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상보험 지형을 바꿔보겠다는 인도의 비전-India P&I Club 설립되나?

뭄바이에 기반을 둔 유조선 운항회사인 Gatik Ship Management Ltd.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첫해에 EU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 원유수송에 참여하면서 잠시 불꽃처럼 번창하였다가 사그라지고 말았다. Gatik은 2021년에는 단 2척의 케미컬탱커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2023년 4월에는 16억 달러 상당의 57척의 유조선을 보유하면서 세계 10대 유조선사로 급부상하였다. 하지만 Gatik의 EU 제재 위반이 알려지면서 서방세계의 보험, 선적국, 선급이 떠나가자 고립되었고 결국 선대를 매각해야 했다.

 

인도정부는 Gatik의 사실상 소멸을 바라보면서 서방의 제재가 인도의 무역을 방해하고 있다고 규정하였다. 러시아 원유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인도 정유사에게도 인도 경제에도 유익하고, 수요도 넘쳐나는데도 서방세계가 해상보험에서 철수하자 Gatik이 선대를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정부는 서방세계의 파괴적인 제재에 맞서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인도 자체의 P&I Club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도, P&I보험 진출 위해 GIFT City에 국제중재센터 설립 추진

2023년 10월 글로벌 해사 인도 정상회의에서 인도 재무장관은 “국제적 제재에 대한 인도의 취약성을 줄이고 해운 운영에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면 인도 자체 P&I Club을 가져야 한다. 인도 P&I Club은 내항선과 연근해선에 P&I보험을 제공하고, 몇몇 국제적 Club이 장악하고 있는 전문적 P&I보험사업으로 진출할 발판을 제공하며, 인도에서의 해사중재를 증가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GIFT City에 국제중재센터를 설립하기로 하였다”라고 말하였다.

잠정적으로 India P&I Club으로 불리는 인도 자체 P&I Club은 보도에 따르면, 외국보험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영 보험사인 New India Assurance 및 GIC Re와 같은 현지 공영보험자를 활용할 것이고, 정부가 종자돈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UNCTAD에 따르면, 2023년 1월 현재 한국의 보유선대는 9,700만dwt으로 전세계 선대의 4.3%에 해당하고 척수는 1,696척(1,000gt 이상 상선), 인도의 보유선대는 3,070만dwt으로 전세계 선대의 1.4%에 해당하고 척수는 1,145척이다. 인도는 전세계 선박해철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2위 선박해철국이고, 세계 5대 선원공급국인데 지난 3년간 선원공급수는 17% 성장하였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10년 이내에 5대 조선국에 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는 정말 India P&I Club이 출범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

 

India P&I Club 또는 ‘desi’1) P&I Club을 만들겠다는 얘기는 전에도 있었다. Indian Ocean P&I Club of Cylon은 스리랑카에 조합형태로 2010년에 출범하였고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서구 재보험시장에 덜 의존하면서 아시아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집중하겠다고 선언하고, 재보험은 주로 아시아 재보험사들로 구성하였다고 한다. 콜롬보에 본사를 둔 Indian Ocean P&I Club Management (Pvt) Ltd가 Club을 관리하고 있다. 조합원선지급원칙(pay to be paid Principle)을 적용하고 있고, 가입선박은 IACS(국제선급협회) 회원 선급에 가입해 있어야 한다. 담보한도는 사고당 미화 10억달러라고 게시하고 있다. Indian Ocean P&I Club Management Services Ltd.를 런던에 두고 있지만 1인 사무실이고 역할과 관계는 불분명하다.

인도가 자체 P&I Club 설립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에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당시 인도의 3대 원유 공급국이었던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에 대한 P&I보험커버가 불확실해지자 인도는 자체 P&I Club을 설립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패하였다. 반면에 이란은 이란중앙보험이 지급을 보증하는 Kish P&I Club과 Qita P&I Club을 만들어 이란선대의 원유수송과 일반선박의 해운 복귀에 상당 부분 성공하였다. 간절함의 차이였을까?.

그 후, 모디 정부의 ‘Made in India’ 캠페인에 따라 New India Assurance, United India Insurance, National Insurance Company 및 Oriental Insurance Company 4개의 국영 보험사가 2016년에 Indian P&I Club을 만들기로 하였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출범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인도 최초 P&I보험 2018년 출범했으나 P&I Club 설립은 안돼

인도의 최초 P&I보험은 New India Assurance와 함께 2018년 3월에 출범한 The Maritime Protection & Indemnity Association of India였다. 고정보험료 방식으로 담보한도를 사고당 미화 500만달러로 하여 보험감독당국(IRDAI)의 승인을 받았다. 연안선 2척의 P&I보험을 인수하였다. 하지만 국제항해선박을 인수하는 본격적인 P&I Club을 설립하겠다는 노력은 논의 이상으로는 가지 못하여 성과를 내지는 못하였다. 

