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종 관연구위원/연구본부장해운산업연구본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임 종 관연구위원/연구본부장해운산업연구본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지구촌에 이상고온을 초래하는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CO2), 메탄가스(CH4), 이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이 있는데,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온실효과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 IMO)가 시행한 ‘제2차 온실가스 연구(Second IMO GHG Study 2009)’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세계 해상운송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억 4,600만 톤으로 지구촌 전체 배출량의 3.3%를 차지한다. 이 중 국제해운의 배출량은 8억 7,000만 톤으로 총 배출의 2.7%를 차지하고, 연안해운은 1억 7,600만 톤을 배출하여 전체 배출량의 0.6%를 차지한다.

만약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가하지 않는다면 세계 선박량의 증가가 그대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에 근거해서 IMO가 추산한 국제해운의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7년 배출량의 2-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IMO 보고서에 의하면 선박의 기술 또는 운항측면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저감될 수 있다는 것이 실증분석을 통해 확인되었다. 그리고 기술측면 조치와 운항측면 조치를 병행하는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7년 수준의 25-75% 이하로 감축될 수 있다고 한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국제연합기후변화협약(The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이 체결된 이후 지구촌에는 기후변화가 중요한 어젠다로 등장하였다.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인류에게 대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론자들은 각 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목표를 설정한 다음 불문곡직하고 이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상운송분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도 규제해야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였고, 유엔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방안을 IMO에 일임하였다.

IMO의 해양환경보호위원회(Marin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 : MEPC)는 2009년 7월 제59차 회의에서 2가지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였다. 첫째 결정사항은 ‘선박의 설계 및 운항에 이산화탄소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는 기술 및 운항 조치(technical and operational measures)’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둘째 결정사항은 ‘에너지 효율적인 선박투자(기술투자 포함)와 운항노력에 대한 재무적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을 촉진시키는 시장기반조치(market based mechanisms)’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2010년 9월에 개최된 제61차 MEPC회의에서는 선종별, 선형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허용기준 설정을 통해 해운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미 운항중인 현존 선박의 경우에는 일정 크기(예:400gt) 이상의 선박에 대해 ‘에너지효율 운항지수(Energy Efficiency Operational Indicators : EEOI)’를 설정하는 한편 선박운항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연료효율적인 선박운항(fuel-efficient operation of ships)을 촉진시키기 위해 ‘선박효율성 관리계획(Ship Efficiency Management Plan : SEMP)’의 수립·시행을 제도화하기로 하였다. 즉 해운회사들의 ‘저탄소 녹색운항’을 체계화시키기로 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건조될 신조선의 경우에는 ‘화물 1톤을 1마일 수송하는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량(g)’을 지수화시키는 ‘에너지효율 설계지수(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 EEDI)’를 제도화함으로써 자동차의 연비개념과 비슷한 ‘이산화탄소배출지수’를 선박의 설계에 적용하기로 하였다.

MEPC는 이상과 같은 운항측면 조치와 기술측면 조치의 내용을 해양오염방지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Prevention of Pollution from Ships : MARPOL)에 반영하기 위해 ‘부속서 Ⅵ(Annex Ⅵ)의 개정안’을 IMO 사무총장에게 제출하였다. 이 개정안은 6개월간 회원국들에게 회람시킨 후 2011년 7월에 개최될 제62차 MEPC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만약 이러한 일정대로 개정안이 채택된다면 채택일로부터 16개월의 유예기간이 지난 2013년 1월부터 국제협약으로 발효될 수 있게 된다. 즉, 해상운송부문에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편 IMO는 이러한 직접규제(기술측면 및 운항측면의 조치)에 대한 보완조치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 또는 탄소세 징수 방안을 논의하여 별도의 협약으로 제정할 예정이다. 최종 합의된 것은 아니나 배출권 거래제도는 매년 또는 5년 단위로 해상운송분야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을 측정하여 이를 기준으로 선사 또는 선박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할당하고, 실제 배출량과 할당량간의 차이에 대해 배출권을 매매하게 하려는 제도이다. 탄소세징수제도는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에 일정비율의 탄소세를 부과하여 온실가스기금(GHG Fund)을 조성한 다음 개발도상국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거나 ‘기술 및 운항 측면 저감노력’을 촉진하는데 사용하려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IMO의 노력을 회원국들이 수용하여 ‘MARPOL 부속서 Ⅵ’이 개정되면 해운산업과 조선산업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현재 운항중인 선박들의 에너지효율운항지수(EEOI) 충족문제가 중요한 현안으로 제기될 것이다. 각 국의 항만당국은 입출항 선박의 EEOI 충족여부를 감시하여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에 대해서는 다양한 불이익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EU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입출항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유에 대해서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자국의 영해 안으로 들어서는 선박들에 대해 고품질 연료유 사용을 의무화시키고 있다. 자국영해에서 사용해야 하는 연료유를 지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EEOI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선박들은 이산화탄소 과다배출선박으로 분류되어 선진국 항만 입출항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입출항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이산화탄소 배출상황에 대한 각 종 검사 및 조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선박운항일정에 차질이 초래될 것이다. 앞으로 국제해운업계에는 EEOI 충족 여부를 기준으로 집중감시대상 선박의 리스트가 작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해운회사들은 현재 보유 중인 선박들이 EEOI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각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우선 연료효율적인 선박운항 조치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을 감축해가야 한다. 현재 많은 선사들이 취하는 조치는 선박의 감속운항이다. 아울러 주기관 및 보조기관의 에너지효율성을 개선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LNG, 태양열, 풍력, 바이오연료 등 대체에너지의 활용문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즉, 선사들은 선대관리, 에너지관리, 항해관리 등의 최적화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시켜가야 한다. 그리고 각 국 항만의 온실가스 규제 강화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여 선제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선박입출항 차질을 예방해야 한다.

