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C 특집보고서 ‘양대 운하 통항차질에 따른 해운시장 영향 점검’
수에즈 운하, 컨선 통항 급감…건화물선·유조선은 평소 수준 유지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일부 회복되면서 우기가 시작되는 5월경부터는 단계적으로 통항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무력 충돌 확대로 홍해 지역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며 컨테이너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1월 12일 발간한 ‘양대 운하 통항차질에 따른 해운시장 영향 점검’ 특집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2월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 양대 운하의 동시 통항 차질이 시작됐다. 파나마 운하는 이상기후로 인한 파나마 운하 당국의 통제에 기인하고, 수에즈 운하(홍해)는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선사들의 자발적 통항 기피이다.

파나마 운하의 경우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운하 수량이 감소하면서 운항 통제가 강화됐다. 건화물선 통항량은 대폭 감소하고, 유조선은 소폭 감소한 반면 컨테이너선의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에즈 운하는 선박의 피격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컨테이너선 통항이 급감했으나, 건화물선과 유조선의 통항은 평소 수준을 유지했다. 다수의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수에즈 운하 통항을 중단하고 희망봉 우회를 선택했으며, 이것이 연초 성수기와 겹치면서 선복난 심화로 컨테이너 운임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동 보고서는 “세계 양대 운하에 통항 차질이 동시 발생한 이례적인 상황으로 글로벌 해운물류 전반에 걸친 압박이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각 운하의 통항 차질 원인과 주체는 상이하여 향후 해법도 개별적으로 전개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어 “두 운하 모두 통항 장애요인이 당분간 해소되지 않아 운임시장은 전반적인 강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통항 정상화 시 운임시장의 급격한 조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황 변화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파나마 운하, 역사적인 가뭄…2분기까지 운항통제

파나마 운하에 용수를 공급하는 가툰 호수의 수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저하되면서, 지난해 5월부터 파나마 운하 통항 선박에 대한 흘수(draft) 제한이 강화됐다. 기존 50ft에서 2023년 5월 45ft, 2023년 6월에는 44ft로 강화되면서 운하 통항대기 선박 및 대기 일수가 급증했다. 파나마 운하 당국은 병목현상 완화를 위해 예약시스템 변경 및 일간 통항척수의 단계적인 축소를 시행했다.

통항척수 제한이 강화된 2023년 11월부터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려는 선박이 감소하며 통항 대기 시간 및 척수가 감소됐다. 운하 당국은 비예약선박을 대상으로 통항 슬롯 경매도 실시했으나, 미화 100만달러를 상회하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경제성 및 실효성이 저하됐다.

강우량 회복으로 통항제한은 소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월 평년대비 적은 파나마 지역의 강우량에도 불구하고, 운하에 용수를 공급하는 가툰호수의 수위가 예상보다 높게 유지됐다. 이에 현재 22척인 일간 통항척수를 1월 16일부터 24척으로 증가시킬 예정이다. 당초 2월 1일부터 예정됐던 통항척수 추가 감축(18척) 계획은 취소됐다. 그러나 일간 통항척수는 여전히 평상 수준의 절반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그쳐, 파나마 지역의 우기가 도래하는 올 2분기 중순까지는 운항 통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에즈 운하(홍해), 후티반군 상선 나포 및 공격

수에즈 운하는 예멘 후티 반군의 아덴만 운항 선박 공격에 따른 피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간 무력충돌 이후 이스라엘 응징을 천명하며 홍해 상선박 나포 및 공격을 개시했다. 2023년 11월 19일 일본선사 NYK가 운항 중인 자동차선 ‘Galaxy Leader’호가 나포됐다. 이후 홍해상 예멘 인근 항해 선박에 대한 드론 및 미사일, 헬리콥터 공습 등 다각적인 무력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과 무관한 선박은 공격대상이 아님을 천명했으나 공격대상에 대한 자의적 선별 및 반군 입장에 대한 신뢰성 부족 등으로 홍해 통항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선사들의 홍해 통항 기피 및 우회가 확대되고 있다. 2023년 12월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운항 선박들이 반군 공격에 노출되자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던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일제히 희망봉 우회 항로로 변경했다. 2023년 12월 18일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군 함대 ‘Operation Prospertiy Guardian’이 창설돼 홍해 지역의 순찰을 강화했으나, 예멘 본토에서 감행하는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모두 방어하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파나마 운하, 건화물선 통항량 급감…컨선 영향 미미

각각의 사태 발생 이후 양대 운하 통항 추이를 분석한 결과, 선종별 상이한 추이가 확인됐다.

