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과거 묻고 세계적 물류IT기업 지향”

 

경영진 전면 재배치로 되레 영업이익 ‘껑충’
국내는 물론 해외영업력 강화 전담부서 구성
전 직원 윤리의식 제고 위한 ‘윤리경영’ 총력


회사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원천 요소는 ‘사람’이다. 하지만 반대로 하루아침에 회사를 몰락시킬 수 있는 존재 또한 ‘사람’이다. 종종 뉴스를 통해 내부직원의 소행으로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접한다. 가령 은행직원이 수십억 원을 빼돌렸다든가, 개인의 주식투자자금으로 활용했다가 모두 날렸다는 등의 소식은 우리에게 사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준다.


2004년, 국내 최초의 종합물류정보망 전담사업자로 탄생해 꾸준한 성장일로에 있었던 KL-Net(당시 한국물류정보통신 주식회사)이 큰 위기를 맞았다. 그것도 내부 고위 간부들에 의한 거액의 금융사고여서 충격이 더 컸다. 이 사고 직후 30여 명의 직원이 한꺼번에 퇴사해 버렸고, 대위변제 청구액 93억원에 법률지연이자가 더해진 거액의 특별손실을 입었다. 부도덕한 직원들로 인해 운영상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그 후로 2년이 지난 지금, KL-Net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금융사고 이후 KL-Net의 운영상황이 궁금해 알아보았다.

 

금융사고로 인한 특별손실액 93억원
KL-Net 역사에 ’04년초는 영원한 악몽
출자회사인 (주)뷰텍의 탁홍만 사장과 정완수 과장, KL-Net의 박동준 상무 등이 회사 법인인감을 도용하고 사문서를 위조하는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주)뷰텍에 채무보증 및 어음배서 등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2004년 1월 19일 현대스위스Ⅱ상호저축은행 등 해당 저축은행으로부터 총 93억원의 채무를 대위변제하라는 요구와 함께 KL-Net의 은행예금 등이 가압류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KL-Net을 둘러싼 부정보증제공 사건은 총 6건으로 이 사건은 즉각 법원 소송으로 전개됐다.

 

KL-Net 측은 부정행위 자체가 위조로 이루어졌다는 점과, 이사회를 통하지 않은 회사의 의사결정이었던 점, 대표이사의 자필서명 없이 어음이 배서됐던 점 등을 들어 회사와는 직접적인 개연성이 없음을 재판부에 제청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잇따라 나온 판결결과는 4건 전부 패소, 2건은 각각 70%, 60%의 비율로 KL-Net에 책임을 물었다. KL-Net은 1심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했고 현재는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KL-Net은 이 금융사고와 관련해 소송금액 전액을 지급 또는 공탁해 놓고도 다행히 자금수지상 더 이상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천 사장 중심의 새 경영 체제 갖춰
경영진 불신 불식시키고 직원 화합에 심혈

박정천 사장.
박정천 사장.
역시 안 좋은 일은 오래 기억되는 법. 사고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난 지금에도 KL-Net은 ‘금융사고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하지만 정작 KL-Net 당사는 이 사건을 회사의 큰 ‘터닝 포인트’로 삼았다.


금융사고 직후 이사회에서는 회사의 난관을 타개할 만한 경영진을 정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거쳐 당시 컨테이너 부두공단의 이사로 역임 중이던 박정천 現 사장을 임명했다. KL-Net의 등기이사로도 활동 중이던 박 사장을 이사회에서 주목했었던 것은 ‘정직과 성실’을 인생의 큰 재산으로 여기는 그의 인품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무엇보다 ‘윤리경영’을 펼쳤다. 사내에

이정주 부사장.
이정주 부사장.
윤리강령을 배포해 직원들에게 이를 최우선으로 인식시켰다. 또 사고 이후에도 제자리를 지켜준 사원들에게는 격려를, 무더기 퇴사한 직원들의 자리에 새롭고 활기찬 신입 인재들을 채용, 그들에게는 비전을 안겨주었다. 또 이들 간의 화합과 기존 인재들이 가지고 있을 잠재된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내 동우회 활동을 적극 장려·지원했다. 특히 산행을 좋아하는 박 사장은, 한달에 한번 사내 등반동우회에 앞장서 참여하고 있으며 이 자리를 직원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직원, 개개인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축하 케익을 챙기는 일도 실천하고 있다.

 

新 프로그램 개발·영업력 강화에 역점 둔 인사
내부경영으로 또 하나 역점을 둔 것은 ‘쓸모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KTB네트워크(주) 전무이사 및 상임경영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정주 부사장을 영입했고, 사내 연구소장으로 역임하면서 회사 설립초기부터, IT서비스 개발을 주도해 KL-Net이 명실공히 전문 정보통신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한 문백기 씨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회사 운영에 새로운 원동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차적으로 프로그램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 그 다음으로는 주요고객을 창출하는 데에 총력을 쏟아 부었다. 이를 위해 작년, TSB 등에서 해외영업 경력이 있는 김종렬 씨를 상무로 영입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 기획관리실에서 정보화를 담당했던 심종보 씨를 상무로 맞아 지금의 운영체제를 갖추었다.

 

활발한 영업전략으로 사고 직후 영업익 2배 신장
KL-Net은 작년부터 영업활동을 본격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해양수산부의 전담사업자로 안정적으로 출발했다지만 현재는 경쟁사들이 많이 생겨나기도 했고 제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더라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새로 온 경영진의 마인드에 의한 것이다.