앞으로 건조될 신조선들의 경우에는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를 충족시키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할 것이다. MEPC회의에서 앞으로 설정될 EEDI의 기준치(base line)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선사들이 매입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EEDI를 충족할 수 있는 설계능력을 보유한 조선소와 보유하지 못한 조선소가 엄격히 구분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EEDI의 기준치가 어느 수준에서 설정되느냐가 조선소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선박설계기술이 떨어지는 조선소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효율성이 높은 엔진을 확보할 수 없는 조선소들은 생존경쟁에서 낙오될 수도 있다. 설령 EEDI 기준치가 낮은 수준에서 설정된다 하더라도 IMO는 이 기준치를 계속 강화시켜갈 것이므로 이산화탄소 통제능력이 떨어지는 조선소는 생존하기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온실가스규제가 절박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국가의 조선소들은 엔진의 연료효율성 개선문제와 대체에너지 사용엔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시킬 수 있는 선체설계문제도 중요한 개선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연료유를 생산하는 정유사, 엔진을 생산하는 회사, 각종 선박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 등도 EEDI와 EEOI에 대응하는 문제가 향후 회사 생존을 좌우하는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에 대해 국제사회의 규제가 강화되고, 체계화되면 해운업계는 환골탈퇴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IMO는 지금까지 선박의 해양오염에 대해서 다양한 국제협약을 제정해 왔다. 유류해양오염방지(MARPOL 부속서Ⅰ), 액체유해물질오염방지(MARPOL 부속서Ⅱ), 포장유해물질오염방지(MARPOL 부속서 Ⅲ), 선박하수해양오염방지(MARPOL 부속서 Ⅳ), 폐기물해양투기방지(MARPOL 부속서 Ⅴ), 대기오염방지(MARPOL 부속서 Ⅵ), 액체위험화물 규제 및 해양오염사고 방지(OPRC-HNS협약), 선박유해방오시스템규제협약(AFS), 선박평형수관리협약(BWM), 선박유해물질관리(선박재활용협약) 등이 제정되었다. 이 중 선박평형수관리협약과 선박재활용협약을 제외한 나머지 협약은 이미 발효 중이다. 그리고 온실가스규제내용이 선박의 대기오염을 규제하는 MARPOL 부속서 Ⅵ에 삽입될 예정이다. 따라서 부속서 Ⅵ은 선박의 대기오염 및 온실가스 배출 방지협약으로 재정립될 예정이다.

선박의 환경오염에 대한 이 협약들의 규제내용은 주로 선박운항사고, 오염물질의 해양투기행위 등에 대한 규제 내용이 주류이다. 다시 말하면 선박의 비정상적인 운항행위(운항사고, 해양투기)에 의한 환경오염을 규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선박의 대기오염과 이산화탄소배출은 정상적인 선박운항과정에서 나타나는 피할 수 없는 오염으로 묵인되어 왔다. 즉 선박의 황산화물질, 질소산화물질,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은 정상적인 선박운항조건으로 간주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MAPORL 부속서 Ⅵ으로 대기오염과 온실가스배출을 규제하는 국제해운질서가 정착되면 지금까지 정상적인 것으로 인정되던 것이 비성장적인 것으로 탈바꿈된다. ‘정상적인 것의 비정상화 처리’는 해운의 기본을 흔들게 될 것이다. 앞으로 오염선박은 시장에서 배척될 수밖에 없다. 해운의 패러다임전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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