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공 대상 한정적.. 금융비율 축소되고 선사의 높은 자담비율 요구”

 
 
유럽 발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점차 짙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매우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IMF의 뼈아픈 경험을 한 우리나라로서는 금융위기 앞에서 달러 보유량이 매우 중요한 관리요소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선박금융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1년 들어 대형 해운회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금융계약이 체결되었으나 10월 중순 이후 신규로 검토되는 금융거래 건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해운시장은 세계경기 침체에 따라 해운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엄청난 선박공급으로 인해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2012년 이후의 시장상황도 낙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시장환경에서 해운업계 공통의 화두는 유동성 확보이다. 캠코 선박펀드를 통한 유동성 지원프로그램에 해운회사들이 몰리는 것이나 2011년 하반기에 대규모 단위로 유상증자 또는 회사채 발행이 계획되고 진행되는 모습이 우리나라 해운회사가 처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해운업계의 적극적인 유동성 확보 노력은 최악의 업황을 기록했던 2009년과 같은 상황이 도래할 것에 대한 대비하는 성격이 짙다.

해운과 금융 시장에서 현재 선박금융시장을 관통하고 있는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 선박금융시장의 첫 번째 특징은 금융제공 대상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참여가 제한된 선박금융시장에서 선박금융 조달은 전적으로 외국계 금융기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금융기관의 속성상 금융대상의 신용도 수준을 매우 중요시하는데, 외국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국내상황에 대한 정보부족 등의 이유로 금융제공 대상을 매우 한정하고 있다. 일정 규모와 업력은 필수조건이고 새로운 거래처와의 신규거래에 대해서도 무척 소극적이다.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나타난 일반적인 특징 중의 하나는 높아진 금융기관의 마진 수준이다. 금융시장의 위축에 따른 조달금리가 올라간 이유도 있으나 시장축소에 따른 금융기관 간의 경쟁이 축소된 영향이 크다. 해외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규모가 있는 기존 거래처를 통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마진이 보장되는데 굳이 신규 거래처와의 금융거래에 애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선박금융시장의 두 번째 특징은 금융비율이 축소되고 해운회사의 높은 자담 비율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현재 외국계 금융기관은 선가대비 60% 전후의 금융비율로 금융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운시장의 침체가 더해짐에 따라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금융비율의 축소와 함께 해운회사 자담 요구수준도 매우 높아져 해운회사의 신용도 및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30~50% 수준의 자담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전반적으로 금융시장의 위축으로 금융비용이 증가되고 금융조달 또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선박금융의 어려움이라는 시장의 반대측면에서 선가의 하락이라는 다른 측면을 볼 필요가 있다. 금융조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투자기회를 확보해야 하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해야 균형된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실제 현 상황을 선박투자의 호기로 판단하고 선박투자에 나서는 투자집단을 볼 수 있다. 이들 투자집단은 A급 선사와의 용선계약을 통한 안정적 이자수익을 목표로 삼는 기관투자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들 투자집단의 궁극적 목표는 선박의 저가 매입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적 이익의 향유인 것이다.

선박투자와 관련하여 우리는 ‘저가에 구매하고 고가에 판매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해왔다. 그리고 그 시기가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운시황의 침체로 인한 하락된 운임 또는 낮은 용선료 때문에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선박투자의 호기를 놓치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선가가 바닥수준이라고 해도 선박거래의 어려움은 선박금융 조달에 그 원인이 있다. 이러한 금융조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Equity 투자분을 대폭 확대시키는 방안이 있다. 이는 선순위금융 조달규모를 축소하고 선순위 금융기관 입장에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LTV(Loan To Value)와 상환일정을 제공함으로써 금융조달의 난제를 푸는 방법으로, Equity 투자분의 상환일정 조정을 통해 불황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낮은 Hire Base를 가능케 한다는 장점이 있다.

2011년 들어 출시된 선박펀드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 이러한 금융구조는 저평가된 선박을 대상으로 선박펀드를 구성하면서 잔존선가위험을 일정부분 수용하되 그 위험수준을 상정하여 제대로 관리한다면 투자자에 대해서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해운회사는 경쟁력 있는 Hire Base를 향유할 수 있는 윈윈전략에 그 기본성격을 둔 것이다.

현재의 선박금융시장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NPL선박펀드의 운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해운회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해운불황기를 넘길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가의 자본비를 가진 선박의 경우 선박을 보유하는 동안 장기적으로 해운회사의 짐이 될 수가 있다. 따라서 해운경기 침체기를 맞이한 해운회사의 불건전 자산을 NPL선박펀드가 인수한다면 선박금융을 통한 부실채권을 가진 금융기관의 짐을 덜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해운업계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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