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 동향분석 193호 “우리나라 선박투자 성과 낮다”
톤세제 항구화·신규 선박금융제 도입·전문선주사 육성해야

자료 : KMI 동향분석  193호
자료 : KMI 동향분석  193호

국내 해운기업이 글로벌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선박투자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선박투자 여건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올해 말 일몰이 예정돼 있는 톤세제도의 항구화를 통해 선사의 장기적인 선박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최근 발간한 동향분석 193호에 따르면, 국내 선사는 아직까지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이 부진하며, 친환경선박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선박투자 성과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주요 해운국 대비 투자 성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는 장기간 선가가 낮은 상태로 변동이 없을 때 중고선을 매수하는 행태를 보이는 반면 한국의 경우 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높은 운임수익을 위해 고선가를 부담하고 중고선을 매수하는 투자행태를 보여왔다. 즉 우리나라는 운임수익만을 추구하는 경기순행적 선박투자전략으로 인해 투자대비 선대를 크게 늘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투자 수익률도 낮게 나타났다.

따라서 동 보고서는 향후 글로벌 경기침체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해운기업이 환경규제에 적절히 대응하고 선박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선박 투자전략의 변화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조세제도 정비 △선박투자회사제도의 세제혜택 부활 및 신규 금융제도 도입 △전문선주사 육성 기반 마련 △친환경선박 투자 인센티브 및 세제혜택 등을 제시했다.
 

자료 : KMI 동향분석  193호
자료 : KMI 동향분석  193호

 

주요 해운국 대비 우리나라 선박투자 ‘저조’

KMI 동향분석 193호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국가별로 선박에 투자하고 운용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중고선 투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전통적인 해운강국인 그리스와 중국은 전반적으로 공격적인 신조선 투자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일본은 중고선 매매를 통한 차익거래 보다는 신조선 발주를 통해 선박을 운용하고 일정기간 후 매도하는 투자행태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신조선 투자는 선박투자의 특정한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중고선 거래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선가가 높은 시기에 중고선 매수 비중이 높고, 선가가 낮은 시기에는 매도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 해운기업은 운임이 높은 고선가 시기에 중고선을 매수하는 경기순행적 투자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고선 투자에서 그리스는 경기역행적 투자행태를 보이지만, 한국은 정반대로 경기순행적 투자행태를 보인다. 순매수의 경우 한국의 순매수 이전 선가 상승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중국, 일본, 그리스 순으로 나타난다. 이는 한국의 경우 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높은 운임 수익을 위해 고선가를 부담하고 중고선을 매수하는 투자행태를 나타내는 반면, 그리스의 경우 장기간 선가가 낮은 상태로 변동이 없을 때 중고선을 매수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에 순매도의 경우에는 반대로 그리스의 순매도 이전 선가 상승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일본, 중국, 한국 순으로 나타난다. 이는 그리스의 경우 낮은 선가에 중고선을 매수해서 일정기간 운용 후 선가가 크게 오르는 시기에 중고선을 매각함으로써 높은 선가 차익까지 남기는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선가가 높은 시기에 중고선을 매수해서 선가가 낮아진 시기에 손절하는 형태로 선박을 매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그리스는 경기역행적 선박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지속적으로 선대를 확장하는 반면 한국은 경기순행적 선박투자를 통해 고가에 투자한 선박을 저가에 매도함으로써 투자대비 선대를 크게 늘리지 못했다는 정설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자료 : KMI 동향분석  193호
자료 : KMI 동향분석  193호

 

제주선박등록특구제 및 톤세제 항구화

우리나라는 제주선박등록특구에 등록한 국제선박에 대해 취등록세를 감면해주고 있음에도 노르웨이, 그리스, 홍콩, 영국 등 주요 해운국에 비해 비용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톤세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한 20여개 국가는 일몰제도 없이 영구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한국보다 제도의 안정성이 더 높은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처음 톤세제도가 도입된 이후 3번의 일몰연장을 거쳐 현재 2024년말까지 그 제도가 유효하나, 매 5년마다 톤세제도에 대한 일몰평가를 받기에 선사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경영계획 수립에 불확실성이 항상 존재한다. 따라서 세계 해운시장에서 우리 선사가 해외 선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서는 조세지원이 필수적이며 주요 해운국과의 동등한 수준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제주선박등록특구제도 및 톤세제도 항구화를 위해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선사의 장기전략 수립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선박등록제도와 톤세제도 등 해운기업 관련 조세제도는 국가차원에서 통일된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주선박등록특구제도와 톤세제도의 일몰을 일치시키고, 이후에는 일몰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강원도선박등록특구제도를 신설해서 관련 특별법을 추진하여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친환경선박 투자세액공제 도입을 통해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 위축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선박금융제도 재활성화 및 선박조세리스제 도입

해외 주요국의 선진 선박금융조세제도인 ‘선박조세리스제도’ 도입을 통해 민간금융의 선박금융 참여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와 일본 등 주요 해운국은 선박조세리스제도 도입을 통해 선박에 대한 고속감가상각을 허용하여 선사의 조세부담을 줄여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선박투자 활성화를 위해 2022년 조세특례 신설에 대한 예비타당성평가를 시행했으나, 사업의 구체성 결여, 낮은 경제성 평가 등으로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선박조세리스제도는 선사와 투자자에게 조세감면 혜택이 동시에 돌아가기 때문에 민간선박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선주사의 경우에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선주사업 육성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도입이 요구된다. 이밖에도 전통적인 선박금융제도인 선박투자회사제도 세제혜택 부활을 통해 민간선박펀드를 활성화 해야 한다.