2021년 3월에도 인도 보험감독당국은 2021 해사 인도 정상회의에서 “전인도선주협회(INSA)와 Indian P&I Club의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하였다.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2023 글로벌 해사 인도 정상회의에서 인도 재무장관이 India P&I Club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엔 이륙에 성공할 것인가? 

크렘린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가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에 대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험사들의 보험 제공을 금지하자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송할 유조선의 보험을 구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어떻게 서구의 독점이 국제해운업과 심지어 인도 선박을 약화시킬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한 것이다. 

 

2023년 4월, IG P&I Club들은 뭄바이에 본사를 둔 Gatik Ship Management Ltd.가 운영하는 유조선에 대한 P&I보험을 해지했다. Gatik은 잠시였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해운회사 중 하나였다. 불과 1년 남짓 만에 60척의 유조선 선대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IG P&I Club이 철수하자 2023년 7월에는 유조선을 다 팔고 4척만 남게 되었는데, 사실상 소멸에 가까울 정도로 급쇠퇴하였다. 

Gatik의 흥망성쇠는 해상보험 생태계에 대한 서구의 패권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결과 한 국가의 전략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인도정부는 생각한 것이다. 모디 정부가 해상보험에서의 자립을 추구하는 데에는 서방에 도전하는 것 이상의 또 다른 사항이 있다. 그것은 향후 10년간 인도를 세계 5대 조선강국으로 만들면 인도의 선단 규모가 크게 증가 할 것인데, 이들 선박의 해상보험을 서구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방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 IG P&I Club을 무기화한 것으로, G7과 EU가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을 부과하는 데 특히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고 인도는 평가하였다. G7과 EU는 자신들이 정한 가격 상한을 초과하는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의 P&I 보험을 박탈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는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러시아산 원유의 수송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Gatik 사태를 통해 전 세계, 특히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가 서구의 국제 해상보험 독점이 어떻게 공급망에 대한 위협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목격하였다고 인도는 평가했다. 본질적으로 서구는 어떤 선박에 대한 보험도 인수하지 않을 힘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전 세계 해운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는 이제는 서구의 IG P&I Club에 맞서 세계에 진정한 대안을 제공할 때라고 주창하고, 해상보험에서 자립하겠다고 한 것이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P&I Club이, 서방 정부들의 명령을 받아, 너는 운항해도 돼 너는 해서는 안 돼 라며 운항할 수 있는 선박을 결정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Gatik의 경우처럼, IG P&I Club이 서방세계가 자국에 적대적이라고 생각하는 존재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인도뿐만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에게도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India P&I Club 출범으로 ‘인도선박 제재피해 방해없이’ 운항 기대

India P&I Club이 출범하면 인도의 선박들이 제재를 피해 방해 없이 운항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체적인 해상보험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인도가 공급망의 안정성을 서방세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서방세계에 신세를 지지 않도록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인도의 한 언론인은 이것은 인도의 ‘자립 인도(아트마니르바르)2)’에 대한 추진과 맞닿아 있고 또한, 인도의 ‘세계의 친구(비슈와미트라)’ 이미지에도 맞다고 평가했다. 

좋은 생각이지만 하루아침에 국제적인 P&I Club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이륙이 성공할지 아직은 의문이다. 한 줌밖에 안 되는 인도 선대로는 P&I Club을 만들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꼭 추진해야 할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확실한 것은 국제 해운시장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이륙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India P&I Club은 세계의 용선자들과 선박금융사, 화주 또 손해보상을 보장하라는 정부나 항만 또 손해배상청구인들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게다가 유류오염손해배상에 대해서는 IG Club도 미화 10억 달러까지만 보상하지만, IG Club처럼 미화 85억 달러를 담보한도로 제공해야 한다는 선주와 대면할 수도 있다. 그렇게 큰 담보를 제공하는 것은 상업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세계 해운시장의 지지를 받는 일이다. 다행히 길은 어디에나 있다.

 

또 보험의 기본원리인 대수의 법칙을 위한 선대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인도는 행정지도나 입법을 통해 인도 선박에 대해 India P&I Club에 가입할 것을 강제화할 수 있을까? 내항선, 소형 연안선이나 인도 국적선에 대해서만이라도 가입을 강제화할 수 있을까? 

항만, 해운 및 수로부 관계자들은 India P&I Club을 설립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종종 기본사항에 집중하기보다는 언론의 관심을 끄는 거창하고 현란한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은가. 그랬다가는 이륙을 또 미뤄야 할 것이다.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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