파나마 운하의 경우 건화물선 통항량이 대폭 감소했으며, 유조선은 소폭 감소했다. 반면 컨테이너선은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화물선과 같은 부정기선은 운항 일정이 유동적이라 운하 통항 사전예약이 어려운 반면, 컨테이너선은 정해진 스케줄대로 운항하므로 사전 예약이 상대적으로 수월함에 따른 결과인 것으로 판단된다.

건화물선은 파나마 운하 당국이 일간 통항척수 제한을 강화한 2023년 11월 이후 파나마 운하 통항 양방향(북향, 남향) 모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화물선은 일반적으로 파나마 운하 북향(North Bound) 통항을 통해 태평양 소재 공선을 대서양으로 공급하고, US Gulf를 비롯한 북미 동안에서 화물을 선적한 선박들이 남향 통항하여 아시아향 항해를 했다.

파나마 운하 양방향 통항이 동반 감소한 것은 △대서양으로의 공선 공급 감소 △북미동안 선적 아시아향 선박의 우회항로 선택(수에즈운하, 희망봉 경유 등)을 시사한다.

미국 농부무(USDA)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0월 하반기에 US Gulf 선적 동아시아향 곡물 선박 중 파나마 운하 경유 선박 5척, 수에즈 경유를 위해 동쪽으로 항해한 선박은 33척으로 집계됐다.

2022년 같은 기간에는 파나마 경유 34척, 수에즈 경유 7척이었던 점 감안 시 파나마 운하 통항제한 강화가 선박들의 항로 변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파나마 운하 통항 제한에 따른 건화물선 대서양 공급 차질과 운항거리 증가는 2023년 4분기 운임 시장 강세에 일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유조선의 경우 양방향 모두 통항선박 수가 소폭 감소했으나 남향 통항 선박의 수의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는 유조선은 대부분 석유제품선(Product Tanker)과 화학제품선(Chemical Tanker)이며 원유선의 비중은 미미했다.

건화물선과 컨테이너선은 파나마 운하를 경유하는 경우 주로 원양항해를 수행하는 반면, 석유제품선과 화학제품선은 US Gulf 및 중남미 위주의 미주대륙 연근해 항해 비중이 높았다. 남향 통항(South Bound)의 경우, 파나마 운하 통항 차질이 확대되자 US Gulf 지역의 석유제품 수출이 파나마를 경유하지 않는 다른 수입처로 전환되며 통항선박 수가 감소했다. 반면 북향(North Bound)은 칠레, 페루 등 중남미 서안 선적 선박들이 US Gulf 해안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파나마 운하 경유 이외의 대안 부재로 통항 척수 감소폭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컨테이너선의 파나마 운하 통항은 운하 당국의 척수 제한에도 불구하고 모두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화물선, 유조선 등 부정기선과 달리, 컨테이너는 일정한 스케줄대로 운항하여 통항 슬롯의 사전 예약이 유리한 점이 통항척수 유지의 주 요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수에즈 운하, 컨선 통항 급감…건화물선·유조선 평소 수준

수에즈 운하는 컨테이너선 통항은 급감했으나, 건화물선과 유조선의 통항은 평소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화물선의 수에즈 운하 통항척수는 파나마 운하 통항차질이 본격화된 2023년 10월 이후 증가했다. 파나마 운하의 대안으로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북미선적 선박이 증가했다. 2023년 11월 시작된 후티 반군의 홍해 상선 공격에도 불구하고, 건화물선의 수에즈 운하 통항 규모는 유지됐다. 이는 지중해, 흑해 등 희망봉 우회 시 운항거리가 급증하는 항로의 경우 수에즈 운하 경유 이외의 현실적인 대안이 없고, 이미 파나마 운하 대신 수에즈 운하를 선택하여 운항거리가 증가한 상황에 항해일수가 추가 증가하는 희망봉 경유를 선택하기 어려운 점이 주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유조선은 파나마 운하 통항제한 및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도 불구하고 큰 변동 없이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건화물선과 마찬가지로, 수에즈 운하 경유 이외의 현실적인 대안이 부족하다. 지중해, 흑해 등 희망봉 우회시 운항거리가 급증하는 항로는 수에즈 경유 필수인 점 등이 작용했다.