해진공 참여 전문선주사 육성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선박을 투자자산 보다는 운항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해왔으나 주요 해운국은 선박을 투자자산으로 인식하고 선박매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함과 동시에 운임과 변동성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그리스는 전 세계에서 선주사업이 가장 발달한 나라로 그리스 선주사는 효율적인 가족경영방식, 그리스 은행의 적극적인 자금조달, 벌크선, 탱커선 중심의 중고선 거래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리스사를 중심으로 저리·장기 선박금융리스를 제공하고, 선박금융리스에 대해 막대한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선주사, 조선사, 선박관리회사, 지역은행 간의 상생구조를 바탕으로 분업과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증대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민간 전문선주사 육성을 통해 해운산업 전반의 선박투자 구조를 개선하여 선가차익과 운항수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국내 전문선주사업이 활성화될 경우 선사는 선박확보 방법을 다각화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따라 선박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구성할 수 있다.

선박 가치 변동 위험을 해소하여 호황기에는 수익을 극대화하고 불황기에는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선주사는 운항선사와는 달리 선박 운항수익을 추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경기역행적 투자를 통해 선가매각 차익과 동시에 대선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민간의 선주사업 참여 여건이 미비하므로 우선적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에서 진행중인 공공 선주사업을 통해 민간 선주사업의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100% 민간 주도의 선주사 보다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분참여를 통해 선주사를 육성하고 안정화 단계에서 완전히 민영화하는 형태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설립 초기에는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공공자금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민영화된 경우에는 선박금융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선박조세리스도입을 통해 민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친환경선박 정책지원 확대

친환경선박 전환에 대한 선박 보조금, 인센티브 등 정책지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주요 해운국은 친환경선박 건조비용 지원, 친환경선박 초기등록세 및 톤세 감면 등 선박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편의치적국과 제2선적제도 국가를 중심으로 친환경 선박전환 시 적게는 10-25%까지 톤세를 추가적으로 감면해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친환경선박 신조 비용은 약 7조 7,000억원, 재래선박 신조비용은 약 5조 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지난해(2023) 정부의 ‘글로벌 저탄소선박 정책 대응 지원사업’의 지원 규모는 130억원에 불과해 우리나라 선사의 친환경선박 전환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보조금 규모를 신조선가의 10%로 한정하고 있어 보조금으로 인한 선박 전환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선사가 환경규제에 적합한 선박을 조기에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친환경선박 전환에 대한 정책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우선 친환경선박의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 현행 IMO 기준인 EEDI 2단계 기준이 아닌 2025년 적용 예정인 EEDI 3단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선박을 차세대 친환경선박으로 정의하고 이에 차등지원할 필요가 있다.

2024년부터 신조하는 외항선에 대한 보조금 지급대상의 기준을 첫째, 현재의 보조금 지급대상이 되는 친환경선박과 둘째, IMO의 현행 EEDI 2단계(~2024년)보다 강화되는 EEDI 3단계(2025~)를 충족하는 차세대 친환경선박으로 건조하는 경우를 구분해 차등 지급할 필요가 있다. 즉 기존의 보조금 지급 대상의 경우 신조선가의 10%, 차세대 친환경선박의 경우 신조선가의 20%까지 보조금 지원 규모를 차등하여 선사로 하여금 고효율 친환경선박 건조를 유도해야 한다.

선사 발행 녹색채권 회사채 보증지원

해외 선사 및 금융기관은 녹색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 지속가능연계대출 등 ESG금융을 활용하여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3년 2월 22일부터 환경부가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여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거나 발행예정인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의 규모와 사업의 성격을 고려해 이자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에 비해 지원규모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선사가 선박확보를 위해 녹색채권 형태로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한 보증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민간금융과 개인투자자의 해운산업 참여를 확대하고 선사차원에서는 다양한 선박금융 조달 수단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녹색채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선사의 신용이 높아야 하는데, 국적선사의 대부분은 신용등급이 낮은 수준이다. 실적 및 재무건전성 악화로 인해 신용평가에 들어가도 정량 평가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해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수준의 등급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녹색채권을 발행한 팬오션과 SK해운은 2023년 기준 한국신용평가에서 팬오션은 A(안정적), SK해운은 A3+로 장기 신용등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에서는 신용등급이 BBB+이상이 되지 않으면 투자 수요를 찾기 어려우며 BB+이하는 투기 등급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녹색채권 발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증제도를 도입해 선사의 신용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증 기능을 통해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선사에 대해 녹색채권 보증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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