하역작업을 마치고 출항신고후 도선사가 승선준비를 하는 시점을 출항준비가 완료되었다고 본다. 이 경우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선박의 출항과 관계하고 있는데, 선박의 압류(또는 가압류)로 인해 선박의 출항이 정지되면 선주 뿐만 아니라 여러 당사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었다. 따라서 출항준비가 완료된 선박에 대해서는 압류조치가 허용돼서는 안되며, 특히 한국에서 가압류된 선박에 대해 외국법원의 판결에 따라 집행해 주는 것은 전혀 당위성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KP&I도 출입항전 선박에 대한 압류신청을 가능토록 하고 국적선에 대한 정박명령을 허용하는 취지의 동 규정은 삭제돼야 한다며 “세계적인 입법조류가 오히려 출항준비 완료선박에 대해서는 압류를 불허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동규정은 세계적 입법추세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K P&I 측은 원래 출항준비 완료선박에 가압류를 금지하는 이유가 “선박이 입항했을 때 채권자가 지체없이 압류하면 족하며, 채권자가 선박의 항해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권리행사를 태만히 한 경우라면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음은 물론 선주와 선원, 승객, 화주 등 이해관계인이 발항의 지연과 타선사에의 이적 등으로 불측의 손해를 입지않도록 방지해 다수의 이익을 보호하자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최소한 선박의 압류를 용이하게 하는 입법(예:P&I 보증장으로 해방을 허용하는 규정)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법 강행적용

 

상관행과 법안정성 파괴 ‘역기능’우려
 “시장현실 외면한 일방적 규제 입법”
 
운송물의 수령지, 선적지, 양륙지 및 인도지 중 어느 한곳이 한국일 경우 모두 한국법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아 신설되는 제 817조 한국법 강행적용 규정에 대해서 해운업계는 크게 놀라며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는 한국법 적용의 확대라는 ‘순기능’을 의도했다고 하지만 현행 상관행을 무너뜨리며 법적 안정성을 헤치는 ‘역기능’이 심각하게 우려되기 때문에 삭제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선주협회는 “외항해운업의 국제성을 감안할 때 한국법을 알지 못하는 외국 선화주에게 한국법을 강제하는 규정은 시장현실을 외면한 일방적인 규제법제”라고 지적하고 “이 규정이 신설돼 한국 해상법과 외국의 강행법이 충돌할 경우, 어느 법을 적용할 것인 지가 큰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이미 확립된 운송계약 관행을 별다른 이유없이 한국법 적용대상을 넓힌다는 이유에서 한국법 강행적용 규정을 신설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반대의 변을 밝혔다. 아울러 이 규정은 국내 소송건수나 변호사 수임건수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우리나라 무역과 해운진흥을 저해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법령을 강제 적용시키려는 의도를 부추길 소지도 다분하다고 역설했다.


해법학회 역시 한국법의 강제적용은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에 따른 부정적인 폐해가 더 클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같은 업계의 의견은 1차 의견수렴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 

 

외국선사 국내항만 기피요인 우려 커 
K P&I에서는 “한국법의 강제적용은 국내 화주들의 예측가능성을 증대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기항하는 외국선사에게 불안요소가 되어 국내항만에의 기항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섭외적 계약관계에서 준거법의 결정은 당사자간 자치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규정은 US COGSA의 서론부분에 유사한 규정이 있다며 US COGSA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국수주의적 규정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도입할 필요가 있는 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선주의 책임 한도

 