러-우 전쟁 발발 이후 유럽향 판매가 어려워진 러시아산 석유의 중국, 인도향 수출 증대로 유조선의 수에즈 운하 통항척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증가했다. 중동 석유의 경우 홍해 보다는 페르시아만에 수출항이 집중되어 수에즈 통항 차질이 운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반면 컨테이너 선박은 후티 반군의 홍해 통항 상선대 공격이 본격화된 12월 이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주간 통항량은 평상시 100-150여척에서 1월 초 33척까지 급감했다.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의 운항 선박들이 다수 공격에 노출되자 일제히 경유 노선을 희망봉으로 변경했다. 타 선종 대비 높은 화물가액으로 인한 보험료 부담과 사고 발생시 상대적으로 큰 손실 규모도 신속한 우회 결정에 일조했다.

2023년부터 이어진 신조선 인도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컨테이너 선사들의 공급 조절 필요성이 높은 점도 희망봉 우회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극동-유럽 노선, 희망봉 우회 시 연간 공급량의 약 20% 감축 효과가 발생한다.

타 선종과 달리 화물의 환적(transhipment)이 가능한 점도 희망봉 우회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중해, 흑해 등 수에즈 운하 경유가 유리한 지역으로의 운송도 환적을 통해 수행이 가능하다.

파나마 운하, 기상 상태 개선이 관건

파나마 운하 통항 차질의 주 원인은 가뭄으로 인한 용수 부족으로 운하 당국이 통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2024년 1월 운하 당국의 자구책 실시, 예상보다 높은 가툰 호수 수위 등으로 통항 제한은 소폭 완화됐다. 파나마운하청은 물 부족 해소를 위해 운하용수 재사용, 운하 갑실 두척 동시 사용 등 자구책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1-4월은 파나마 지역의 건기로 용수부족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기에 우기가 시작되는 5월경부터 단계적 통항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마 운하 통항 차질은 주로 건화물선과 석유제품선 시황을 지지한다. 기상이 개선돼 운하 통항이 정상화되면, 톤마일 증대 효과가 소멸되어 선박의 실질 공급을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강수량 증가가 예상되는 2-3분기는 USG 곡물 수출 성수기가 지난 시기이므로, 파나마 운하의 통항제한이 완화되더라도 건화물선 운임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수에즈 운하, 희망봉 우회 지속…운임 시황 지지

수에즈 운하 통항 기피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 및 이에 대응한 후티 반군의 선박공격이 원인이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여전히 하마스 격퇴를 목표로 하는 강경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의 승리를 돕겠다’는 명분으로 홍해 운항 선박을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이 끝날 때까지 홍해를 운항하는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가(미국, 유럽 등)와 관련된 선박이 공격 대상이라고 하나, 명백한 기준은 없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이 지속되거나 이스라엘 승리로 일단락될 경우,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중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실효적 대책은 부족한 실정이다. 유엔 안보리는 후티반군의 선박 공격 중단 요구 결의안을 2024년 1월 10일 채택했으며,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해군함대가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지만 완벽한 방어는 불가한 상황이다.

미영 연합군은 1월 12일 예멘 본토 후티 반군 근거지 공습을 개시했다. 이번 공습으로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겠으나 무력충돌 확대가 우려되고 있으며, 선사들의 수에즈 통항 즉각 재개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후티 반군 지도부의 은신처를 정밀 타격하기 어렵고,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이 예멘 본토 공격을 반대하는 입장이라, 연합군의 이번 공습이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력충돌 확대로 홍해 지역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며 컨테이너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운항거리 확대에 따른 선박의 실질 공급 감소로 운임 시황이 지지될 전망이다.

사태 장기화 및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이 확대될 경우, 건화물선, 유조선 등 타 선종의 수에즈 통항 기피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동 선종들은 희망봉 우회의 경제성이 수에즈 통항 대비 크게 떨어지므로, 화물 수요자들이 수에즈를 경유하지 않는 대체 공급처를 물색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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