또 국내는 물론 해외영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이의 일환으로 올 1월 ‘해외사업부’를 신설하는 한편 김종렬 상무 외에도 해외영업을 전담할 부서장으로 이경환 부장과 최근에는 3명의 전문인력을 더 채용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영업활동 지원으로 KL-Net의 영업이익은 2003년 6억994만원에서 2004년 11억8,486만원으로 약 두 배가량 신장했고, 2005년에는 19억 6,349만원을 달성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동안은 매출액 73억2,700만원, 경상이익 5억6,9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비 11억9,500만원(19.5%)증가한 것이다. KL-Net의 이러한 성과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PLISM사업의 활성화(전년 동기비 980%증가, 증가액 1억2,000만원) 및 기존 SM/SI 사업 등의 안정적인 성장에 기인한 것으로 전년 동기비 사업 전 부문에 걸쳐 증가했다.

 

‘고객 편의’ 위주의 경영에 적극 나서
올 4월 사명 ‘케이엘넷’으로 변경

올 4월 1일자로 KL-Net은 사명을 변경했다.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어 한국물류정보통신에서 지금의 사명인 ‘케이엘넷’으로 변경한 것.


사명변경은 이미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KL-Net(케이엘넷)을 공식상호로 변경함으로써 고객들의 혼란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의 마케팅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됐다.

한편 고객만족을 위한 경영에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서울과 부산지역, 각각 별도의 번호로 서비스되던 고객지원 전화번호를 하나(1577-1172)로 통합하는가 하면,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일 때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면 예약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하는 콜백(call back)시스템을 도입해 고객관리의 효율화를 제고한 것.


여기에 올 8월 1일부터는 EDI 포인트 적립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8월 1일 사용분부터 포인트 적립을 시행하고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구축되는 오는 10월부터는 이 적립금으로 EDI 이용요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질적인 요금할인 혜택을 주는 셈이다. 


박정천 사장은 이 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포인트 적립서비스의 시행으로 KL-Net의 수익은 감소하겠지만, 회사의 이익을 다소나마 고객에게 환원하고, 고객만족도를 제고하고자 시행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포인트 적립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고객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여 적립율 확대 및 적립금 사용방법을 다각화하는 등 고객 편의를 더욱 도모해나갈 방침”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더불어 KL-Net은 고객의 EDI 비용 경감을 위해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상대적으로 이용료 부담이 큰 업체를 대상으로 월 상한액을 정하여 그 범위 안에서 부담 없이 KL-Net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이용료 상한제 도입 등을 검토해 나가고 있다.

 

‘세계적 물류 IT기업’ 중장기 비전달성 위해 전진 
KL-Net의 중장기 비전은 ‘세계적인 물류 IT 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창립 11주년을 맞았던 작년, 장기적 발전모델을 새롭게 수립한 KL-Net은 이 같은 비전을 제시하고 이의 달성을 위한 핵심성공요소와 10대 전략과제를 설정했다.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 ①인터넷 기반의 통합 e-비지니스 모델 구현 ②고부가가치 전략사업 창출을 위한 컨설팅 강화 ③최고의 서비스 품질 제공을 통한 토탈 ITO 실현 ④해외 진출을 위한 경쟁력 있는 솔루션 확보 ▲신 성장동력 발굴·육성 - ⑤U-Tech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육성 ⑥신 성장동력 발굴·육성을 위한 체계 확립 ▲내부 조직역량 확충 - ⑦고효율 선진 경영시스템 확립 ⑧내부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와 협력 강화 ▲고객 만족실현 - ⑨서비스 고도화·안정화를 위한 IT인프라 확충 ⑩고객만족 실현을 위한 지원시스템 개선 등이다.


KL-Net이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으로는 △해운항만물류정보 공동활용시스템인 PLISM(플리즘)과 △전자세금계산서인 Logisbill(로지스빌)을 꼽을 수 있다.
우선 플리즘은 기존환경에서 수출입물류의 리드타임이 물류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선사, 운송사, 터미널, 검수사가 KL-Net의 물류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리드타임을 축소하고 비용절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이 프로그램의 주요 고객으로는 NYK, OOCL 등을 비롯한 GA그룹 전체 선사와 한진해운, 고려해운, APL, K-Line 등이 있다.


한편 로지스빌은 세금계산서 및 거래명세서를 전자시스템을 이용해 제공하는 것으로써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고 ReXpis(XML 솔루션)을 이용한 ERP연동 등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LG전자, 하이비즈니스로지스틱스, 범한판토스, 한국허치슨터미널, 장금상선, 대인훼리 등 많은 고객선을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 터미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컨테이너터미널 통합정보시스템인ATOMS와 해양수산부의 일반부두정보화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시작, 컨테이너부두처럼 본선/야드/게이트에 대한 자동화시스템을 실현해 일반부두의 운영효율성을 높이고 작업내용을 실시간으로 선사 및 하주에 제공할 수 있는 △일반부두 자동화 시스템 GTOMS, 선박 입출항, 항만설비 운영 및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항만 정보관리 시스템과 물류 EDI네트워크로 구성, 실시간으로 사용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항만 운영정보 시스템인Port-MIS 등이 KL-Net이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IT 솔루션이다.

 

RFID 등 신 성장동력사업 연구도 한창
신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한창이다. 현재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인 지능형 항만물류 기술개발 사업에서 ‘지능형 항만운영 시스템’ 기술개발과 ‘무정차 자동화 게이트시스템’ 기술개발 부분에 참여하고 있고 RFID를 이용한 유비쿼터스 물류환경 구축을 위한 정부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04년 이후 놀라운 기세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KL-Net이 주목받는 것은 예기치 못한 악재 속에서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고 했던가. KL-Net을 둘러싼 과거의 사고는 회사의 혁신을 가져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그로 인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회사가 제시한 발전모델처럼 세계를 향하는 KL-Net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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