중량책임제도 도입 해운계 반대
여객 배상책임한도도 대폭 인상
제 797조 책임한도 규정과 관련, 해운업계는 화물포장당 500SDR이던 한도책임액을 화물포장 및 선적단위당 666.6SDR로 인상조정하는 사안에 대해서 그동안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수용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추가된 총중량 1kg당 2SDR의 규정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선주협회는 “중량책임제한제도를 도입하면 선주책임제한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화물가액을 전부 보상해주는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면서 이는 화물가액에 비해 소액인 운임을 취득하는 운송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주책임제한 제도에서 현행 포장방식에 중량방식을 도입해 병용하게 되면 현행 상법상의 포장방식은 폐지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선주의 책임부담이 너무 커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선주협회는 5000kg의 중량화물을 1패키지로 운송했을 경우 현행 상법에 따른 운송인의 책임은 500SDR로 제한할 수 있지만 개정안에 의거할 경우 운송인의 책임은 1만 SDR로 크게 증가하게 된다고 일례를 들어 반대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반해  무역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선하주간의 대등한 계약관계 정립에 기여할 것”이라며 “화물가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보상금액으로 인해 해상운송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의 상당부분을 떠안고 있으며 고가화물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개별계약을 통해 한도액을 상향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극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여객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한도가 크게 인상됐다. 현행 ‘여객정원에 46,666SDR을 곱해 얻은 금액과 2,500만SDR에 상당하는 금액중 적은 금액으로 한다’는 내용이 ‘여객정원에 17만 5,000SDR(약 2억원)을 곱해 얻은 금액으로’ 변경됐다. 이로써 피해를 입은 여객은 거의 무제한적으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선사는 그만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조항도 업계의견이 1차 수정제안에는 수용되지 않았다.

 

선박우선특권 있는 채권(債權)

 

국내선주의 선박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 제기,  현행유지 건의

제 777조 선박우선특권 있는 채권(債權)과 관련, 해운업계는 선박의 충돌 기타 항해사고로 인한 손해에는 화물 클레임 및 기타 모든 손해가 포함되는 취지로 해석된다면, 이는 선박우선특권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 국제선박금융시장에서 대한민국 선주의 선박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현행규정의 유지를 건의했다. 화물 클레임 등은 P&I 보험에서 커버되는 위험이기 때문에 손해배상받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운송물의 공탁(운송물 인도간주(引渡看做))

 

  KP&I “공탁장소 의무화하되 해양부 관할”
제 803조 운송물 인도간주 규정에 대해서 해운업계는 보세장치장에 보관한 경우도 인도로 간주되도록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선주협회는 운송물을 공탁하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고, 또한 “--세관 기타 법령이 정하는 관청의 허가를 받은 곳에 인도할 수 있다”는 규정에서 기타법령이 정하는 관청이란 표현이 애매해  이에관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사문화된 규정이라고 지적하고 “---공탁하거나 보세장치장 기타 이를 보관하기 위한 적당한 장소를 선택해 이를 보관”하면 인도간주가 되도록 규정을 개선해 달라고 건의했다.


해법학회는 “제 803조가 예정하고 있는 것은 수하인이 운송물의 수령을 해태한 경우, 수하인을 확실하게 알 수 없는 경우 수하인이 운송물의 수령을 거부한 때에 해당하는 규정으로 수하인 등에게 조금이라고 귀책사유를 돌릴 수 있는 경우”라고 설명하고 따라서 “우리 상법은 이 경우에 운송물을 공탁하거나 세관 기타 관청의 허가를 받은 곳에 인도한 때에는 선하증권소지인 기타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것으로 간주토록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이고 해법학회가 제안한 내용을 수용해 줄 것을 희망하는 건의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K P&I도 이 규정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K P&I 측은 “개정안은 해운기업의 절실한 요구를 외면한 결과가 되었다”고 지적하고 이렇게 상법규정이 사문화된 이유는 법규정이 법원이나 세관으로 하여금 운송물을 보관하거나 인도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돼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탁장소 지정을 의무화하되, 이를 법원이나 세관이 아닌 해운기업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에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규정을 ‘----선장은 이를 공탁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장소에 보관할 수 있다...’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재운송계약(再運送契約)과 선박소유자의 책임

 

“사적계약에 법이 개입할 이유없다”
제 809조 재운송 관련 조항에 대해 선주협회 측은 항해용선자 뿐만 아니라 정기용선자가 운송인이 되는 경우에도 선박소유자가 연대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정기용선자는 해상기업 주체로서 상당한 설비를 갖춘 선박회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화주보호를 위해 선박소유자를 연대 채무자로 할 이유가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특히 용선계약은 기본적으로 당사자간의 사적인 계약이므로 법이 개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해법학회는 “개정안이 정기용선을 운송계약에서 분리해 독자적인 절에 두었기 때문에 이를 운송계약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이로써 재운송 계약이라는 표제 자체부터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정기용선자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을 보호한다는 입법취지라면, 운송주선인이 운송인이 되어 실행운송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할 경우 화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실행운송인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재산상태가 월등히 좋은 정기용선자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화주는 보호하면서 그렇지 못한 운송주선인과 운송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을 보호하지 않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학설 대립으로 해결이 어려우면 현행 상법대로 ‘용선자’라고만 해 해석에 맡길 것”을 제안했다. 


K P&I는 이 규정에 대해 정기용선자가 발행한 선하증권에 있어 운송인이 누구냐는 점은 세계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주제인데 개정안은 입법적으로 정기용선자와 선박소유자의 연대책임을 인정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없앤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화주 이익에 편향된 입법”이라고 지적하고 “계약자유의 원칙을 허용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이면서 계약자유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은 시대조류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해운기업에 정기용선해 주는 외국선주의 위험(소송 및 선박의 가압류)이 대폭 증가할 것이므로 개정안이 그대로 채택된다면 우리해운기업이 선박을 용선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거나 비싼 용선료를 지불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1차 의견수렴 이후에도 법무부는 정기용선한 선박에 화물을 적재한 수하인과 선하증권 소지인을 보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당초 개정안의 내용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운송물 등의 손해에 관한 우선특권

 

해법학회 “균형의 관점에서 재논의 필요”
법무부  열후적 우선특권으로 변경

852조 운송물 등의 손해에 관한 우선특권(優先特權) 역시 해운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있는 규정이다. 선주협회는 나용선자가 운송인이 되는 경우에 후순위 우선특권을 인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 조항은 1991년 상법 개정시 삭제됐는데 다시 부활되는 것이라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해법학회 역시 “선박 소유자와 상대방 보호의 균형점으로서 우선특권제도가 너무 강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미 91년 개정시 양자의 균형에 맞추어 국제조약의 입장을 따라 없앤 제도를 운송인의 의무강화와 함께 다시 부활시키려면 다른 보호장치 등 균형의 관점에서 재 논의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항해용선자가 운송인이 되는 경우에도 운송인은 우선특권을 갖지 못하므로 화주에게 나용선자를 선호하게 하는 규정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선박우선 특권에 대해 선적국법을 택하는 국가에 한국선박이 입항하게 되면 쉽게 압류경매되는 결과”까지 우려했다.


해운업계에서도 “해사채권이 아닌 일반 상사채권에 불과한 것에 대해 우선특권을 인정하는 것은 선박저당권자나 일반채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K P&I는 “통일조약은 우선특권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공시되지 않는 우선특권의 범위를 최소화함으로써 금융기관을 통한 선박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제 852조는 이같은 국제조약과 시대조류에 반하는 것이며, 입법의 기본원리인 형평의 원칙에도 반하며 지나치게 화주 편향적인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운송물 손상으로 인한 화주의 피해구제를 용이하게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해운기업에 대한 금융을 활성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화주에게 저렴한 운임으로 보상될 수 있는 것”이라며 “시대적인 입법의 추세를 거슬러가면서 화주를 보호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언급했다.


K P&I는 또 정기용선 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외적인 책임관계에 있어서 선박임대차(나용선)의 규정이 정기용선에도 준용된다는 것이 현행 상법에서 우리 대법원의 판례임을 예로 들어, 개정법 하에서 나용선에 관한 규정이 정기용선에 준용되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정기용선 선박의 운송물에 대해서도 개정안 852조가 준용되어 우선특권이 인정된다면, 선주는 자신의 선박이 정기용선자가 운송한 화물의 손상으로 인해 경매될 우려를 하게 되고, 이는 우리해운기업들의 정기용선을 어렵게 하거나 터무니 없는 용선료를 요구받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법무부는 우선특권이 나용선자의 거래상대방에게 일반 우선특권의 효력을 인정할 경우 기존 채권자나 선박의 제3 취득자가 불의의 피해를 보게 되어 법률관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업계의견을 수용했다. 그리고 일반 우선특권 및 담보권보다 후순위이고 그 추급효도 일정기간으로 제한되는 약한 효력의 우선특권만을 나용선자의 거래상대방에게 인정하기로 하고 ‘~손해에 관한 열후적 우선특권’으로 변경했다.

 

선협 “복합운송인의 책임규정도 반대”
그밖에 선주협회는 개정안 제 816조(복합운송인의 책임)신설을 반대하고, 개정안 제 855조(선하증권의 기재사항)의 제 1항 개정을 건의했다. 복합운송인의 책임 규정에 대해 선주협회는 “선주의 책임을 상당히 증대시켜 현재의 해운업계 관행보다 선주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복합운송인의 신설과 관련 해법학회는 우리나라 복합운송에서는 운송구간을 알기가 어려운 경우 해상에 적용되는 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이 정할 것이 아니라 상관행에 따라 해상에서 적용하는 법을 적용하는 편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면에서 좋을 것이라며 개정안의 수정을 요구했다. 이외에도 해법학회는 해운기업의 편제와 개품운송계약의 정의, 해상운송계약표준위원회, 선박소유자의 책임경감금지, 선박소유자의 채권채무의 소멸 등과 관련 부분적인 수정 및 삭제 요구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KP&I “정박명령 영세선사 死地로 몬다”
KP&I는 개정안 제 744조 제 1항(정박명령) 규정에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선박가압류시 정박명령을 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규정의 취지. 이에대해 KP&I는 “현행규정이 강제집행의 보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선박소유자를 상대로 하는 별도의 압력수단으로 이용하고자 선박의 정박을 강요하겠다는 것은 기본의 법률체계에도 맞지 않고 화주위주의 입법”이라고 지적하고 “P&I 보증장에 의한 압류해제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박명령을 풀기 위해서는 현금공탁을 해야 하는데, 이는 영세한 국내 해운기업을 死地로 모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더불어 동조 3항(상호보증 간주)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해운기업에만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크다. 예컨대 우리선사에 대해 채권을 가진 A기업이 우리법원에서 우리기업 소유의 선박에 대한 가압류를 얻은 후 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으면 우리법원은 개정안에 따라 집행을 허가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우리선사가 외국의 법원에서 선박가압류를 얻어도 동등한 취급을 받지 못하므로 한국법원에서 A국기업에 대한 승소판결을 얻어도 A국 법원에서 집행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이 개정안은 우리 해운기업에만 불리하게 작용될 우려가 크다.”고 반대의 이유를 설명했다.    


K P&I는 이번 해상법 개정을 통해 해운기업들은 (1)선하증권의 상환증권성으로 인해 해운기업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화물인도 간주규정을 정비해달라 (2)중소 해운기업들이 대형화주와의 불공정거래에서 발생하는 무한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넣어달라 (3)선박이 가압류된 경우 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P&I 보증장으로 가압류 해제를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대형화주 횡포에 대응 규정신설 건의
(1)의 사항은 이미 제 803조에서 언급했으며, (2)와 관련해 KP&I는 대형화주의 횡포에 대응하는 규정의 신설을 건의했다.


해상법이 해운기업이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항변이나 책임제한을 일정한 기준이하로 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상은 대형화주와 거래하는 해운기업의 경우 우월적인 지위는 고사하고 ‘을’의 입장에서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이 경우 대형화주들은 해상법에 규정된 해운기업의 면책이나 책임제한 등 항변상 규정들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약을 강요하기 때문에 중소해운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의 정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개입이 행정규제에 그쳐 피해자가 심사요구를 하기전에 개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을’의 입장인 해운기업이 심사요구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임) 사법 측면에서 효력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개정안에 “이 법률의 적용을 받는 해상운송계약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23조 제1항이 정하는 불공정거래에 해당하는 경우에 그 위반되는 범위 내에서 법적 효력이 없는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신설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상과 같이 해상법 개정안의 여러 규정들이 관련업계에는 쟁점사안으로 부각돼 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게 해상법을 현대화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하주국으로서 뿐만 아니라 선주국으로서 한국의 지위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업계와 충분한 의견조율을 통해 타당성있는 개정안을 도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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